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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 천마, 동반 회귀하다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마트만두
작품등록일 :
2022.10.10 03:18
최근연재일 :
2022.10.21 07:10
연재수 :
1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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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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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글자수 :
72,470

작성
22.10.13 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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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쪽

4회. 야만의 시대 (1)

DUMMY

사천의 험한 산중 고갯길에 자리한 율석재라는 깡촌 마을.


이 동네 사람들은 뭐랄까.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모두가 참 야만적이었다.


마을 이름답게 애들은 밤처럼 가시가 돋았고, 어른들은 돌처럼 투박하고 거칠었다. 나는 주정뱅이 양아버지를 둔 어린 이방인이라 텃세를 더 겪었는데, 그 누구도 이를 동정하거나 가엾게 여기지 않았다.


이들은 특히 폭력에 관대했다.


모든 구성원이 약자는 폭력을 당해 마땅하다 여겼다.


예컨대 이 동네 부모들은 사내자식이 맞고 오더라도 절대 위로하지 않았다.


억울하면 강해져라. 나약한 놈은 사내가 아니다. 이런 식이었다.


힘이 약하고 싸움을 못한다면 야만성이라도 증명해야 했다.


괴롭힘을 당한다면 비실비실하더라도 뭔가 악독한 모습을 보여야 사태를 멈출 수 있었다. 온 몸이 멍들고 피부가 찢어지고 입에서 피를 흘리더라도, 미친 놈처럼 달려들어 깡을 보여야만 했다. 내가 뼈가 부러지더라도 한 놈은 뱃가죽을 찢어버리겠다는 의지를 증명해야 했다.


야만성을 증명하기 전까지 괴롭힘은 절대 멈추지 않았다. 그러다 죽거나 병신이 되는 사람도 여럿 있었는데, 누구도 그걸 이상하다 생각하지 않았다. 짐승 같은 족속들이었다.


재밌는 것이, 이들이 예의를 모르냐 하면 그렇지도 않았다. 모순적이게도 이런 짐승 같은 족속들은 예의를 잘 알았다.


입 잘못 놀렸다가 피를 보는 경우가 더러 있어서 힘 있는 상대에게는 예의를 철저히 지켰다.


이들은 정말 짐승처럼 서열 파악이 빨라서 계급에 따른 행동 양식이 확실하게 달라졌다.


집요하게 괴롭히고 멸시하는 놀이는 확실한 약자에게만 존재했다.


의지할 사람 없는 어린 이방인은 딱 적절한 놀잇감이었다.


그러니 촌장 아들인 장인식에게 나는 꽤 시달릴 수밖에 없었다.


야외 좌석인 주막. 앉은 상태에서 흙과 돌이 날아오자 적당히 몸은 피했는데, 음식까지 치우지는 못했다. 연이어 날아오는 돌덩이가 그릇이 꽂혔다.


'조용히 밥 먹기는 글렀네.'


장인식은 내가 돌을 피한 것 자체가 짜증나는 모양이었다. 하긴, 저놈 입장에서야 내가 돌을 맞고 굽신거리며 피해야 하는데, 별 거 아니라는 듯 행동하니 그럴 만도 했다.


장인식은 패거리와 우르르 몰려와서는 콩비지찌개에 침을 뱉고 돌맹이를 더 넣었다.


“어이, 더러운 잡종 새끼야. 누가 여기서 밥 먹어도 된대? 어?”


아, 그랬지. 이 새끼 이런 놈이었지.


장인식은 한족이라는 핏줄에 대한 자부심이 강했다. 촌장이 사들인 근본 없는 개족보가 그 근거였다. 안타깝게도, 자부심을 가질만한 것이 그것밖에 없는 인생이기는 했다. 특별한 경우는 아니었다. 이민족이 중화(中化)를 겪으면서 더러 있는 일이었다.


다만, 이렇게 되바라진 인성은 조금 특별했다. 어린 놈이 귀엽지 않기도 참 어려운데, 이놈은 이상하게 얼굴에 덕지덕지 심술이 묻어나 참 밉상이었다.


내가 대답하지 않고 빤히 바라보자 녀석은 통통한 돼지앞발을 휙 내밀었다.


“어쭈? 피해?”


나는 꽤 놀랐다.


‘공격이었어?’


일부러 맞아주기도 어려운, 포근한 손길이었다.


“이런 개새끼가!!”


장인식은 화가 바짝 올라서는 팔을 뒤로 쭉 당겼다가 크게 내질렀다.


아주 잠깐, 그냥 도망갈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아무래도 촌장 아들이니까. 귀찮았다.


그런데, 내가 장인식 패거리에게 멍석말이를 당할 때마다, 어른이란 작자들이 비웃으며 하던 말이 떠올랐다.


사내놈이 강하게 커야지.


맞는 말이다.


토실토실한 돼지앞발이 날아오자, 살짝 몸을 뒤로 젖혀 피하고서 오른손으로 팔목을 잡아 챘다.


“어어?”


가뜩이나 체중을 가득 실어 때리겠다고 무게중심을 앞으로 실었던 녀석은 상체가 완전히 기울어졌다.


연이어 왼손으로 녀석의 뒤통수를 붙잡자, 순간 동공이 미친듯이 흔들거렸다.


나는 비릿한 웃음을 남기며,


그대로 비지찌개에 처박아버렸다.


쾅!!!


“끄으으읍!!! 읍읍!!!”


“시끄러. 사내놈이 강하게 커야지.”


장인식의 패거리조차 순간 당황해서 멍하니 바라봤다.


“잘 먹네. 이야~ 맛있겠다. 먹겠다고 침 뱉어서 특별히 주는 거야.”


내가 조롱을 하자 그제서야 정신을 차리고 덤벼들었다.


녀석의 허리춤에 손을 내어 전낭을 낚아채고, 발로 걷어 차 거리를 벌렸다.


“푸! 뜨아!!! 뜨거워!!!”


뜨거운 콩비지찌개를 피부에 양보한 면상이 참 꼴보기 좋았다.


허연 콩비지에 시뻘겋게 데인 피부. 거기다 코까지 깨져 새빨간 코피가 줄줄 흘렀다.


코는 왜 깨졌나 순간 의아했는데, 아까 그릇에 들어갔던 돌 때문인 듯 했다. 인과응보다. 마음을 곱게 써야지. 쯧쯧.


“너!!!!! 너 이새끼 죽었어!!!!”


“배고픈 것 같아서 밥 먹여 줬더니, 너무하네.”


분기탱천한 장인식은 허리춤에서 칼까지 뽑았다.


무림맹이나 관아의 손길이 닿지 않는 작은 촌락에서는 촌장이 왕이나 다름없었다. 특히 흑도 세력권인 이곳에서는 멍석말이, 몽둥이질, 심지어 인두질도 종종 있었다. 그러니 촌장의 아들인 장인식은 걸핏하면 칼을 들고 설쳐댔다.


나는 사뿐히 주막에 둘러진 목책을 뛰어넘어 넓은 공터로 향했다.


시끄러운 소리에 이어 난장판이 벌어지자 마을 사람 수십명이 금세 모였고, 장인식도 얼굴에 묻은 콩비지를 닦고 밖으로 나왔다.


여태 나는 내공을 한 톨도 쓰지 않았다. 그러고도 몸놀림이 날랬던 이유는 기맥에 흐르는 파결수라기 덕이었다. 파결수라기는 싸우는 동안 투쟁을 반기듯 자연스럽게 근골을 보조하고 반응속도를 빠르게 만들었다. 하지만 내가 장인식을 일방적으로 구타할 수 있었던 결정적인 이유는 녀석의 동작이 너무 잡스럽고 쓸데없는 구석이 많아 눈에 뻔히 읽혔기 때문이었다.


몸 쓰는 꼴을 보니 칼을 들어도 전혀 두렵지 않았다. 저런 움직임으로는 손에 절세보검이 들려 있어도 별 차이가 없을 수밖에 없다.


녀석은 개망신을 당하고도 무슨 생각인지 자신만만했다.


“내가 왜 전랑(電狼; 번개처럼 빠른 늑대)이라고 불리는지 알려주지!”


누가?


자의식 비대가 심각한 수준이었다.


이 녀석이 지금 나이가 열 여덟쯤 되었을까? 장인식은 어려서부터 아버지 뒷배로 흑생파 간부들과 어울렸는데, 전생에는 몇 년 뒤에 내가 흑생파를 접수하는 바람에 적대세력인 흑망파로 넘어가 흑도 생활을 시작한다. 결국 그러다 얼마 가지 못해 칼에 맞아 죽는다. 괜히 녀석에게 한족이 유일한 자랑거리라고 하는 것이 아니다. 실제로 그런 삶이었다.


하는 꼴을 보니 언제 칼침 박혀 뒤져도 이상하지 않은 놈이기는 했다.


장인식의 칼질은 근본이 없는 수준이었다. 심지어 온갖 안 좋은 버릇은 다 갖고 있었다. 발이나 어깨는 말할 것도 없고, 베기 동작을 하기 전에 허리와 팔과 턱을 함께 돌려서 “나 이쪽으로 벨 거다!!” 라고 소리치는 것 같았다.


나는 일부러 닿을 듯 말 듯 아슬아슬하게 칼날을 피했다. 녀석의 칼을 뺏아 팔이나 다리 하나 정도는 아작을 낼 작정이었다.


다만, 다음 일을 생각하면 아무래도 많은 구경꾼 앞에서 내가 맨손인 채로 위협당한 시간이 긴 편이 좋았다. 물론 이렇게 한다고 촌장이 내게 죄를 묻지 않을 위인은 아니었지만, 궁색하게 만들기엔 충분한 연극이었다.


칼이 내 몸을 스칠 때마다 구경꾼들이 놀라는 소리가 커졌다.


“아우!!! 저거 큰일나겠어! 인식이는 또 왜 저런대?”


“알게 뭐야. 근데 저 녀석도 용케 잘 피하는구만?”


“아오!!! 저게 안 닿네.”


안타깝게도 연극이 길어지기는 힘들었다. 싸운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돼지새끼가 숨을 헐떡이며 지나치게 손이 느려진 까닭에, 자칫 잘못하면 농락하는 연기가 들통날 위기였다.


이래서 연기도 합이 맞아야 한다.


적당히 마무리 지을 생각으로, 팔뚝을 얕게 내주었다. 피를 본 장인식은 흥분해서 힘을 쥐어짜며 동작이 커졌다.


“죽어! 이 새끼야!!!”


장인식은 오른쪽 위에서 왼쪽 아래, 그러니까 사선으로 긋는 간단한 베기를 시도했는데, 나는 순간적으로 거리를 좁히며 손바닥으로 손잡이 밑둥을 쳐냈다.


“윽!!!”


칼을 놓친 순간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방금 찌개에 머리가 처박히면서도 잠깐 봤던 표정이다. 왜 이 녀석은 배우질 못할까?


나는 녀석이 공중에 뜬 칼에 집중하는 사이, 발을 걸어 바닥으로 넘어뜨렸다.


그리고 공중에 뜬 칼은 자연스럽게 내 손에 들어왔고, 녀석의 오른팔을 향해 찍어내렸다.


푹! 콰드득!


“끄아아아악!”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당연히 내가 칼에 썰릴 줄 알았던 구경꾼들은 어안이 벙벙해서는 눈만 껌뻑껌뻑 하며 사태를 파악하려고 노력했다. 대부분은 눈앞에서 보고도 그 과정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 그냥 어쩌다 보니 장인식이 바닥에 누워 팔병신이 된 것 같았다.


나는 조용히 한 마디를 남기고 자리를 떴다.


“약해빠진 새끼.”


뒤에서 질질 짜는 울음소리와 의원에 데려가네 어쩌네 하는 호들갑이 들려왔다.


나는 주막에서 장인식을 찌개에 처박으면서 훔쳤던 전낭을 확인했다. 호화로운 한 끼를 할 정도는 되어서, 객잔에 들어가서 푸짐하게 한 끼를 해결했다.


그 사이 율석재는 발칵 뒤집혔지만, 솔직히 내 알 바 아니었다.


억울하면 강해지든지.


***


마지막으로 약초를 팔아 치우면 오늘 볼 일은 끝이라, 허씨 아저씨가 운영하는 약재상을 찾아갔다.


허씨는 내게 어린시절 이름인 초삼(草三)을 만들어준 사람이다. 그날 줄 선 약초꾼 중에 세번째로 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아무렇게나 만들어진 이름에서 알 수 있듯, 허씨와의 관계는 ‘친하다’고 하기 보다는 ‘적대적이지 않다’ 내지는 ‘공생관계’ 정도의 표현이 옳았다. 흑망파와 흑생파가 인근에서 매일같이 싸움판을 벌이는 통에 허씨는 꾸준히 약재를 가져와줄 약초꾼이라면 누구든 환영했다. 딱 그 정도 사이였다.


약재상 문을 열고 들어가자 깡마른 체구에 곰방대를 문 허씨가 눈에 들어왔다.


마지막으로 만난 지 엿새가 채 되지 않았는데, 내 멋대로 인사를 했다.


“오랜만이에요.”


“클클클, 덕분에 좋은 구경 했다. 싸움을 잘 하더구나?”


아까 장인식과 혼신의 연기를 펼칠 때, 멀찍이서 허씨가 지켜보는 모습을 잠깐 봤었다.


“그렇죠.”


“근데 왜 여태 맞고만 있었니?”


“글쎄요. 패버릴 맘이 안 들어서 그랬을지도 모르겠네요.”


허씨는 연기를 길게 뿜어내며 눈을 가늘게 떴다.


“속은 시원하다만, 참는 게 나았을지도 모른다.”


나는 남 얘기하듯 가볍게 응수했다.


“남들이 그런 소리 할까 봐 참았나 보죠. 뭐.”


“클클클. 흘려 듣지 마라. 흑망파가 요새 촌장에게 꽤 공을 들이고 있어. 위험할 게야.”


무슨 바람인지 걱정까지 해 줬다. 원래 이런 사이가 아니었는데.


이해가 안 가는 것은 아니다. 장인식이 워낙 패악질을 많이 부리고 다녔으니 허씨 아저씨도 피해를 받았을 가능성이 높았다. 다만 태도가 퍽 다정해서 ‘이 영감도 장인식한테 맞았나?’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나는 망태기를 열며 시선을 돌리게 만들었다.


“됐고, 금환초 이만큼 가져왔는데, 다 특상품이에요. 제 값을 쳐 주실 수 있어요?”


근본은 상인이라, 잘 팔리는 약재를 보자 눈이 돌아갔다.


“아니!!! 이걸 다 어디서 구했어? 어지간한 절벽은 이미 싹싹 털었는데.”


“뿌리당 얼마 주실래요?”


“흐흐흐, 동전 스무 닢은 챙겨 주마. 다 꺼내 보거라.”


이미 자기 물건이라도 된 듯 망태기에 손을 뻗자 나는 휙 잡아챘다.


동전 스무 닢이면 쌀 일주일치를 살 수 있는 돈으로 적지는 않았지만, 약재의 가치를 고려했을 때 명백한 후려치기였다.


“이 아저씨가! 제 값을 쳐주실 수 있냐 물었더니, 동전 스무 닢? 너무하시네. 나는 암벽에서 목숨 걸고 캐냈는데 수당이 영··· 됐어요. 내가 쓰든가, 나중에 건넛마을 오일장에 갖다 팔든가 해야지. 갈게요.”


정말 미련없이 돌아서며 밖으로 발걸음을 돌리자 허씨는 버선발로 후다닥 내려와 붙잡았다.


“원하는 가격을 말은 하고 가야지. 이렇게 나가는 법이 어디 있어?”


“에이, 수준이 대충 맞아야 부르기라도 하죠. 나름 괜찮은 아저씨로 기억해서 와 봤는데, 실망이 큽니다.”


허씨는 알 수 없는 말을 내뱉는 초삼에게 위화감을 느꼈지만, 일단 눈앞의 거래가 중요했기에 가격을 부르는 데 집중했다.


“당백전으로 한 닢 주지. 다섯 배야! 다섯 배.”


초삼은 한숨을 푹 쉬고 허씨가 붙잡은 팔을 뿌리치며 말했다.


“아저씨, 지금 오는 길에 보니 건너편 구씨 의원에 팔다리 부러진 흑도 다섯이 줄을 서서 기다리는 중입니다. 약으로 조제하지 않고 지금 촌장네 집에 가져다 팔아도 그 돈은 받아요. 여기서 아저씨가 적당히 약재 섞어서 환이나 탕으로 만들어 팔면 무게 당 가격도, 양도 각각 일고여덟 배는 더 나오잖아요. 대충 쉰 배는 오른단 말이죠. 맞죠?”


허씨는 얼굴이 뻘게져서는 얼떨떨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그렇···기는 하지.”


나는 단호하게 말했다.


“은자 하나. 그 밑으로는 어림도 없습니다. 이렇게 줘도 충분히 남잖아요. 욕심 부리지 맙시다.”


허씨는 인상을 찡그리며 뒤통수를 긁었다.


“끄응··· 요새 어디서 장사 배우냐? 보부상이라도 시작했어?”


“헛소리 하시면 가격 오릅니다.”


허씨는 줄 수 있는 상한선을 정확하게 집어내며 계산을 통해 협상하는 모습에 혀를 찼다. 무턱대고 가격을 높이거나 적당한 이유를 대지 못했다면 허씨도 그냥 무시했을 텐데, 툭툭 던지는 말이 제법 설득력이 있었다. 실제로 은자 하나는 허씨가 받아들일만한 최고가에 가까웠다.


‘원래 이런 놈이 아니었는데.’


잠시 허씨는 잡초와 약초를 섞어 들고 있던 코찔찔이 꼬마에게 초삼이란 별칭을 지어주던 순간이 떠올랐다.


“쯧. 그래. 알았다. 뿌리당 은전 하나로 하지. 근데, 당백전과 동전을 섞어서 줘도 괜찮겠어? 아까 슬쩍 보니 열댓 뿌리가 넘던데. 지금 당장은 은전이 예닐곱 개밖에 없어서 말이야. 이런 시골 마을에서는 쓸 일도 없고, 괜히 갖고 있다가 흑도 놈들에게 봉변만 당하니. 금호전장에 맡겨 두었거든. 원하면 은전으로 다 줄 수는 있는데, 내일 다시 와야 해. 괜찮겠어?”


“내일 다시 올게요. 은전 하나 어치만 당백전이랑 동전을 섞어 주시고, 나머지는 다 은전으로 해 주세요. 혹시나 해서 하는 말인데, 가짜 은전으로 속일 생각 하시면 큰일 납니다.”


“이놈이 날 뭘로 보고··· 인마, 내가 네놈 뜯어 먹고 살아야 할 정도로 가난하진 않아.”


“핏, 동전 20개로 퉁 치려고 했으면서.”


“예끼 이놈아. 그건 상인으로서 기본이지. 제 물건 값도 모르는 놈한테 제값 줄 수는 없는 노릇 아니냐?"


"그건··· 그래요. 나름 일리가 있네요. 큭큭큭"


"짜식이··· 기껏 걱정해서 얘기해줬더니. 어지간하면 지금 당백전 섞어서 가져 가라. 네 아버지랑 다른 마을로 도망가던가 해. 내 말 허투루 듣지 마. 내일 되면 진짜 흑망파 놈들이 널 죽이겠다고 몰려올지도 몰라.”


나는 슬쩍 웃으며 말했다.


“이미 왔어요."


"어? 그게 무슨···?"


"지금 문 밖에 우르르 몰려왔다구요. 심심하면 밖으로 나와요. 좋은 구경 시켜 드릴 테니.”


얼추 스무 명 정도 되는 사내들의 기척이 느껴졌다.


딱히 내가 집중해서 탐지기(探知氣; 기를 파악하는 기술)를 쓰지 않아도, 파결수라기가 굶주린 짐승같은 호전성을 내비쳤기 때문에 생명체, 특히 내공을 가진 인간은 멀리서도 알 수 있었다.


개중엔 제법 내공을 단련한 사람도 있었다.


‘누구지? 전생에 이런 놈이 있었나?’


내가 알기론 과거 흑망파 중에서 내공을 다룰 줄 아는 놈은 우두머리인 권웅이 유일했고, 2인자인 위숙이 그 아랫줄이었다.


지금 찾아온 사내는 위숙에 견줄만한 내공을 갖고 있었다. 호승심에 흥미가 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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