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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 천마, 동반 회귀하다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마트만두
작품등록일 :
2022.10.10 03:18
최근연재일 :
2022.10.21 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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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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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2.10.16 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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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회. 야만의 시대 (4)

DUMMY

오두막 하나가 불타고 있었다.


누가 했는지는 안 봐도 뻔했다.


화가 나기보다는, 황당했다.


흑망파를 동원한 보복 시도를 끝으로 한동안 잠잠할 줄 알았다. 촌장도 눈앞에서 내가 싸우는 모습을 봤고, 단석괴가 내게 고마움을 표하며 촌장에게 으름장을 놓았으니 한동안 조용할 거라 생각했다. 다른 고수를 부르더라도 시간이 걸리겠지. 그런 생각이었다. 그러니 곧장 새벽에 찾아와 방화를 저지를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사실, 양부에 대해서는 나쁜 기억뿐이라 나도 죽이고 싶은 마음이야 굴뚝같았다. 그러니 크게 화나거나 슬프지는 않았다. 다만, 내 손으로 죽이지 않기로 결정한 인간을 다른 놈이 태워 죽인 것은 또 다른 문제다.


게다가 묘하게 기분이 찝찝했다. 내가 원인인 기분이 들어서다. 시비 거는 장인식에게 그냥 맞아줬더라면 어쩌면 양부가 이렇게 죽지는 않았을 것이다. 복수를 하려 든 촌장에게 몇 대 얻어맞아 줬어도 방화까진 이르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것도 아니라면 아예 깔끔하게 촌장 부자를 다 죽여버리는 방법도 있었다. 하지만 후과(後果)를 생각하면 골치 아팠겠지···


어렵구만, 인생 2회차란.


잔불을 바라보며 이런 저런 생각을 했다.


설령 어제 이 결과를 알았더라도 행동이 크게 다르진 않았을 것이다. 남의 밥상에 흙 뿌리는 미친 놈에게 그냥 맞아줄 생각도 없고, 죽이려고 칼을 뽑는 망나니에게 억지로 칼침을 맞아주는 취미도 없다. 팰 놈은 패고, 죽일 놈은 죽여야 한다. 장인식은 어린 편이라 자비롭게 대했는데, 지금 돌이켜보면 그게 잘못인 것 같기도 했다.


갱생이 될 싹수는 나이와 관계 없다. 20대 중후반처럼 보이는 단석괴가 말 몇 마디로 감화되었듯, 툭 건들면 변할 사내도 있는 법이고, 많아 봐야 10대 후반인 장인식은 칼로 찔러도 영영 변하지 못할 놈이다.


어지럽다. 천지신명이 정한 운명을 건드리는 일은 보기보다 복잡해 보인다.


그렇더라도 1회차 인생의 인과에 얽매여 2회차 인생을 망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찬찬히 돌이켜 보면 지난 생은 생존과 책임이라는 임무에 얽매여 너무 답답하게 살았다. 무력의 강약에 대한 문제라기보다는 정신 상태의 문제였다. 내 존재 가치를 입증해야한다는 압박감에, 한번도 여유로운 삶을 살지 못했다. 그러니 어리석게도 여유로운 삶을 동경하면서도 늘 가장 치열한 곳에 스스로를 던졌다. 가진 것 없던 어린시절부터, 늙은 천마가 되어서까지 다 똑같았다. 이번엔 그렇게 살지 않을 것이다.


결국 장고 끝에 내린 결론은 단순했다.


내좆대로 살 거야.


천지신명은? 그게 내 알 바야? 벼락이라도 떨구던가.


그러니까, 우선 장인식 이 놈의 멱을 따야겠다.


***


같은 시각, 촌장의 집에서는 장인식과 장인혁이 크게 말싸움을 벌이고 있었다. 워낙 큰 소리로 고래고래 싸워서 아침 댓바람부터 마을사람들이 기웃거릴 정도였다.


“하려거든 확실한 상태에서 불을 질렀어야 할 거 아니냐! 까고 보니 시체가 한 구다. 그 놈의 아비 같다. 이게 말이 돼?”


“낸들 알았어요? 새벽이니 당연히 집에서 잘 줄 알았지. 나 참. 한 밤중에 그 새낀 어딜 갔는지. 내가 그 집에 지 애비 하나 덜렁 있을 줄 어떻게 알았겠어요?”


“확인이라도 했어야지!”


“문 열고 확인하려 했다가 그 놈이 일어나기라도 하면 거꾸로 다 몰살이니, 문 막고 기름 붓고 태워야죠. 어떡해요 그럼?”


“이놈이 뭘 잘했다고 끝까지 말대꾸야!! 흑생파 놈들까지 끼고 가서 일처리를 이딴 식으로 해? 에라이! 약해빠진 놈이 그냥 얻어맞고 왔으면 그대로 뒀어야 하는데. 쯧쯧··· 이런 놈을 아들이라고.”


“에이 씨발 영감 진짜! 나는 하던 대로 했을 뿐인데 왜 그래!”


“이런 개 잡놈의 새끼가!!”


짝!!!!


장인식의 뺨이 붉게 물들었다. 아비 장인혁은 그 때까지도 아들에 대해 잘 모르는 듯 했다. 눈앞의 아들은 폭력과 살인을 밥 먹듯이 저질렀고, 심지어 방금 전엔 방화를 저지르고 왔다. 수 틀리면 앞 뒤 안 재고 막 나가는 성격이란 이야기였다.


오른팔에 부목을 덧댄 장인식은 말없이 살기가 번들거리는 눈으로 장인혁을 쏘아봤다.


천천히 왼팔로 칼을 뽑았다.


“너··· 너 이놈의 자식!!!! 그 칼 안 내려놔?”


“내가 또 촌 구석에 처박혀 살 종자는 아니지.”


푹! 푹! 차각! 착! 착!


섬뜩한 칼날이 속살을 비집고 들어오자 당황한 장인혁은 이렇다 할 비명도 지르지 못했다.


“이 참에 큰 물에 가서 살아야겠어. 초삼이 놈도 무공을 배우니 저렇게 강해지는데, 나라고 못하겠어? 큭큭큭··· 영감. 잘 가라고.”


장인식은 집안의 패물과 거래 문서, 족보를 쓸어 담아 봇짐에 쌌다. 아비를 죽인 패륜 범죄 때문인지, 혹은 가짜를 의심해서인지 족보를 담을 때는 잠깐 망설였다. 이놈의 인성으로는 후자일 확률이 농후했다.


대충 피 묻은 옷은 갈아입었으나, 문 밖을 나서면서 딱히 감추려 들지도 않았다.


“뭐야!! 꺼져! 구경났어?”


이렇게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마을 사람들을 괄시한 탓에, 장인혁의 죽음은 장인식이 마을을 떠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온 동네에 퍼졌다.


장인식이 머리가 조금이라도 돌아가는 놈이라면, 그나마 흑생파에 의지해야 살아남을 가능성이 있었다. 하지만 이 멍청한 녀석은 별장과 술친구가 있는 도시로 향했다. 심지어 이 도시에는 커다란 관아도 있었다.


율석재라는 흑도 성향이 짙은 마을에서 장인식이 제멋대로 살 수 있었던 이유는 오로지 장인혁 때문이었다. 그는 무림맹원과 관원들을 잘 접대하며, 인근의 양대 흑도 세력인 흑망파와 흑생파를 저울질하며 갖고 놀았다. 장인혁은 그냥 보통 일개 촌장과는 출신 성분부터 달랐다.


비록 무공도 익히지 못한 말단 창고지기이긴 하지만, 장인혁은 무려 흑도의 무림맹이라 할 수 있는 철금연 출신이었다.


흑망파와 흑생파가 장인혁에게 설설 기는 것도 철금연과 관련된 이권 때문이었다.


그러니, 장인식이 아비를 찔러 죽인 것은 완벽한 오판이었다.


***


장인혁이 죽었다는 소식이 퍼지자, 흑망파와 흑생파는 너나 할 것 없이 장인식을 추격하느라 혈안이 되었다. 다만 추격하는 와중에도 서로 칼질을 멈추질 않아 속도가 잘 나지는 않았다.


나는 산에서 율석재로 내려가던 중, 그 꼴을 보고서는 무슨 일인가 싶어 다쳐서 무리에서 낙오된 놈 하나를 붙잡고 물었다.


몇 대 얻어맞은 흑생파 소속 졸개는 자기가 아는 대로 모두 털어놓았다. 장인식이 장인혁을 죽였다. 장인식이 귀한 문서를 갖고 있으니 죽이고 탈취하라는 명령을 받았다는 이야기였다.


자식 잘못 키운 죄에 대한 벼락은 이렇게 떨어지는가? 천지신명이란, 은근 믿을 법 할지도 모르겠다.


“장인식 그 새끼한테 새벽에 불려가서 불까지 질렀는데. 낮잠도 못 자고 씨발 이게 다 뭔 일인가 싶습니다. 하루만 있다 죽일 것이지.”


그 말에 나는 빙긋 웃으며 녀석의 목을 꺾었다. 이젠 신앙심도 조금 생길 것 같았다.


흑생파는 나름 멋을 부린답시고 검은색 두건, 복면, 무복을 갖춰 입은 놈들이었다. 위장하기 딱 좋은 옷이었다. 나는 그 옷으로 갈아입고는 추격전에 동참했다.


나는 티 나지 않게 은근슬쩍 따라붙었다. 한번에 경공술로 튀어나가면 위장이 의미가 없으니, 적당히 섞여 내가 있는 줄 모르도록 했다.


그렇게 선두에 도달하니 장인식은 거의 붙잡히기 직전이었다. 만취한 듯 다리에 힘이 풀려서 비틀거렸는데, 두 세력이 누가 먼저 데려가느냐를 두고 더 격렬하게 싸우고 있었다.


딱 좋은 때에 왔다. 그 아비규환의 틈바구니 사이에 장인식의 뒷덜미를 채고 경사진 언덕을 올랐다.


“이거 놔!!! 왜 이래!! 나한테!!!”


충분히 추격대와 떨어졌다고 생각할 만한 높이로 올라오자, 나는 녀석을 바닥에 내동댕이쳤다. 그리곤 졸개에게 빼앗았던 칼을 꺼내 녀석의 오른팔을 깨끗하게 잘랐다.


“크아악!”


복면을 벗고는 생긋 웃었다.


“오랜만이야.”


“너··· 너 이새끼!!! 네가 어떻게!!!”


나는 더 듣기 싫어서 바로 목을 그었다.


“거 참 시끄럽네.”


솔직히 이놈이 왜 두 세력에게 쫓기는지 자세한 내막을 묻고 싶긴 했지만, 신용도가 바닥이다 보니 내뱉는 말에는 별 의미가 없었다. 그냥 재물을 보고 판단하는 것이 빨랐다.


값비싼 패물 몇 개를 제외하면, 장인혁과 철금연 사이의 거래 문서, 장인혁과 흑망파, 흑생파 사이의 거래 문서였다.


“호오···”


전생에 교주로서 지낸 짬밥이 40년이 넘는다. 척 보면 척이라고, 무슨 일인지 금방 알 수 있었다.


거래 물품은 모두 무림맹에서 거래금지품목으로 등록한 물건으로, 독과 마약, 노예 따위였다.


이놈들은 흑시를 건립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조금 더 자세히 말하면, 철금연은 두 세력을 경쟁시켜 하나를 바지 사장으로 세우려 하고 있었다. 큰 흑시는 철금연이 직접 운영하지만, 위험성이 높거나 새로 만드는 흑시는 이렇게 대리하는 방파를 세우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상인은 돈 되는 물건은 뭐든지 판다. 그게 금지된 품목이라면, 위험성만큼 웃돈이 더 얹어지기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작자들이 많다. 이들이 찾는 것이 철금연이다. 철금연은 철저하게 판매자와 구매자를 분리시킨다. 중간에 철금연이 개입함으로써, 판매자의 익명성을 보장한다. 수수료를 많이 떼긴 하지만, 무림맹의 방패막이 역할을 하는 대가로는 충분했다.


그럼 구매자는 아무나 구매할 수 있냐 하면, 그것은 아니다. 철금연 소속 흑도방파 중 승인 받은 자들만 구매자로 등록 가능하다. 일종의 중개인 혹은 도매상이라고 보면 된다. 문서를 보아하니 그 역할이 바로 장인혁이었다.


나로서는 별 내공도 없던 장인혁이 어떻게 철금연과 연관 되었는지는 알 수 없으나, 그가 가진 무소불위의 권력이 어디서 왔는지는 이제 이해가 됐다.


두 세력이 장인식을 죽도록 추격한 이유도 분명했다.


사실 장인혁이 죽었으니 문서가 있더라도 금전적인 이득을 얻지는 못하지만, 장인식이 가진 문서 중에는 장인혁과 흑망파, 장인혁과 흑생파가 거래한 문서가 따로 존재했다.


그러니까, 상대를 공격하기 가장 좋은 패를 얻는다는 이야기였다. 철금연이야 워낙 거대한 곳이라 무림맹도 함부로 치지 못하지만, 장인혁이라는 개인과 소규모 흑도방파 정도야 증거만 충분하다면 공적을 세우기 위해서라도 눈을 까뒤집고 달려들 것이다. 딱 무림맹 앞에 범죄자로 효수하기 좋은 크기의 사건이다.


더구나 문서의 진위는 장인혁과 철금연 사이의 문서로 증명된다. 완벽하게.


그냥 무림맹 앞에 슬며시 상대편의 거래 내역이 담긴 문서만 놓고 가면 상대방은 개작살이 난다는 소리다.


즉, 나는 두 흑도방파의 목줄을 쥔 셈이었다.


장인식의 사체는 인적이 드문 절벽에 걸었다. 옷을 벗기고 얼굴을 뭉겐 뒤에 걸어뒀기에, 설령 누가 찾는다 해도 누구인지 알 길이 없었다. 딱히 악감정에 저지른 일이라기보단, 두 세력의 분쟁을 오래 유지시키기 위한 방법이었다. 장인식의 시신이 떡하니 발견되면 미지의 흑생파 고수에 대한 의문과 추적이 시작될지도 모르니, 이렇게 두는 편이 나았다.


나는 서두르지 않으려 했다.


내가 급할 이유는 없었다. 어떻게 이용할지는 몰라도 결국 저들의 목줄은 쥔 사람은 나다. 지들끼리 싸워서 양패구상이 나든, 저들이 협력해서 날 찾기로 하든 별 상관 없었다.


현실적인 이유도 있었다. 기맥에 입은 상처는 여전해서 몸 상태가 좋지 않아, 당장 나서기보다는 쉬면서 동향을 파악하는 편이 나았다.


그래서 산중에 적당한 동굴을 하나 찾아다가 자리를 마련했다. 산 생활에 익숙한 것도 복이었다.


이 날 저녁이 심심하지는 않았다. 흑시 자체가 애초에 더럽고 위험한 욕망의 화수분이기에, 품목을 보는 것만으로도 꽤 재미있었다.


특히, 그러다 발견한 이름 하나가 대단히 놀라웠다.


백작약 공소열.


‘이 아저씨··· 이 때는 아직 백도에 있었네?’


장인혁은 주로 흑도 단체나 상단을 상대하며 철금연과 엮어주는 일을 했는데, 간혹 거물급 인사들에 한해서는 개인에게도 물건을 건넸다. 문서에는 그런 자들도 이름이 남았고, 그 중에 하나가 공소열이었다.


전생에 꽤 친하게 지내던 아저씨라, 반가우면서도 의아해서 정말 내가 아는 사람이 맞는지 몇 번이나 다시 봤다. 확실했다.


신교의 미치광이 약쟁이. 마작 공소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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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4회. 야만의 시대 (1) 22.10.13 56 1 16쪽
3 3회. 비틀리는 운명 22.10.12 69 1 14쪽
2 2회. 모르면 맞아야지 22.10.11 91 3 14쪽
1 1회. 수컷 22.10.10 150 2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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