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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펭귄의 서재

어쩌다 보니 공간도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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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펭귄
작품등록일 :
2020.12.13 14:41
최근연재일 :
2021.03.05 18:15
연재수 :
106 회
조회수 :
19,940
추천수 :
184
글자수 :
390,460

작성
21.01.26 18:15
조회
87
추천
2
글자
7쪽

8장 이제야 판단을 하네. 나쁘지 않아. (4)

DUMMY

“삼촌!”


뒤따라가던 희진은 빅토리아의 외침에 놀랐다.

희진은 늑대를 발견한 토끼처럼, 급하게 눈을 동그랗게 뜨면서 뒤따르던 진욱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희진 씨 생각이 맞네요.”


진욱은 담담하게 희진의 생각에 동의한다는 것을 보여주며 실내를 슬쩍 쳐다보았다.


바깥의 복도와 가장 차이 나는 것은 색감이었다.

실내는 깔끔한 비단으로 만들어진 컴퓨터 그래픽 같았다.


칼같이 배치된 테이블과 소파 뒤로 보이는 빼곡한 책장만이 빛나는 은백색의 방안에 얼마 안 되는 변화를 주고 있었다.


빅토리아는 정면에 보이는 테이블을 이제 막 옆으로 지나치는 정장 차림의 중년에게 안겼다.


흰머리가 조금씩 보이는 남자는 빅토리아의 머리를 한두 번 쓰다듬어주었다.


아직 적응되지 않은 듯, 희진은 동물원에서 처음 타조를 보는 어린아이처럼 입구 언저리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았다.


그 옆으로 진욱과 파샤가 들어오자, 문은 자동으로 조용히 닫혔다.

일행이 다 들어오고도 몇 초간 안겨있던 빅토리아는 손깍지를 풀었다.


“별일 없었고?”

“네, 다행히 멀쩡하게 돌아왔어요, 삼촌. 헤르메스 보내주신 건 정말 고마워요. 거기 정확하게 딱 있을 줄 어떻게 알았어요?”

“허허, 네가 가는 곳이야 어디든 알지.”


빅토리아는 삼촌이라 불린 남자의 대답에 만족스러운 모양인지, 순박한 강아지와 유사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진욱은 이상하게 눈살이 찌푸려졌지만, 곧바로 그것을 거두었다.

몇 마디 더 대화를 나눈 빅토리아가 멀뚱거리며 서 있던 일행에게 곧 다가왔다.


“탈출하는 걸 도와준 친구들이에요. 박진욱, 이희진, 그리고······ 파샤.”

“안녕하십니까.”

“아, 안녕하세요.”


빅토리아의 소개에 진욱과 파샤는 정중하게, 희진은 다소 어색하게 인사를 하였다.

중년의 남자는 인사하는 진욱과 파샤, 희진에게 다가가 가볍게 악수를 청하였다.


“그럼, 일단 앉을까?”


남자는 말을 마치며 능숙하게 빅토리아와 셋을 소파로 안내하였다.

제일 먼저 빅토리아가 남자의 뒤를 따라갔다.


이윽고 희진과 진욱, 파샤가 그 뒤를 이었다.


희진이 소파에 다다랐을 무렵에, 남자는 이미 정장 바지를 살짝 정리한 채 천천히 앉은 후였다.


희진의 옆에는 진욱이 자리 잡고 있었다.


테이블을 둘러싸며 자리에 앉은 다섯 명은 어색함이 흐르는 기류 속에 잠깐 몸을 맡긴 모양인지 말이 없었다.


반대편 구석에 있던 가정용 로봇 하나가 음료가 담긴 유리잔을 테이블에 놓고야 정적이 깨졌다.


“그래서, 우리 빅토리아를 구해주셨다고요.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아닙니다. 저희도 이런저런 도움을 받았습니다.”

“그래요? 안 보이는 곳에서 빅토리아가 여러 가지 좋은 일을 했나 봅니다.”

“어······. 그런 것 같습니다.”


어쩌다 보니 남자와 마주 보고 앉은 진욱이 대표 역할을 맡게 된 느낌이었다.

이런 자리에서 위축되는 것은 아니었다.


단지 미묘한 분위기 때문인지 아니면 맞은편에 앉은 중년 남자의 형용할 수 없는 카리스마 때문인지 몰라도, 진욱은 말을 하면서도 은근히 눈치를 살폈다.


하지만 남자의 옆에 앉은 빅토리아는 자신의 단말기만 쳐다보며, 이상하게 벌써 그런 분위기와 동떨어진 모습이었다.


“듣자 하니, 함선이 필요하다고요?”

“네, 결론부터 얘기하면 그렇습니다. 간단한 얘기는 아닌데······.”


배경 이야기를 어떻게 정리하면 좋을지 생각하며 입을 연 진욱의 말이 흐려지자, 중년 남자는 빅토리아와 비슷하게 싱긋 웃으며 받아주었다.


“괜찮아요. 그 정도 시간은 있으니까.”

“그럼, 옆에 있는 이분의 얘기부터 시작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진욱은 오른손을 들어 옆에 있는 희진을 향해 방향을 틀었다.

희진은 갑작스러운 바통 터치에 당황한 듯, 진욱과 남자와 빅토리아를 번갈아 쳐다보았다.


“어, 그러니까······.”


희진 역시 말이 잘 나오지 않는 걸 보자, 중년 남자는 몸을 살짝 의자에 기대었다.


“괜찮아요. 함선이 필요한 이유가 있겠죠. 긴장하신 것 같은데······ 아, 내 소개를 깜박했군요. 정식으로 인사하죠. 자유우주연맹 회장 듀코프니 마르틴입니다.”


듀코프니 회장은 희진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


“그리고 빅토리아의 삼촌이죠.”


자유우주연맹의 회장 듀코프니 마르틴은 특유의 편안한 미소와 함께 서서히 악수하려는 희진의 손을 바라보았다.



------------------------------



“아이, 우리 사랑스러운 보도국장님. 이거 대박이라니까!”

“야, 너 그 소리 매일 하는 거 알지?”

“이번엔 진짜야! 사진 봤잖아요. 이거, 이거는 딱 연합정보부 놈들이라니까!”


군데군데 얼룩이 묻어있는 롱코트를 휘날리며 소리치는 사내는 손에 들린 단말기를 앞서가던 대머리 남자에게 들이대고 있었다.


삼류 형사 영화에나 나오는 다혈질의 등장인물처럼, 누가 봐도 필사적인 의지가 사내에게 엿보였다.


하지만 같은 영화도 계속 보면 익숙한 것처럼, 주변의 사람들은 둘의 모습을 힐끗 쳐다보고만 말았다.


“뭐, 뭐! 플레넷에 이름만 검색해도 어제저녁에 뭐 먹었는지까지 나오는 사람 사진이 뭐 대박이라는 거야!”


진드기같이 들러붙는 롱코트의 옷깃에 얼굴을 여러 번 스치자, 참다못한 대머리 남자가 멈추고 결국 뒤로 돌아 똑같이 소리쳤다.


그러나 롱코트를 입은 사내는 대머리 남자의 말이 끝나기만을 기다리며 반격할 틈을 찾고 있었다.


“국장님. 그게 맞긴 맞는데, 어제 터졌던 거기 어디야······ 그 대학교에 있었다니깐!”

“아, 그거야 연합정보부 부장씩이나 되니까 뭐 조사할 게 있었겠지. 안 그래도 그 유명한 박사까지 납치됐다는 소문이 있던데 뭐! 보니까 전쟁터 같더구먼. 이미 다 아는 거 아냐, 넌 기자라는 놈이 뉴스도 안 보냐?”


대머리 남자는 한쪽 눈에 끼고 있던 디지털 글래스를 벗어 책상 위에 얹으며, 사내의 기를 완전히 꺾겠다는 의지로 맞받아쳤다.


하지만 롱코트의 사내는 이미 그런 반응은 예상한 터인지, 퀴퀴한 냄새가 바닥을 휩쓸고 있는 보도국장실 문을 닫았다.


보도국장실 안에 둘만 남게 되자, 이제 롱코트의 사내를 막을 수 있는 것은 없었다.


의자에 앉아 혀를 끌끌 차던 대머리 보도국장을 향해 롱코트의 남자는 자신의 단말기를 코앞까지 들이대었다.


“똑똑히 보라니깐요. 그 부장 옆에 누가 있는지요.”

“화질도 흐린데 무슨······ 응? 이거 뭐야?”


작가의말

읽어봐주셔서 감사합니다.

평온한 하루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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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 9장 자네, 연합으로 돌아갈 건가? (7) 21.02.03 74 1 7쪽
67 9장 자네, 연합으로 돌아갈 건가? (6) 21.02.02 76 1 7쪽
66 9장 자네, 연합으로 돌아갈 건가? (5) 21.02.01 80 1 7쪽
65 9장 자네, 연합으로 돌아갈 건가? (4) 21.01.31 82 2 7쪽
64 9장 자네, 연합으로 돌아갈 건가? (3) 21.01.31 86 1 8쪽
63 9장 자네, 연합으로 돌아갈 건가? (2) 21.01.30 79 1 7쪽
62 9장 자네, 연합으로 돌아갈 건가? (1) 21.01.30 84 1 7쪽
61 8장 이제야 판단을 하네. 나쁘지 않아. (7) 21.01.29 89 1 7쪽
60 8장 이제야 판단을 하네. 나쁘지 않아. (6) 21.01.28 87 1 7쪽
59 8장 이제야 판단을 하네. 나쁘지 않아. (5) 21.01.27 88 2 7쪽
» 8장 이제야 판단을 하네. 나쁘지 않아. (4) 21.01.26 88 2 7쪽
57 8장 이제야 판단을 하네. 나쁘지 않아. (3) 21.01.25 87 1 7쪽
56 8장 이제야 판단을 하네. 나쁘지 않아. (2) 21.01.24 100 0 7쪽
55 8장 이제야 판단을 하네. 나쁘지 않아. (1) 21.01.24 105 2 8쪽
54 7장 더 좋은 함선을 구하러 가야지. (11) 21.01.23 108 1 9쪽
53 7장 더 좋은 함선을 구하러 가야지. (10) 21.01.23 101 0 7쪽
52 7장 더 좋은 함선을 구하러 가야지. (9) 21.01.22 104 1 7쪽
51 7장 더 좋은 함선을 구하러 가야지. (8) 21.01.21 108 2 7쪽
50 7장 더 좋은 함선을 구하러 가야지. (7) 21.01.20 115 0 7쪽
49 7장 더 좋은 함선을 구하러 가야지. (6) 21.01.19 120 3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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