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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펭귄의 서재

어쩌다 보니 공간도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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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펭귄
작품등록일 :
2020.12.13 14:41
최근연재일 :
2021.03.05 18:15
연재수 :
106 회
조회수 :
19,943
추천수 :
184
글자수 :
390,460

작성
21.01.24 18:15
조회
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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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글자
7쪽

8장 이제야 판단을 하네. 나쁘지 않아. (2)

DUMMY

레이첼은 수락 버튼을 눌렀다.


“여보세요.”

“나야, 조사는 해봤나?”


PSC 너머로 들리는 목소리에 레이첼의 눈 밑에 드리워진 주근깨가 미세하게 움찔하였다.


“조사할 것도 없더군요.”

“그래? FSF도 전투만 잘하지, 수색이나 조사는 별것 없군.”


레이첼은 PSC 너머의 쌀쌀한 목소리에 발걸음을 멈추었다.


레이첼 뒤로 걷던 남자가 갑작스러운 인간 장애물에 놀라 멈칫하면서 레이첼 옆으로 비켜섰다.


그러거나 말거나, 레이첼은 PSC에 손을 얹은 채 입을 열었다.


“본론만 얘기하시죠.”

“좋아, 어차피 거기 있는 조사관들이야 단순한 실종 사건으로 알고 있어. 세상도 그렇게 알겠지. 그래도 소위는 그 정도 수준은 넘을 줄 알았는데······ 뭐, 당돌한 태도가 맘에 드니 힌트라도 또 주어야 하나.”


레이첼은 여전히 하대하는 느낌이 맘에 들지 않았지만, 필요한 것을 얻기 위해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는 알고 있었다.


레이첼은 침을 한 번 삼키며 툴리아의 말을 기다렸다.


“프랑수아 박사의 전공은 뭔지 확인했나?”

“공간도약이더군요. 퇴역군인인 부장과의 연관성은 아직 못 찾았습니다.”

“아아, 선뜻 이해되진 않겠지. 그래도 내가 볼 땐 부장이 꽤 화가 났겠더라고. 아무튼, 이번에는 여기로 가서 이 사람을 만나봐. 그러면 어느 정도 그림이 그려질 거야.”


툴리아는 나긋나긋하지만 놀리는 뉘앙스로 레이첼에게 말하였다.

마치 어린아이의 옹알이를 달래주는 느낌이었다.

툴리아의 말이 끝나자, 레이첼의 단말기에서 푸른빛이 두 번 났다.


“그럼 이만.”

“잠깐만요.”

“뭐지?”


레이첼은 머리를 괴롭히던 실타래를 풀기 위해 반사적으로 말을 뱉었다.

툴리아의 돌아오는 물음에 재빨리 매듭을 짓기 위해 레이첼은 머리를 굴렸다.


몇 초 후, 레이첼의 입에서 정제된 실타래가 나왔다.


“박사가 부장에게 납치당하기 전후로, 둘 이상의 사람들에게 납치당한 흔적이 있었습니다. 혹시 아시는 것 있습니까?”


레이첼은 다소 강한 어조로 물었다.

복잡한 실타래를 풀어 조금이나마 완성된 그림을 그리기 위한 개인적인 욕심이 말에 섞여 있었다.


그러나 툴리아는 그런 레이첼의 심정을 이해하기는 무리가 있었던 모양이었다.


“부장이 자기 부하를 데리고 납치한 것 아닌가? 궁금하면, 그것도 한 번 알아보던가. 이만.”


툴리아는 무심하게 대답한 후, 무전을 끊었다.

PSC가 붉은빛으로 바뀌자, 레이첼은 손을 떼어 자신의 단말기를 확인하였다.


툴리아가 보낸 메시지가 어느새 와있었다.

그 메시지에는 별다른 내용 없이 문장 하나만 덩그러니 있었다.

문장을 여러 번 읽은 레이첼은 곧 단말기를 껐다.


아직 길에서 나뒹구는 나뭇잎 몇 조각을 밟으며, 레이첼은 도로로 나왔다.

잠시 후, 레이첼의 앞에 노란색의 자기부상 차량이 정차하였다.

소리 없이 열리는 문 사이로 레이첼은 몸을 집어넣었다.


좌석 앞에 보이는 모니터에서 조잡한 애니메이션과 함께 안내 문구가 펼쳐졌다.

모니터는 신경도 쓰지 않은 채, 거칠게 문을 닫은 레이첼은 목적지를 말하였다.

자기부상 차량이 천천히 속도를 내기 시작하였다.


꼬리를 무는 차량의 흐름으로 들어간 레이첼의 차량은 일직선으로 나아갔다.

밖을 바라보던 레이첼의 머릿속은 여전히 복잡하였다.


미스터리의 흐름에 빠진 것처럼, 명확한 답이 나오지 않았다.

툴리아는 여전히 힌트를 던져줄 뿐이었다.

마음 같아서는 이 흐름에서 빠져나오고 싶었다.


그렇지만, 레이첼은 목표물이 멀리 도망가 버리는 모습이 계속 상상되었다.

자신의 잘못은 아니었지만, 레이첼은 그 쫓고 쫓기는 흐름 속에 조금 더 몸을 맡겨보기로 마음먹었다.


희미하긴 하지만, 툴리아가 등대의 역할을 하고 있으니 일단 항해하기로 한 것이었다.


레이첼이 탄 차량은 고가도로를 지났다.

그리고 그 고가도로의 끝에는 회색빛으로 도배된 연합정보부 별관이 있었다.



------------------------------



“근데, 무턱대고 함선을 달라고 하면 되는 거야?”


진욱은 자신의 왼쪽을 스쳐 가는 거대한 화물차량을 가까스로 피하며 앞을 향해 말하였다.


일행 맨 앞에서 성큼성큼 걷고 있는 빅토리아는 그런 진욱의 물음에 쳐다보지도 않고 대답하였다.


“걱정하지 마. 잘 부탁해보면 돼.”

“뭔가 불안하군요.”


어지럽게 돌아가는 자유우주연맹 본부의 소음 속에서도 빅토리아의 목소리는 쾌활하게 일행의 귓속을 파고들었지만, 뒤에 따라가던 파샤에게는 별로 효과가 없는 모양이었다.


파샤의 딴지에 빅토리아는 기분이 팍 상했으나, 별말 않고 앞으로 향하였다.


그때까지도 희진은 호기심 넘치게 주변을 둘러보았지만, 빅토리아와 파샤의 미묘한 눈치싸움은 알아차렸다.


희진은 눈만 살짝 뒤로 돌려 파샤를 쳐다보았다.

하지만 파샤는 희진의 시선을 눈치채지 못한 듯, 앞에 가는 빅토리아의 뒤통수만 바라보며 따라가고 있었다.


“저기, 둘 다 괜찮을까요?”

“놔둬요. 알아서 하겠죠.”


희진은 옆에 있던 진욱의 옆구리를 툭 치며 물었으나, 진욱 역시 진욱다운 대답을 하였다.


샐쭉하게 입술을 잠깐 내민 희진은 조용히 빅토리아를 따라가는 수밖에 없었다.


“다 왔다.”


자기부상 차량의 행렬 아래, 연어 떼와 같은 그림자를 지난 빅토리아는 두꺼운 철제 담장의 굴곡진 부분 앞에 멈춰 섰다.


미세하게 색이 달랐으나, 양옆에서 중무장한 로봇과 병사들이 없었다면 눈치채지 못할뻔했다.


빅토리아가 다가서자, 로봇이 제일 먼저 팔에 달린 기관포를 겨누었다.

이어서 병사 한 명이 몇 발자국 다가와 손을 내밀었다.


“누구냐, 정체를 밝혀라.”


병사는 딱딱하지만 단호한 말투로 빅토리아를 향해 물었다.

그러는 동안, 파샤부터 해서 희진과 진욱이 빅토리아의 옆에 일렬로 자리 잡았다.


빅토리아는 허리춤에 손을 얹고 오른손을 앞으로 뻗었다.

오른손 손목에 있는 단말기에서 홀로그램이 나오더니, 신분증으로 보이는 화면이 비추어졌다.


“헤르메스 3구역 소속 무기, 엔진 및 부품 거래상이에요. 연맹 본부에 들어가려고요.”


빅토리아는 병사의 기세에 전혀 영향을 안 받는 듯, 당당한 말투로 대답하였다.

병사는 펼쳐진 홀로그램을 자세히 보기 위해 천천히 빅토리아를 향해 다가갔다.


벽에 붙어서 이를 지켜보던 다른 병사는 연합군에서 노획한 ST-25 소총의 총구를 빅토리아에게 겨누고 있었다.


언제든 쏠 수 있도록 방아쇠도 천천히 당기고 있었다.

빅토리아의 사진과 얼굴을 대조해보려던 병사는 갑자기 손을 헬멧 쪽으로 대었다.


작가의말

읽어봐주셔서 감사합니다.

평온한 하루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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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 9장 자네, 연합으로 돌아갈 건가? (4) 21.01.31 82 2 7쪽
64 9장 자네, 연합으로 돌아갈 건가? (3) 21.01.31 86 1 8쪽
63 9장 자네, 연합으로 돌아갈 건가? (2) 21.01.30 79 1 7쪽
62 9장 자네, 연합으로 돌아갈 건가? (1) 21.01.30 84 1 7쪽
61 8장 이제야 판단을 하네. 나쁘지 않아. (7) 21.01.29 89 1 7쪽
60 8장 이제야 판단을 하네. 나쁘지 않아. (6) 21.01.28 87 1 7쪽
59 8장 이제야 판단을 하네. 나쁘지 않아. (5) 21.01.27 88 2 7쪽
58 8장 이제야 판단을 하네. 나쁘지 않아. (4) 21.01.26 88 2 7쪽
57 8장 이제야 판단을 하네. 나쁘지 않아. (3) 21.01.25 87 1 7쪽
» 8장 이제야 판단을 하네. 나쁘지 않아. (2) 21.01.24 101 0 7쪽
55 8장 이제야 판단을 하네. 나쁘지 않아. (1) 21.01.24 105 2 8쪽
54 7장 더 좋은 함선을 구하러 가야지. (11) 21.01.23 108 1 9쪽
53 7장 더 좋은 함선을 구하러 가야지. (10) 21.01.23 101 0 7쪽
52 7장 더 좋은 함선을 구하러 가야지. (9) 21.01.22 104 1 7쪽
51 7장 더 좋은 함선을 구하러 가야지. (8) 21.01.21 108 2 7쪽
50 7장 더 좋은 함선을 구하러 가야지. (7) 21.01.20 115 0 7쪽
49 7장 더 좋은 함선을 구하러 가야지. (6) 21.01.19 120 3 7쪽
48 7장 더 좋은 함선을 구하러 가야지. (5) 21.01.18 120 3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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