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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라. 님의 서재입니다.

쓰레기처리 프로젝트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아리라.
작품등록일 :
2023.05.11 13:26
최근연재일 :
2023.05.23 22:36
연재수 :
12 회
조회수 :
326
추천수 :
15
글자수 :
54,304

작성
23.05.16 19:32
조회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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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9쪽

7. 첫 번째 프로젝트 5

DUMMY

녀석의 입을 다시 테이프로 막아버린 뒤 뭔가를 찾아 주변을 두리번거리던 준혁은 운동기구 몇 개를 가져와 녀석의 몸 아래쪽에 받쳤다. 엎드린 자세의 녀석은 가슴과 골반 쪽에 받침대를 한 모양이 되었다.


뭔가 불길한 느낌이 들었던지, 녀석이 몸부림을 치더니 몸을 굴려 받침대 아래로 내려가며 뭐라고 웅얼거렸다. 준혁은 녀석이 무슨 말을 하는지 별로 궁금하지 않았다. 지금껏 대화해본 바로는 어차피 변명 뿐일 것이다. 녀석의 입에서 나왔던 그 말들을 다시 듣고 싶지 않았고 혀 꼬인 소리는 더 그랬다.


준혁이 삼단봉으로 녀석의 머리와 등, 다리를 사정없이 몇 번 내리쳤다. 갑작스럽게 밀려온 무지막지한 고통에 녀석이 끙끙거리는 소리를 내며 몸을 뒤틀었다. 준혁은 다시 엎드린 녀석의 가슴과 골반 쪽에 받침대를 넣었다. 이번에도 녀석이 몸을 뒤틀며 굴러 내려왔고, 삼단봉이 다시 녀석의 몸을 무차별적으로 난타했다. 다시 받쳐진 받침대 위에서 녀석은 더 이상 움직이지 않은 채 끙끙 앓기만 했다.


온몸의 체중을 실어 준혁은 녀석의 허리를 밟았다. 우지끈 하는 뼈 부러지는 소리와 함께 녀석의 허리가 아래쪽으로 심하게 꺾였고, 비명소리가 크게 울려 퍼졌다. 준혁은 담요를 가져와 녀석의 머리를 덮었다. 소리가 조금 줄어들었다.


삼단봉으로 녀석을 때릴 때부터 치밀던 구토가 목구멍까지 일렁이는 것 같았다. 마음먹고 누굴 때려본 기억이 없던 준혁에게 이런 폭력은 전혀 익숙하지 않았다. 하지만 준혁의 마음 속 저 깊은 곳에서 터져 나온 분노가 잠시 이성과 합리적 판단을 눌러 버렸다.


프로젝트를 시작한 것이 잠깐 후회되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은 이곳을 벗어나는 게 더 급했다.


준혁은 녀석의 몸을 뒤지고 거실과 방을 돌며 값어치가 나갈 만한 물건과 현금 등을 챙겼다. 나중에 밝혀지더라도, 우선은 강도의 행각으로 보여야 할 것 같았다. 챙긴 것들이 나중에 요긴하게 쓰일 곳이 있을 지도 모를 일이었다.


준혁이 다시 전화를 걸었다.


“이제 끝났습니다. 추시후는 영원히 걷지 못하게 될 겁니다. 당연히 운전도 못하겠지요.”

“정말인가요? 기자 맞으시죠?”

“이것으로 약간의 위로가 된다면 다행이겠습니다.”

“저 기자님! 기자님?”


부르는 소리를 뒤로 하고 준혁은 전화를 끊었다.


준혁의 입가에 옅은 미소가 피어났다.






관악경찰서에 새로운 강도 사건이 접수되었다.


최근 판결이 있었던 음주 사망사고 가해자가 강도를 당해 중상을 입고 병원에 입원해 있다는 소식이었다. 일반 강도 건으로 보이긴 하지만 피해자의 주장은 원한에 의한 보복이라며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고 했다.


사건을 맡은 강력팀에선 피해자 건물 CCTV를 비롯한 자료 확보와 원한관계 조사를 위한 음주 교통사고 피해자의 주변 인물들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강도 사건은 하루에도 수십 건 이상 발생하는 흔한 케이스일 뿐이었다. 대부분은 언론의 주목을 받지 못하고 또 대부분은 CCTV에 의해 어렵지 않게 해결되었다.


CCTV공화국인 우리나라에선 마음만 먹으면 동선을 파악하고 용의자를 검거할 수 있었다. 당연히 강력팀에서도 범인을 며칠 내로 잡을 수 있을 것으로 보았다. 범행 장소가 오피스텔이었으므로.






방 안에 웅크리고 앉은 준혁은 아직까지 가라앉지 않은 어제의 흥분을 애써 잊어보려 애쓰며 곰곰이 사건을 돌이켜보았다.


프로젝트의 목적은 공정하지 못한 공권력의 집행에 대한 작은 반발이었고 공권력이 놓친 부분에 대한 해결이었다. 그 구체적 방법은 정해지지 않았으나 모두가 공감할만한 일반 상식적인 수준이면 충분하리라 생각했다.


그런 면에서 보자면 어제의 상황은 과연 상식적이었는지 궁금해졌다. 누군가 판단을 내려주면 좋으련만 기대할만한 사람은 없었다. 준혁은 스스로 하나씩 짚어보았다.


‘원래 처음이란 예상하기 힘든 거지. 잘못된 게 있다면 그건 내 몫이고.......’


나름의 합리화를 하면서 준혁은 다시금 괴물이 되지 말자고 다짐했다. 돈이든, 권력이든 빠져드는 순간 평범한 인간성의 유지가 쉽지 않게 된다. 가해자에 대한 응징은 괴물에 대한 응징이었다. 준혁은 그러한 타락을 응징하는 자일 뿐, 타락에 가까워지는 자가 아니었다.


첫 번째 프로젝트에 대한 모든 것들이 다 정리된 듯 싶었을 때, 스치듯 떠오르는 오랜 기억들이 또다시 준혁을 괴롭혔다. 내리눌러도 한없이 떠오르는 기억의 가벼움이나 선명함과 달리 그 아픔은 은근하고도 무거웠다.


아픈 기억은 합리적으로 타당성을 부여했던 프로젝트의 원칙들을 한순간에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만들어버렸고, 녀석의 허리를 부러뜨린 이유를 명쾌하게 설명했다. 그건 준혁의 개인적인 분노였고 복수였다고.


아무리 아니라고 외쳐도 그것은 미소를 지으며 되물었다.


‘과연 아니라고 할 수 있겠어?’


준혁은 녀석의 허리를 밟고 또 밟았다. 그러나 발은 계속 빗나갔다. 제대로 한 번만 밟으면 모든 것이 끝날 것 같은데 녀석의 몸뚱아리는 점점 둥글어져 가고 미끄러운 점액으로 덮인 것처럼 변해갔다. 어느새 녀석의 허리는 커다란 뱀의 허리가 되었다.


저 멀리 있던 녀석의 머리가 뒤를 돌아보며 씨익 웃었다. 준혁은 두려움에 뒤로 물러났다. 그리고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천천히 한걸음씩 뒷걸음질 쳤다. 비겁한 녀석이란 소리가 어디선가 들려오는 것 같았다.


‘10년을 숨어 산 비겁한 녀석.’


잠에서 깨며 준혁은 깊은 안도감을 느끼다가 어제의 일들이 꿈이 아니었음을 깨달았다. 다시 뭔가 무거운 것들이 몸을 내리누르는 느낌에 사로잡혔다. 복잡한 세상으로 일하러 나갈 준비를 해야 하는 자신을 위해 준혁은 한숨을 크게 내쉬었다.






“팀장님, CCTV에 아무것도 없는데 도대체 어떻게 들어간 걸까요?”


관악서 강력팀의 서 경장이 팀장에게 물었다.


“녹화 안 된 시간대나 사각지대 없어?”

“데이터량 과다 때문에 24시부터 익일 06시까진 3곳이 녹화 중지된 곳이 있긴 했습니다만 그래도 범인 동선파악 경로와는 별 상관이 없어야 되거든요. 나머진 다 최신 시스템이라 백업도 잘 되어 있는 편이고........”

“그 녹화 안 된 곳으로 둘러 갔을 가능성은 없어?”

“거의 없습니다. 한 십 미터를 뛰어넘지 않는 이상은요.”

“혹시 모르니까 동선 다시 확인해보고, 범위 좀 더 넓혀봐. 우리나라에서 CCTV 추적하면 못 잡는 범인은 없어. 혹시 교통사고 피해자 관련인 중 원한관계 동기를 가진 사람은 없었어?”

“합의 과정에서 문제가 있어서 좀 소란스러웠다던데 어쨌든 삼촌을 통해서 결국 합의는 되었고요, 그 후론 뭐 별 특이사항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만 좀 더 조사해보겠습니다.”

“단순 강도라는데 현장 분위기는 어땠어?”

“현장이야 뭐 강도일 가능성이 높았죠. 원한관계 증거는 피해자의 주장뿐입니다. 결박한 거 외엔 별다른 증거도 없고요.”

“피해자도 정상은 아닌 것 같던데 머 다른 꿍꿍이 있는 거 아냐?”

“참 그런데 강도치고는 일부러 허리를 부러뜨린 게 좀 이상하긴 합니다. 제대로 밟았는지 영구 하반신 불수가 될 가능성이 높답니다.”

“그럼 원한관계일 텐데?”

“잠깐 알아보니 부모 재산으로만 생활하는 게 아니라 금융사기 쪽으로도 손대고 있었던 것 같더라구요. 대학교 3학년생이라는데 나이는 20대 후반이고. 정확한 정황은 조사 중인데, 녀석은 교통사고 피해자의 원한관계 때문이라지만 혹시 금융계 쪽과 관련된 건 아닐까 싶습니다.”

“충분히 그럴 만하지. 일단 양쪽으로 다 알아봐.”

“예.”






몇 주가 지난 뒤 추시후 강도 피해 건은 수사 종결되었다. CCTV 자료 확보에 진척이 없었고, 금융사기는 물론 마약 관련 범죄가 추가되면서 수사방향이 그쪽으로 옮겨갔기 때문이었다.


뉴스에 나올 정도의 가치를 지니지 못한 사건이라 준혁은 사건의 진행에 대해 아무런 소식을 접하지 못한 채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시간을 보냈다.


당연하게도 판사를 찾아가려던 계획은 무기한 연기되었다.


비록 교통사고였다고 해도 사람이 사망했고, 음주운전이라면 피의자는 구속이 기본이었으므로 불구속 수사를 한 검찰부터 잘못이었고, 분명히 판사의 잘못도 컸다. 원래의 계획대로라면 검사 혹은 판사를 찾아가야 했다.


그러나 검사나 판사를 응징했을 경우 어떤 파장을 몰고 올지 알 수 없었다. 아마도 검찰과 경찰은 전면적인 수사를 시작하게 될 것이다. 이제 막 프로젝트를 시작하는 단계에서 사건을 지나치게 확대시키는 건 부담이 컸다.


준혁을 망설이게 한 이유는 하나 더 있었다. 준혁에겐 시간이 필요했다. 평범한 시민에서 냉철한 응징자로 바뀔 시간이.


작가의말

첫 번째 프로젝트가 끝났습니다.

다음엔 무고죄를 다룹니다.

그 다음은 성범죄........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3

  • 작성자
    Lv.22 [탈퇴계정]
    작성일
    23.05.17 21:52
    No. 1

    잘 읽고 갑니다! 건필하세요! 추천~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2 아리라.
    작성일
    23.05.17 22:38
    No. 2

    넹. 고맙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51 주나이트
    작성일
    23.09.20 01:12
    No. 3

    김 다 빠져서 이런 결말이라니...소재 좋은데 풀어나가는 방향이 ..
    소설에 독자가 상상 할 수 있는 여분이 있으면 좋겠어요
    작가가 다 완성해서 떠먹여 주지 말고...
    범인 그냥 죽여 버리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통쾌하게 생각하고,
    엉터리로 수사하고 판경하고 한 관련자들이 얼마나 떨겠어요.
    이런 상상를 할 수 있는 여지를 주세요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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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3. 첫 번째 프로젝트 1 23.05.12 31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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