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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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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크로드
작품등록일 :
2010.06.11 14:20
최근연재일 :
2010.06.11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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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11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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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 15

DUMMY

미라쥬 왕국의 귀족들은 왕국연합의 제안을 듣고 혼란에 빠졌다. 속국이 되는 것과는 너무나 다른 변화들이 존재했기 때문이었다.

특히 귀족의 권한 중 많은 부분에 제약이 오게 된다는 점이 그러했다. 슈트가 미국의 제도를 본떠서 만든 연방보안관 제도나, 연방법 등이 그러했다. 연방보안관은 귀족도 처벌할 수 있으며, 연방법은 귀족도 지키지 않으면 안되었다.

이런 부분들은 왕국연합의 많은 귀족들이 그러했듯이 큰 반감을 샀지만, 동시에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이들도 적지는 않았다.

귀족들의 폐해는 평민들만이 아니라, 같은 귀족들에게도 미치기 때문이었다. 변화를 싫어하는 이들은 서제국의 속국이 되는 쪽이 낫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속국이 된다는 것은 그들의 영지를 빼앗길 수도 있다는 사실을 동시에 의미하고 있었다.

반면, 왕국연합의 일원이 된다면 현재 점유하고 있는 국토와 영지에 대해서 왕국연합 차원에서 보장해 주도록 되어 있었다.

만약, 외세의 침략에 의해 영토를 점령당하게 되면, 왕국연합에서는 재정의 일부를 할당해서 미수복영토에 대한 보상금을 지불한다.

그리고 영토가 수복되면, 본래 소유자에게 돌려주도록 되어 있었다. 신분의 보장, 가문의 안전 보장이 완벽하게 연방법을 통해서 명시되어 있었기 때문에 연합에 합류하는 쪽을 원하는 귀족들이 더 많았다.

당장 북제국의 침략으로 국토와 영지를 빼앗기고 있으니, 더욱 그러했다. 현재 국경 부근의 요새들을 통해서 농성전을 벌이고 있는 것이 고작이었다. 북제국의 주력은 주요 요새들만 차근차근 함락하면서 수도를 향하기 시작했다.

왕국연합의 연합법은 일종의 내정간섭이지만, 제국의 내정간섭과는 성격이 달랐다.

꽤 많은 진통을 겪었지만, 미라쥬 왕국은 왕국 연합에의 합류를 결정할 수 있었다. 결정이 된 직후, 북제국의 침략은 수도 전체에 공표되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왕국 연합의 수장인 원탁회의의 의장, 라스안 다이마 네드 여왕이 친위대를 이끌고 미라쥬 왕국에 내방, 조인식을 벌이게 될 것이라는 사실도 널리 알려졌다.

미스티아와 쌍둥이 여왕의 존재도 동시에 크게 부각되었기 때문에 외출은 커녕, 인사차 찾아오는 귀족들을 거절하는 것만도 엄청난 일이었다.

“빨리 라스안이 왔으면 좋겠네.”

“난 라스안은 별론데.”

릴은 미스티아의 말에 별로 공감하지 못하는 듯 했다.

“릴은 아직도 애라니까. 라스안이 얼마나 쓸모있는데.”

“귀여운 얼굴로 무서운 소리만 하는구나. 롤.”

미스티아는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릴과 롤은 라스안에 대해서는 그다지 호의적이지 않았다. 미스티아가 보기에 그것은 일종의 질투에 가까웠다.

슈트와 먼저 알게 되었다는 사실에 대한 질투 같은 것이 있는 듯 했다. 미스티아의 경우, 꿈에서 보아온 세상이 같다고는 하지만 서로 알고 지낸 것도 아니고 의견차이도 제법 있으니 추억을 공유한다기보다는 그저 지식을 공유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었다.

‘질투의 대상도 못된다는게 다행인건지, 한심한건지.’

릴과 롤, 특히 롤이 라스안에 대해서 나름 호의적으로 변한 것은 여왕의 자리에 앉게 되면서였다.

여왕이건 왕이건 황제건 영주건 사람들을 이끄는 이들에게 주어진 주 역할은 회의의 주재자였다. 릴과 롤에게 있어서 회의는 악몽과도 같았다. 인간과 접하는 것, 대화 나누는 것 자체가 달갑지 않을 뿐더러 능숙하지도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꼴도 보기 싫은 인간들과 매일 적어도 대여섯시간, 길게는 이십시간 이상 회의를 해야 했던 것이다. 왕국 규모만 되어도 회의에서 결정되는 문장, 하나의 문구에 따라서 수백, 수천명 규모의 생활에 영향이 미친다. 문자 하나에 수백만 골드의 눈먼 돈이 어디로 갈지 모르기 때문에, 수십시간 수백시간을 문자 하나를 두고 논쟁을 벌이는 일도 많았다.

릴과 롤은 쌍둥이라는 입장을 이용해서, 교대로 들어가는 것으로 합의를 봤지만, 결국 얼마 못가서 나가 떨어졌다.

그리고 그 업무를 맡은 것이 바로 라스안이었다. 슈트 역시 과중한 업무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라스안과 정기적으로 식사시간을 통해서 의견교환을 하는 정도의 회의만 하고 있었다.

슈트 역시, 과중한 업무와 스트레스에 시달려서 빨리 은퇴하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말꼬투리 하나 가지고 짧아도 수십시간을 논쟁 벌이는 생활을 매일같이 반복하면서 수십년을 살아야 한다면, 그건 저주나 다름 없었다.

그런 면에서 본다면 망국의 왕녀라지만, 귀족들의 기대를 받고 자라난 라스안의 존재는 반드시 필요한 것이었다. 릴과 롤 역시, 슈트와 함께 은퇴할 생각이었기 때문에, 대륙에 이뤄놓은 기반을 맡길 수 있는 누군가가 필요한 것도 사실이었다.

라스안이 왕국 연합의 실질적 대표가 된 것은 바로 이런 흐름이 존재했기 때문이었다. 돈과 무력을 쥐고 있는 슈트를 중심으로 한 세력을 대표하는 이가 라스안 여왕이었다.

긴장감이 도는 수도는 라스안 여왕을 맞이하기 위한 준비로 분주했다. 그리고 그것은 격해지고 있는 전쟁의 불안감을 잊기 위한 것이기도 했다.


“제발 부탁드려요. 비를 내려 주세요.”

“내겐 그런 힘이 없다.”

자신 앞에 엎드려서 애걸복걸하는 소년을 보면서 슈트는 난감함을 금치 못하고 있었다. 날씨를 관장하는 태양신이라는 소문은 슈트를 곤경에 처하게 만들고 있었다.

갑자기 제대로 기동하지 않는 대지의 신전 문제를 해결하고자 들려 봤지만, 며칠 전부터 밥도 먹지않고 기다렸다는 초췌한 소년에게 붙들려서 꼼짝도 할 수 없었다.

“원하신다면, 제 목숨을 바쳐도 좋아요. 죽으라고 하시면 당장 여기서 죽을 수도 있어요. 어머니랑 여동생, 마을 사람들을 살려주세요.”

슈트는 한숨을 쉬었다. 아이는 먼지투성이에 제대로 먹지 못해서 앙상한 몰골이었다. 돈을 주겠다고 해도, 식량을 주겠다고 해도 듣지 않았다.

슈트는 기상도를 살펴 보았다. 소년의 지역에 비가 내린다는 징후는 보이지 않았다.

‘역시 틀렸나.’

슈트는 소년의 애원에 못이겨서 다시 기상도를 살폈다. 저수지의 위치를 고려하면, 가뭄을 면할 수 있는 지역이 있을 수도 있었다.

‘응? 이거 정보가 너무 많이 빠졌는걸.’

슈트는 기상도에 누락된 정보가 많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각지의 대지의 신전에서 연락이 두절된 상태에서 어거지로 기상도를 그려놓은 것이었다. 대지의 신관들이 가진 기상도의 지식은 응용이 가능할만큼 충분하지 못했다. 하루 이틀 정보가 누락되는 것은 그리 큰 오류가 되지 않지만, 지역에 따라서 한달 가까이 정보가 누락된 상태였다.

‘이런, 이런 기상도로 정확한 예측은 불가능하지.’

슈트는 자신이 아는 정보를 정리하고, 오래된 정보를 빼내고 다시 기상도를 그렸다. 그리고 그것을 토대로 수도의 기상을 예측하고 바깥으로 나가서 날씨의 흐름을 살폈다.

‘역시 틀려. 북서풍이 불려면 북쪽에 저기압이 존재해야 한다는 뜻이지.'

슈트는 다시 기상도를 그려보자, 소년의 지역이 눈에 들어왔다. 바로 오늘 비가 내릴 예정이었다.

“지금쯤 네 집 주변에 비가 내릴거다. 그러니 안심하고 돌아가라.”

“정말인가요?”

“난 허언을 하지 않는다. 만약 못믿는다면, 내게 애원할 필요도 없지.”

슈트의 말에 소년은 연신 고개를 조아리면서 돌아갔다. 슈트가 소년에게 여비를 챙겨주려고 했지만, 결코 받아들이지 않았다.

사람들이 비가 오기를 기다리다가 지쳐서, 기우제를 벌일 즈음에는 비가 내릴 시기가 가까운 경우가 많았다. 언젠가는 비가 오게 마련이고, 사람들이 견디다가 못견딜 지경이 된다는 것은 아주 오랫동안 비가 안내렸다는 의미인 것이다.

소년의 경우도 그러했다. 비가 늦어지긴 해도, 아주 안올 수는 없으니 당연한 것이었다. 슈트는 그렇게 생각하며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지나갔다. 소년이 사흘 걸려서 집에 돌아갔고, 사흘 전부터 비가 온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벌어지는 소동은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

태양신 슈트가 소년의 애원에 못이겨서, 날씨를 바꿔 주었다는 소문이었다. 그것도 소년에게 약속한 시간에 바로 내렸다는 소문이었다. 실제로는 시간차가 있지만, 서민들에게 시계가 없기 때문에 소문은 순식간에 확대되어 퍼져나갔다.

소년과 슈트의 실랑이는 대지의 신관과 대지의 신전을 방문한 이들에게 널리 알려져 있었던 것이었다.

“기상도대로 날씨가 움직이는 줄 알았는데, 아폴로님이 기상도를 바꿔 그리니까, 바뀐 기상도대로 날씨가 움직였다면서?”

“그런데 말이지. 이번에 내린 비 때문에 근처 지방에 산사태가 났다더군. 꽤 크다고 하더라. 무리해서 바꾼 탓이라는 이야기도 있어.”

오랫동안 비가 안내린 탓에, 폭우가 쏟아졌고 풀들마저 말라버린 산이 폭우 때문에 무너지는 것도 그리 드문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소문은 슈트에게 유리한 쪽으로 퍼져 나갔다.

“무리하게 날씨를 바꾸지 않으려고, 각지의 정보를 모으시는 거라고 하더군. 이번 난리가 아폴로님을 거슬렀기 때문이라고 하더라.”

“사람들이 아폴로님의 명을 따르지 않았으니…”

대지의 신전은 아예 이름을 태양신전이라고 이름을 바꿨다. 그리고 기상정보에 대한 협조가 과거보다 더 철저하고 공고하게 이루어지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건 시한폭탄이로군.’

슈트는 그다지 달갑게 여기지 않았다. 자신을 신으로 착각하는 것은 나중에 신이 아니라는 사실이 밝혀졌을 때, 치명적인 타격이 될 수도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슈트가 아무리 강변해도, 사람들은 믿어주지 않았다. 아니, 그가 부정하면 부정할수록 사람들은 더욱 더 굳게 믿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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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37

  • 작성자
    Lv.54 카셀울프
    작성일
    11.12.30 10:25
    No. 31

    음 아직도 풍수사를 기다리는 사람으로써 아쉽네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8 cr**
    작성일
    12.01.30 23:49
    No. 32

    풍수사를 보다가 생각났는데요. 동생나이가 얼마나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갑자기 배신때리는거 보니 충격적이기는 한데...

    솔직히 공감은 크게 가지 않네요.

    뭐 아버지나 다른 어머니가 배신때리는것은 좀 이해가 가는데...

    아무리 미리 교육을 받았다고 해도.. 조금 찝찝하고 거슬리는 느낌??

    뭔가 동생의 마음변화에대해 묘사를 한다면 모르겠지만..

    전조가 없이 갑툭튀한 느낌입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1 온달의꿈
    작성일
    13.01.06 14:24
    No. 33

    ㅋㅋㅋㅋ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36 ShinGY.
    작성일
    13.09.28 20:02
    No. 34

    ㅠ.ㅠ 아쉽군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79 우유먹자
    작성일
    19.08.29 11:27
    No. 35

    풍수사 다시 이북연재 형식으로 나올수 있을까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46 본체는안경
    작성일
    20.03.09 12:20
    No. 36

    풍수사 보고 싶어요 ㅠㅠ 개정판 연재 안해주시나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87 LtK
    작성일
    22.06.17 22:07
    No. 37

    정말 재밌게봤었어요 ㅎㅎ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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