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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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트는 자신의 기함인 산타 마리아호의 선상에서 소년 소녀들이 훈련하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흔들리는 배 위에서 인간 사이즈 지간테인 액피들을 이용해서 전투 훈련을 벌이고 있었다. 액피 자체도 상당한 전력이지만, 액피를 이용한 훈련은 지간테 조종 기술을 익히는데에 있어서 엄청난 효과를 갖고 있었다.
파워 중시의 듀람 프레임과 스피드 중시의 듀라미스 프레임을 그대로 이식한 액피들을 통해서, 듀람과 듀라미스를 조종할 실력을 얻게 되는 것이었다.
‘그건 그렇고, 릴과 롤의 기량은 엄청나군.’
듀람 프레임에 비해서 듀라미스의 프레임이 더 복잡하고 섬세한 조작이 필요했다. 아이들 대부분은 듀람 프레임을 사용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쪽에 앉아서 가부좌를 틀고는 자신이 조종하는 액피에 온 정신을 집중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액피들은 비틀거리다가 구르곤 했다. 하지만 릴과 롤의 경우 요리를 하면서, 잠깐잠깐 견눈질로 듀라미스 프레임을 적용시킨 엘과 알을 조종하고 있었다.
‘휴, 저녀석들도 슬슬 내 말을 안듣기 시작했으니...’
슈트는 릴과 롤을 보면서 한숨을 쉬었다. 릴과 롤은 시키는대로 움직이는 인형이 아니라는 사실을 요즘들어 확실하게 보여주고 있었다.
‘장기적으로 보면 지휘관이 필요한데...’
부대를 믿고 맡길 수 있는 지휘관의 인재가 부족했다.
‘대체 왜 남자 지간티어들이 이렇게 드문거지?’
남녀간의 차별이 적다고는 하지만, 군대의 경우 남성의 비율이 압도적으로 큰만큼 여성 지휘관보다는 남성 지휘관이 리더쉽을 발휘하기 쉽다고 할 수 있었다.
여성 지휘관에게는 남성 지휘관보다 탁월한 리더쉽과 카리스마가 필요했다.
타고난 카리스마가 존재하는 라스안은 믿을 수 있는 지휘관이었지만, 미스티아는 그런 쪽으론 전혀 기대할 수 없었다. 라스안과 미스티아의 조합은 그런 면에서 보면 불가피한 것이지만 둘의 사이는 꽤 미묘했다.
미스티아는 놀기 좋아하는 반항아이고, 라스안은 생각보다 고지식한 면이 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라스안은 스피아 제국에 대한 뿌리깊은 반감이 있었다.
‘둘이 싸우지 않으면 좋겠군.’
루스의 경우, 지휘관으로서의 기량은 뛰어나지만, 듀라미스를 타낼 정도의 실력은 되지 못했다. 댄서급 기량에서 머무르고 있었다.
시리스의 경우 지간티어 조종 실력은 루스보다 좀 더 위이긴 하지만, 자존심이 강한 아가씨 같은 성격이 문제였다. 병사들을 독려하는 지휘관으로서는 좀 어려운 면이 많았다.
슈트는 릴과 롤에게 그런 지휘관의 역할을 기대했지만, 그녀들은 그의 기대에 호응해 줄 생각이 없었다.
‘우릴 떼어 놓기만 해봐라. 절대로 뜻대로 되지 않을거다.’
마치 이렇게 말하는 듯한 표정과 기운이 느껴지기 때문이었다. 사관학교에 떨궈둔 것이 부작용을 일으킨 듯 싶었다.
스스로 판단하지 않고 곁에서 시키는데로만 움직일테니, 알아서 하라는 식으로 배짱을 부리고 있었다.
‘저녀석들의 사회성은 미스티아보다도 더 극악하니 어쩔 수 없을지도 모르겠다.’
릴과 롤은 슈트외의 인간이 곁에 있는 것 자체만으로도 스트레스를 받았다. 릴에게는 롤과 슈트가, 롤에게는 릴과 슈트가 정신을 안정시키는 존재가 되는 것이었다.
감정을 겉으로 잘 드러내지 않는 특유의 포커 페이스 덕분에 주위 사람들에게는 그저 어울리기를 좋아하지 않는 과묵한 이들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을 뿐이었다.
“만드시는 것은 어떻게 되어가고 있나요?”
릴이 다가와서 미소 지으며 말했다. 그런 순간에도 릴의 액피, 엘이 상대를 화려한 발차기로 날려 버리고 있었다.
슈트는 물론이고 미스티아도 쌍둥이의 이런 능력만큼은 흉내낼 수 없다고 감탄하는 부분이기도 했다.
“그럭저럭 완성은 되어 가고 있다만, 시험해 보기가 쉽지 않구나.”
슈트가 생각한 비행 전함용 요격 병기는 바로 대포였다. 대포알로 적의 비행 전함을 요격하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다. 명중률이 낮은데다가 탄환이 무겁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것을 슈트는 인간 대포로 해결하기로 결정했다.
과거의 서커스에 자주 등장했던 재주가 바로 인간 대포였다. 그것을 응용해서 지간테를 발사하기로 마음 먹은 것이었다. 나무로 만든 대포에 지간테를 집어 넣고 화약을 폭발시키는 것이다.
물론 적 전함에 명중할 거라는 보장은 없었다. 대충 비슷한 방향으로만 날아가면 성공이었다.
일회용이 되겠지만, 날아가는 사이에 작은 날개를 펴서 그것으로 방향을 조종해서 비행전함의 기구 부분에 가서 검으로 기구를 찢는 것이다. 그리고 낙하산을 이용해서 땅, 혹은 바다 위로 떨어진다는 것이 계획이었다.
문제는 실험을 해보기가 극히 어렵다는 것이었다. 모형용 액피를 만들어서 날려보려고 해도, 대포의 위력 때문에 순식간에 조종 범위인 30미터를 넘게 날아가 버렸다. 날아가는 상태에서 방향을 조종하는 연습을 할 수가 없었다.
지간테를 날릴만한 대포를 주물로 만들 수는 없었다. 들어가는 금속의 가치도 가치지만, 그런 무게의 대포를 실었다간 산타마리아는 바로 가라앉아 버릴 것이었다.
술통을 만들 듯이 나무를 짜서 맞추고 금속 테를 두른 간이 포를 만들긴 했지만 한두 발 쏘면 부서질 터였기에 함부로 테스트를 할 수도 없었다. 재래식으로 생산되는 화약의 가격도 문제였다.
결국 궁리 끝에 캐터펄트를 이용한 테스트를 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럭저럭 원하는 방향으로 조금씩 움직일 수 있다는 사실은 확인할 수 있었다.
하지만 대포와 캐터펄트는 속도가 다르기 때문에 과연 뜻대로 잘 될지 슈트는 자신할 수가 없었다. 돌다리도 두들겨 보고 건너는 성격 탓이었다.
‘이런 도박은 그다지 좋아하지 않지만 어쩔 수 없지. 미스티아를 이리로 데려올 걸 그랬나?’
탄환이 될 수 있는 것은 슈트를 제외하면 미스티아와 릴, 롤 뿐이었다. 듀라미스 프레임을 움직일 수 있다고 해도, 인체 외의 부분을 상상력으로 움직이는 능력은 쉽게 길러지는게 아니기 때문이었다.
상식의 벽이라고 하는 것을 깨기는 쉽지 않았다. 릴과 롤이 예외인 이유는 그녀들이 어려서부터 슈트의 영향을 많이 받았고, 이 세계에 대한 염증이 있기 때문이었다.
인간들을, 그리고 세상을 원망하고 부정하고 싶은 마음이 그녀들의 마음 속에는 깊숙히 깔려 있었다. 그리고 그것 때문에 현재 함 내에서도 갈등이 제법 벌어지고 있었다.
슈트로서도 자신이 골라낸 지간티어들에게 미움의 눈길을 받는다는 것은 참으로 생소한 경험이었다.
현재 산타 마리아호에 탑승한 인원은 50명이었고 15명은 갓 지간티어가 된 그림자 마을 출신의 아이들이었다. 그리고 슈트와 쌍둥이를 제외한 32명은 나비에도에서 찾아낸 지간티어들이었다.
스무살 이상의 소년 소녀들은 흉성 기사단과 함께 전장으로 보냈고 스물 미만의 지간티어로 각성시킨 아이들이었으니 전력의 대폭적인 상승을 보았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었다.
그것을 가능하게 만든 것은 나비에도의 지배자라는 입장이었다. 이전처럼 일일이 돌아다니면서 아이들을 확인한게 아니라, 각지에 있는 아이들을 가까운 성에 모이게 만든 다음에 단번에 거둬들인 것이었다.
찾아가서 확인하지 않고 찾아오게 만든다는 것이 일을 쉽게 만들었다.
문제는 릴과 롤이었다.
서른두 명의 아이들에게 있어서, 릴과 롤은 왕족이었다. 릴은 여왕이었고 롤은 대공이었다. 그들이 꿈꾸는 지간티어의 길에 있어서 충성의 대상이었다.
귀족들이 앞서서 싸울 수 밖에 없는 현실 때문일까, 이곳의 귀족들은 기사도에 대단히 민감했다. 충성을 바치며 제일선에서 목숨걸고 싸우는 것이 기사라는 교육을 어려서부터 착실하게 쌓아온 것이었다.
지간테가 뒤에서 구경하고 있으면 전쟁에 이길 수 없으니 당연하다면 당연한 것이다.
나비에도 역시 그런 전통이 잘 살아있는 섬이었기 때문에 적어도 어린 귀족들은 싸가지 없는 망나니가 아니라, 기사도에 세뇌된 완고한 어린 기사들이었다.
그래서 그들은 자신들의 충성의 대상인 릴과 매번 부딛치면서 갈등을 빗고 있었다. 덕분에 슈트도 미움을 받고 있었다.
“새로 들어온 아이들은 어때? 잘 적응하고 있는거냐?”
슈트의 말에 릴의 표정이 굳어졌다. 그녀의 얼굴에 나타난 짜증과 분노를 읽은 슈트는 쓴 웃음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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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녀석의 권유로 대항해시대를 시작했군요....
왠지 적응하기 힘든 느낌입니다....--;
초반에 아무 노력안하고 상업용 대형 카락까지 받았는데...
이거 독이 될지도 모르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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