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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gster 님의 서재입니다.

펠릭스전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전쟁·밀리터리

夢ster
작품등록일 :
2014.12.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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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2.28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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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1.21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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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32

DUMMY

32



"칼, 살아서 만나자."

"너희들도 위험한 짓은 하지 마!"

"훗, 너만 조심하면 돼!"

동, 서로 나뉜 학생들과 사람들은 스쳐지나가며 인사를 나누었다. 마지막으로 아이샤가 호위 기사들과 말을 타고 칼과 친구들에게 다가왔다.

그리고 하나씩 얼굴을 담아 두려는 듯 지긋이 살펴보더니 말했다.

"모두들 살아서 언젠가 꼭 다시 만납시다."

"아이샤님도 무사하시길 빕니다."

"대원정이 성공하길~!"

칼과 함께 뒤에서 지켜보던 다른 소년들과 기사들도 아이샤와 떠나가는 사람들에게 인사를 주고받았다.


"이야~ 올해 대원정은 성공하는 거 아냐?"

맥스는 야크 수레위에서 마치 개선이라도 하는 느낌이었다. 야크가 부족해 50여대의 고램 중 일부가 야크대신 수레를 끌었다. 그 뒤로 각 지역으로 향하는 상단과 마차의 행렬이 길게 이어지고 있었다.

"고작 마이티 100대 늘었다고 너무 큰 기대를 하는 거 아냐?"

"북쪽 전선의 3배가 넘는 넓이에 1/3도 안 되는 고램전력 이라고."

맥스의 희망찬 견해는 다른 친구들의 부정적 의견에 산산이 무너졌다.

"이런 비관적인 녀석들, 믿음을 좀 가지라구."

맥스가 마치 독실한 종교 신자라도 된 듯 두 손을 가슴에 모으며 말했다.

"이왕이면 현실적이라고 해줘."

"하하하!"

맥스와 다른 소년들이 웃고 떠드는 사이 칼은 조용히 맥티어넨에게 물었다.

"어떤 거 같아? 랜스필드가 사람들은?"

맥티어넨은 조용히 고개를 흔들었다.

"전선에 나서면 물불 가리지 않고 선두에 서는 타입이지. 자칫 위험한 상황에 빠지지나 않을지 모르겠군."

"흠… 맥스의 말대로 딸은 여장부이시라…. 아버지도 과연 그럴까?"

"고램을 구하고 동서 양쪽의 의견을 조율한 랜스필드 후작의 능력은 대단하지만 몬스터들을 막는 게 다가 아니라고 봐."

"그렇다면?"

"지금까지 대원정이 실패한 가장 큰 원인은 몬스터의 수 때문이기도 하지만 남부귀족들이 서로 단합하지 못한 탓도 커. 거기다 정말 중요한건 끝난 다음이라고 생각해. 이번 한번으로 몬스터들의 씨를 말려 버린다면 모를까."

"끝난 다음이라…."

"올해 밀리면 어쩌면 내년엔 우리 모두 북쪽 전선은커녕 몬스터와 싸우게 될지도 몰라."

맥티어넨이 심각하게 말했다. 칼도 잘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칼의 맥퍼슨가 영지도 남부에서는 북쪽에 위치 해 있으면서도 몬스터의 침공이 심한 지역 중 하나였기 때문이었다.

"뭐 그땐 그때구…. 일단은 그녀에게 걸어 보자고."

칼은 손에든 편지를 흔들어 보이며 말했다. 그의 손에는 랜스필드가의 문장이 찍힌 편지가 한 장 들려 있었다. 행렬의 다른 귀족가의 소년들의 손에도 마찬가지였다.

"끝난 다음에 어떻게 되던 지금 내 눈엔 그녀가 그저 여신님으로 보이니까."

얼마가 될지 모르지만 맥퍼슨가에도 정황상 마이티 몇 기가 나누어질 것은 분명했다. 지금 남부에 고램을 구매할만한 재력이 있는 영지도 드물었지만 설령 돈이 있어도 구하기 힘든 고램 자원이었기 때문이다.

"어쩌면 그녀가 우리보다 먼저 남부의 대원을 성취할지 모르겠는 걸?"

두 소년은 복잡한 심정으로 서로를 바라보았다.


남서부의 귀족들에게 가는 50여기의 고램은 랜스필드가의 가신인 게일 남작이 이끌고 있었다. 동서로 나뉜 남부의 대 원정에서 남서부의 대원정 협력 여부는 바야흐로 그의 어깨에 걸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뿐 아니라 그가 지니고 가는 편지들의 답장 여하에 따라 에덜라드의 정세가 크게 변할지도 모를 일이었다.

"휴~ 과연 후작님의 마음이 통할지…."

그의 가슴에는 칼과 친구들이 지닌 것과 같은 랜스필드가의 문장이 찍힌 편지들이 여러 장 있었다.

남부도 동서로 갈린 지 오래였다. 그전에도 각 영지 간 분쟁이 심한 곳이 많았다. 대원정이 시작되기 전에 예정된 영지까지 고램을 전달하기에도 빠듯한 시간이었다. 작게는 영토진입 허가를 해 주지 않을 수도 있었고 고램만 받고 모른 척 할 수도 있었다. 어쩌면 오히려 행렬을 습격하는 영지가 있을지도 몰랐다.

거기다 자신은 이대로 남서부 최남단 영지의 몬스터 토벌에 원정군으로 참전할 계획이었다.

"아이샤 아가씨가 부디 무사히 도착하셔야 할 텐데"

랜스필드 영지는 남동부에 있었다. 당연히 척을 진 영지들도 동쪽에 있었다. 아마 모르긴 몰라도 그녀가 가는 길이 자신이 가는 길 보다 배는 험할 것이리라. 게일 남작은 동쪽을 힐끗 쳐다보았다.


늦은 밤이었지만 저택은 여기저기 불이 밝혀져 있었다.

펠릭스는 마차에서 내리자마자 현관으로 성큼 들어섰다.

"지금오십니까 도련님."

집사장인 웨인이었다. 늦은 밤에도 옷을 차려입고 있었다.

'설마 나를 기다리고 있지는 않았을 텐데?'

집사장인 웨인은 서자인 자신 때문에 밤늦게까지 불을 켜 놓고 기다릴 사람이 아니었다. 집사장이 영주인 일리아드 남작과 특히 남작부인의 심기를 거스를 일을 할 리 만무했기 때문이다.

대연회장에 들어서자 커다란 테이블이 놓여있었다. 그 주위엔 기사장인 페로우경과 수석기사들, 행정관과 치안감등 영지의 주요 인물들은 모두 모여 있었다. 그리고 상석에는 일리아드 남작이 앉아 있었다.

"…."

펠릭스는 그저 묵묵히 고개만 숙여 자신이 왔음을 알렸다. 이중에 자신이 터놓고 대할 수 있는 사람은 수석기사들 중 몇몇 뿐이었다. 그러나 그마저도 아버지 앞에서는 아니었다.

"내일 일찍 고램운반을 돕도록 해라."

지나치려는 펠릭스에게 남작이 말했다. 펠릭스가 잠시 멈춰 서자 일리아드 남작이 말을 이었다.

"세실리아는 그 후에 만나러 가도록해!"

세실리아는 펠릭스의 친모였다. 그녀와 외가 쪽 가족들은 일리아드 저택에서 멀지않은 장원에서 생활하고 있었다.

펠릭스는 대답 없이 알겠다는 듯 다시 고개만 꾸뻑이고 그대로 연회실을 벗어났다. 대형 테이블 위에는 영지의 지도가 펼쳐져 있었다. 겨울 몬스터를 대비한 회의 중이었던 것이다.

"그럼 그렇지…."

생각대로 자신을 기다린 것은 절대 아니었다. 그래도 밤늦게까지 회의를 하는 것을 보면 올해는 몬스터 토벌이 심상치 않을 모양이었다.

그 생각을 하면서 복도를 벗어나려는 순간 가장 만나기 싫은 사람과 맞닥뜨려야 했다. 남작부인이 찻주전자를 받쳐 든 시녀들 몇 명과 복도를 가로질러 오고 있었던 것이다. 이번에도 펠릭스는 고개만 까딱 숙여 보이고 지나치려했다.

"잠깐 너…."

뭔가 한소리 하려던 남작부인은 펠릭스의 양손에 들려있는 책 꾸러미를 잠시 보더니 '흥'하고 찬바람만 날리며 연회장으로 들어가 버렸다.

"휴~!"

모퉁이를 돌아선 펠릭스는 주변을 살짝 살피고 벽에 기대었다. 여전히 정이 가지 않는 가족이었다.

"이건 검을 들고 싸울 때보다 더 긴장이 되니…."

그래도 다행히 오자마자 거쳐야 할 관문은 다 거친 셈이었다.


"이야~ 어서와 펠릭스! 그래, 학교는 어땠어?"

"말은 그러면서 왜 책부터 빼앗는 건가요? 형님?"

"하하하, 좀 봐줘, 기다리던 녀석이 있었다구."

에이드리안은 여전했다. 휠체어를 타고 있었고 방안은 온통 책으로 가득 차 있었다. 방구석에는 에이드리안의 시중을 들던 제임스라는 어린 소년이 꾸벅꾸벅 졸다가 펠릭스가 들어오는 바람에 깨어나 급히 차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뭔가 제가 보낸 것들 말고도 책이 더 늘어난 거 같은데요?"

천정까지 솟아있는 책 더미들을 보며 펠릭스는 처음 보는 듯 한 새 책들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었다.

"아! 서부제국에서 신간을 몇 권 구할 수 있었거든…."

"저 더미들은 다 본 책인 거죠?"

"음 그래, 그리고 저것들도 그리고 저것도…."

"휴! 못 말리겠군요…. 제임스, 다 본 것들은 도서관으로 제때 옮겨. 이러다 저 책 더미들이 무너져 내리기라도 하면 너도 형도 다친다."

펠릭스는 제임스가 따라준 차를 마시며 방 여기저기를 둘러보고 있었다.

"그게 자꾸 주인님이 치우질 못하게 하셔서…."

"억지로라도 치우렴, 이러다 큰일 나겠다."

"예…."

졸려서 그런지 제임스의 목소리에는 힘이 없었다.

"챨스 집사가 가져온 책 더미는 도착했죠?"

"어…. 저기 뒀을 거야."

에이드리안은 무신경하게 말을 건네곤 펠릭스가 가져온 더미에서 책을 한권 꺼내들었다. '남부 몬스터 도감' 이라는 책이었다.

"이거야! 이걸 기다렸지…."

"그게 무슨 책인데 그리 기다리셨던 겁니까?"

다른 책을 제쳐두고 에이드리안이 처음 꺼내든 책에 흥미가 생긴 펠릭스도 다가갔다. 책은 여타의 책과 달리 그림이 많이 삽입되어 있었다.

"최근 십여 년 동안 에덜라드에서 출판된 유일한 책! 어떤 남부귀족이 자비 출판했지."

"흠…. 그게 그렇게 신기한 건가요?"

"이건 남부 몰락귀족이 남부 몬스터지역을 직접 답사해서 거기 몬스터들의 생태를 기록한 거라구."

그러고 보니 에이드리안이 보낸 편지목록에서 제목을 본 기억이 떠올랐다. 출판본이 얼마 되지 않아 구하느라 애를 먹었던 기억도 떠올랐다.


이야기가 길어지기 시작하자 제임스는 다시 구석에서 꾸벅꾸벅 졸기 시작했다. 펠릭스는 에이드리안에게 학교 얘기며 도서관의 책들이며 친구들의 얘기를 해 줬다. 좀처럼 밖으로 나가지 못하는 에이드리안은 책만큼이나 이런 얘기들을 듣기를 즐겼다. 결국 펠릭스는 새벽이 늦어서야 방으로 돌아와 쓰러지듯 잠이 들었다. 그래도 따뜻하게 맞아줄 사람이 남아있음에 안도하면서….


"천천히, 천천히, 좀 더 뒤로!"

가슴의 조종석이 열려있는 상태로 화이트 고램 한대가 천천히 뒷걸음질 치고 있었다. 일리아드 저택의 고램 주기고 에서 나온 이 녀석은 특별했다. 뼈대는 화이트 고램 이었지만 외장은 일리아드 가문의 문장인 와이번과 화려한 도색이 되어있었다. 가주 전용기였다. 하지만 언제나 연말이면 이렇게 주기고를 나와 몬스터 토벌에 동원되어야 하는 신세였다.

"그대로 앉히세요! 그대로!"

위치를 봐주던 기사의 지시대로 야크 수레에 고램을 실은 펠릭스는 주입하던 오러를 멈추고 건틀릿처럼 되어있는 고램의 팔을 조정하는 부분에서 손을 빼냈다. 그리고 몸을 고정한 갑주의 안전장치를 풀자 갑주는 자연스럽게 뒤로 젖혀졌다. 마지막으로 양발을 등자 형식의 받침에서 때고 말안장 같이 되어있는 조종석을 나섰다.

"끝났군. 이대로 남쪽 온 마을의 요새로 내려 보내면 되겠지?"

펠릭스는 3대의 마이티와 방금 실은 화이트 고램을 바라보며 옆에서 지켜보던 수석기사에게 말했다.

"학교에서 다 잊었지 싶었는데 용케 조종법은 잊지 않고 있었네요?"

"훗…. 이게 잊으려 한다고 잊히는 건가요?"

실없다는 듯 대답한 펠릭스는 곧 돌아섰다.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하고 불려나왔으나 이제 할일을 마쳤으니 어머니를 만나러 갈 수 있었다.


"형님, 바람도 찬대 왜 나오신 겁니까?"

"세실리아님을 만나러 갈 거지? 펠릭스."

에이드리안은 제임스가 미는 휠체어를 타고 배웅 나와 있었다.

"…. 저도 진짜 집으로 가야죠."

"…. 미안하구나. 펠릭스."

펠릭스는 아니라는 듯 고개를 저었다. 에이드리안은 항상 미안해했지만 다른 사람은 다 원망해도 펠릭스는 형만은 왠지 원망 할 수 없었다.

"준비 끝났습니다. 도련님."

2명의 기사가 여분의 말 한필을 끌고 와 펠릭스에게 알렸다. 호위기사라는 명목의 감시였다. 심지어 어머니가 있는 장원에도 몇 명이 있었다. 일리아드 남작도 집사도 나와 있지 않았다. 마중 나온 사람은 에이드리안이 유일했다. 펠릭스도 그편이 편했다.

"세실리아님에게 안부 전해주렴 펠릭스야."

펠릭스는 말에 오르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에이드리안의 휠체어 뒤에서 제임스가 재채기를 했다.

저택에는 찬바람이 쓸쓸하게 불어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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