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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gster 님의 서재입니다.

펠릭스전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전쟁·밀리터리

夢ster
작품등록일 :
2014.12.22 00:00
최근연재일 :
2016.12.28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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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1.07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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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쪽

19

DUMMY

19


'으읔'

알리시아는 느끼한 분위기에 몇 번이나 눈살을 찌푸려야했다.

방금 막 자신이 시중을 들어주던 선배의 방을 나가는 중년 귀족 때문이었다.

"휴~ 겨우 끝났네…."

남자주제에 기다란 속눈썹에 화장까지 진하게 하고 온 웨스테랜드 제국의 어느 자작이었다. 느끼한 아부성의 끈적끈적한 대화에 서부제국 특유의 비음과 혀를 굴리는 둥글둥글한 어투까지 더해져 듣고 있자니 팔에 소름이 돋을 정도였다.

"너무 노골적으로 그러는 게 아니야. 알리시아."

"죄송해요…. 그렇지만 몽벨 자작의 저 말투는 도저히…."

"하아, 처음엔 딱딱한 노신사 두 분이 오셔서 좀 젊은 분이 왔으면 싶었더니…. 다음은 누구래?"

알리시아와 애니를 비롯해 작년에도 경험이 있는 2학년들까지 손님들에 실망하고 있었다.

'짝짝!'

"자자 다들 그러면 못써요! 미소, 명심하세요. 보이는 게 다가 아니라는 걸."

"…. 네, 언니"

방의 주빈인 그레이스가 박수를 치며 주위를 환기 시키자 이내 소녀들은 억지 미소를 띠며 방 정리를 하기 시작했다.



올해 3학년 중 가장 주목받는 그레이스는 여학생들 중에서도 빼어난 외모와 성품으로 이미 왕국에 소문이 자자했다. 서출이 아닌 남부의 작은 영지의 남작의 딸로 경제적 문제와 기타 환경 때문에 가정에서 교육을 받을 수 없어 학교로 온 것이었다. 이렇게 여학생들 중에서도 서출출신이 아닌 귀족가의 여성도 드물게 있었던 것이다.

"그레이스 언니?"

"응?"

"설마 처음 왔던 프랜시아 백작 같은 분에게 가실 건 아니죠?"

알리시아는 나이가 70이 넘어 걷기도 힘들어하던 첫 번째 노인을 떠올리며 물었다. 아무리 떠올리려 해도 그 노인의 첩이 된 그레이스의 모습은 상상할 수가 없었다.

"훗, 알리시아…. 그분은 첩으로 삼을 아가씨를 찾으러 온 게 아니야…."

"에?"

"손자며느리 감을 찾으러 오셨을 거야."

"아…!!"

소녀들은 다음 예약 빈객을 맞을 준비를 하며 부산을 떨다가 조용해졌다.

"우린 지금까지 순전히 첩실로 가는 것만 생각하고 있었는데…."

"…."

"명심하렴. 눈에 보이는 게 다가 아니라는 말."

그것은 그녀의 입버릇은 아니었다. 여학생들의 교육담당이자 여자 기숙사 사감인 에버트 부인의 말버릇이었다.

"명심하세요. 눈에 보이는 게 다가 아니라는 걸! 그걸 깨달으면 언젠가는 행복해지는 법을 알 수 있을 거예요."

정확하게는 이런 말이었지만. 당연히 마음에 와 닿을 리 없는 말들이었다. 대다수의 이곳 소녀들도 자신들의 미래가 대충 어떨지 알고 있었던 것이다. 자신들의 어머니의 삶을 가장 가까이에서 본 사람들이 아니던가?

"하~ 행복이라…."

이곳 소녀들과는 가장 어울리지 않는 단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알리시아는 문득 지난 주말 펠릭스와 만났던 일이 떠올랐다.


"나 도망가 버릴까?"

두 사람은 산책로의 나무를 서로 등지고 있었다.

"어디로?"

알리시아가 툭 내뱉은 말에 밋밋하게 펠릭스가 되물었다.

"뭐, 서부로 가지."

알리시아가 씩씩하게 대답하자 펠릭스는 웃으면서 말했다.

"응원해주지. 무사히 가게 되거든 편지라도 보내줘."

"얼래? 무슨 소리야? 너도 같이 가는 거야 펠릭스!"

"뭐? 나는 왜?"

"뭐야! 그럼 연약한 레이디가 호위도 시종도 없이 그 먼 길을 가게 내버려두려는 거야?"

"아하! 그러니까 시종 겸 호위가 필요하시다?"

"뭐… 그러다 연인이… 되지 말라는 법도 없잖아? …."

말을 하다말고 알리시아는 붉어지는 얼굴을 부채로 살짝 가리며 먼 산을 바라봤다.

"…."

펠릭스도 얼굴을 붉히며 살짝 미소 지었다.


학교에 오기 전에는 자주 만날 수 없었던 두 사람이었다. 알게 된 후 가끔 편지만 주고받던 두 사람은 학교에 와서도 처음 한동안은 서로 눈인사만 할 뿐이었다. 펠릭스가 칼들을 만나기 전까지는 이렇게 만난다는 것은 생각도 하지 못했던 일이었다.

그러다 이렇게 펠릭스의 무도회 파트너신청 이후 급속도로 가까워지고 있었다. 최근엔 칼과 남부 친구들을 피해 둘이서만 만나는 일도 잦아졌다.

"하~ 역시 무리겠지?"

"…."

꿈만 꾸는 거라는 걸 모를 리 없는 두 사람이었다. 드웨인 가에서 두 사람을 허락 할 리 만무하고 알리시아를 도망가게도 놔둘 리 만무했다.

과거에도 이곳 학교에 남자 생도와 여학생간의 스캔들이 있었다. 그러니 학교에서도 여학생의 외출 금지 등 나름 조치를 하고 있었다. 거기다 그런 일이 있은 후 서출 가문의 가족들은 대부분 인질처럼 본가에 잡혀 있었다. 펠릭스는 어머니와 외할아버지, 외삼촌이 인질처럼 붙들려 있었고 알리시아도 비슷한 상황이었다.

"하아~ 행복이라는 게 있긴 하는 걸까?"

"글쎄? 모르지. 하지만 만약 그런 게 있다면, 그리고 누릴만한 가치가 있다면 말이야."

"있다면?"

"우리 미약한 인간이 한번 노력이라도 해 봐야지 않겠어?"


"알리시아, 알리시아?"

멍해있던 알리시아를 그레이스가 불렀다.

"아, 네? 네!"

"다음 분을 들이렴."

"예."

문 앞에 있던 알리시아가 문을 열자 이번에도 느끼해 보이는 남자 하나가 들어서고 있었다. 알리시아는 다시 속으로 투덜거렸다.

'하아~ 이러다 저녁 무도회 전에 진이 다 빠져 버리는 거 아닌지 몰라….'


"뭐야? 왜들 그렇게 심각한데?"

펠릭스가 야크 몰이에서 돌아오자 고램 경기장의 친구들이 심각한 표정으로 토론을 하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고램 시범 장은 뒤로 한 채였다. 심지어 못 보던 중년 남자도 한사람 끼어있었다.

"여~ 펠릭스 어서와! 자, 이쪽으로 끼라구."

소년들이 자리를 만들어주자 별수 없이 낀 펠릭스였지만 내심 반대편의 고램 시범장이 더 궁금했다.

"뭐야, 고램 시범은 벌써 끝난 거야?"

"그런 거 봐봐야 별 영양가 없다네. 친구!"

맥스가 뒤돌아보려는 펠릭스를 돌아 세워 바닥을 가리켰다.

"그럼 뭐야? 고램보다 이런 낙서가 더 영양가 있다는 거야?"

바닥에는 종 모양의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이친구도 남부출신인가?"

메이 교관이 물어보자 쌍둥이들이 대답했다.

"아뇨 동부에서 온 서자인데…."

"뭐 굳이 따지자면 명예남부인? 이라고 할까요?"

"명예남부인? 그건 또 무슨 소리야?"

영문을 알 수 없는 펠릭스는 어리둥절해하며 소년들을 둘러봤다.

"허허허 명예남부인 이라…. 그것참."

"자자 됐고, 펠릭스 너도 여길 잘 봐! 여기가 남부의 마이티 마탑이야 그리고…."

어리둥절한 펠릭스는 아랑곳하지 않고 맥스와 칼이 곧이어 바닥에 그려진 지도를 배경으로 남부의 사정과 대원정을 설명하기 시작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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