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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정한 니트 님의 서재입니다.

나 혼자 스테미너 무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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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단정한니트
작품등록일 :
2024.05.23 07:54
최근연재일 :
2024.06.23 21:20
연재수 :
4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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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5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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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61
글자수 :
232,677

작성
24.05.26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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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글자
13쪽

010. 성의 주인. (1)

DUMMY


010.




혼자서 즐기는 게임이 있는 반면 온라인으로 다른 사람들과 어울려야만 하는 게임도 있다.

나는 주로 콘솔이나 모바일로 혼자서 게임을 즐겨왔다.

그렇지만 온갖 진상이 넘쳐나는 온라인 게임에 대해 잘 모르는 것까지는 아니었다.


“영주라고?”


대한민국을 휩쓸었던 수많은 게임 중 전설이라고 부를만한 건 몇 개 없다.

그리고 지금 그 몇 개 없는 것 중 하나가 머리에 떠올랐다.

성 하나를 먹으면 인생이 달라진다는 소문이 돌았던 그 게임이.


심지어 자고는 그것과 비교할 수 없이 거대한 생태계를 가지고 있다.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휩쓸고 있는 전대미문의 게임.

그러한 게임의 한 부분을 독점한다?


‘······미쳤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소름이 돋았다.

얼마나 엄청난 파장과 금전적 이득이 주어질까?

잠시 스치는 것만으로도 손이 떨려왔다.


띠링!


그 자세한 방법이 내 앞에 나타났다.


──── ◆ MISSION ◆ ────

[ 이름 : ‘빙화성’ 영주 계승 ]

[ 등급 : LEGEND ]

[ 조건 ]

▶[ 적의 공세를 버텨라. ]

▶[ 영주석에서 벗어나지 말고 위엄을 지켜라. ]

[ 제한시간 ]

▶[ 00 : 15 : 00 ]

───────────────


영주 계승은 미션 형태로 주어졌다.

그것도 이름만으로 두려운 레전드 미션으로.

그럼에도 묵직한 전설이라는 등급보다 먼저 눈에 들어온 건 클리어 조건 중 첫 번째.


“······되겠냐.”


내 솔직한 심정이었다.

빙화성은 불과 얼음 거인의 성이라고 했다.

이름부터 살벌한 곳에서 영주석에 앉은 날 몰아내기 위해 사방에서 거인들이 몰려오리라.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눈에 선했다.


레벨 10에 스테미너에 올인한 망캐.

이런 스펙을 가진 난 감히 대적할 엄두도 안 났다.


띠링!


[‘빙화성’ 영주 계승 미션을 시작합니다!]


도전할 생각은 조금도 없었다.

그런데 선택권 없이 시작된 미션.

광활한 홀에 놓인 영주석에 앉는 순간, 이미 정해진 운명.


그리고 제한시간 15분.

한없이 느리게만 흐르는 시간이 꼭 내 죽음을 인도하는 시계로 보였다.


‘그래도 죽으면 로그아웃되겠지.’


계속 미뤄두었던, 애써 무시했던 마지막 수단.

내 죽음으로 완성될 일이 눈앞까지 다가왔다.

분명 그렇게 보였다.


이제 얌전히 죽음을 기다리면 되리라.

난 몰려올 괴물들을 상상하며 눈을 감았다.

감히 마주 볼 용기가 나지 않아 담담한 척 연기를 하면서.


“······.”

“······.”

“······.”

“······.”

“······뭐냐?”


당장이라도 날 죽이기 위해 괴물이 튀어나올 거 같은 긴장감.

그런데 가슴을 조이는 떨림이 몇 분이 지나도록 개미 새끼 한 마리 나오지 않았다.

뭔가 이상했다.


원래 생명체라고는 하나도 찾을 수 없는 빙화성.

설산에 홀로 우뚝 선 성에서 시작된 미션은 포털이 생기며 뭔가가 나올 줄 알았는데.

이렇게 조용하다니.


‘뭔가가 꼬였어.’


직감적으로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걸 느꼈다.


빙화성은 정상적으로 열린 필드가 아니었다.

초대받지 못한 손님인 내가 성벽을 넘어 침입한 상태.

집을 지켜야 할 집주인은 부재중이라는 메시지도 받았다.


‘몬스터가 안 나오는 건가?’


너무 희망 회로를 태우는 걸까?

그렇지만 이미 시간은 5분 가까이 흐르고 있었다.

주변은 쥐 죽은 듯 조용하기만 하고.


이런 상황에 내 추측이 틀렸다고 볼 구석이 없었다.

조금씩 확신이 들었다.


“개꿀 미션······.”


레전드 미션인데 이렇게 먹어치운다?

그냥 엉덩이 붙이고 앉아 기다리기만 하면 된다고?


“지렸다. 이제야 내 고생이 빛을 발하는구나.”


입꼬리가 하늘을 향해서 올라갔다.




* * *




15분 동안 앉아만 있으면 전설 미션을 통과시켜드립니다.


‘무슨 모바일 게임 광고 같네.’


설치만 하면 뽑기권 1,000개.

쿠폰 등록만 하면 SSS급 소환수.

마치 이런 양산형 모바일 게임의 광고에서나 볼 법한 문구였다.


그렇지만 나에게는 현실.

다른 게임도 아닌 세상을 씹어먹는 자고.

그것도 아직 오픈하지도 않은 시즌 2의 성을 하나 먹을 기회라니.


띠링!


[‘5분’이 경과하였습니다.]

[미션 완료까지 ‘10분’ 남았습니다.]


어리둥절한 사이에 어느새 30퍼센트 넘게 진행된 미션.

개꿀 같이 날로 먹는 미션임이 확실해 보였다.


그렇지만 긴장이 풀기에는 너무 일렀던 걸까?

시스템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적의 공세가 강해집니다.]

[영주의 자격 검증이 시작됩니다.]


10분 남았다는 말에 이어서 온 두 줄의 메시지.

있지도 않은 적의 공세가 강해진다고?

인제야 적이 등장하는 게 아닐까?


꿀꺽.


마른침이 넘어갔다.

하지만 다행히도 역시나 잠잠한 주변.

역시나 이 미션은 망가져서 적은 나타나지 않을 모양이다.


그런데 영주의 자격?

이게 문제였다.


“윽!”


자격 검증이 무엇인지 말 대신 몸으로 알려주는 친절함.

갑자기 엉덩이에서 시작된 이질감이 온몸을 파고들었다.

분명 아바타인데 ‘아프다’라고 느낄 정도의 고통이었다.


띠링!


[극한의 추위에 노출되었습니다.]

[상태 이상, ‘저체온증’에 걸렸습니다.]

[상태 이상, ‘동상’에 걸렸습니다.]

[상태 이상, ‘오한’에 걸렸습니다.]


온몸을 덜덜 떨리게 만든 원인은 냉기.

미친듯한 차가움이었다.


불과 얼음 거인의 성인 빙화성.

눈보라가 몰아치는 혹한에 세워진 외딴 성.

냉기를 견디는 건 성의 주인에게는 기본 소양일 수도 있었다.


딱딱딱.


“으으으으윽. 추, 추워.”


아바타가 맞는 건지 군대에서의 추위가 떠올랐다.

강원도에서 겪었던 혹한기, 그 미친 듯한 추위와 고통.

그 때문인지 몸도 정상이 아니었다.


[기동이 느려지며 일부 스탯이 감소합니다.]

[일부 기능이 정지되며 사고회로가 둔화됩니다.]

[지속적인 피해로 생명력이 감소합니다.]


‘주, 죽는다.’


HP가 따로 있는 게임이 아니다.

그래서 치명상 한 번에 죽을 수도 있고, 어떤 상처를 입어도 살 수도 있다.

마치 인간처럼.


그렇지만 이번에는 진짜 죽는다.

몇 초안에 죽을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감히 나 따위는 버틸 수 없는 추위가 내 몸을 망가트리고 생명력을 갉아먹었다.


띠링!


[지속적인 피해로 생명력이 감소합니다.]

[지속적인 피해로 생명력이 감소합니다.]

[지속적인 피해로 생명력이 감소합니다.]

.

.

.


1초가 지날 때마다 새롭게 오는 죽어간다는 메시지.

그 어떤 괴물과 마주쳤을 때보다 지독한 공포를 주었다.


그러는 한편 내 안에는 애써 담담함이 자리하기도 했다.

드디어 이 지독한 곳에서 떠난다.

그런 안일하고 자포자기적인 마인드.


“지, 지랄하지 마!”


왜 내가 절벽을 아득바득 올랐고, 슬라임들을 죽였던가.

킹슬라임을 수천 번 발길질 한 건 그냥 이렇게 포기하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어떻게든 살아남기 위해서 아니었던가.


다시금 이를 악물고 의지를 다졌다.

그렇지만 모든 일이 의지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것이 현실.


‘방법이 있을 거야.’


마음의 공포를 이겨내자 고통은 줄어들었다.

정확히는 내가 인지하는 고통이 줄어 외면할 수 있게 된 것.

덕분에 차가워진 머리가 궁여지책을 찾아냈다.


‘씨발, 모르겠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몇 가지 되지도 않았다.

그러니 전부 해볼 수밖에.

인벤토리에서 물건을 꺼내는 손이 그래서 망설이지 않았다.


으쩍.

빠드득, 빠드드득.


무작정 입에 넣어서 씹었다.

제발이라고 속으로 외치며 손에 든 꽃을 씹어 삼켰다.




* * *




세상에 벌어지는 모든 일은 서로 연결되어 있다.

다만, 하찮은 인간인 우리가 그 관계성을 파악하지 못할 뿐이다.

그렇기에 작은 것도 허투로 여기면 안 된다.


이렇게 믿고 살아왔다.


──── ◆ ITEM ◆ ────

[ 이름 : 나타로피안 꽃 ]

[ 종류 : 재료 ]

[ 등급 : RARE ]

[ 능력 ]

▶[ ‘극한의 냉기’ 함유 ]

▶[ ‘강렬한 방한’ 함유 ]

──────────────


빙화성을 마주하기 위해 올랐던 눈 쌓인 절벽.

내 스테미너를 시험하기라도 하듯 지독하게 길었던 그 절벽에 핀 꽃이 바로 이 나타로피안 꽃이었다.

외로이 그 추운 곳에 핀 꽃이라니.


‘마치 언젠가 좋은 곳에 쓰이라는 거 같았지.’


특히나 이곳은 게임 속이다.

아무렇게나 아이템을 배치했을 리 없었다.

그것도 재료면서 레어 등급인 아이템을.


그러니 무작정이 아니었다.

혹시나 하는 작은 희망과 어설픈 계산 속에 난 이 꽃을 씹어 먹었다.

생각보다 맛도 좋았고.


“······아.”


그리고 꽃 몇 송이가 위장에 도착하자 덜덜 떨리던 몸이 차분해졌다.

몰아치던 냉기가 사라지고 적당한 시원함만이 남았다.

꽃의 효과인 ‘강렬한 방한’이 찾아온 것.


“윽. 악! 아아아아악!”


하지만 기뻐하는 것도 잠시.

난 배를 움켜쥐고 소리 아니, 비명을 질렀다.

감히 게임 속에서는 느낄 거라 상상하지 못한 진짜 아픔에 참을 수 없었다.


[극한의 냉기에 노출되었습니다.]


통증의 원인은 이번에도 차가움이었다.

냉기를 막아주는 ‘방한’과 그보다 위에 적힌 효과인 ‘냉기’.

두 가지를 모두 품은 꽃이 이번에는 안에서 날 죽이려 하고 있었다.


외부가 아닌 내부에서 시작된 공격.

이건 또 어떻게 벗어나야 할까?

아무리 머리를 굴려도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띠링!


그런데 몸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파고든 냉기에 질 수 없다는 듯 뜨겁게 타오르는 몸.


[지속적인 피해로 스테미너가 감소합니다.]

[지속적인 피해로 스테미너가 감소합니다.]

[지속적인 피해로 스테미너가 감소합니다.]

.

.

.


“······어?”


밖이 아닌 안에서 벌어지는 일은 내 몸이 방관하지 않았다.

전신에서 열기를 뿜어내는 몸은 이상할 정도로 잘 버텨주었다.

스테미너를 소모하면서.


생명력 대신 스테미너를 소모한다니.

다른 것도 아닌 스테미너라니.


‘할 수 있어.’


절로 이런 생각이 들 수밖에 없었다.


─── ◆ STATUS ◆ ───

.

.

.

[ 스테미너 ]

▶[ 592% <650%> ]<+250%>

─────────────


‘······미친.’


그렇지만 스테미너가 줄어드는 속도는 상상을 초월했다.

몇 초 지나지도 않았는데 벌써 50퍼센트 이상 날아가 버린 상태.

이대로라면 남겨진 9분가량을 버틸 재간이 없었다.


뽕, 꿀꺽꿀꺽.


띠링!


[‘스테미너 회복 물약’을 섭취하였습니다.]

[스테미너가 ‘50%’ 회복됩니다.]


행동에 망설임 따위 두지 않았다.

줄어드는 속도에 지지 않겠다는 듯 물약을 밀어 넣었다.


‘부족해.’


하지만 인벤토리에 남겨진 스테미너 물약은 이제 ‘14’개가 전부.

수백 개였던 물약을 킹슬라임에 다 쓴 것이 너무 뼈아픈 순간이었다.


하지만 멈추지 않고 남겨진 물약을 다 마셔버렸다.

조금이라도 시간을 벌어야 했으니까.

물론 정말 조금의 시간을 번 것이 전부였지만.


띠링!


[지속적인 피해로 스테미너가 감소합니다.]


─── ◆ STATUS ◆ ───

.

.

.

[ 스테미너 ]

▶[ 000% <650%> ]<+250%>

─────────────


그리고 채 5분이 지나기 전, 내 스테미너는 바닥을 드러냈다.


내 모든 걸 투자한 스테미너인데.

날 여기까지 있게 해준 스테미너였는데.

이렇게 간단히 한계를 보인다니.


조금은 씁쓸하기도 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타버릴 듯 열기를 만들던 몸은 이제 식어갈 거고 다시금 생명력이 줄어들 거다.

이제 남겨진 건 선택뿐.


‘이대로 죽을지. 아니면 포기할지.’


사실 갑자기 시작된 미션은 포기하면 그만이었다.

애써 여기까지 온 길이 아까우니 다음을 기약하며 다른 방법을 강구해도 좋을 거다.


‘면접은 끝났고 난 버려졌어.’


이 상황에 떠오르는 건 내가 처한 현실.

누구보다 열심히 했지만, 이미 면접은 오래전에 끝이 났을 거다.

그런 사람들에게 난 버려졌을 거고.


그러니 기묘한 감정들이 섞였다.

이대로 미션을 이기고 싶다는 아집이 피어났고.

그 반대편에서는 이 상황을 끝내고 싶다는 포기라는 것이 자라났다.


“그냥 죽여. 죽이라고.”


그래서 그냥 버티기로 했다.

죽는다면 그것도 나름 괜찮을 거라 여기며 그렇게 버텼다.


그렇지만 내가 잊고 있던 것이 하나가 있었다.


[스테미너를 완전히 소모하였습니다.]

[멈추지 않는 신념이 ‘신념’을 발동시킵니다.]


“아, 이런 게 있었지.”


킹슬라임을 죽이고 받은 보상, 멈추지 않는 신념.

스테미너 올인 아이템인 이 신발의 세 번째 능력이 발휘되었다.

신념이란 이름의 능력이.


[‘10분’ 동안 스테미너가 줄어들지 않습니다.]


“어라?”


어쩌면 이 미션 깰지도 모르겠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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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009. 낙오. (4) +2 24.05.25 1,642 4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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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005. 면접. (4) +2 24.05.23 1,773 35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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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001. JAGO. +4 24.05.23 3,207 46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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