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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레어킨
작품등록일 :
2024.05.08 10:43
최근연재일 :
2024.07.08 22:30
연재수 :
6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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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4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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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8
글자수 :
367,859

작성
24.06.09 22:30
조회
527
추천
15
글자
13쪽

눈빛이 달라졌어

DUMMY

허공에 뜬 루이스가 당황한 목소리로 소리쳤다.


“뭐. 뭐 하는 짓이냐!”

“공격을 반사하는 능력이 있나 본데. 이것도 반사할 수 있을지 모르겠군. 시험해 본 적 있나?”

“너 이 자식!”


놈이 버둥거리며 내게 팔다리를 휘둘렀다. 그러나 딛고 설 땅이 없어서 힘이 실리지 않았다. 나는 놈의 어깨를 아래쪽으로 누르며 말했다.


“이번 기회에 한 번 시험해 봐. 네 몸으로.”


놈의 몸을 투사체 삼아 땅을 향해 강력한 일격을 날렸다. 이제 놈은 자신의 체중과 중력가속도에 더해 강력한 일격까지 반사해 내야 한다.


지구를 상대로.


“으아아악!”


나는 놈과 떨어지자마자 곧바로 지면에 안착했다. 죽음을 직감한 놈이 어떻게든 충격을 줄여보려고 몸부림을 쳤지만, 인간이 공중에서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퍽.


질퍽한 소리와 함께 루이스는 형체도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산산이 조각났다.


보통 사람은 말끔한 시체를 보는 것만으로도 불편한 느낌을 받는다. 하물며 피투성이가 된 채 죽은 사람을 보면 속이 뒤틀린다.


그러나 나는 이주희가 죽었을 때도, 그리고 지금도.


여전히 별 감흥이 없다.


“후.”


이미 주변에는 죽거나 크게 다친 리요른 전사들이 피범벅이 된 채 바닥을 뒹굴고 있다. 확인 사살까지 할 생각은 없다. 몇 명은 살아야 내 이름을 알릴 테니까.


“나는 컬렉터다. 내 이름을 잘 기억해라. 나와 내 주변 사람을 건드리면 몇 번이고 찾아와 죽여주겠다.”


죽은 척 엎드렸던 몇몇 리요른 전사가 움찔했다.




컬렉터가 거점으로 들어간 지 약 10분쯤 되었을 때, 건물 안에서 기분 나쁜 파열음이 들렸다.


아주 큰 소리도 아니었고, 무슨 소린지 알 방법도 없었지만, 듣는 순간 온몸에 소름이 돋는 소리였다.


그리고 잠시 후, 피범벅이 된 컬렉터가 거점에서 나왔다.


“자. 자네···.”


간파 능력으로 컬렉터를 본 포이즈너는 할 말을 잃었다.


피 칠갑을 한 컬렉터의 모습은 살인마 그 자체다. 하지만 그의 표정엔 죄책감과 갈등, 그리고 고민이 보였다. 그 어느 것도 살인마에게 어울리는 감정은 아니다.


‘그러면 피에 미친 자도 아니라는 말인가?’


포이즈너는 손에 쥐고 있던 가스탄을 자연스럽게 넣으며 컬렉터에게 물었다.


“어떻게 됐지?”

“거점은 괴멸되었습니다. 몇 명 살아남은 자는 있지만 중상입니다. 루이스는 죽었습니다.”


컬렉터가 들어간 지 불과 10분밖에 지나지 않았다. 그 짧은 순간에 70여 명의 리요른 전사를 학살한 것이다. 포이즈너는 소름이 돋았지만, 내색하지 않았다.


“다쳤나?”

“아닙니다. 다 저들의 피입니다.”

“그건 다행이군.”


한 명이 70여 명을 작은 부상하나 없이 학살한 것을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는 모르겠지만, 지금은 그런 말이라도 해야 할 것 같았다.


“어쨌든 수고했네. 나머지는 내가 처리하지.”


그러자 컬렉터가 포이즈너를 말렸다.


“살아남은 자들은 그냥 두시죠.”

“왜? 놈들이 자네 능력을 보지 않았나?”

“그래서 살려두자고 말씀드린 겁니다.”

“무슨 소린지 모르겠군. 자네 능력이 알려지면 리요른 놈들도 대책을 세울 걸세.”

“그건 제가 감당하겠습니다. 그러니 그냥 살려 주십시오.”


포이즈너는 다시 한번 간파를 사용해 컬렉터의 표정을 읽었다. 단호함, 결의, 의지. 그것은 확고한 진심이었다.


“크흠. 알겠네. 그만 숙소로 돌아가지.”

“네. 수고하셨습니다.”

“수고는 무슨.”


포이즈너는 컬렉터가 점점 더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첫 작전을 성공한 후, 컬렉터와 포이즈너는 본격적으로 세계 곳곳을 돌아다니며 리요른의 거점을 파괴했다.


이미 포이즈너에게 여러 번 습격당한 경험이 있던 리요른은 그를 상대하기 위한 만반의 준비를 해두었지만, 어째서인지 이번엔 컬렉터가 단독으로 거점을 습격했다.


전사를 도발해 한 곳에 모은 후 대량학살.


단순한 전술이지만 컬렉터의 능력은 그 단순한 전술의 파괴력을 극대화했다.


코앞의 폭발도 막아내는 강철화와 반경 3m 안의 모든 것을 찢어발기는 손날 검기의 조합은 그야말로 최악이었다.


두 번째 거점이 파괴된 후, 아흐만은 급히 카슈티르에게 지시해서 컬렉터의 정보와 놈이 사용하는 전술을 각 거점에 전달했다. 단순한 전술이니 알면 막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자 컬렉터가 전술을 바꿨다.


포이즈너에게서 받은 가스탄으로 리요른 전사를 밖으로 몰아낸 뒤, 하나하나 처리하는 전술이었다.


거점 전체가 달려들어도 이기지 못한 컬렉터를 전사 한 명이 감당할 수는 없었다. 그 결과 단 3주 만에 7개의 거점이 완전히 괴멸되었다.




컬렉터와 포이즈너, 단 두 명으로 구성된 토벌대가 활동을 마치고 각자의 집으로 돌아간 것이 확인되었다. 그러자 아흐만은 카슈티르를 불러 몇 시간 동안 그의 무능함을 비난했다.


“컬렉터는 고작 D 랭크 플레이어야! 하위 랭커 하나 못 막아서 거점을 7개나 잃는다는 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나! 카슈티르! 도대체 자넨 뭘 하는 게야!”

“컬렉터가 강하다는 건 알았지만 그 정도로 강할 줄은 몰랐습니다. 지금이라도 제가 가서 직접 놈의 반지를 빼앗아 오겠습니다.”

“말이 되는 소리를 하게! 이젠 자네가 직접 나서도 이길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어! 거점이 어떻게 당했는지 아는데도 그런 소리를 하나? 자네는 우리 리요른의 마지막 희망이야! 자네마저 잃으면 리요른은 명맥이 끊어진단 말일세!”


또 이런 식이다. 콜베르에게 밀린 아흐만은 노화와 함께 자신감과 도전정신도 잃었다. 그런 자에게 리요른을 맡길 수는 없다.


“아무리 컬렉터라도 당장 또 움직일 수는 없을 걸세. 그러니 각 거점에 연락해 당분간 자중하라고 지시하게. 그리고 컬렉터에게는 어떤 전사도 보내면 안 되네! 더는 반지를 잃으면 안 돼!”

“네. 알겠습니다.”


이후에도 카슈티르는 몇 번이나 아흐만에게 주의를 받은 후에야 그곳에서 나올 수 있었다.




“소심한 노인네 같으니라고.”


아흐만의 마을을 벗어난 카슈티르는 침을 뱉듯 아흐만의 욕을 내뱉었다. 보수적인 방식은 승자만이 선택할 수 있는 방식이다. 모든 면에서 콜베르의 포르타에 밀리는 리요른은 그런 자세를 취하면 안 된다.


“어중간하게 힘을 나누니까 약한 거라고. 처음부터 그냥 나한테 다 몰아줬으면 됐잖아.”


가진 능력이 많을수록 강하다. 그런데도 아흐만은 반지를 한 사람에게 몰아주지 않고 하나씩 골고루 나눠주었다.


리요른 최강의 전사인 자신조차 두 번째 반지를 얻기까지 반년이 걸렸다.


“하지만 지금은···. 흐흐흐.”


컬렉터가 등장하기 전, 카슈티르가 가진 능력은 모두 5개였다. 그런데 컬렉터가 등장하면서 가속과 반사를 얻어 순식간에 7개가 되었다.


“확실히 계약은 좋은 능력이야.”


계약이 아니었다면 이렇듯 손쉽게 능력을 손에 넣지는 못했을 것이다. 지금은 오히려 컬렉터가 더 설쳐주길 바라는 지경이다.


카슈티르는 미소를 머금은 채 로린의 귀걸이를 사용해 각 거점의 관리자들에게 연락했다.


‘위원회의 토벌은 당분간 잠잠할 것이다. 시간이 생겼으니 나와 계약하지 않은 관리자는 하루빨리 와서 계약을 맺어라. 단 하나의 능력도 놈들에게 빼앗겨서는 안 된다.’


카슈티르의 야망이 점차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었다.




방콕에서의 7번째 토벌을 마지막으로 토벌대 임무가 끝났다.


“자네. 리요른에게 무슨 원한이라도 있나?”


포이즈너의 물음에 나는 감정 없는 표정으로 대답했다.


“그들은 제 하나뿐인 가족을 인질 삼아 저를 협박했습니다.”


더 듣지 않아도 포이즈너는 컬렉터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단번에 알 수 있었다.


플레이어도, 리요른도. 목적을 위해서는 수단을 가리지 않는 놈들이다. 그놈들이라면 반지를 빼앗기 위해 가족을 인질로 삼는 짓도 얼마든지 할 수 있다.


그러나 이어진 컬렉터의 말에는 포이즈너도 놀랄 수밖에 없었다.


“처음엔 그냥 조용히 있으려고 했습니다. 몇 번 덤비다가 제풀에 지칠거라고 생각했죠. 하지만 아니더군요. 리요른은 반지가 아닌 제 목숨을 노렸습니다.”

“뭐? 리요른이 반지가 아닌 자네 목숨을 노렸다고?”


놀란 포이즈너는 자기도 모르게 컬렉터에게 간파를 사용했다.


강렬한 분노, 후회, 그리고 결의가 읽혔다.


리요른이 플레이어를 습격하는 이유는 반지를 빼앗기 위해서다. 그런데 반지가 아닌 플레이어 자체를 노리다니?


“이상한 일이군. 리요른이 반지가 아닌 플레이어의 목숨을 노리다니. 왜 그랬다고 생각하나?”

“잘 모르겠습니다. 각 거점의 보스에게도 물어봤는데 다들 모르더군요.”


컬렉터는 담담한 표정으로 대답했지만, 그조차도 포이즈너에게는 신기하게 느껴졌다.


플레이어인데도 자기 능력을 노리지 않았다. 그렇다고 피에 미친 자도 아니었다. 그는 살인 후 항상 죄책감을 느꼈다. 그는 주변 사람을 지키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살인한 것이다.


그가 가진 능력도 신기했다. 이제 고작 D 랭크밖에 되지 않았는데도 자신이 눈을 본 능력만 5개다. 누군가 컬렉터를 노린다면 당연히 그가 가진 능력 때문이어야 하는데, 그는 리요른이 능력이 아닌 자신의 목숨을 노렸다고 했다.


그렇다면 컬렉터라는 플레이어에게 그가 가진 능력 이상의 무언가가 있다는 뜻이다.


포이즈너는 지난 3주간 계속하던 고민의 결론을 내렸다.


“이보게. 컬렉터.”

“예.”

“난 자네를 죽이려고 했네.”

“예?”

“지금까지 내가 만난 플레이어는 전부 내 능력을 노렸네. 그러다 결국 내 가족도 죽고 말았지. 난 자네도 당연히 내 능력을 노리고 토벌대에 자원했다고 생각했네.”

“그러셨군요.”

“하지만 지난 3주간 지켜보니 자네는 그럴 생각이 전혀 없더군. 자넨 오로지 리요른을 처치하는 것에만 몰두했지.”


컬렉터는 포이즈너가 무슨 말을 하려고 하는 건지 이해하지 못하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 모습을 본 포이즈너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대단한 소리를 하려는 건 아닐세. 자네. 고대 유물이 궁금하다고 했지?”


포이즈너의 물음에 컬렉터가 고개를 끄덕였다.


“고대 유물에 관해 알고 싶은 게 있으면 언제든 내 집으로 오게. 내가 아는 것 전부를 알려줄 테니.”

“그래도 괜찮겠습니까?”

“내 집은 적에게는 지옥이지만 친구에게는 언제나 열려 있다네. 자네처럼 순수한 사람이 온다는데 마다할 이유가 없지.”


포이즈너는 정말 오랜만에 사람을 보고 진심으로 웃었다.




토벌을 마치고 위원회에서 잡아준 비행기로 귀국했다.


공항엔 위원회 직원과 함께 할머니, 마스터 퍼핏이 마중 나와 있었다.


“아이구! 내 새끼! 어디 다친 디는 읎고?”

“괜찮아요. 할머니.”


눈물까지 떨구는 할머니를 꼭 안았다. 그러자 마스터 퍼핏이 말했다.


“생각보다 힘들었나 보다?”

“뭘 보고 그런 소릴 해?”


그러자 마스터 퍼핏이 힘없이 웃으며 대답했다.


“너. 눈빛이 달라졌어.”


마스터 퍼핏의 말에 나도 모르게 몸이 굳었다.


지난 3주간 정말 많은 사람을 죽였다. 우발적 살인도 아니었다. 나는 리요른에게 본보기를 보여주려 가능한 한 더 처절하고 잔인하게 놈들을 처치했다. 그러는 사이, 어느새 내 눈에 살기가 깃든 것이다.


“자세한 얘긴 나중에 하자. 나 이따 2시부터 경기 있어. 얼른 집에 가야 해.”

“뭐? 2시? 그럼 2시간밖에 안 남았잖아!”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어.”


경기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소리를 들은 마스터 퍼핏은 황급히 차를 타고 안전 가옥으로 향했다.


가는 동안에도 할머니는 연신 눈물을 훔치시며 고생했다고, 수고했다고 말씀하셨다. 나는 이번에도 할머니에게 걱정을 끼쳤다.


길이 막히지 않아 안전 가옥에는 제시간에 도착할 수 있었다.


“짐은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너는 얼른 방으로 들어가.”

“부탁할게.”


뒷일을 마스터 퍼핏에게 맡겨두고 나는 빠르게 빈방으로 들어갔다.


「경기 준비 중. 당신의 상대는 디스트로이어(Destroyer)입니다.」


전과는 다르게 이번엔 2시가 되자마자 경기가 잡혔다.


파괴자.


한때는 상대 아이디만 보고도 겁을 먹었던 때가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저 차분하다.


「경기 준비가 완료되었습니다. 경기 시작까지 남은 시간은 3분.」


나도 모르게 깃든 살기를 뿌리치려 고개를 털었다. 상대는 나와 아무 관련도 없는 플레이어다.


「곧 경기가 시작됩니다. 10. 9. 8······ 3. 2. 1. 경기 시작.」


또다시 포르타가 시작된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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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그때 얘기해요 24.06.05 613 15 13쪽
24 좀 무섭다 24.06.05 625 12 13쪽
23 해보겠습니다 24.06.04 637 13 13쪽
22 더 약해서 인 것 아닙니까? +1 24.06.04 640 13 13쪽
21 후회하게 될 거다 24.06.03 641 14 13쪽
20 아직은 때가 아니야 24.05.31 658 12 14쪽
19 알 수가 없다 +1 24.05.30 666 14 13쪽
18 사람 잘못 건드렸다 24.05.29 677 14 13쪽
17 그 너튜브 스타? +3 24.05.28 695 15 13쪽
16 나갈 일이 없는 게 문제야 24.05.27 718 14 13쪽
15 아이디가 확정되었습니다 24.05.24 749 16 13쪽
14 여기서 살 면 안 돼요? +1 24.05.23 784 17 13쪽
13 어쩔 수 없어 24.05.22 820 19 13쪽
12 네가 누군지 모르는데? +4 24.05.21 832 19 13쪽
11 먹히지 않는다 +1 24.05.20 837 15 13쪽
10 모든 것을 잃습니다 +1 24.05.17 869 19 14쪽
9 리처드 케인입니다 +3 24.05.16 889 21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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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칼을 꺼냈어요! +1 24.05.13 950 22 14쪽
5 건강히 계세요. +4 24.05.12 995 2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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