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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상서생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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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레어킨
작품등록일 :
2024.05.08 10:43
최근연재일 :
2024.07.02 22:30
연재수 :
5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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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300
추천수 :
732
글자수 :
318,993

작성
24.06.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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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7
추천
11
글자
13쪽

좀 무섭다

DUMMY

사고 가속 유도 장치가 제대로 작동하는 것을 확인한 유미영은 뛸 듯이 기뻐했다.


“됐어요! 드디어 제대로 사고 가속을 연구할 수 있게 됐다고요!”


어지간히 기뻤던지 유미영은 케인의 손을 붙잡고 폴짝폴짝 뛰기까지 했다.


기쁜 것은 나도 마찬가지였다. 반지로 얻는 능력과는 다르게 사고 가속은 활용할 방법이 무궁무진하다.


치열한 격투 중에 사용하면 아무리 빠른 공격도 받아낼 수 있다. 지금까지처럼 경기 도중 사용하면 상대를 이길 방법을 찾아낼 수도 있다.


이제 나는 어떤 상대도 두렵지 않다.


그런데 케인의 얼굴이 붉어진 것 같은 건 기분 탓인가?


“우현 씨! 이제 연구소도 개소했고, 프로토타입도 잘 작동하니까 다시 연구를 시작할 수 있어요. 언제부터 참여할 수 있어요?”


유미영의 물음에 잠시 고민했다.


이 장치만 있으면 나는 마음대로 사고 가속을 제어할 수 있다. 이제부터의 연구는 유미영을 위한 것이지 나를 위한 것이 아니다.


하지만 그냥 넘어가기엔 찜찜함이 남는다. 장치를 통해 사고 가속은 쓸 수 있지만 메커니즘은 여전히 모른다. 이런 상태에서 사고 가속을 마음껏 써도 될까? 부작용은 없을까?


어떤 것도 마냥 좋기만 할 수는 없다. 아무리 몸에 좋은 약도 부작용이 있기 마련이다. 사고 가속엔 그런 것이 없을까?


마지막 남은 약간의 의구심까지 해소하려면 유미영의 연구를 돕는 편이 좋다.


“일주일에 두세 번은 참여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러자 유미영이 반색했다.


“그 정도면 충분해요! 우현 씨 불편하지 않게 제가 미리 다 준비할 테니까 와서 검사만 받아요. 잠깐이면 될 거예요.”


유미영의 말에 나는 웃음으로 화답했다.




유미영과 헤어진 후, 케인과 단둘이 연구소 로비에서 대화를 나누었다.


“프로토타입 감사합니다. 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그러자 케인이 너털웃음을 웃었다.


“말은 고맙지만 정말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군요. 장치가 없어도 우현 씨는 이미 강한데.”

“경기 보셨습니까?”

“물론 다 봤죠. 하지만 경기 때문에 하는 말은 아닙니다.”

“그럼···?”

“길로틴을 처치했더군요.”


정말이지 포르타는 정보의 비대칭 수준이 정도를 넘어섰다. 플레이어는 정보를 얻을 방법이 극히 제한적인데, 클럽 회원과 위원회는 거의 실시간으로 플레이어에 관한 정보를 얻는다.


“그쪽에서 먼저 습격했습니다.”

“비난하려는 건 아닙니다. 대강의 내용은 알고 있습니다. 아시는지 모르겠지만 그는 C 랭크의 강자였죠. 그런 플레이어를 이겼다는 건 우현 씨가 이미 C 랭크 수준을 넘어섰다는 이야기나 다름없습니다.”

“그렇습니까?”


대답은 겸손하게 했지만 나도 내 강함에 어느 정도 확신이 생겼다.


길로틴처럼 제 능력의 한계도 제대로 모른 채, 오로지 능력의 강력함에만 기대어 싸우는 플레이어는 내 상대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여전히 갈 길은 멀다. 내 궁극적인 목표는 S 랭크다. 나는 여전히 마스터 퍼핏을 이길 방법을 찾아내지 못했다.


“그런데 한 가지 묻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케인의 표정을 보니 어딘가 걱정스러워하는 것 같다. 진지한 이야기인 것 같아 나도 자세를 바로 하고 대답했다.


“말씀하시죠.”

“얘길 들어보니 길로틴을 살려준 것 같던데. 일부러 그런 겁니까?”


케인의 물음에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걸 살았다고 얘기할 수 있나?


길로틴이 가진 방어 능력의 정확한 이름은 강철화였는데, 내장까지 완전히 강철이 된 탓에 그 높이에서 떨어지고도 살아서 돌아가기는 했다.


하지만 비틀렸던 사지는 전부 복합골절 판정을 받았고, 무엇보다 떨어질 때의 정신적 충격이 너무 심했던 나머지 기억을 잃은 뒤에도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할 정도였다.


길로틴은 이제 팔다리에 장애가 남았고, 트라우마 때문에 건물 2층에도 못 올라간다.


“죽이려고 하지는 않았으니까. 일단은 그렇습니다. 제가 살려줬습니다.”


그러자 케인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왜 그랬습니까? 길로틴은 당신의 목숨을 노린 자입니다. 왜 그런 자를 살려줬습니까? 설마 마지막 순간에 주저한 겁니까? 자비심이나 연민 때문에? 그게 아니라면 살인자가 되고 싶지 않았던 겁니까? 왜 그를 살려준 겁니까?”


무슨 얘길 하려나 했다. 케인은 내가 중요한 순간 결단을 주저할까봐 걱정한 것이다.


“무슨 뜻으로 그런 말씀을 하시는지는 알겠습니다. 하지만 당신이 걱정하는 그런 건 아니었습니다.”

“그러면 왜 그를 살려줬습니까?”


케인의 물음에 나는 스마트폰을 꺼내 당시 전투 장면을 녹화한 CCTV 화면을 보여주었다. 전투 상황을 복기할 기회가 흔치 않아 경찰에게는 주지 않고 나만 갖고 있었다.


영상을 모두 본 케인은 한동안 말이 없었다.


“일단 죽지는 않았지만, 그걸 살려줬다고 하는 게 맞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이때 얼마나 높이 올라갔습니까? 바닥이 패인 걸 보면 꽤 높은 곳에서 떨어진 것 같은데.”

“약 60m 정도에서 떨어졌습니다.”

“세상에···. 그런데도 살았단 말입니까?”

“네. 강철화가 대단하긴 대단하더군요.”

“그럼 지금은 멀쩡합니까?”


케인의 물음에 나는 짐짓 안타까운 표정을 지은 채 대답했다.


“팔다리 전부 복합골절로 인한 장애가 남았습니다. 휠체어가 없으면 이동할 수 없죠. 기억을 잃은 뒤에도 트라우마가 남아서 건물 2층에도 올라가지 못합니다. 직접 확인해 본 것은 아니지만 언어장애도 생겼다고 하더군요.”


케인은 한동안 말이 없었다. 뭔가 생각이 많은 모양이었다.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저는 중요한 순간에 결단을 주저할 정도로 무르지 않습니다.”


그러자 케인이 내 스마트폰을 돌려주며 말했다.


“제가 제대로 알아보지도 않고 섣부른 얘기를 꺼냈군요. 미안합니다.”

“괜찮습니다. 다만 이것 한 가지는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그게 뭡니까?”

“아시다시피 제 목표는 S 랭크입니다. 목표에 도달할 때까지는 망설이지도 주저하지도 않을 겁니다.”


케인에게 한 말은 진심이었다. 나는 S 랭크가 될 것이다.


나를 위해, 할머니를 위해.


“하하. 이거 정말. 저는 지금까지 제가 안목이 좋은 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우현 씨는 제 예상을 아득하게 뛰어넘은 사람이군요. 그 실력, 단호함, 목표 의식까지. 좋습니다. 이제부터는 저도 우현 씨를 전적으로 믿고 지원해 드리겠습니다. 마침 연구소도 열었으니 필요한 게 있으면 무엇이든 얘기하세요.”


나는 이미 돈이 많다. 하지만 세상엔 돈으로도 안 되는 것이 있기 마련이다. 케인은 그런 부분을 채워줄 수 있다.


“그럼 혹시···.”


내 부탁을 들은 케인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프로토타입이 제대로 작동하는 것을 확인한 후, 사고 가속 연구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이전까지 사고 가속은 실제로 존재하는 현상인데도 객관적인 데이터를 만들 수가 없었다.


그러나 이제는 프로토타입과 나를 통해 사고 가속 중에 뇌에서 어떤 현상이 일어나는지 알아낼 수 있게 되었다.


“우현 씨. 준비됐나요?”

“네.”

“좋아요. 기록 시작했으니까 언제든지 시작하세요.”


유미영의 신호를 받고 프로토타입을 작동했다. 그러자 시각을 제외한 모든 감각이 차단되며 시간이 느려졌다.


사고 가속은 마치 세상의 해상도를 높인 것 같은 효과가 있다. 평소에는 그냥 보고 지나쳤던 것들도 전부 선명하게 눈에 들어온다.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눈에 보이면 그에 따른 생각이 뒤따라오고, 어떤 생각이 시작되면 곧바로 그와 연결된 다른 생각이 일어난다.


그리고 그와 같은 생각의 연쇄가 짧은 순간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이어진다.


다시 시간이 정상 속도로 돌아왔다.


“끝났습니다.”


사전에 유미영이 끝나면 신호를 달라고 했다. 그래서 이야기했는데 유미영은 내 쪽을 보지 않았다. 그녀의 시선은 결과가 출력된 모니터에 박혀 있었다.


“소장님?”


다시 한번 부르자 그제야 유미영이 고개를 들었다. 그런데 표정이 전에 없이 심각하다.


“우현 씨. 일단 오늘은 여기까지만 하죠. 연구원들하고 결과에 관해 상의해 봐야 할 것 같아요.”


일상적인 이야기인데도 유미영의 표정이 좋지 않으니 왠지 걱정된다.


“결과가 안 좋습니까?”


그러자 유미영이 화들짝 놀라며 손사래를 쳤다.


“아뇨. 그런 건 아니에요. 그냥···. 결과가 제 예상하고 너무 다르게 나와서 그래요.”


그런 것 치고는 표정이 너무 심각하던데. 하지만 본인이 아니라고 하니 더 물어보기도 힘들었다. 그때, 유미영이 뭔가 생각났다는 듯 말했다.


“아! 우현 씨가 미스터 케인에게 부탁한 게 있었다면서요?”

“네. 그렇습니다.”

“필요한 인력들 다 도착해서 오늘 오전에 언제든 시작할 수 있다고 연락이 왔어요. 우현 씨가 원한다면 바로 할 수 있을 거예요.”


지난번 케인을 만났을 때, 나는 그에게 전문 트레이너를 요청했다. 나도 돈은 있지만, 유명한 트레이너는 연락할 방법을 찾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그래서 케인에게 부탁해서 트레이너를 구한 건데, 그게 고작 2주 만에 준비가 끝났다.


“그러면 지금 가봐도 됩니까?”

“물론이죠. 헤드 코치에게는 다 얘기해 뒀어요.”

“감사합니다.”


드디어 제대로 된 훈련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10번의 경기를 치르고 D 랭크로 승급하며 깨달은 것이 하나 있다.


반지의 능력은 고점이 명확하지만, 저점은 플레이어의 역량에 따라 달라진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1초 회귀는 한 번에 최대 1초밖에 회귀할 수 없다. 하지만 반대로 0.8초나 0.5초 회귀는 가능하다.


그런 식으로 능력을 약화해 사용하면 소모 값이 줄어들며 사용횟수가 늘어난다.


물론 회귀는 그런 식으로 사용할 이유가 없지만, 몇몇 다른 능력은 강약을 조절해 사용하면 훨씬 더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다.


길로틴에게서 빼앗은 능력이 그런 종류다. 다들 그의 능력이 ‘절단’과 ‘경화’라고 생각했는데 앱에서 확인한 정식 명칭은 ‘손날 검기’와 ‘강철화’였다.


이름부터 중2병 같은 손날 검기는 말 그대로 손날로 검기를 발사하는 능력이다. 발사된 검기는 반경 3m까지 나가는데, 능력을 조절하면 검기의 크기를 줄여 거리를 늘릴 수도 있다. 능력 이름만 다른 사람에게 알려주지 않으면 좋은 능력이다.


강철화도 마찬가지다. 사용하면 최대 1초 동안 전신이 강철로 변하는 강철화는 강력한 방어력을 가진 만큼 부작용이 있다. 강철이 되면 몸이 굳어 움직이지 못한다.


하지만 능력을 약하게 사용하면 아주 잠깐만 강철로 변할 수 있다. 적의 공격 타이밍에 맞춰 강철화를 사용하면 경직은 최소화하고 방어를 극대화할 수 있다.


이런 식의 활용법을 깨닫게 해준 것은 의외로 길로틴이었다. 싸울 당시에는 몰랐는데 CCTV에 녹화된 영상을 돌려보다가 길로틴의 경직이 거의 눈에 띄지 않는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놈도 나름대로 능력을 활용할 방법을 찾은 것이다.


그런데 능력을 약하게 사용할 때 가장 극적인 변화가 일어나는 것은 의외로 순간이동이었다.


순간이동의 최대 이동 거리는 30m다. 하지만 이걸 cm 단위로 사용하면 일시적으로 빠르게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게 할 수 있다.


순간이동 직전의 운동량이 이동 후에도 그대로 보존된다는 점을 이용한 방법인데, 상대를 향해 주먹을 뻗을 때 cm 단위로 순간이동을 사용하면 갑자기 팔이 늘어나는 것처럼 보인다.


결국 포르타는 시작도 끝도 능력이다. 능력을 얼마나 능수능란하게 활용하는가에 따라 플레이어의 경기력이 달라진다.


그래서 더욱더 전문적인 트레이닝이 필요해졌다. 능력을 잘 활용하기 위해선 신체 능력이 기반이 되어야 한다.




연구소에 마련된 트레이닝센터에 도착하니 이미 케인이 보낸 트레이너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안녕하십니까. 신우현입니다.”


하나같이 업계에서 이름을 날리는 사람들이라 그런지 풍기는 아우라가 대단했다. 그중 가장 풍채가 좋고 키가 큰 대머리 남자가 다가와 손을 내밀었다.


“반갑습니다. 앞으로 당신의 트레이닝을 전담할 헤드 코치인 로만 이브라힘입니다.”


이 사람은 나 같은 일반인도 이름을 알 정도로 유명한 트레이너다. 월드 클래스 스포츠 스타를 여럿 트레이닝했고, 격투기 쪽에서도 이름이 널리 알려져 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이브라힘이 내민 손을 마주 잡자, 그가 웃었다.


그런데 어쩐지 그 웃음이 좀···. 무섭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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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알아서 할게 24.06.06 432 13 14쪽
25 그때 얘기해요 24.06.05 451 13 13쪽
» 좀 무섭다 24.06.05 458 11 13쪽
23 해보겠습니다 24.06.04 467 12 13쪽
22 더 약해서 인 것 아닙니까? +1 24.06.04 471 12 13쪽
21 후회하게 될 거다 24.06.03 473 12 13쪽
20 아직은 때가 아니야 24.05.31 484 11 14쪽
19 알 수가 없다 +1 24.05.30 493 13 13쪽
18 사람 잘못 건드렸다 24.05.29 502 13 13쪽
17 그 너튜브 스타? +3 24.05.28 516 14 13쪽
16 나갈 일이 없는 게 문제야 24.05.27 532 13 13쪽
15 아이디가 확정되었습니다 24.05.24 554 13 13쪽
14 여기서 살 면 안 돼요? 24.05.23 585 14 13쪽
13 어쩔 수 없어 24.05.22 612 16 13쪽
12 네가 누군지 모르는데? +4 24.05.21 624 16 13쪽
11 먹히지 않는다 +1 24.05.20 626 12 13쪽
10 모든 것을 잃습니다 +1 24.05.17 658 15 14쪽
9 리처드 케인입니다 +2 24.05.16 673 16 14쪽
8 답답하네 24.05.15 667 17 13쪽
7 할 일이 있습니다 +1 24.05.14 686 17 13쪽
6 칼을 꺼냈어요! +1 24.05.13 713 16 14쪽
5 건강히 계세요. +3 24.05.12 750 17 13쪽
4 계속해야겠지? +2 24.05.11 769 22 13쪽
3 항복같은 소리 하네 24.05.10 801 18 16쪽
2 경기가 시작됩니다 24.05.09 927 18 14쪽
1 포르타에 초대합니다. 24.05.08 1,182 2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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