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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상서생 님의 서재입니다.

취준생인데 초능력 얻고 배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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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레어킨
작품등록일 :
2024.05.08 10:43
최근연재일 :
2024.07.02 22:30
연재수 :
5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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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2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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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2
글자수 :
318,993

작성
24.06.03 2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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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2
추천
12
글자
13쪽

후회하게 될 거다

DUMMY

지난 9경기 동안 능력을 얻지는 못했지만, 경험은 쌓았다.


특히 그동안 내가 몰랐던 디테일에 관해서 많은 것을 깨닫는 계기가 되었다.


포르타는 초능력 배틀이지만 모두가 같은 능력을 가진 것은 아니다. 마스터 퍼핏의 꼭두각시나 길로틴의 절단 능력은 여러 능력 들 중에서도 수위에 속하는 능력이지만, 강력한 일격이나 명중은 비교적 낮은 등급에 속한다.


하지만 그것이 강력한 일격을 가진 플레이어가 꼭두각시 능력자를 만나면 매번 진다는 의미는 아니다. 포르타에선 능력도 중요하지만, 그보다는 능력을 어떻게 활용하는가가 몇 배는 더 중요하다.


낮게 평가되는 능력이라도 쓰기에 따라서는 얼마든지 강력하게 사용할 수 있다.


「경기 시작.」


경기가 시작되면 제일 먼저 경기장의 특성부터 파악해야 한다. 경기장에 따라 능력을 쓰는 방식을 달리 해야 하기 때문이다.


상대의 아이디는 섀도우 워커다. 그림자를 타고 이동하는 능력일 가능성이 크다. 그런데 이번 경기장은 어느 빌딩의 사무실 안, 즉 실내다. 실내엔 그림자가 많다.


‘일단 주변에 그림자를 만들만한 것들부터 치운다.’


섀도우 워커는 아직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나는 그사이 재빨리 책상과 의자를 발로 밀어내 공간을 확보했다.


“이봐. 어딘가에서 내 얘기 한 번쯤은 들어봤을 텐데? 괜히 힘 빼지 말고 항복해.”


전에는 이런 식으로 도발하지 않았지만, 이제는 아니다. 말 한마디로 상대의 전의를 꺾을 수 있다면 얼마든지 할 수 있다.


“제길! 조금만 더 있으면 D 랭크인데! 일부러 시간도 피했는데 왜 네가 걸린 거야!”


왜 경기 시간이 지체됐는지 알 것 같다. 앱의 플레이어 리스트엔 아이디와 선호 시간이 표시된다. 이를 본 다른 플레이어가 내 선호 시간을 피한 것이다. 내가 의도한 대로 흘러가고 있다.


“굳이 험한 꼴 보게 하고 싶지 않다. 그냥 항복해.”

“입 닥쳐! 어떻게 여기까지 올라왔는데! 내가 다시 노숙자로 돌아갈 것 같아?”

“죽는 것보다는 나을 텐데?”

“차라리 죽는 게 나아!”


이것도 경기를 치르며 알게 된 사실이다. 포르타에서 활동하는 플레이어는 경기에서 지느니 죽는 게 낫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플레이어는 아마 수습도 통과하지 못하고 탈락했겠지. 남은 플레이어는 전부 절박하거나 탐욕스러운 자들이다.


발밑의 그림자가 부풀어 올랐다. 주변에 다른 그림자가 없으니 내 그림자를 타고 넘어온 것이다. 그러나 그건 너무 뻔하다.


퍽.


그림자를 향해 삼단봉을 내려치자 이제 막 튀어나오던 녀석의 머리에 맞았다.


퍽 하는 소리와 함께 비명이 터져 나왔다.


“악!”


포르타에선 아이디로 능력을 파악할 수 있다. 그런데도 섀도우 워커는 곧이곧대로 내 그림자를 타고 넘어왔다. 능력 활용이 서툰 자다.


나는 책상에서 볼펜 하나를 집어 사무실 구석의 그늘진 곳에서 몸을 일으키는 섀도우 워커를 향해 던졌다.


뒤늦게 볼펜이 날아오는 것을 발견한 섀도우 워커는 급하게 다시 능력을 사용해 어디론가 숨었다.


명중은 투사체가 느릴수록 더 크게 방향을 꺾을 수 있다. 휘적휘적 날아가던 볼펜이 그가 이동한 방향을 향해 크게 방향을 꺾었다.


“못 도망친다.”


볼펜의 경로를 따라 시선을 보내자 섀도우 워커가 숨은 모습이 보였다. 나는 삼단봉을 치켜든 채로 그의 등 뒤로 돌아가 내리쳤다.


퍽.


“악!”


놀란 녀석이 재빨리 그림자로 숨었다. 그와 동시에 1초 회귀. 그리고는 다시 그림자로 숨으려는 녀석의 손목을 잡아챘다.


“뭐. 뭐야!”


그림자로 빨려 들어가던 놈의 몸이 덜컥 멈췄다. 보아하니 그림자 이동 능력은 자신만 이동할 뿐 다른 사람은 이동시킬 수 없는 모양이었다. 내 손에 붙잡힌 그의 손목이 그림자 위에 기괴하게 걸려 있다.


“너는 네 능력이 어떤지 제대로 시험도 안 해보고 경기하나?”

“이익! 이거 놔! 놓으라고!”


손목은 내 앞에 있는데 나머지 부분은 사무실 반대에서 나타났다. 순간이동은 몸 전체가 동시에 이동하지만 그림자 이동은 이렇게 신체를 분리할 수도 있는 모양이다.


잘만 활용하면 동시에 사방에서 공격할 수도 있을 텐데, 능력이 주인을 잘못 만났다.


퍽.


“아악!”


삼단봉으로 놈의 손을 내려친 후, 곧바로 놈의 머리를 향해 쇠구슬을 집어 던졌다.


퍽.


“아악! 이런 씨!”

“더 할 생각인가? 그만 항복하지?”


또 하나 알게 된 중요한 사실이 있다. 포르타는 초능력 배틀이지만 본래 가진 신체 능력의 역할도 크다는 것이다.


섀도우 워커가 다른 짓 할 시간에 신체 단련을 했다면 붙잡힌 손목을 풀지 못해 곤경에 처하는 일 따위는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능력만 믿고 훈련을 게을리한 탓에 내 손을 뿌리칠 힘이 없었다. 도망칠 수 없다고 판단한 놈이 선택한 것은 역공이었다.


“죽어!”


그는 반대편으로 넘어갔던 몸을 다시 끌고 들어와 내게 칼을 찔렀다.


예전이라면 나도 당황해서 공격을 허용하고 뒤늦게 회귀를 써서 반격했을 것이다. 하지만 경험이 쌓이면서 회귀를 쓰는 빈도가 점점 줄어들었다. 이제 이런 공격은 눈으로 보고 피할 수 있다.


나는 놈의 공격을 가볍게 흘린 뒤 칼을 든 손목을 삼단봉으로 후려쳐 떨어뜨렸다. 그리고는 곧바로 전기충격기를 꺼내 놈의 목에 박아 넣었다.


파지직.


“으그그극!”


지난 9번의 경기 동안, 나는 상대를 죽이지 않고 제압하기 위해 노력했다. 능력이 4개가 되었을 때부터 이미 다른 플레이어와의 차이가 크게 벌어져 있었다. 무엇보다 반지를 얻으려면 목숨이 붙어 있어야 한다.


하지만 상대를 죽이지 않고 기절시키는 것은 생각보다 어려웠다. 케인이 특수 제작해서 보내준 삼단봉에 강력한 일격을 실으면 맞은 부위가 터져나간다. 쇠구슬도 마찬가지다.


아직 어설픈 복싱 실력으로는 상대를 기절시킬 수 없었다. 남은 방법은 능력을 한계까지 쓰게 만들어 실신시키는 것뿐이었는데, 백 스태버 이후로 그런 멍청이는 만나지 못했다.


그래서 마련한 것이 전기충격기다. 하지만 이것도 생각보다 효과는 없다. 전기충격기를 대고 있으면 나도 손을 못 대고, 전기충격기를 떼면 곧바로 항복해 버린다.


「경기가 끝났습니다. 당신의 승리입니다.」


매번 이런 식이다. 전기충격기에 지져진 놈들은 극심한 고통에 시달리다가 이길 수 없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 항복해 버린다. 차라리 항복하더라도 반지는 주지 않겠다는 것이다. 왜 그렇게까지 하는지는 아직 이해하지 못했다.


이번에도 반지는 빼앗지 못했다.




경기가 끝나자마자 포르타를 열었다.


「승급을 축하합니다. 당신은 이제 D 랭크입니다.」


건조한 축하 메시지를 치우고 프로필을 열었다.


=================

이 름 : 신우현

아이디 : 컬렉터

성 별 : 남자

신 장 : 181cm

몸무게 : 75kg

랭 크 : D3


자세한 내용을 보려면 [여기]를 누르세요.

=================


예상대로 D 랭크로 승급했다.


=================

전 적 : 13전 13승 0패

보 유 스 킬 : 회귀, 명중(투사체), 단거리 순간이동, 강력한 일격

누적 포인트 : 3,012점

=================


그러나 그것뿐이었다. 전적이 늘어났고 그에 따라 포인트가 쌓였지만 달라지는 건 없었다.


“이제 고작 시작일뿐이라는 거군.”


F부터 S까지 있는 랭킹 시스템에서 나는 이제 겨우 D 랭크다. 아직 하위 랭크조차 벗어나지 못했다.


갈 길이 멀다. 하지만 곧 닿을 것이다.




별로 힘든 경기는 아니었지만, 아직도 경기를 치르고 나면 정신적인 피로가 있다. 이겨야 한다는 강박 때문이거나 아니면 경기에 집중한 탓일 것이다.


그래서 이젠 습관처럼 경기가 끝나면 욕조에 몸을 담근다. 욕조에 물을 받는 동안 할머니에게 전화를 걸었다.


“할머니. 저예요. 예. 내일 찾아뵈려고요. 다들 잘 있죠? 네. 김치찌개 좋죠. 네. 그럼 내일 뵐게요.”


아직 해가 지지도 않았지만 오늘까지는 좀 쉬고 싶다.


그런데 그때, 집의 경비 시스템에서 요란한 사이렌이 울렸다. 침입자다.


“후···.”


호흡을 가다듬었다. 사이렌은 울리지만, 경비업체가 찾아오거나 하지는 않는다. 날 찾아오는 놈들에게 공포를 심어주려면 직접 상대해야 한다.


그나저나 언제부터인가 거의 매일 전투를 치르고 있다. 이번엔 또 누구지?


경기가 끝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장비는 그대로 착용하고 있다. 나는 불청객을 맞이하기 위해 널찍한 마당으로 나갔다.


“호오. 경보가 울리길래 어딘가에 꼭꼭 숨을 줄 알았더니? 먼저 밖으로 나올 줄은 몰랐네?”


일부러 나무를 전부 치워 텅 빈 마당엔 노랗게 머리를 물들인 양아치 한 명이 서 있었다.


나이는 대략 20대 중반, 체격도 나보다 왜소한 걸 보니 평소에 훈련 같은 건 안 하는 놈이다.


“도대체 어떤 놈이길래 E1부터 시작하나 했더니. 막상 보니까 별 볼 일 없잖아?”


놈이 건들거리는 말투로 시비를 걸었다. 그러나 나는 그 꼴이 우스웠다. 별 볼 일 없다니. 그건 능력만 믿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네 놈이 들을 소리지.


“네가 길로틴이냐?”


리요른 전사일리는 없다. 그들은 하나같이 강철같은 육체를 갖고 있다. 그렇다면 플레이어인데, 지금 시점에서 나를 노릴 놈은 길로틴뿐이다.


“오? 벌써 나를 알아? 너 후원자 있었냐? 어쩐지. 랭크가 올라도 너무 빨리 오른다 싶었지. 야! 부럽다! 도대체 무슨 능력이길래 벌써 후원자가 붙었냐?”

“이주희를 왜 죽였지?”

“누구? 이주희? 그게 누구···. 아! 그때 그 꽃집 여자애? 아. 씨. 그때 생각하면 지금도 빡치네. 영상을 제보했다길래 뭐 아는 게 있나 싶어서 쫓아갔더니. 이건 뭐 이름 말고 아는 게 아무것도 없더구만? 덕분에 너 찾느라 고생 좀 했다?”

“어떻게 이주희가 영상을 제보한 걸 알았지?”

“곧 죽을 놈이 뭐 그렇게 궁금한 게 많아? 우리 아버지가 방송국 관계자다. 왜!”


이놈의 아버지는 무슨 생각으로 이놈에게 이주희가 있는 곳을 알려준 것일까? 또 그녀가 죽었다는 걸 알았을 때 무슨 생각을 했을까?


결국 자식의 잘못은 부모로부터 시작되는 것이다.


“절단 능력은 꽤 좋은 축에 속한다던데. 어떤 능력인지 어디 한번 보자.”


그러자 길로틴이 낄낄대며 웃었다.


“크큭. 야. 꿈 깨. 넌 내 능력이 뭔지 볼 새도 없을 거야. 곧 목이 떨어질 테니까. 아! 그러고 보니 목이 떨어져도 잠깐은 의식이 있다던데. 그때 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네.”


놈이 손날을 치켜들었다. 그와 동시에 나는 순간이동을 사용했다.


그러자 놈은 기다렸다는 듯 치켜든 손날을 내가 서 있던 곳이 아닌 등 뒤쪽으로 내리그었다.


슈칵.


놈의 손짓에 벽이 갈라졌다. 그러나 나는 그곳에 없었다.


“너. 내 능력을 알고 있구나?”


상대가 내 능력을 모르는 게 확실할 땐 무조건 등 뒤로 돌아갔다. 하지만 확신이 없을 땐 일부러 다른 곳으로 이동했다. 마스터 퍼핏과의 연습을 통해 얻은 교훈이다. 공격이 실패하자 놈의 눈이 커졌다.


“너 지금 나 시험한 거야? 대단한데? 뭔가 대단한 능력을 갖고 있을 거라고만 생각했는데. 능력만 가지고 올라온 건 아닌가 보네? 훌륭해. 하하. 그런데 어떡하냐? E 랭크랑 C 랭크는 능력부터 경험까지 하늘과 땅 차이야. 네가 날 이길 가능성은 없다고.”

“막상 만나보니 자신이 없나? 어째 혀가 길군.”

“뭐? 이 새끼가···!”


깐족거리는 놈들은 그만큼 쉽게 흥분한다. 놈은 가벼운 도발에 흥분해 가차 없이 손날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그러나 뭘 배웠거나 따로 훈련한 몸이 아니라서 동작이 쉽게 읽혔다.


나는 놈이 휘두르는 손날의 가상 궤적에서 벗어나며 놈을 향해 쇠구슬을 던졌다. 하지만.


깡.


통하지 않았다. 쇠구슬은 마치 철판에 부딪힌 것 같은 소리를 내며 저 멀리 튕겨 나갔다.


“하하. 이 새끼야. 너만 다중 능력자인 줄 알아? 내 몸은 강철이라고!”


내 공격이 무위로 돌아가자 놈의 기세가 더욱 등등해졌다. 어쩐지 처음부터 방어는 신경도 안 쓰는 것 같더라니. 놈은 몸을 단단하게 하는 능력을 갖고 있었다.


이건 좀 문제다. 지금 내가 가진 능력으로는 놈의 방어를 뚫을 수가 없다. 게다가 놈의 공격은 한 번 한 번이 목숨을 앗아갈 수 있을 정도로 치명적이다.


그러나 여지가 없는 것은 아니다. 놈은 너무 단순하게만 능력을 사용했다. 무엇이든 벨 수 있다는 능력으로 고작 손날이나 휘두른다. 강철같은 신체는 애초에 활용할 여지도 별로 없는 능력이다.


그러나 내가 가진 능력은 다르다.


“너. 지금 그 말 후회하게 될 거다.”


나는 삼단봉을 펼치며 전투 자세를 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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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알아서 할게 24.06.06 432 13 14쪽
25 그때 얘기해요 24.06.05 451 13 13쪽
24 좀 무섭다 24.06.05 457 11 13쪽
23 해보겠습니다 24.06.04 467 12 13쪽
22 더 약해서 인 것 아닙니까? +1 24.06.04 471 12 13쪽
» 후회하게 될 거다 24.06.03 473 12 13쪽
20 아직은 때가 아니야 24.05.31 483 11 14쪽
19 알 수가 없다 +1 24.05.30 493 13 13쪽
18 사람 잘못 건드렸다 24.05.29 502 13 13쪽
17 그 너튜브 스타? +3 24.05.28 516 14 13쪽
16 나갈 일이 없는 게 문제야 24.05.27 532 13 13쪽
15 아이디가 확정되었습니다 24.05.24 554 13 13쪽
14 여기서 살 면 안 돼요? 24.05.23 585 14 13쪽
13 어쩔 수 없어 24.05.22 612 16 13쪽
12 네가 누군지 모르는데? +4 24.05.21 624 16 13쪽
11 먹히지 않는다 +1 24.05.20 626 12 13쪽
10 모든 것을 잃습니다 +1 24.05.17 658 15 14쪽
9 리처드 케인입니다 +2 24.05.16 673 16 14쪽
8 답답하네 24.05.15 667 17 13쪽
7 할 일이 있습니다 +1 24.05.14 686 17 13쪽
6 칼을 꺼냈어요! +1 24.05.13 712 16 14쪽
5 건강히 계세요. +3 24.05.12 750 17 13쪽
4 계속해야겠지? +2 24.05.11 769 22 13쪽
3 항복같은 소리 하네 24.05.10 801 18 16쪽
2 경기가 시작됩니다 24.05.09 927 18 14쪽
1 포르타에 초대합니다. 24.05.08 1,182 2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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