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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상서생 님의 서재입니다.

취준생인데 초능력 얻고 배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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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레어킨
작품등록일 :
2024.05.08 10:43
최근연재일 :
2024.07.08 22:30
연재수 :
6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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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9
글자수 :
367,859

작성
24.06.07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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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4
추천
14
글자
13쪽

피곤한 사람이다

DUMMY

콜베르의 집무실에 버틀러가 들어왔다.


포이즈너와 컬렉터, 단둘이 리요른 토벌에 나섰다는 소식을 듣고 샌프란시스코에서 급하게 날아온 참이었다.


“위원장님. 정말 괜찮으시겠습니까? 다른 플레이어도 아니고 포이즈너입니다.”


버틀러의 말에 콜베르는 덤덤한 표정을 말했다.


“내가 지시한 일이 아니네. 그가 자원했네.”

“압니다. 하지만 말릴 수는 있었잖습니까?”


냉정하게 생각하면 컬렉터를 포이즈너와 붙여놓는 건 위험하다. 포이즈너는 여전히 1급 감시 대상이다.


그러나 콜베르는 여전히 정체가 확실하지 않은 컬렉터의 능력에 기대를 걸고 있었다.


“자네도 그 반지(The Ring)에 관해 알지 않나? 그 반지라면 포이즈너를 제어할 수 있을 걸세.”

“그 반지라면. 설마 리요른이 말하는 신의 능력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그건 정체도 확실하지 않은 능력이지 않습니까?”


그러자 콜베르가 희미하게 웃었다.


“그래. 아무도 그 반지의 능력이 무엇인지 모르지. 하지만 나는 그 반지가 존재한다는 걸 확실하게 아네. 다만 컬렉터가 그 반지를 가졌는지가 확실하지 않을 뿐이지.”

“말도 안 됩니다! 그건 2천 년 전 대전에서 딱 한 번, 그것도 말로만 언급된 능력입니다!”


버틀러의 목소리가 커졌다. 늘 냉정하게 판단하던 콜베르가 그런 미신에 가까운 말을 믿고 현 포르타 최고 유망주를 죽을지도 모르는 곳에 보냈으니까.


하지만 콜베르의 목소리는 여전히 차분했다.


“의심하지 말게. 버틀러. 그 반지는 분명히 있어.”

“어떻게 그렇게 확신하십니까?”

“그에게 직접 들었으니까.”


버틀러의 말문이 막혔다. 콜베르가 말한 ‘그’가 2천 년 전 대전의 영웅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가 정말 그 반지를 직접 언급했다는 말입니까?”

“그렇다네. 다만 어떤 능력인지는 끝까지 말해주지 않았지. 자신이 아니면 쓸 수 없는 능력이라면서 말이지.”

“도대체 무슨 능력이길래···.”


반지의 능력은 누가 사용하는가에 따라 같은 능력이라도 엄청난 경기력 차이를 가져온다.


마스터 퍼핏이 사용하는 꼭두각시는 첫 번째 대전 때부터 최강의 능력 중 하나로 일컬어졌지만, 과거의 그 누구도 마스터 퍼핏만큼 꼭두각시를 자유자재로 활용하지 못했다.


반면 근거리 순간이동은 꼭두각시 능력에 버금가는 좋은 능력이지만 허세와 컨셉에 매몰된 백 스태버에게 주어진 탓에 제대로 활용해 보지도 못하고 컬렉터에게 능력을 빼앗겼다.


하지만 콜베르가 말한 신의 능력처럼 사용할 수 있는 사람과 사용할 수 없는 사람이 나뉘는 능력은 없다.


“그건 나도 모르네만. 어째 컬렉터가 얻은 첫 번째 반지의 능력과 닮은 점이 있는 것 같지 않나?”


신우현이 얻은 첫 번째 반지는 앞서 176명의 플레이어를 거치는 동안 누구도 제대로 사용하지 못했다. 그러나 신우현은 제대로 사용하는 것을 넘어 승승장구하며 능력을 수집하고 있다.


그렇게 보면 콜베르의 말이 맞는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추측이지 않습니까? 지금까지의 경기력만 계속 보여준다면 컬렉터는 충분히 S 랭크에 오를 수 있는 플레이어입니다. 그런 플레이어를 단지 추측만으로 포이즈너와 붙이는 건 너무 위험한 발상입니다.”


버틀러는 보수적인 사람이었다. 신우현이 신의 능력을 가졌다면 어떻게든 보호해야 한다. 반대로 신의 능력이 없는데도 그만한 경기력을 보여주는 것이라면 더더욱 보호해야 한다. 어떤 경우에도 포이즈너와 함께 보낼 이유는 없는 것이다.


그러나 콜베르의 생각은 정반대였다.


“이번 토벌은 일종의 시험이네. 그가 정말 신의 능력을 가졌다면 포이즈너 정도는 문제가 되지 않을 걸세. 신의 능력이 없어도 달라질 것은 없네. 아무리 포이즈너가 위험해도 그는 B 랭크 플레이어야. 컬렉터의 목표가 S 랭크라면 언젠가는 반드시 넘어야 할 산이지.”

“그건···!”


보수적인 버틀러와 급진적인 콜베르는 늘 이런 식으로 부딪혔다. 때로는 버틀러가 이기고, 때로는 콜베르가 이기며 위원회를 꾸려온 것이다. 이번엔 콜베르의 승리였다. 결국 컬렉터 자신이 선택한 일이기 때문이다.


“기다리게. 난 그가 잘 해낼 것이라고 믿네.”

“그렇게 믿고 싶은 것 아닙니까?”

“그 둘은 다르지 않다네. 하하.”


버틀러는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콜베르를 바라보았다.




난생처음 타는 비행기가 유럽행이 될 줄은 몰랐다. 포이즈너를 만난다고 하길래 당연히 몽골로 갈 줄 알았는데, 바르셀로나에서 합류하게 되었다.


바르셀로나 공항에도 위원회 소속 직원이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직원의 차를 타고 바르셀로나의 남쪽 항구에 있는 작은 호텔에 도착했다.


“호텔 전체를 임대했습니다. 주변 건물도 전부 비워뒀으니 안심하셔도 됩니다.”

“네.”


누가 봐도 포이즈너 때문에 취한 조치인 게 뻔한데 뭘 안심하라는 소리인지 모르겠다.


“포이즈너는 언제 도착합니까?”


호텔을 나가려던 직원에게 물었더니 걸음도 멈추지 않고 고개만 돌려 대답했다.


“10분 후에 도착한다고 연락받았습니다!”

“......”


무슨 협력 어쩌고 하길래 위원회와 관계가 좋은 줄 알았다. 그런데 직원의 태도를 보니 그런 것도 아닌 모양이다.


위원회에서 손을 쓴 덕분에 나는 아무도 없는 로비에 홀로 앉아 포이즈너를 기다렸다.


잠시 후. 호텔 현관으로 160cm가 될까 말까 할 정도로 작은 흑인 한 명이 허리를 꼿꼿이 편 채 걸어들어왔다.


희한한 인상이었다. 분명 체구는 작은데 자세는 철심을 박아 넣은 듯 꼿꼿하다. 그런데 얼굴에선 묘한 장난기가 보였다.


로비에 들어선 남자는 곧 나를 발견했다.


“오? 자네가 컬렉터인가?”

“그렇습니다. 포이즈너십니까?”

“그렇네.”


멀리서 봤을 땐 그저 자세가 꼿꼿한 키 작은 흑인이었는데, 가까이서 보니 두 눈에 장난기가 그득한 악동이었다. 물론 그가 정말로 소년 소리를 들을 나이는 아니지만 내 눈에는 그렇게 보였다.


다만, 장난기는 보여도 광기가 보이지는 않는다. 오히려 굉장히 정중한 편이다.


“또 호텔을 비웠군. 이럴 필요 없다고 콜베르에게 몇 번을 말했는데.”

“이런 일이 자주 있습니까?”

“나올 때마다 매번 겪는 일이지. 내가 저지른 짓이 있으니 조심하는 건 이해하지만 이건 너무 과하군.”


반경 3km를 독가스로 뒤덮은 사람이 할 말인가? 그때, 포이즈너가 심각한 표정으로 물었다.


“자네. 밥 먹었나?”

“아니요. 아직 안 먹었습니다.”


그러자 포이즈너의 표정이 환해졌다. 감정이 표정으로 그대로 드러나는 타입이다.


“그거 잘 됐군. 바르셀로나는 해산물이 유명하다고 하던데. 자네 혹시 못 먹는 해산물 있나?”

“아니요. 다 잘 먹습니다.”

“잘 됐군. 그럼 일단 내가 알아서 주문하겠네.”


투숙객은커녕 직원도 하나 없는데 어떻게 주문한다는 거지? 그런데 그때, 포이즈너가 스마트폰을 꺼내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날세. 저녁을 먹어야 하니 이 근처에서 유명한 음식은 전부 하나씩 갖다주게. 와인도 적당한 걸로 두어 병 갖다주고.”


나는 전화를 끊은 포이즈너에게 조심스럽게 물었다.


“어디에 전화하신 겁니까?”

“당연히 위원회지. 어차피 주변 식당이고 뭐고 전부 비웠을 것 아닌가?”

“그렇다는 것 같기는 한데···.”

“걱정할 것 없네. 지금까지도 다 이렇게 해 왔으니까. 그나저나 콜베르 말을 들으니 자네 순간이동 능력이 있다면서?”


나는 포이즈너에 관한 정보가 없는데 포이즈너는 이미 나에 대해 아는 모양이다.


“네. 있습니다.”

“잘 됐군. 그러면 저기 호텔 건너편에 갖다 두라고 할 테니 자네가 가서 좀 가져오게. 내가 그렇게 괜찮다고 얘길 해도 위원회 소속 직원들은 도무지 가까이 오려고 하질 않아서 말이야.”

“......”


이거···. 뭔가 내가 생각했던 것과 많이 다른 것 같다.




나와 포이즈너는 아무도 없는 호텔 로비에서 뜬금없는 만찬을 벌였다. 도저히 두 사람이 먹을 양이 아니어서 조금씩 맛만 봤는데도 금세 배가 불렀다.


“자네는 술 안 마시나?”

“포르타를 시작한 후부터는 끊었습니다.”

“그래? 그것참 안타깝군.”


포이즈너는 보란 듯이 잔에 와인을 가득 채운 뒤 단번에 비워냈다.


“흠. 향이 좋군.”


와인과는 별로 친하지 않지만 저렇게 마시는 건 아닌 것 같은데···?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포이즈너가 말을 걸었다.


“듣자하니 자네 솜씨가 괜찮다던데. 리요른 전사와 싸워본 적은 있나?”

“네. 지금까지 세 번 싸웠습니다.”

“몇 번대 전사였지?”

“처음 두 명은 백번 대 이상이었고, 마지막 한 번은 백번 대 이하였습니다.”

“반지를 가진 리요른 전사가 습격했는데도 살아 있다면 실력은 확실하군.”


나는 다시 한번 가득 찬 와인 잔을 입으로 가져가는 포이즈너에게 물었다.


“이런 토벌에 자주 참여하십니까?”

“그게 내가 콜베르와 맺은 계약이네. 자네도 들어서 알겠지만 내 능력이 일대일보다는 대량 학살에 더 특화되어 있어서 말일세.”


살벌한 이야기도 밥 먹으면서 하니까 아무 일도 아닌 것처럼 느껴진다.


“간단한 거지. 위원회는 날 몽골 초원에 가두고 가끔 이렇게 토벌에 불러내지. 그 대신 나는 필요한 모든 편의를 제공받고. 그게 나와 위원회 사이의 계약이네.”


제 발로 몽골 초원에 들어갔다는 게 이상하다 싶었더니 그런 계약이 있었다. 위원회 직원을 하인 부리듯 부리는 것도 이해가 된다.


“그나저나 자네는 내가 토벌대에 있다는 걸 알면서도 자원했다면서? 왜 그랬나?”

“위원회와 협력 관계라는 말을 듣고 아무한테나 해코지하지 않을 분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뭐. 결론적으로 그 생각은 맞았군.”

“그리고 여쭤보고 싶은 것도 있었습니다.”

“내게 말인가?”

“예.”


포이즈너와 친목이나 다지려고 토벌대에 자원한 건 아니다. 그냥 넘길 수도 있지만 나는 어째서인지 포르타 상점의 고대 유물에 뭔가 비밀이 있을 것 같았다.


“포르타 상점의 고대 유물에 관해 아십니까?”


내 물음에 포이즈너는 갑자기 그런 말이 나와서 의외라는 듯, 눈을 크게 떴다.


“왜 그걸 내게 묻나?”

“포이즈너 님이라면 아실지도 모른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그러니까 그 말을 누구에게 들었냐는 말일세. 콜베르인가?”

“그게···.”

“걱정하지 말게. 해코지하려는 건 아니니까. 그냥 궁금해서 물어보는 걸세.”


다른 사람이 이렇게 말했다면 얼마든지 얘기해 줬을 것이다. 그런데 하필 그런 말을 하는 상대가 포이즈너다 보니 쉽사리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마스터 퍼핏에게 들었습니다.”


아무리 포이즈너라도 S 랭크 최강자에게 해코지하지는 못하겠지?


“거참. 그 친구가 어떻게 그걸 알았는지 모르겠군. 콜베르에게도 비밀로 하고 있었던 건데.”

“정말 고대 유물에 관해 아십니까?”


장님 문고리 잡는 심정으로 물어본 건데 의외로 아는 게 있는 모양이다.


“사실 아는 게 그렇게 많지는 않네만 고대 유물을 연구하고는 있지.”

“네? 연구요?”


그러자 포이즈너가 껄껄 웃으며 말했다.


“자네는 아직 모르나? 포르타를 하기 전에 내 원래 직업은 생화학자였다네. 케이프타운 대학교에서 연구를 병행하며 학생들을 가르쳤지.”

“아!”


이제야 왜 포이즈너라는 이름이 그렇게까지 악명을 떨쳤는지 이해가 된다. 생화학자에게 독 능력이 주어지다니. 김정은에게 핵 발사 버튼이 주어진 꼴이다.


“그런데 그걸 알려주려면 내 연구소로 가야 하는데. 지금은 알려주고 싶어도 알려줄 방법이 없군.”

“연구소가 어디입니까?”

“당연히 몽골이지. 위원회의 도움을 받아서 새로 지었다네. 장비도 최신식이지. 하하.”


그 얘기 듣자고 포이즈너의 연구실로 간다고? 그 위험한 곳을?


“저···. 지금 말로 해 주시면 안 됩니까?”


그러자 포이즈너가 미간을 찌푸렸다.


“자네 이쪽 연구에 관해 잘 아나?”

“아니요. 전혀 모릅니다.”

“바로 그 걸세.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에게 생화학 이야기를 해 봤자 알아듣겠냔 말일세.”

“연구소에 간다고 알 수 있는 것도 아니잖습니까?”

“하지만 보여줄 수는 있지.”


아···. 내가 정말 그렇게까지 고대 유물이 궁금했던가?


“그러지 말고 이번 토벌이 끝나면 같이 가세나. 안 그래도 연구는 해놨는데 성과를 보여줄 사람이 없어서 안타깝던 참이었네.”

“저. 그게···.”


거절하려고 했다. 하지만 이글이글 타오르는 포이즈너의 눈동자를 보는 순간 더는 거절할 수 없게 되었다. 거절하면 죽을 것 같다.


“알겠습니다.”

“잘 생각했네. 일단 오늘은 푹 쉬고 일은 내일부터 시작하세나.”

“예.”


포이즈너는 내 생각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피곤한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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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그대로 돌려주지 24.06.08 534 16 13쪽
» 피곤한 사람이다 24.06.07 555 14 13쪽
26 알아서 할게 24.06.06 584 16 14쪽
25 그때 얘기해요 24.06.05 613 15 13쪽
24 좀 무섭다 24.06.05 625 12 13쪽
23 해보겠습니다 24.06.04 637 13 13쪽
22 더 약해서 인 것 아닙니까? +1 24.06.04 640 13 13쪽
21 후회하게 될 거다 24.06.03 641 14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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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사람 잘못 건드렸다 24.05.29 677 14 13쪽
17 그 너튜브 스타? +3 24.05.28 695 15 13쪽
16 나갈 일이 없는 게 문제야 24.05.27 719 14 13쪽
15 아이디가 확정되었습니다 24.05.24 749 16 13쪽
14 여기서 살 면 안 돼요? +1 24.05.23 784 17 13쪽
13 어쩔 수 없어 24.05.22 820 19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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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먹히지 않는다 +1 24.05.20 837 15 13쪽
10 모든 것을 잃습니다 +1 24.05.17 870 19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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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할 일이 있습니다 +2 24.05.14 932 22 13쪽
6 칼을 꺼냈어요! +1 24.05.13 951 22 14쪽
5 건강히 계세요. +4 24.05.12 998 2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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