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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tchCat의 서재

씨앗을 뿌려라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CatchCat
작품등록일 :
2017.06.26 17:42
최근연재일 :
2017.08.04 18:00
연재수 :
3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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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글자수 :
182,626

작성
17.07.26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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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23화.되감기(2)

DUMMY

어차피 자네라면 이야기해주더라도 문제는 없겠지.

목적지에 도달할 때까지 시간은 상당히 걸릴걸세.

조용히 갈 이유도 없으니 자네의 심심함 정도는 풀어줘도 문제는 없을 테지.

하지만 다른 이에게 말할 생각은 하지 말게나.

지금부터 내가 말해줄 성녀의 정보는 다른 사람이 알아서 좋을 것도 없고 잘못하면 위협이 될 수도 있으니까.

게다가 듣게 된다고 한들 성녀를 동정하지 말게나.

그런 짓 했다가는 살해당할지도 모르니.

하지만 이 이야기를 내가 꺼내게 되리라고는 생각도 못했군.

그러니까 4년 정도 전의 이야기일세.

벌써 그 정도 시간이 흘렀다는 사실이 믿겨지지 않는군.

자네는 수도에서 살던 사람이 아니라서 모를 수도 있겠지만 내가 속한 가문은 오랜 세월동안 사제의 일을 해온 전통적인 사제 집안이라고 부르기도 한다네.

지금에 와서야 가문의 성을 이름에 잘도 달고 다니지만 4년 전의 나는 상당히 어렸었네.

응?

지금은 나이가 어떻게 되냐고?

올해로 24살이다만.

20대라서 의외라고?

몸만 컸다는 말이 있듯이 정신머리만 빠르게 자라는 사람도 있는 법이다.

지금도 다 자라지는 못한 몸이지만 그때의 나는 정말로 어렸네.

어리고, 어리석고, 오만했지.

그때만 하더라도 나는 내가 다 컸다고 착각하고 있었네.

어쨌든 말했듯이 마일스톤 가문은 고위 사제 가문일세.

봉인 마법을 특기로 삼지.

수도에서 사제가 되려면 정기적인 시험을 통과하는 방법도 있으나 시험과는 별개로 사제들 사이에는 엄연히 계급이라는 것이 존재하기 마련이네.

예시로 지금 내가 입고 있는 하얀색의 제복은 시련을 극복하고 신의 발끝에 도달했다는 의미를 담고 있고 플린델 사제들 사이에서 두 번째로 가장 높은 계급을 뜻하지.

위에서부터 순서대로 황금, 하양, 검정, 푸른색이니 기억해두게.

기만할 생각은 없네만 지금 나는 이 하얀 제복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아.

가능하다면 사제직을 당장이라도 그만두고 싶을 정도네.

보통 사제의 길에 오르고 난 이들은 대부분 출세에 눈이 멀어 공적을 세우려고 안달이지.

하지만 고위 사제 집안이라면 출세는 한결 더 쉽다.

때문에 실력의 유무와는 관계없이 빠르게 제복을 갈아입는 이들도 잔뜩 있네.

4년 전의 나 역시 그 사실을 알고 있었고 그걸 환멸하고 있었지.

그래서 나는 가문의 지원을 일절 거절했었네.

그딴 도움이 없이 나정도의 능력이면 밑바닥부터 시작하더라도 충분히 고위직에 오를 수 있을 거라는 생각하고 있었어.

그건 틀림없는 사실이었지.

실제로 나는 우수했고 지금도 그런데다가 보다시피 고위직에 올랐으니까.

하지만 오만했다는 것은 그 점이 아닐세.

그 사실 자체 때문이 아니라 그로 인해서 얼마나 큰 민폐를 끼치게 될지 모르고 있었다는 점이 문제였네.

오만했다는 것은 그 때문일세.

그리고 모든 일은 성녀를 만나고 나서부터 시작되었지.

가문 내에서도 상당한 기량을 갖추고 있던 나는 어렵지 않게 시험을 통과하고 가장 말단부터 사제 일을 시작하던 무렵의 이야기일세.

사제들은 여러 명이서 한 조를 이루어 행동하는데 내 경우에는 선배가 한 명 있었지.

시험에 합격했던 사람이니만큼 실력만큼은 우수했어.

실력만 우수했었지.

우리 둘은 위에서 내려오는 임무를 묵묵하게 잘 수행해내었네.

고작해야 작은 마을에서 들어오는 헛소문을 조사하는 잡일이기는 했지만 문제는 없었어.

그러던 중에 일이 하나 들어오게 되었다네.

수도에서 멀지 않은 작은 수도원에서 들어온 요청이었지.

근처에서 유령이 보이니까 어떻게든 해달라는 내용이었네.

마녀가 만들어낸 허깨비라도 되는가 싶어서 우리 둘이 임무를 맡게 되었고 수도원에 도착하게 되었네.


“안녕하세요. 요한이라고 합니다. 이곳에서 수도원장을 맡고 있습니다.”


나이는 조금 들어 주름살이 보이지만 악수하는 손힘만큼은 억센 여성이었다네.

사제나 이단 심문관처럼 위험한 일에 뛰어들지는 않더라도 신에 대한 믿음이 있다면 수도원을 차려 사람들에게 믿음을 전파하는 이들도 있는 법이지.

자네 마을에도 수도원이 하나 정도는 있었을지는 모르지만 내가 갔던 곳은 마을에서 10분 정도의 거리의 숲속 한가운데에 있었다네.

왜 이렇게 위험한 곳에 위치했는지 물어보니 만에 하나 숲에서 추종자를 발견하면 빠르게 마을에 알리기 위해서라더군.

자세히 둘러보니 수도원에는 감시탑 같은 곳이 있었고 그 위에는 사람의 키만 한 종이 하나 있었어.

그걸 울려서 위험을 알리는 것이 틀림없었네.


“구조 요청은 당신께서 보내신 겁니까?”

“네. 마을사람들이 말이 많아져서 말이죠. 경비도 늘었고 저희 수도원의 사람들도 조사는 해보고 있었지만 도무지 단서를 찾아낼 수가 없었습니다.”

“유령을 목격한 사람들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그 사람은 어디 계시죠?”

“지금이라면 아직 시간이 늦지 않았으니 다들 일어나 있을 겁니다. 이름과 편지를 써드릴 테니 가지고 가시면 편하실 겁니다.”


선배는 먼저 숲을 둘러보고 온다고 해서 자연스럽게 내가 마을을 조사하는 방향으로 흘러가게 된 셈이지.

딱히 불만은 없었네.

불만은 없었지만 불편함은 있었지.

수도원장에게서 설명을 듣고 있는 내내 저 멀리서 시선이 느껴졌으니까 말이야.

눈만 살짝 돌려 확인해보니 여성이 한명 있었네.

보라색의 머리색에 정갈한 검은색의 수도복을 입고 있는 아직 어린 여성이었네.

수습 수도원생인가 생각하고 싶었지만 그렇게 생각하기에 그녀에게는 이상한 구석이 있었지.

물론 사제 일을 하면서 사람들의 주목을 받는 일은 결코 드물지 않아.

대부분은 선망이나 경외심 때문이지만 그녀는 명백하게 적의를 담아 나를 보고 있었네.

얼핏 보더라도 그 정도는 알 수 있었네.

처음 보는 사람을 노려보는 경우라면 대개 그 이유는 하나일세.

그건 분명 사제라는 직업에 원한이 생긴 것이 틀림없었어.

만일을 대비해서 본인은 눈치 채지 못하게 물어보기로 했었네.


“지금 저희를 보고 있는 저 사람은 누굽니까?”


그러자 수도원장이 그녀가 있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네.

몰래 물어본 짓이 괜한 일이라고 여겨졌어.

여자는 흠칫 했지만 수도원장은 그녀를 보고는 후후 웃으면서 나에게 그녀의 정체를 알려주었네.


“저 아이의 이름은 미아입니다. 오랫동안 이곳에 머물러서 수도원 일을 도와주는 아이죠.”

“고아인가요?”


내 질문에 수도원장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여주었네.

별 특별한 일도 아니지.

아무리 최근의 시대에 다다라서는 한결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마녀와 추종자들 때문에 피해를 입고 가족을 잃는 이야기는 그렇게 흔하지 않아.

교황청에서는 최대한 이들을 지원하려고 해보지만 아무래도 한계는 있고 수도원에서 그중 몇 명을 도맡는 일도 빈번하지.

특별히 나쁜 일은 아니기에 위에서도 막을 이유는 없지.

그렇다면 그녀는 사제에 대해서 무언가 오해라도 하고 있는 걸지도 모른다고 그 때 나는 생각했었네.


“마침 잘 됐군요. 미아와 함께 마을로 가시죠. 저 아이가 함께 있으면 마을사람들도 경계하지는 않을 겁니다.”

“네? 저기 잠깐만······.”


내가 말을 끝내기도 전에 수도원장이 그녀한테 걸어가서 뭐라고 말을 했기에 말릴 새도 없었지.

내가 있는 곳까지 들리지는 않았지만 미아라는 여자아이는 멀리서 보더라도 상당히 싫어하는 기색이었어.

하지만 수도원장의 설득이 정말이지 강했는지 그녀는 마지못해 고개를 몇 번 끄덕이더군.

몇 십초 후에 둘이 함께 내 앞으로 걸어와서는 소개를 시켜주고 나서야 다시 이야기가 진행될 수 있었네.


“미아가 조사를 도와드릴 겁니다. 그녀는 숲에 대한 지리도 밝으니 분명 도움이 될 겁니다.”

“원장님. 아무래도 저······.”

“슬슬 익숙해지는 것도 좋잖니? 어쩌면 저분이 너에게 큰 도움이 될지도 모르고.”

“하지만······.”


아무래도 설득은 조금 더 시간이 걸릴 것 같아보였네.

솔직히 나는 도움은 필요 없었고 오히려 이런 일에 문외한 사람이 끼어들었다가는 짐이 될 수도 있어서 가능하면 내쪽에서 거절하고 싶었네.

그녀 역시 싫어하는 눈치였고 그렇다면 억지로 강요할 필요는 없었으니까.

조금 답답해져서 내가 괜찮다고 말하려는 순간.


“···알겠어요.”

“부디 너의 과거를 극복할 수 있기를 바란단다.”


수도원장의 말에 미아는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네.

그리곤 가볍게 목례를 하면서 나에게 정식으로 자신을 소개하더군.

가까이서 보니까 겨우 알아차릴 수 있었지만 그녀는 상당히 불안해보였다네.

적의를 담아 바라보고는 있었지만 눈동자에는 흔들림이 있었어.

적의와 공포.

이 두 가지의 감정이 혼합되어 나를 싫어하는 것만 같았지.

악수는 하지 말자고 생각하며 나 역시 그녀에게 인사를 건넸네.

최대한 그녀가 놀라지 않게 말이야.


“레이튼 마일스톤이라고 하네. 잘 부탁한다.”


그것이 나와 성녀의 첫 만남이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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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29화.Forget me not(2) 17.08.02 18 0 11쪽
29 28화.Forget me not(1) 17.08.01 25 0 14쪽
28 27화.되감기(6) 17.07.31 21 0 22쪽
27 26화.되감기(5) 17.07.31 20 0 14쪽
26 25화.되감기(4) 17.07.28 21 0 8쪽
25 24화.되감기(3) 17.07.27 25 0 9쪽
» 23화.되감기(2) 17.07.26 21 0 9쪽
23 22화.되감기(1) 17.07.25 21 0 7쪽
22 21화.괴담조사(11) 17.07.24 26 0 10쪽
21 20화.괴담조사(10) 17.07.21 24 0 9쪽
20 19화.괴담조사(9) 17.07.20 30 0 15쪽
19 18화.괴담조사(8) 17.07.19 28 0 15쪽
18 17화.괴담조사(7) 17.07.18 32 0 11쪽
17 16화.괴담조사(6) 17.07.17 36 0 13쪽
16 15화.괴담조사(5) 17.07.14 87 0 12쪽
15 14화.괴담조사(4) 17.07.13 40 0 9쪽
14 13화.괴담조사(3) 17.07.12 97 0 12쪽
13 12화.괴담조사(2) 17.07.11 40 0 9쪽
12 11화.괴담조사(1) 17.07.10 107 0 10쪽
11 10화.자격 박탈 17.07.07 47 2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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