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CatchCat의 서재

씨앗을 뿌려라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CatchCat
작품등록일 :
2017.06.26 17:42
최근연재일 :
2017.08.04 18:00
연재수 :
34 회
조회수 :
1,981
추천수 :
24
글자수 :
182,626

작성
17.07.12 17:51
조회
97
추천
0
글자
12쪽

13화.괴담조사(3)

DUMMY

“사라진 사람은 총 세 명이고 그중에서 현재 확인된 사람은 한 명뿐이군요.”

“그나마도 죽은 사람이네요······.”


이제 해가 중천에 뜰 무렵, 아직 에반과 성녀는 아직 숙소에 남아있었다.

방금 전까지 최대한의 정보를 주었던 촌장은 이미 자리를 비운지 오래였고 성녀는 필요하다고 싶은 정보를 미리 종이에 적어 식탁 위에 올려두었다.

두 사람은 아무 말이 없었고 고요함이 방안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물론 성녀의 머릿속은 이런저런 생각으로 가득했기에 절대 쉬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성인 남녀 각각 한명씩과 어린 남자아이 한명이 현재 실종된 사람이었다.

남자는 보초를 서던 청년 중 한명이었는데 분명 오늘 아침 발견된 시체가 그 사람이라고 성녀는 일단 단정 지었다.

여성은 아직 스무 살도 되지 않은 나이에 성녀가 도착하기 하루 전에 밤중에 우물에 물을 뜨러 나왔다가 돌연히 사라졌다고 한다.

그리고 이제 막 열 살에 이를 남자아이는 사흘 전의 새벽에 보초를 서던 아버지를 집 앞에서 기다리던 중에 아무 소리도 기척도 없이 사라졌다는 것이 주된 내용이었다.

아버지가 돌아왔을 때 아이는 그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고 촌장은 가족에게 들었다고 한다.

두 사람 다 어두운 시간대에 사라졌다는 것이 우선 공통점이었고 목격자는 아무도 없었기에 누가 어째서 데리고 간 것인지는 알아낼 수 없었다.

일반적인 마을이라면 한명쯤의 목격자는 있었을지도 모르지만 사태가 사태이니 밖으로 나와 있던 사람은 어느 누구도 없었다는 것이 화근이었다.

첫 시체가 발견된 지금이라도 서두르지 않으면 남은 두 사람 역시 시체가 되어버릴지도 모르는 판국이었다.

하지만 실종자는 존재해도 직접 추종자나 마녀를 본 사람은 한명도 없다고 해서 우선 범인이 누군지를 특정 지어야하는 점부터 시작해야할 판국이라고 성녀는 생각했다.

촌장을 통해 보초를 서면서 추종자들을 봤다고 했던 청년들을 불러서 물어보았지만 그들 역시 직접 본 것이 아니라 남에게 들은 이야기라고 입을 모아 말하기에 소문의 출처가 어디에서 온지도 모르는 뜬 구름 잡기에 불과했다.

정보는 실종자들에 관한 것만 제외하면 그럴지도 모른다는 식의 허황된 이야기뿐이었기에 조사는 생각보다 힘들어질 것이라고 생각하는 편이 좋았다.


“그런데 어떻게 찾아낼 생각이세요?”


의자에 푹 기대어 앉으며 이마에 손을 얹고 있던 성녀에게 에반이 질문을 던졌다.

그의 말에는 걱정이 조금 서려있었다.

성녀는 그의 말을 듣고 자세를 그대로 유지한 채 질문에 질문으로 대답했다.


“알려드리기 이전에 죄악의 마녀들에 대해서는 어디까지 알고 계시죠?”

“저희를 위협하고 플린델이 아직까지 전쟁을 벌이는 상대라는 것 정도뿐인데요.”


이 사람이 알고 있는 것은 정말 기본 중에 기본이었고 그마저도 그냥 널리 퍼진 상식 정도뿐이라고 성녀는 생각했다.

조사에 나서기 이전에 우선 최대한의 정보를 알려주는 것이 급하다고 생각하며 성녀는 빈 종이를 들어 깃털 펜에 잉크를 찍어 글을 써내려갔다.

화려하고 매끄럽게 그려지는 그녀의 글씨체는 높은 신분의 사람이라는 것을 새삼스럽게 느껴지게 만들었다.


“당신이 아는 것은 어린애라도 아는 사실이에요. 살면서 책은 한권도 읽어본 적이 없었나보군요.”

“저희 집에는 책이 없었으니까요. 비싸기도 하고요.”


플린델 내에서 책은 물론이고 종이 역시 가격이 제법 나간다.

때문에 일반 국민들은 동물의 가죽에 칼이나 바느질을 이용해서 글을 쓰는 경우가 많다.

더군다나 마녀에 관한 지식을 담은 책이나 성서 같은 경우는 돈을 주고 산다는 것 자체가 꿈만 같은 일이기에 대개 필요한 경우 마을 단위에서 한 권 가지고 있을 정도다.

심지어 지금 사용하는 깨끗한 종이와 펜 역시 태어나서 처음 봤다고 에반이 말했을 때 성녀는 조금 놀랐었다.


“그렇다면 조사에 나서기 전에 당신에게 최대한의 정보는 가르쳐드려야겠네요.”

“제가요?”

“당연하죠. 이번 일에 대해서 조사해야하는데 중요한걸 보고도 뭔지 모르면 곤란하니까요. 무엇보다.”

“무엇보다?”

“이번 일이 무사히 끝난다 쳐도 당신은 고향에 돌아갈 거잖아요? 그곳에서도 위협을 받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어요. 그러니까 알아두었다가 두고두고 써먹으란 말입니다.”


성녀의 말은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이야기였지만 지혜가 부족한 에반에게는 여기까지 생각이 미친 성녀의 행동에 감탄했다.

역시 배운 사람은 뭐가 다르다는 생각뿐이었다.

순진한 얼굴로 바라보는 에반을 무시한 채 성녀는 글과 그림을 계속 그려나갔다.


“우선 플린델에 대해서 알려드려야겠죠. 현재 플린델은 1세대 교황이자 영웅으로 불리는 루칸 플린델의 이름을 따서 천년의 역사를 지니고 있습니다. 그는 죄악의 마녀들의 위협을 받는 분단되어있던 국가들을 하나로 통합하였고 시간이 흘러 각 분단된 나라의 개념은 희박해지고 오늘날까지 유지되어오는 이 하나의 동맹국이 플린델입니다. 이 정도는 알고 계시겠죠?”

“네.”

“루칸 플린델은 인류 역사상 가장 처음으로 신의 말씀을 들은 사람입니다. 신의 말씀을 통해 힘을 얻었고 그 힘이 오늘날 사제들이 사용하는 신성 마법이 이것입니다. 신의 말씀은 성서에 적혀있지만 대부분이 이해하기 힘들거나 속뜻이 따로 있는 경우죠. 사제들은 이것을 해석하거나 새로운 말씀을 발견하여 신에게 힘을 내려받을 수 있도록 기도를 올립니다.”


여기서부터는 에반은 전혀 모르고 있었던 사실인지 그저 멍한 얼굴로 듣고만 있을 뿐이었다.

입을 헤하고 벌리는 모습이 장난을 당한 강아지 같다고 성녀는 생각했지만 설명을 계속해서 이어갔다.


“성서의 수는 그 권수가 세 자리 수에 달하기에 신의 말씀 역시 그만큼 있다고 봐도 되요. 그 때문에 신성 마법의 종류는 매우 다양하고 아직까지도 늘어나고 있는 추세입니다. 새로운 신성 마법을 발견한 사제는 신분이 오르기도 하고 고위 사제 가문은 각각 자신들만의 자신 있는 신성 마법을 사용할 수 있어요.”

“엇? 그럼 성녀님은 어떤 것이 전문이신가요?”

“······.”


에반의 질문에 성녀는 그다지 듣고 싶지 않은 질문을 들었는지 바로 노려보기 시작했다.

그녀의 모습에 에반은 말을 잘라먹은 것 때문에 화가 난 것이라고 생각해서 당황했다.

에반에게 악의는 없다고 생각한 성녀는 한숨을 길게 내쉰 뒤에 그의 질문에 답해주었다.


“치유마법이 전문···이었죠.”

“네?”

“당신이 알 바 아니에요. 그럼 계속하죠.”


말끝을 흐렸기에 에반은 다소 신경 쓰였지만 성녀는 대충 얼버무리면서 설명을 계속했다.


“신성 마법은 신의 힘을 빌리는 것이기 때문에 사용하는 사람은 그다지 대가를 치루지 않아요. 굳이 따지자면 해석하기 위한 귀찮음과 시전하기 위해 걸리는 기도의 시간이죠. 그래서 미숙한 사제나 이단 심문관들은 여러 명이서 한 조로 움직이거나 성기사들을 동행하죠.”


‘하지만 성녀님은 혼자 행동하시잖아요.’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이번에도 쓸데없는 소리를 했다가는 진짜 혼날 것 같다는 생각에 에반은 굳이 말하지 않았다.


“하지만 만약에 시전에 걸리는 시간이 필요 없다면? 그리고 신의 힘을 빌릴 필요가 없다면 어떨까요?”

“그게 가능해요?”

“그것이 당신도 알고 있는 죄악의 마녀들입니다.”


사제들은 신의 힘을 빌려 인간이 감히 범접할 수 없는 힘을 다룰 수 있다.

하지만 마녀는 그럴 필요가 없다.

그들은 신에게 기도 따위 드리지 않는다.

신의 말씀 따위 더더욱 해석할 이유가 없다.

무엇보다 신의 은총 같은 것은 그들에게 조금도 필요가 없다.

그것이 죄악의 마녀들이었다.


“죄악의 마녀들은 스스로 힘을 만들어낸 추악한 존재들이에요. 자신들의 이익이나 힘을 위해서라면 다른 생명이나 재산 따위는 알바가 아니죠. 그래서 교황청은 그들과 대립하는 거고요.”


마녀에 대해 설명하는 성녀의 말에는 조금이지만 독기를 느낄 수 있었다.

플린델에 사는 사람들이라면 대개 마녀를 싫어하거나 두려워하겠지만 성녀의 말에는 그것과는 조금 다른 혐오 같은 감정이 깃들어 있었다.


“마녀들은 수고를 덜기 위해서 자신을 섬기는 자들은 물론이고 무고한 사람들까지 추종자로 만들어버립니다. 그 모습 역시 사람 그대로부터 괴물의 형태까지 다양하고요. 이들에게 명령을 내려서 자신의 손을 더럽히지 않는 이들이 마녀이기도 합니다.”


성녀의 말에 에반은 굳이 떠올리고 싶지 않았던 일을 떠올리게 되고 말았다.

자신의 목숨을 위협해오던 괴물들의 모습은 결코 두 번 다시 보고 싶은 광경이 아니었다.

싫은 기분에 에반은 고개를 여러 번 내저었다.


“죄악의 마녀들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많이 없어요. 그만큼 보기도 힘들고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질 않는 존재니까요. 그 점이 조금 이상한 사실이죠.”

“이상하다고요?”

“네. 우선 이번 일이 정말로 마녀의 소행이라고 가정해보죠. 하지만 그들은 직접 나서지 않아요. 귀찮은 일 따위는 추종자들에게 시키면 그만이니까요. 그리고 그들은 대개 이익에 따라서 움직입니다. 굳이 이렇게까지 난폭하게 시체를 만들 이유가 없어요.”

“그런가요?”


성녀는 에반에게 고개를 한번 끄덕인 뒤에 자신의 생각을 계속해서 말했다.


“시체를 사람의 눈에 띄게 만들었다는 것은 마치 이러는 것 같잖아요? ‘내가 여기에 있다. 내가 한 짓이다.’라고 말이죠.”


듣고 보니 성녀의 말이 타당하다고 에반은 생각이 미치게 되었다.

이런 행동은 조금도 이득이 될 것이 없다.

처음부터 그랬을지도 모르지만 마을 사람들은 이미 공포에 집어삼켜져 전의를 상실하게 된지 오래다.

힘도 없는데다가 저항할 의지조차 없는 이들을 위협하는 이 모습은 동네의 불량한 아이가 힘없는 아이를 괴롭히는 것과 같은 행동이었다.


“그래서 저는 생각했어요. 추종자는 이미 마을 안에 들어와 있는 것이 아닐까 하고요.”

“그거 큰일 아닌가요?!”

“뭘 그리 놀라고 있죠? 설마 제대로 된 훈련도 무장도 되지 않은 남정네 몇 명이서 마을을 전부 감시하고 막아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신 건가요? 오히려 실종자들 중에서 청년도 있었잖아요?”


냉혹한 현실을 지적해주는 말을 듣자 에반은 곧 얼굴이 새파랗게 질리게 되고 말았다.

자신의 짧은 생각에 지적당해서 부끄럽다는 이유가 아니라 생각보다 더 위험하다는 사실에 대해서 말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죠? 촌장님에게 알려야하지 않을까요?”

“그럴 필요는 없어요. 오늘 밤에 잡아낼 생각이니까요.”

“네?”


에반과는 다르게 의기양양한 성녀의 모습에 에반은 조금 당황했다.

그리고 그 다음 성녀는 에반을 조금 음흉한 미소로 바라보고 있었다.

어쩐지 그 모습은 먹이를 대하는 맹수 같기도 해서 에반은 자기도 모르게 식은땀이 흐르고 침을 꿀꺽 삼키고 말았다.


“말했잖아요? 당신도 도우라고?”

“그······. 저도 필요하다고 하셨지만 저는 전투에는 조금도 도움이 되질 않아서요. 오히려 성녀님의 발목만 잡지 않을까요?”

“무슨 소리를 하는 거죠? 전 싸우라고 한적 없어요. 애초에 당신에게 그 정도 기대는 하지도 않아요.”


폭언의 한마디가 가슴에 비수가 되어 날아와 찌르는 듯 한 느낌이 에반에게 거름 없이 전해졌다.

분하고 부끄럽지만 사실이었다.

힘에 자신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것은 결코 싸움으로 얻어진 경험이 아니었기에 에반은 추종자를 상대할 힘이 없다.

오히려 에반쪽이 시체가 되어버리고 말 것이다.


“그렇다면 제가 어떻게 도울 수 있다는 거죠?”

“금방 끝날 테니까요. 그리고 잠깐 시험해보고 싶은 것이 있기도 하고요.”

“?”


성녀는 그 말을 마지막으로 쿡쿡 웃기만 할뿐 더 이상 설명해주지 않았다.

영문을 모르는 성녀의 말과 태도에 에반은 그저 의문을 표할뿐이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씨앗을 뿌려라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34 33화.구원을 바라며 17.08.04 17 0 19쪽
33 32화.끝은 오는가 17.08.04 19 0 17쪽
32 31화.Forget me not(4) 17.08.03 15 0 14쪽
31 30화.Forget me not(3) 17.08.02 15 0 20쪽
30 29화.Forget me not(2) 17.08.02 18 0 11쪽
29 28화.Forget me not(1) 17.08.01 25 0 14쪽
28 27화.되감기(6) 17.07.31 21 0 22쪽
27 26화.되감기(5) 17.07.31 20 0 14쪽
26 25화.되감기(4) 17.07.28 21 0 8쪽
25 24화.되감기(3) 17.07.27 25 0 9쪽
24 23화.되감기(2) 17.07.26 21 0 9쪽
23 22화.되감기(1) 17.07.25 21 0 7쪽
22 21화.괴담조사(11) 17.07.24 27 0 10쪽
21 20화.괴담조사(10) 17.07.21 24 0 9쪽
20 19화.괴담조사(9) 17.07.20 30 0 15쪽
19 18화.괴담조사(8) 17.07.19 28 0 15쪽
18 17화.괴담조사(7) 17.07.18 32 0 11쪽
17 16화.괴담조사(6) 17.07.17 36 0 13쪽
16 15화.괴담조사(5) 17.07.14 87 0 12쪽
15 14화.괴담조사(4) 17.07.13 40 0 9쪽
» 13화.괴담조사(3) 17.07.12 98 0 12쪽
13 12화.괴담조사(2) 17.07.11 40 0 9쪽
12 11화.괴담조사(1) 17.07.10 107 0 10쪽
11 10화.자격 박탈 17.07.07 47 2 9쪽
10 9화.이유는 필요하다 17.07.06 56 2 11쪽
9 8화.인연은 닿는가(5) 17.07.05 50 2 11쪽
8 7화.인연은 닿는가(4) 17.07.04 48 2 13쪽
7 6화.인연은 닿는가(3) 17.07.03 54 2 11쪽
6 5화.인연은 닿는가(2) 17.06.30 150 2 12쪽
5 4화.인연은 닿는가(1) 17.06.29 133 2 9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