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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tchCat의 서재

씨앗을 뿌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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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tchCat
작품등록일 :
2017.06.26 17:42
최근연재일 :
2017.08.04 18:00
연재수 :
3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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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글자수 :
182,626

작성
17.07.17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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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16화.괴담조사(6)

DUMMY

성녀님께서는 수도에서 계셨으니 아마 잘 알고계시리라 믿습니다.

뭘 말하는 거냐고요?

사제를 비롯한 미래가 창창한 젊은이들이 얼마나 많이 마녀들의 손에 죽어 가는지에 대해 말입니다.

그러니까 대략 40년도 더 전에 일어난 일입니다.

그때 저는 아직 촌장의 자리에 오른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신참내기였습니다.

어차피 누가 맡아도 상관없는 마을이었으니 아버지의 뒤를 이어 제가 받게 되었지요.

물론 그 사실에 대해서는 전혀 불만이 없었습니다.

마을에 사는 이들의 하루 일과를 바라보고 있노라면 저도 행복했으니까요.

저잣거리에서 울리는 상인들의 목청을 높이는 소리와 술래잡기를 하면서 어른들 사이를 헤집고 다니는 어린아이들의 모습, 그리고 어젯밤 몰래 만났다가 들켜서 부모에게 가볍게 혼이 난 젊은 남녀에 관한 수다까지 모두 소박하지만 즐겁기 그지없는 나날이었습니다.

저희 마을에서는 그 중에서도 가장 큰 자랑거리가 있었습니다.

어릴 때부터 신앙심이 누구보다 두터웠고 훌륭한 사제가 되고 싶어 하던 청년이 있었죠.

청년의 이름은 마르코였습니다.

아아, 지금 생각해도 정말 훌륭한 사내였지요.

신앙심은 물론이며 마을에 하나밖에 없는 성서의 복사 본을 낡아서 끈으로 묶을 지경까지 되도록 공부하던 사람이었으니까요.

뿐만 아니라 심성까지 좋아서 마을 사람들의 일손이 부족하면 누구보다 나서서 도와주었고 아이들의 놀이상대가 필요하면 읽던 책을 덮고 함께 해주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머리까지 좋았으니 이 청년은 필시 크게 될 사내라고 저는 믿어 의심치 않았습니다.

그렇게 마을에서 칭송하던 청년이었으니 여러 부모는 물론 여성들의 입에서도 자자했습니다.

그리고 그에게는 어울리는 여성이 함께 했었죠.

여성의 이름은 클레어였습니다.

부모가 없어서 마르코의 집에서 함께 자라난 여성이었는데 그녀 역시 마르코 못지않게 심성이 착했고 영리했었죠.

상인들 간에 시비가 일어나면 스스로 나서서 그 사이에서 중재를 해주는 강단 있는 모습이 정말 보기 좋았어요.

그런 둘이었으니 마을에서는 그들의 미래를 축복해주었습니다.

그 모습을 보는 저마저도 입이 귀에 걸릴 정도로 흐뭇해졌고요.

본론으로 넘어가라고요?

이거 실례했군요.

옛날 추억을 떠올리니 이 늙은 것이 쓸데없는 말이 많아졌습니다.

문제는 이것이 아니었습니다.

성녀님도 아시다시피 플린델은 항상 인재가 부족합니다.

수많은 사제들과 이단 심문관들과 성기사들이 마녀의 손에 죽어나가는 만큼 부족한 인력을 빨리 메워야하죠.

하지만 일반 시민들에게 무기를 쥐어준들 어떻게 하겠습니까.

힘없이 마녀들의 손에 스러져갈 뿐이죠.

그래서 1년에 한 번씩 신참 사제를 뽑아내는 시험을 수도에서 치르지 않습니까.

시험을 통과한 이들은 장기간동안 훈련을 받고 사제의 경지에 이르게 됩니다.

마르코가 스물에 머무를 무렵, 그 역시 시험을 치르러 가게 되었습니다.

그것은 문제가 아니었어요.

문제는 그 이후에 일어나게 되었습니다.

수도와 이곳은 아무리 빠르게 다녀온다고 해도 2개월 정도는 걸립니다.

그 정도는 마을에서는 꽤 오랜 시간이죠.

그가 떠난 지 1주일 정도가 지나고 나서 문제가 일어났습니다.

성녀님도 보셨던 바로 그 마녀가 저희 마을로 쳐들어온 겁니다.

욕망의 마녀라는 그녀의 이름은 지금 들어도 치가 떨립니다.

그때에는 지금과는 조금 달랐습니다.

가지고 있는 무기들을 하나라도 더 꺼내 들어서 모두가 마을에 추종자 한 마리도 들이지 않게 감시하고 지키고 있었어요.

마녀와 추종자들의 압박 때문에 수도로 지원을 요청할 수는 없었지만 그래도 희망 한줄기만을 붙잡고 모두가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희생자가 나오지 않은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마르코라면 훌륭한 사제가 되어 도와주러 올 것이라는 사실 하나만을 믿고 말이죠.

하지만 반년 정도 지나고 슬슬 모두가 지쳐가려고 할 무렵에 큰일이 일어나고 말았습니다.

대체 무슨 수를 쓴 것인지는 모르지만 마을 안에 있던 클레어가 돌연 사라져버린 겁니다.

그때 당시에 그녀는 경계를 서지도 않았기에 마을 안이라면 안전할거라는 생각은 너무 안일했던 겁니다.

아마 지금과 같은 수를 사용한 게지요.

그날 이후에 마을 안도 안전하지 않다는 불안감이 사람들의 마음속에 뿌리내렸습니다.

그 불안감 때문에 하나둘씩 집에서 자물쇠를 걸어 잠그고 나오려고 하질 않았죠.

마을 밖으로 도망가는 이들까지 생기는 바람에 저 역시 진정시키느라 꽤나 고생을 했었습니다.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은 날이었습니다.

아직 태양이 저물기 직전에 일어난 일이었죠.

저희들이 임시로 만든 감시탑 위에 누군가가 올라가 있었던 겁니다.

바닥까지 내려오는 긴 검은 머리에 그와는 대비되는 하얀 피부, 상대를 유혹하는 듯 한 몸에 그대로 붙는 관능적인 검은 드레스와 챙이 넓은 고깔모자는 누가 보더라도 그렇게 생각했을 겁니다.

저 자가 마녀라고.

붉은 입술을 씰룩거리면서 저희를 하등한 것처럼 내려다보는 그녀의 손에는 마침 경계를 서던 청년 한명이 온몸이 피로 범벅이 된 채 들려있었습니다.

이미 죽은 것인지는 모르지만 미동도 하지 못했던 걸로 보아 분명 그 녀석의 짓이었겠지요.

마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청년을 그대로 땅에 던져버렸습니다.

철퍽 하는 소리와 함께 난생 처음 들어보는 소리와 광경을 머리에 각인시키게 되는 순간이었습니다.

높은 곳에서 떨어진 청년의 몸은 산산조각 나버렸고 하필이면 마침 저녁 식사를 다들 나누어 주고 있었기에 많은 이들이 그 모습을 보게 되었습니다.

모두가 술렁이던 그 때 녀석은 예상했다는 듯이 저희들을 향해 외쳤습니다.


“너희 꼬마들이 어쭙잖게 믿고 있는 구석이 있다지? 이름이 글쎄 마르코랬나? 뭣 때문에 이렇게까지 버티나 싶었는데 고작 그 정도였어?”


납치한 클레어에게서 들은 것인지 생각을 알아차린 녀석은 저희를 그저 깔깔거리며 비웃었습니다.

신기하게도 저희들은 분했지만 녀석에게 화살 하나 쏠 용기도 없었습니다.

눈앞에 무력하게 당해버린 시체를 보자 저희도 저렇게 되어버릴 것만 같았거든요.


“그래그래. 뭐 좋아. 그렇다면 한 가지 꼬마들이 좋아할만한 것을 알려줄게.”


저희는 혹시라도 돌아오던 중의 마르코가 당해버린 것인가 하고 불안했었습니다만 다행히 마녀가 말한 것은 그게 아니었습니다.


“그 마르코라는 꼬마가 돌아오면 나와 겨룰 기회를 줄게. 만일 나와 겨뤄서 내 마음에 들면 여길 포기하고 떠날 거야. 데리고 있는 그 꼬마도 돌려줄게. 장소는 너희들의 마을에 인접한 뒷산이야. 절대로 혼자 와야만 하고. 그리고 이건 말이지.”


그 다음에 들린 말은 정말로 간단한 말 몇 마디였지만 등골이 싸늘해지는 말이었습너다.


“제안이 아니니까 착각하지 마.”


그 순간만큼 그녀의 표정에서는 웃는 상이 사라졌습니다.

그 자리에 있던 모두가 분위기에 압도당하고 말았지요.

그날 이후에 거짓말 같이 저희를 위협하는 추종자들이 사라졌습니다.

마을 외곽에서 가끔 한두 마리씩 보이던 녀석들이 보이질 않았어요.

일단 임시적으로 안전해지기는 했지만 저 마녀가 언제 변덕을 부릴지 몰랐기에 불안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또 한달 정도가 지나자 저희는 반가운 얼굴을 보게 되었습니다.

마을의 대문을 열고서 다급하게 달려오는 마르코였지요.

푸른색의 사제 제복을 입은 그의 모습은 너무나도 믿음직스러워보였습니다.

그의 옷에는 피가 조금 묻어있기도 한 것을 보아 분명 오는 길에 추종자와 하나둘씩 싸운 것임에 분명했습니다.

본래라면 그의 탄탄한 앞날에 축복을 내려주고 축하해줘야 할 상황이었겠지만 다급했던 그의 모습을 보아 상황을 어느 정도 인지하고 있던듯했습니다.

그리고 그에게 사실대로 알려주었지요.

클레어가 납치되어버렸다는 것과 마녀가 자신을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말입니다.

오늘날에 와서는 사실을 말하지 않고 다함께 도망가자는 제안이 더 나았을지도 모른다고 생각도 해봅니다.

마르코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고개를 끄덕여주었습니다.

자기가 가겠다고.

그 추악한 마녀를 쓰러트리고 오겠다고 말이죠.

몇 번이고 말렸습니다.

차라리 수도에 한 번 더 다녀와서 구조를 요청하는 것이 어떻겠냐고도 물어봤죠.

하지만 그는 저희가 아는 것보다 더 용맹한 청년이었습니다.

그랬다가는 그 동안에 클레어가 죽을지도 모르고 말을 거스른 저희까지 당하게 될 수도 있다고 오히려 걱정을 해주었어요.

정말 훌륭하게 자라난 그 모습에 눈물이 날 정도였습니다.

마치 루칸 플린델의 환생을 보는 것만 같았습니다.

비록 그분을 직접 본 적은 없지만요.

마르코는 저희들의 만류를 뒤로하고 뒷산으로 올라갔습니다.

그리고 하루가 지나도록 돌아오지 않았지요.

단 한숨의 시간마저 저희에게는 고통이었습니다.

그가 마을의 대문을 열고서 금방이라도 들어오지 않을까 하고요.

새벽까지도 마을의 모두는 문 앞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모두가 같은 마음이었죠.

마녀의 목을 들고 그가 돌아올 것을 말입니다.

해가 막 떠오르고 시야가 들어올 무렵에 문에서 움직임이 있었습니다.

그때까지도 모두가 한마음으로 기대했었습니다.

그의 손에는 마녀의 목이 들려있고 클레어와 함께 마을에 다시 평화가 찾아왔다고 알려줄 영웅의 모습을 말이죠.

하지만 그것은 저희들의 희망에 불과했습니다.

문을 열고 들어온 것은 마르코가 아니었습니다.

마녀였지요.

상처 하나 없는 그녀는 허리에 손을 얹고서 히죽히죽 웃으면서 저희를 비웃고 있었습니다.

슬픔과 분노를 참지 못해 저는 마르코를 어떻게 했냐고 소리 질렀습니다.

곧 죽을지도 모르는 짓이었지만 그런 것은 신경 쓸 바가 아니었죠.


“죽였는데? 그야 나한테는 별 가치도 없는걸? 굳이 살려둬서 누구 좋으라는거야?”


당사자의 확인까지 듣고 나서 겨우 저는 상황을 머리로 인지하고 말았습니다.

어째서 그런 생각을 해버렸던 것일까요.

마녀는 고위 사제들에게도 힘든데 아직 사제가 된지 얼마 되지 않은 청년이 어떻게 녀석을 이길 수 있으리라고 착각해버린 것일까요.

하지만 고문은 거기서 끝이 아니었습니다.

그녀의 뒤에는 익숙한 모습이 있었습니다.


“아무리 그래도 자기 연인 하나 이기지 못하는 꼬마는 난 필요 없으니까 말이지.”


붉게 충혈 된 눈의 여성은 다름 아닌 클레어였습니다.

이미 한발 늦게 마녀의 추종자로 변해버리고만 것이지요.

크르르 거리는 그녀의 입가에는 새빨간 피가 묻어있었고 푸른 천조각 같은 것도 보였습니다.

이젠 끝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더 이상 희망은 없다고 생각했었습니다.

하지만


“에잇!”


마녀는 클레어의 머리카락을 움켜잡더니 어렵지 않다는 듯이 단숨에 힘을 주었습니다.

뿌드득 소리가 일어났고 그녀의 몸은 곧 저항 하나 없이 땅에 쓰러져 부들거리기만 했습니다.

어떤 이는 비명을 질렀고 어떤 이는 차마 보지 못한 채 고개를 돌려버렸죠.

마녀는 클레어의 몸 위에 달려있던 것을 저희들에게 가볍게 던져버리면서 자신의 뺨에 튄 피를 혀로 핥으면서 저희에게 말했습니다.


“흥미가 다 떨어져서 말이지. 난 이만 갈래. 더 이상 너네를 괴롭혀봤자 아무것도 못 볼 테고. 희망이 부서진 그 표정도 볼만했어.”


악마라고 생각했습니다.

이 모든 것은 악마가 만들어낸 꿈이라고 착각했습니다.

하지만 꿈이라고 하기에는 제 앞에 바닥을 굴러다니는 클레어의 얼굴이 너무나도 생생하게 눈에 들어왔습니다.

정신을 차렸을 때 마녀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었습니다.

나중에 뒷산을 올라가고 사람들과 함께 뒤져보고 나서야 겨우 땅을 구르고 있던 마르코의 시체를 찾아낼 수 있었습니다.

피를 다 빨린 것처럼 뼈와 피부가 하나가 된 그 모습은 정말로 참혹했고 알아보기 힘들었지만 저는 알 수 있었습니다.

그건 분명 마르코였다는 사실을 말이죠.

그 이후에는 별다른 일은 없었습니다.

저희는 둘의 희생을 기리기 위해 시체를 한 자리에 뒷산에 묻어주었고 오늘날에까지 이른 것입니다.

아마 마녀가 말했던 ‘그 아이’라는 것은 클레어를 말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분명 다시 살려낸 것일 테지요.

이것이 이야기의 전부입니다.

그저 비극적이게 죽어가 버린 젊은이들의 이야기입니다.

성녀님.

이 늙은이가 도울 수 있는 일이라면 얼마든지 도와드리겠습니다.

저희를 위해서가 아니라 불쌍하게 죽어간 두 사람의 원한을 풀기 위해서 도와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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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30화.Forget me not(3) 17.08.02 15 0 20쪽
30 29화.Forget me not(2) 17.08.02 18 0 11쪽
29 28화.Forget me not(1) 17.08.01 25 0 14쪽
28 27화.되감기(6) 17.07.31 21 0 22쪽
27 26화.되감기(5) 17.07.31 20 0 14쪽
26 25화.되감기(4) 17.07.28 21 0 8쪽
25 24화.되감기(3) 17.07.27 25 0 9쪽
24 23화.되감기(2) 17.07.26 20 0 9쪽
23 22화.되감기(1) 17.07.25 21 0 7쪽
22 21화.괴담조사(11) 17.07.24 26 0 10쪽
21 20화.괴담조사(10) 17.07.21 24 0 9쪽
20 19화.괴담조사(9) 17.07.20 30 0 15쪽
19 18화.괴담조사(8) 17.07.19 28 0 15쪽
18 17화.괴담조사(7) 17.07.18 32 0 11쪽
» 16화.괴담조사(6) 17.07.17 36 0 13쪽
16 15화.괴담조사(5) 17.07.14 87 0 12쪽
15 14화.괴담조사(4) 17.07.13 40 0 9쪽
14 13화.괴담조사(3) 17.07.12 97 0 12쪽
13 12화.괴담조사(2) 17.07.11 40 0 9쪽
12 11화.괴담조사(1) 17.07.10 107 0 10쪽
11 10화.자격 박탈 17.07.07 47 2 9쪽
10 9화.이유는 필요하다 17.07.06 56 2 11쪽
9 8화.인연은 닿는가(5) 17.07.05 50 2 11쪽
8 7화.인연은 닿는가(4) 17.07.04 48 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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