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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tchCat의 서재

씨앗을 뿌려라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CatchCat
작품등록일 :
2017.06.26 17:42
최근연재일 :
2017.08.04 18:00
연재수 :
34 회
조회수 :
1,980
추천수 :
24
글자수 :
182,626

작성
17.07.24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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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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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0쪽

21화.괴담조사(11)

DUMMY

성녀의 계속되는 도발에 마녀는 화가 나있었다.

엄밀하게는 화가 나있는 것처럼 행세하고 있었다고 표현하는 쪽이 옳을 것이었다.

도발을 받았다고 순순히 직접 싸우러 나가는 바보가 어디 있겠는가.


“우와악!?”


마녀가 가볍게 손짓을 하자 그에 맞춰 주변을 포위하고 있던 추종자들이 일제히 달려들기 시작했다.

심지어 이전에 봤던 녀석들처럼 느리게 움직이지 않고 두발로 민첩하게 달려오는 그 모습은 오히려 잘 훈련된 사냥개처럼 보였다.

육안으로 보이는 숫자만 하더라도 두 자릿수는 아득히 가늠할수 있었다.

전쟁터에서 수많은 적들에게 포위당한 광경이 이런 모습일까.

이렇게나 많은 숫자가 덤벼든다면 아무리 성녀라도 언젠가는 쓰러질 수밖에 없다.

심지어 지금은 미리 준비해둔 마법이 없으며 대량의 추종자를 상대하면서 일일이 준비하기도 힘들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것은 쓸데없는 걱정이었다.


“이쪽으로!”

“왁!?”


성녀는 에반의 뒷덜미를 끌어당겨 그 자리에 엎드릴 수 있게 어깨를 강하게 눌렀다.

이미 상당하게 지쳐있던 에반은 힘없이 쓰러지게 되었고 품에 안고 있는 소년을 떨어트리지 않는 것이 고작이었다.


“어떻게 하시려고······.”

“이렇게 할 겁니다!”


성녀는 자신의 왼손에 들려있던 단검을 들어 자신의 다른 손으로 날을 세게 부여잡았다.

저렇게 세게 잡아버리면 당연히 손에는 큰 상처가 생기며 피가 다량 흘러나오게 된다.

붉은 선혈이 단검의 날을 타고 흘러 성녀의 다른 손에도 묻을 정도의 양이었다.

이 시점에서 추종자들과의 거리는 불과 다섯 보도 남지 않았다.

이점은 성녀도 이미 눈치 채고 있었으며 그녀는 피가 흘러나오는 손을 들고 제자리에서 빠르게 회전했다.

피는 에반과 성녀의 주변에 있는 땅에 흩뿌려졌고 이 지경에 머물렀을 때 이미 추종자들은 눈앞까지 달려와 있어서 멀리서 본다면 셋의 모습은 결코 눈에 들어오지 못했을 것이다.

추종자들은 짐승처럼 셋을 감싸 붙잡고 으적으적 씹기 시작했다.

하지만 기묘하게도.

비명소리는 조금도 들리지 않았다.


“꺼져라!”


상황은 저속한 말 한마디와 함께 돌변했다.

성녀의 일행을 공격했던 추종자들은 무언가에 밀렸는지 제각기 저 멀리 튕겨져 날아갔으며 일부는 신체가 찢겨져 나가기도 했다.

성녀의 일행이 서있어야 했을 곳에는.

둥근 흙덩어리의 벽이 있었다.

벽에는 크고 작은 날카로운 가시들이 곳곳에 달려있어서 이에 잘못 찔린다면 그 누구라도 즉사할지도 모르는 예리함을 가지고 있었다.

흙으로 만들어진 벽은 후드득 소리와 함께 곧 무너졌으며 그 안에서는 성녀와 에반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그 광경을 본 마녀는 마치 재주를 넘는 곰을 봤다는 듯이 갈채를 보내면서 극찬하기 시작했다.


“재미있는 마법을 사용하네! 난 성서를 읽은 적이 없어서 모르겠지만 말이야!”

“······.”


마녀의 조소에 성녀는 말없이 마녀를 노려보기만 할뿐이었다.

루칸이 바다에서 마녀들의 포위를 받았을 때 신께서는 그에게 거대한 거북을 보내 그의 등껍질로 배를 보호하여 주었다는 일화가 있었다.

배에 거대한 거북을 실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중요한 것은 등껍질이 성채의 역할을 해주었다는 것이다.

이곳은 바다도 아니며 물이라고는 한 방울도 없는 곳이지만 그와는 반대로 흙이라면 얼마든지 있는 산속이다.

거북이가 살만한 장소는 결코 아니었다.

성녀는 거기에서 생각해내었다.

꿩이 없다면 닭을 사용하면 된다.

그래서 대신한 것이 바로 흙을 이용한 성채였다.


“부하만 보내고 자기는 편하게 앉아있다니. 어지간히 실력에 자신이 없나봐? 난 상관없는데 괜찮겠어? 부하가 한 마리도 남지 않았을 때는 누구 등 뒤로 숨을 셈이지?”


비난과 조롱의 한마디의 한마디가 마녀에게 쏟아졌다.

하지만 이에 마녀는 조금도 상관이 없었는지 오히려 웃으면서 대답이 돌아왔다.


“푸하하하! 무슨 소리를! 너 따위를 잡는데 굳이 내가 나설 필요가 없을 뿐이야! 걱정은 그쪽에서 해야하는 거 아니니?”


의기양양한 마녀의 태도에 성녀는 당황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 다음 이어지는 마녀의 말은 성녀의 의표를 찌르는 말이었다.


“꼬마야. 너 신성마법은 못 쓰는구나?”


여기서 괜히 당황하거나 대답을 느리게 하는 순간 마녀의 말에 긍정하는 꼴이 된다.

오히려 당당하게 숨겨야 상대의 생각을 흩트릴 수 있다.

그렇게 대답하자고 생각하는 순간.


“아아! 이래서는 그 아이도 실망하겠는데? 뭣하면 바로 죽이지 말고 데려갈까 생각했는데 그냥 실패작이잖아?”


마녀는 진심으로 탄식하기 시작했다.

자신의 기대와는 다른 것을 본 사람과도 같은 그녀의 눈은 오히려 성녀를 동정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기분이 불쾌해지는 성녀였지만 애써 참으며 마녀에게 질문을 던졌다.


“그 아이라고?”

“너의 할머니를 말하는 거란다. 내 오랜 친구라고 말하지 않았었니?”

“너······. 대체 뭐하는 녀석이야?”

“나중에 천천히 말해줄 수 있으니까 지금은 참아볼래? 중요한건 말이지. 네가 신성마법을 사용할 수 없다는 것이야.”


마녀는 이제는 귀찮다는 듯이 성녀의 물음에는 제대로 된 답변을 하지 않고 손가락을 한번 튕겼다.


“저건?”


숲속에서 추종자 한 마리가 터벅터벅 천천히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갈색 빛으로 색이 변한 수의를 입은 추종자를 에반은 누군지 알 수 있었다.


“아아! 성녀님! 저거에요! 무덤에서 봤던 녀석이에요!”

“망령이라는 건가요.”

“망령이라니 듣기 안 좋네. 이래 보여도 죽은 사람을 부활시킨 건데?”


마녀가 눈짓을 보내자 추종자는 빠르게 성녀의 일행이 있는 곳을 향해 돌진해오기 시작했다.

아직 성녀가 뿌린 핏자국은 땅에 남아있었기에 다시 한 번 벽을 소환하는 것에는 문제가 없었다.

성녀의 기합과 함께 일행을 보호하는 흙의 성채가 다시 모습을 드러냈고 이는 분명 이들을 지켜줄 것이다.

하지만.


“?”


성채 안에서 아무리 기다려도 밖에서 소리가 들려오지 않았다.

이쪽에서 먼저 밖으로 나가기를 기다리고 있을 리는 없다.

그렇다는 것은 뭔가 수를 쓰고 있다는 것이 틀림없었다.

만에 하나를 위해서 성녀는 자신의 손톱을 물어뜯어 검을 만들어내었다.

그리고 불안은 현실이 되고 있었다.


“성녀님! 벽이!”


후드득 소리와 함께 벽에 붙은 흙은 하나하나 떨어져나가기 시작했고 이윽고 본래의 모습을 찾아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무너지는 벽 사이로 성녀는 날카로운 손톱이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것을 보았다.


“윽!”

“성녀님!”


강한 충격과 함께 성녀는 뒤로 밀려나게 되었다.

미리 준비해둔 검 덕분에 별다른 상처는 없었지만 만일 그것이 없었다면 치명상을 입었을지도 모른다.

자세를 잡고 일어나 추종자를 노려보지만 그에게서 짐승의 소리 외의 대답은 들을 수 없었다.

당연하지만 성녀가 벽을 먼저 허문 것이 아니다.

그녀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무너진 것이다.

두 번째 공격이 오기 전에 무슨 수를 사용한 것인지 알아내야한다.

그렇게 생각하며 성녀는 자신의 주변에 다시 한 번 피를 흩뿌려두었다.


‘온다!’


잘은 모르지만 장시간동안 유지되는 마법은 녀석에게 언젠가는 무너질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사용을 자제하고 단번에 즉사할만한 공격으로 단번에 끝내는 것이 훨씬 안전한 선택이다.

이전에 사용한 마법은 간파 당했을 가능성이 크기에 이번에 사용할 마법은 다른 것을 선택해야만 했다.

마녀와의 전쟁이 장기간으로 이어지자 무기가 녹슬고 낡아갈 무렵에 루칸은 흙을 빚어 날카로운 검과 창을 만들었다는 일화를 토대로 하여 추종자가 달려오는 순간 흙으로 만들어진 창들이 땅에서 녀석의 몸을 꿰뚫을 것이다.

이성이 없는 추종자라면 그저 돌격해올 것이기에 가능한 생각이었다.

하지만.

전제조건부터가 잘못되었다는 사실을.


“어째서!?”


성녀는 알지 못했다.

추종자가 눈앞까지 접근했을 때 성녀는 예정대로 마법을 사용해 창을 소환하려고 했다.

하지만.

창은 나타나지 않았다.

만에 하나라도 성녀가 실수한 것은 아니다.

마법을 사용하는 일에는 이미 익숙해질 대로 익숙해진 자신이 실수할리는 없다.

그게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추종자의 손톱이 성녀를 향해 덮쳐오고 있었다.

우선 이번 일격을 막아내야만 했었다.

들고 있는 검으로 튕겨내고······.


“아···!?”


막아내는 일은 없었다.

검으로 튕겨내려는 순간 성녀는 보았다.

추종자는 뭐라고 중얼거리고 있었다.

이성이 없는 이들이 말을 할 리가 없다.

그 전제부터가 잘못되었다.

추종자는 확실하게 이성을 유지하고 말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말은 분명.


“형제를 속이는 자에게···형제의 자격은 없나니!”


기도.

그것은 확실하게 신을 향한 기도였다.

사제들이 외우는 기도였다.

성녀는 검을 휘둘러 추종자의 손톱을 막으려했으나.

그녀의 손에는 더 이상 검이 들려있지 않았다.

본래의 모습인 손톱의 조각으로 돌아가 버린 것이다.

아무것도 없는 무방비한 성녀는.


“악!?”

“성녀님!”


그대로 추종자의 손톱에 관통 당하게 되었다.

성녀는 손톱이 뽑히자 그대로 힘없이 쓰러지게 되었다.

피가 대량 흘러나와 바닥을 적셨고 이 순간에도 성녀는 마법을 사용하려고 했다.

하지만.

어떠한 마법도 기적도 일어나지 않았다.

바닥을 기는 그녀를 향해 천천히 걸어오는 마녀를 그저 흐린 시야로 바라보는 것밖에 할 수 없었던 것이다.


“그것이 자네가 도망쳐온 이유란 말인가.”


장소는 바뀌어 다시 현재로 돌아오게 되었다.

에반은 마을의 숙소로 돌아와 있었고 더 이상 그의 품에는 소년이 없었다.

마을에 돌아오자마자 빨리 치료와 안정을 부탁했기 때문이다.

성녀에 대해 묻는 다른 사람들을 뿌리치고 도망치듯이 숙소로 돌아온 것이다.

그리고 숙소에서 그는 예상치 못한 사람을 만나게 되었다.

이미 에반도 여러 번 만난 적이 있던 부랑자 사내였다.

그는 언제부터 있었는지 의자에 앉아 그릇에 담겨있던 빵을 먹고 있었으며 에반이 집안에 들어왔다는 사실은 그다지 신경 쓰이지도 않는듯했다.

오히려 저쪽이 이 집의 주인처럼 느껴졌다.

사내는 에반에게서 사정을 듣고 나서 쯧하고 혀를 차더니 귀찮다는 듯이 에반에게 말을 건네주었다.


“간단한 일이다. 금방 끝내도록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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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26화.되감기(5) 17.07.31 20 0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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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24화.되감기(3) 17.07.27 25 0 9쪽
24 23화.되감기(2) 17.07.26 21 0 9쪽
23 22화.되감기(1) 17.07.25 21 0 7쪽
» 21화.괴담조사(11) 17.07.24 27 0 10쪽
21 20화.괴담조사(10) 17.07.21 24 0 9쪽
20 19화.괴담조사(9) 17.07.20 30 0 15쪽
19 18화.괴담조사(8) 17.07.19 28 0 15쪽
18 17화.괴담조사(7) 17.07.18 32 0 11쪽
17 16화.괴담조사(6) 17.07.17 36 0 13쪽
16 15화.괴담조사(5) 17.07.14 87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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