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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tchCat의 서재

씨앗을 뿌려라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CatchCat
작품등록일 :
2017.06.26 17:42
최근연재일 :
2017.08.04 18:00
연재수 :
34 회
조회수 :
1,975
추천수 :
24
글자수 :
182,626

작성
17.07.13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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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14화.괴담조사(4)

DUMMY

시간은 얼마간 흐르고 낮을 밝혀주는 태양은 하늘에서 사라지고 달빛이 하늘을 비추고 있었다.

불빛이 없는 거리는 어둡기 그지없었고 눈은 어느새 발목 높이까지 쌓여서 걷는 이로 하여금 발을 시리게 만들 정도였다.

마녀에게서 생존의 위협을 받는 등불마을에서 이 시간에 밖으로 나온다는 것은 자살행위나 다름없었기에 다들 하나같이 집안에서 문을 걸어 잠그고 숨어있었다.

하지만 모두가 그것은 규칙이 아닌 학습을 통해 배운 사실일 뿐이었다.

그리고 학습은 경험을 통해 배우는 경우가 많다.

경험하지 못한 사람은 학습하지 못하기도 한다.

더군다나 직접적인 경험이 아니라면 더욱.


“······.”


늦은 시각에 본래라면 불빛은 물론이고 사람은 없는 것이 정상이었다.

가끔 경계를 서게 되는 청년이 보이기도 하지만 그들은 주로 마을의 외곽에서 일하고 있으며 거리에 보인다면 그것은 교대하는 시간대뿐이다.

그러나 이맘때에 거리를 돌아다니고 있는 사내가 단 한명 있었다.

사내는 추위를 견디기 위해서 두꺼운 털옷을 입으며 후드까지 눌러쓴 뒤에 거리에서 횃불을 들고 무언가를 찾아다니고 있었다.

가끔 고개를 두리번거리면서 횃불로 자신의 눈앞을 비추고 하염없이 걷고만 있었기에 멀리서 보고 있었다면 사내의 모습은 정말 수상쩍게 여겨졌을 것이다.


“허탕인가······.”


알 수 없는 소리를 중얼거리면서 사내는 계속 거리를 걸어 다니고 있었다.

무엇을 찾고 있었는지는 알 수 없었으나 아무래도 오늘 안에 찾아내고 말겠다는 듯 한 움직임이 그의 행동에서 느낄 수 있었다.

사내는 큰 거리에서는 자신이 원하는 것을 찾을 수 없다고 판단했는지 가장 가까이에 있던 골목길을 골라 발을 옮겼다.

큰 거리도 상당히 어두웠지만 골목길은 횃불이 없었다면 한 치 앞길조차 보이지 않을 정도로 깜깜해보였다.

하지만 남자는 그 사실이 개의치 않았는지 거리낌 없이 골목길 안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그렇게 사내가 거리 안을 들어간 지 얼마 지나지 않아.


“···!”


어둠 속에서 또 다른 이가 골목길을 향해 따라 걸어들어가는 일이 일어나게 되었다.

어디에서부터 쫓아온 것인지는 알지 못했으나 적어도 골목길로 들어간 사내를 따라간다는 사실 하나만큼은 잘 알 수 있었다.

사내는 아직 자신을 쫓아오고 있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모른 채 장갑을 끼지 못한 손에 입김을 조금 불면서 앞을 향해 걸어가고만 있을 뿐이었다.

쫓아오는 사람은 작은 목소리로 뭐라고 중얼거리고 있었지만 그 목소리는 사내에게는 조금도 들리지 않았는지 계속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그렇게 둘의 거리는 조금씩 가까워지기 시작했고 거리는 다섯 걸음의 차이도 나지 않게 되었다.

네 걸음.

사내는 골목길 안에서 이어진 다른 안쪽을 횃불로 비춰보았다.

세 걸음.

사내는 뭔가를 발견한 듯 발걸음을 멈추었다.

두 걸음.

사내는 뒷걸음을 치려고 했다.

한 걸음밖에 남지 않고 뒤에 서있던 사람의 오른손이 허공으로 올라갔을 때 사내는 그제야 등 뒤에 누군가가 있었다는 사실을 알아채고 말았다.

때는 이미 늦었다는 생각을 사내에게 들게 만들었다.

하지만.


“!?”


안쪽의 거리에서 튀어나온 검은 그림자 하나가 사내를 먼저 덮치고 말았다.

그렇게 넓지도 않았던 골목길에서 사내는 손에서 횃불을 놓치고 말았으며 횃불과 함께 사내는 그림자와 엉켜 바닥을 구르게 되었다.

약간의 신음과 함께 사내는 자신에게 붙은 그림자를 떨쳐내려고 한 듯 했으나 생각보다 힘이 센 탓인지 좀처럼 떨쳐내지 못하고 있었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사내를 쫓고 있던 사람은 잠깐 멈춘 것처럼 보였지만 자세히 귀를 기울이면 그가 계속해서 중얼거리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그 모습은 언뜻 자신의 눈앞에 벌어진 상황을 외면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의 말은 끝에 달했는지 들어 올려져 있던 오른손을 아래로 휘두르면서 크게 외쳤다.


“첫 번째 장 2절! 신께서 말씀하셨나이다! 너의 형제를 해하지 말라! 그 길은 필시 사람이 갈 길이 아니게 될지니!”


외침과 동시에 눈부신 빛이 뒹굴고 있던 사내의 바닥에서 눈을 덮치기 시작했다.

푸르고도 노란 빛은 따스한 느낌도 있는 듯 했으며 그 사이로는 같은 색의 길고 얇은 천들이 여럿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천들은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사내를 공격한 그림자를 향해 빠른 속도로 휘감기 시작했고 하나 둘 정도 묶였을 때에는 조금 저항하는 듯싶었으나 짧은 시간에 수많은 천들이 감싸자 손과 발 그 어느 무엇도 움직이지 못하는 제압당한 몸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덕분에 사내는 그림자에게서 벗어날 수 있었으며 몇 번 콜록거리면서 자리에서 일어날 수 있게 되었다.

습격 때문에 후드는 벗겨졌는지 얼굴이 그대로 드러나게 되었고 사내가 에반이라는 것을 쫓아오던 사람은 금세 알아차릴 수 있었다.


“감사합니다······. 어?”

“혹시나 했더니 자네였는가?”


에반은 떨어진 횃불을 주워 손에 들자 불빛 덕분에 자신을 도와준 이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더러운 얼굴에 푸석한 머리를 한 익숙한 인상은 낮에 보았던 부랑자였다.


“자네가 여기 있다는 사실은 성녀님도 근처에 있다는 말이군.”


부랑자는 혼자 중얼거린 뒤에 그대로 황급히 골목길 안쪽을 향해 발걸음을 옮기려고 했다.

어째서인지 성녀를 피하려하는 듯 한 그의 태도에 에반은 그의 어깨를 붙잡고 질문을 던졌다.


“저기······. 성녀님을 만나고 가시는 것은······.”

“···그 분을 만나고 싶지는 않네. 그 분 또한 나 같은 것을 만나고 싶어 하지 않으실 테고.”


그러자 퉁명스러운 대답만이 돌아왔고 부랑자는 어깨위에 올라온 손을 툭 내치며 서둘러 골목길 안으로 모습을 감추었다.

자신이 사용한 마법은 풀지 않았는지 에반을 덮친 그림자는 그대로 천에 묶여 땅을 기고 있는 신세였다.

자세를 낮추고 허리를 굽혀 횃불을 가까이 가져가서 보자 그 모습이 선명하게 눈에 들어왔다.

어디에나 있을 법한 평범한 외모에 머리색은 갈색인 여성이었으나 한 가지 이상한 점이 있었다.


“크악! 캬아악!”


눈이 마치 새하얀 토끼처럼 빨간색으로 변해있었던 것이다.

놀란 나머지 하마터면 엉덩방아를 찧을 뻔했지만 에반은 침을 꿀꺽 삼키고 좀 더 자세히 보았다.

충혈 되었다는 것과는 달랐다.

동공도 무엇도 없이 눈이 전부 빨간색으로 바뀌어있어서 마치 저주받은 사람이라는 착각이 들 정도였다.

묶여있는 와중에도 여성은 마치 짐승처럼 에반을 향해 알 수 없는 소리로 위협하고 있었다.

그 순간 문득 에반의 머릿속에 끔찍한 생각이 떠오르고 말았다.

실종된 사람 중에는 여성도 한 명 섞여있었다.

그렇다면 이 사람은 설마 그 실종된 여성······.


“거기인가요? 어째서 여기까지 들어온 건가요!”


생각이 스쳐지나감과 동시에 에반의 등 뒤에서 큰 소리가 가까워져오고 있었다.

고개를 돌리자 성녀가 에반이 있는 곳을 향해 달려오고 있었다.

에반과 떨어져버리는 것은 계획 밖의 상황이었는지 조금 당황한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적당히 돌아다니라고 했지 이렇게 깊은 곳까지 들어가라고는 안했······.”


뭔가 발견했는지 성녀는 투덜거리던 것을 갑자기 말을 멈추었다.

그녀의 시선은 붙잡혀 있는 여성을 향해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자세히 보면 여성이 아닌 여성을 묶고 있는 기묘한 색의 천을 향해있었다.


“성녀님?”

“···우선 데리고 가죠. 여기에서는 죽게 될지도 모르니까요.”


성녀의 얼굴에는 누가 보더라도 불쾌하다는 감정이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찌푸리고 있었다.

몸은 다소의 떨림으로 부들거리고 있었고 악문 이는 갈리는 듯 한 특유의 소리가 들리는 것만 같은데다 눈매는 힘이 과하게 들어가 있어서 터질 것 같아보였다.

분노와 혐오를 겨우 참는 것처럼 보여서 잘못 건드리면 폭발할 것 같은 모습이었다.


“괜찮으세요? 이게 대체 뭐기에······.”

“신경꺼. 네 일도 아니면.”


걱정되어 성녀를 건드리려는 순간 에반은 흠칫하고 말았다.

분노의 방향이 자신에게로 돌아왔다는 사실도 있었지만 지금 성녀는 에반이 만난 첫날에 자신에게 표했던 그때와는 차원이 다를 정도의 분노를 겨우 억누르고 있었다는 사실이 에반의 소름을 돋게 만들었다.

갑작스럽게 돌아온 반말만으로도 독기가 서린 그녀의 기분을 느낄 수가 있었다.


“‘저것’은 아무것도 아니에요. 그러니 당신이 알 필요는 없습니다. 알아들었으면 자리를 옮기죠.”

“···네.”


강압적인 그녀의 태도에 에반이 겨우 할 수 있는 거라고는 힘겨운 대답 한 글자뿐이었다.

먼저 골목길을 빠져나가는 성녀를 바라보면서 에반은 제압당한 여성을 어깨에 메고 그녀의 뒤를 따라 골목길을 따라 빠져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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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30화.Forget me not(3) 17.08.02 15 0 20쪽
30 29화.Forget me not(2) 17.08.02 18 0 11쪽
29 28화.Forget me not(1) 17.08.01 25 0 14쪽
28 27화.되감기(6) 17.07.31 21 0 22쪽
27 26화.되감기(5) 17.07.31 20 0 14쪽
26 25화.되감기(4) 17.07.28 21 0 8쪽
25 24화.되감기(3) 17.07.27 25 0 9쪽
24 23화.되감기(2) 17.07.26 20 0 9쪽
23 22화.되감기(1) 17.07.25 21 0 7쪽
22 21화.괴담조사(11) 17.07.24 26 0 10쪽
21 20화.괴담조사(10) 17.07.21 24 0 9쪽
20 19화.괴담조사(9) 17.07.20 30 0 15쪽
19 18화.괴담조사(8) 17.07.19 28 0 15쪽
18 17화.괴담조사(7) 17.07.18 32 0 11쪽
17 16화.괴담조사(6) 17.07.17 35 0 13쪽
16 15화.괴담조사(5) 17.07.14 87 0 12쪽
» 14화.괴담조사(4) 17.07.13 40 0 9쪽
14 13화.괴담조사(3) 17.07.12 97 0 12쪽
13 12화.괴담조사(2) 17.07.11 40 0 9쪽
12 11화.괴담조사(1) 17.07.10 107 0 10쪽
11 10화.자격 박탈 17.07.07 47 2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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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5화.인연은 닿는가(2) 17.06.30 150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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