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 능력 제로의 전쟁 영웅

마법 능력 제로의 전쟁 영웅 25화

알렌시아 왕국은 티란토 왕국에서 살던 실버리온 왕자에 의해 세워졌다. 왕자는 부왕의 허락을 받아 신하들을 이끌고 떠났다. 그리고 그들은 알렌시아라고 불리는 지역에 정착하여 튼튼한 성을 세우고 나라의 기틀을 잡았다. 실버리온 대왕은 티란토 왕국과 동맹국으로 지냈고, 레마 왕국은 두 왕국을 경계했다.

“알렌시아는 새 왕이 즉위하고 얼마 되지 않았으니 이때를 노려야 합니다.”

“경의 말에 옳도다. 알렌시아 국경을 기습하도록 하라.”

실버리온 대왕 이후 알렌시아, 티란토 왕국 동맹은 호시탐탐 국경을 노리는 레마 왕국의 침략을 받았다. 레마 왕은 여러 신하들을 불러 회의를 했고, 그는 전쟁을 일으키기로 결심했다. 왕명을 받은 장군들은 즉시 작전 회의를 열어 군 배치를 완료시켰다.

수상한 움직임은 알렌시아 왕국을 잠입한 첩자들에 의해 알려졌다. 에스테반은 국경 수비를 강화하고 적들과 싸워 왕국을 지키라는 왕명을 내렸다.

“전쟁이 임박했는데 이런 모습이라니...”

아베스 별장에 요양을 떠난 코스펠은 양피지에 적힌 소식을 읽고 깊은 한숨을 쉬었다. 그를 섬기는 하인은 회복 속도가 빠르니 이제 후방에서 싸울 수 있을 것이라 말했다.

“자네의 말이 맞네. 후방에서 군대를 돕는 것도 전쟁이지. 갑옷을 걸쳐도 될 정도로 회복된다면 군대에 복귀하여 후방 임무를 지원하겠네.”

“네. 허나 너무 무리하지 마십시오.”

“자네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고 있다. 그러나 나는 이번 전쟁에 반드시 출전해야 한다. 반드시 그렇게 되어야 해.”

코스펠은 전쟁에 나갈 수 없다는 답답함보다는 소중한 사람들이 생각났다. 비록 작위 계승 문제가 중요하지만 현재 전쟁의 위기에 빠진 왕국이 더 걱정이었다. 적들을 물리쳐 더 이상 저들이 넘볼 수 없도록 지키는 일이 중요했다.

‘아베스 가문 별장에서 쉬면서 앞으로 나가게 될 전쟁을 대비하자.’

그는 그동안 모은 마법 전략 책을 읽으며, 산적 출신 부하들에게 얻은 자료를 바탕으로 비마법 전투를 구상했다. 현재 나온 병장기로는 마법 전사들을 보조하며, 병사들을 치는 작전이 유력했다. 병사들을 치는 것만으로도 저들에게 타격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앞으로 있을 전투에 대해 싸워 이기겠노라 다짐했다.

이미 첩자를 통해 두 왕국은 언제든 전쟁이 일어나도 대비할 수 있도록 준비를 해 왔다. 왕명을 받은 레마의 대규모 군단이 국경을 넘자 경계병은 이 소식을 장군에게 보고했다.

“알렌시아 왕성에 파발을 보내도록 하라. 자, 우리는 저들을 맞이하러 갑시다.”

적군의 움직임이 포착되자 국경을 지키는 군대는 즉시 전투 진형으로 바꿨다. 마법 전사를 중심으로 여러 병사들이 전장으로 이동하여 그들을 맞이했다. 빠른 말을 탄 전령에 의해 선제공격을 받았다는 소식이 알렌시아 왕성에도 알려졌다.

“폐하, 저들이 폐하께서 대관식을 하신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도발하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저들의 목적은 알렌시아 왕국을 얕보고 자신의 입맛에 맞는 자들로 채우는 게 목적이다. 우리는 적과 맞서 싸워 왕국을 지켜야 한다.”

“신들이 함께 할 것입니다.”

“전국에 비상 대기령을 내려라. 작전 회의를 소집하여 내가 전쟁을 지휘할 것이다.”

“폐하의 명령을 받들겠나이다.”

레마 왕국은 오랜 세월 알렌시아 왕국을 침략했다. 그렇기에 건국 초부터 티란토 왕국과 동맹을 맺어 적들을 막아왔고, 두 왕국은 서로 도와주며 친하게 지냈다. 에스테반은 적들의 목적을 파악하고 왕국을 지키리라 결심했다.

‘여기서 국경까지 시간이 걸리겠으나 저들의 목적을 막기 위해 내가 전쟁이 나가야 한다. 지금쯤이면 왕국을 지키기 위해 치열한 전투가 벌어지고 있겠군.’

전쟁이 터지자 마법 전사들이 중심으로 전투에 나갔다. 그들은 그동안의 전쟁과 마찬가지로 화려한 기술로 전쟁을 주도했다. 레마 왕국의 불 속성과 알렌시아 왕국의 물 속성이 치열하게 맞서 싸우며 쉽게 승부가 나지 않았다.

“자네의 마법 실력은 여전히 대단하군.”

“나도 자네와 다시 싸울 날을 기다리고 있었다. 자, 덤벼라.”

이번 전쟁의 선봉에 서기를 자처한 나이가 지긋한 두 장군은 치열한 신경전을 벌였다. 알렌시아 왕국 군은 적을 막기 위해 다양한 전술을 펼쳤다. 전쟁 초반 레마 왕국에 모든 상황이 유리하게 보였으나 알렌시아는 어려운 상황을 돌파하고자 힘을 보탰다.

“전쟁이 일어났으니 여기서 언제까지 있을 수 없다. 몸이 회복하면 부대에 복귀할 것이니 준비하게.”

“네.”

아베스 가문 별장에서 쉬고 있던 코스펠은 부하들로부터 모든 상황을 전해 들었다. 비록 오랫동안 전쟁을 대비했으나 레마 왕국의 공격이 만만치 않았다. 그는 휴식을 취하며 몸이 회복되고 있었기에 언제든 전장에 나갈 수 있다는 게 위로가 되었다.

이틀 후. 의사의 만류에 불구하고 코스펠은 부하들을 데리고 부대에 급히 복귀했다. 그 소식을 들은 백작과 여러 장군들이 그를 직접 맞이하기 위해 나왔다.

“자네, 몸은 괜찮은가?”

“왕국이 위기에 빠졌는데 어찌 저만 편히 누워 쉴 수 있겠습니까? 뭐든 도와드리고 싶습니다.”

“자네는 아직 몸이 완쾌하지 않아 전장에 나갈 수 없네. 그러니 쉬면서 우리 일을 도와주게.”

“백작님의 명령을 따르겠습니다.”

그들은 아직 몸이 다 낫지 않았으나 부대에 복귀한 코스펠이 기특했다. 한편 그 소식을 들은 산적 출신 병사들은 여러 장군을 찾아가 준 남작님을 도와 출전하게 해달라고 애원했다. 장군들은 왕에게 그들의 목소리를 전했고, 왕명으로 허락을 얻었다.

“코스펠 딜런 님.”

“아니, 자네들이 여기에 왜 온 건가?”

“폐하의 허락을 받아 준 남작님을 모시게 되었습니다.”

제이든, 오웬은 왕의 친서를 코스펠에게 줬다. 그는 양피지 두루마리를 펼쳐 읽고 깜짝 놀라 동공이 흔들렸다.

“이건 폐하께서 친히 쓰신 편지이네. 폐하의 명령에 따라 나와 함께 지내세.”

“저희들 때문에 다친 몸이 아직 완치되지 않았다고 들었습니다. 백작님께서는 몸이 좀 나을 때까지 쉬고, 보급을 맡으라고 명령하셨습니다.”

“그래, 그렇게 하겠네.”

코스펠에게는 병사 시절부터 계속 따라다닌 루크, 헤레이스, 휴, 잭, 잭슨 외에 제이든과 오웬이라는 부하가 새로 생겼다.

“오늘 저녁 식사를 부하들과 함께 하며 자네가 온 것을 축하할 것이네. 특별히 폐하의 허락을 받아 온 만큼 열심히 하길 바라고 있네.”

“네, 감사합니다. 부하들에게 연락해서 형을 마치면 준 남작님께 오라고 연락하겠습니다.”

“그래.”

두 사람은 그들을 따르는 많은 부하들이 준 남작님을 섬기고 싶어 한다고 알려줬다. 왕명에 따라 노역 형을 지내던 중, 자신들 때문에 옛 친구가 고생하는 소식을 들을 때마다 마음이 찢어질 듯 아팠다.

그날 저녁 코스펠은 루크, 헤레이스, 휴, 잭, 잭슨, 제이든과 오웬을 자신의 회의실로 불렀다. 그들은 작은 떡과 포도주, 채소 샐러드, 닭고기 구이 등으로 평소와 다름없이 식사를 했다. 식사가 끝나자 그는 진영을 돌아다니며 깊은 생각에 잠겼다.

‘몸의 회복 속도가 내 예상보다 빠르다. 아무래도 저들은 뛰어난 의술을 가지고 있는 게 분명하다.’

코스펠은 오랜만에 만난 제이든, 오웬이 반가웠고, 전장에 나가지 못하는 게 아쉬웠다. 두 사람의 뛰어난 의술로 회복 속도가 빨라지고 있지만 당분간 군령에 따라 보급을 맡아야 했다. 그는 여러 생각이 깊은 근심에 잠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