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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몬블라썸 님의 서재입니다.

힐링 테이블(A Healing Tab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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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레몬블라썸
작품등록일 :
2018.07.11 16:08
최근연재일 :
2018.08.03 18:00
연재수 :
2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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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29
추천수 :
74
글자수 :
127,303

작성
18.07.18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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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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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Ep. 3 그 남자의 밤 1화

DUMMY

뚜둑. 툭. 투두둑. 솨아...


오전 내 비바람이 불더니 결국 비가 내립니다.

수분을 머금어서인지 둥글게 몸을 부딪치던 바람은 비와 함께 앙칼진 모습으로 변해 우산이 채 가리지 못한 바지의 아랫단을 적시기 시작합니다.

누군가에게는 삶의 희망이 되고 누군가에게는 귀찮음이 되고 또 누군가에게는 낭만이 되는 비가 내리자 도시는 바람이 전달하는 무거운 빗내음으로 가득 찹니다.

아무리 바쁘고 활기찬 도시의 전경이라도 떨어지는 빗물엔 한 폭의 수채화가 되어 그 모습이 차분히 가라앉습니다.


비가 내려서 그런지 몸이 으슬으슬 떨립니다. 이런 날에는 아무래도 국물이 제격이겠지요.

오늘은 국수를 해 볼까 합니다.

얼마 전 해물탕을 하고 남은 백합이 남아 있으니 그것으로 백합 국수를 해 보아야겠어요.

그리고 국수만 먹을 수는 없으니 간단히 버섯 베이컨 볶음을 곁들일 생각입니다.


마트를 들려 국물을 우릴 멸치와 다시마 그리고 무를 삽니다.

그 외에 마늘과 파, 달걀, 소면, 백합, 소금이 필요한데 이것들은 모두 가게에 있으니 넘어갑니다.

그리고 버섯 베이컨 볶음을 만들 양송이버섯과 베이컨을 삽니다.

버터에 볶을 것인데 버터 역시 가게에 있으니 넘어가도록 합니다.


요리를 하다 보면 항상 재고가 생기기 마련이지요.

요리는 이 재고들을 다음에 어떤 재료와 또 연계시켜 만들 것인가에 대한 자각이 있어야 한다고 봐요.

그렇지 않으면 한 번 요리하고 남은 재료들이 넘쳐나서 결국 음식물 쓰레기가 되어버리니까요.

그리고 그럴 정도라면 사 먹는 것이 낫겠지요.

그래서 기존 재료로 다른 요리를 해 먹거나 새로운 요리를 시작할 때 그 재료가 포함되는 것을 기준으로 시작하는 방법이 좋은 것 같습니다.


또 재료의 보관도 중요합니다.

사실 일반적인 식당이라면 정해진 요리가 있고 매일 일정량 이상의 소비를 통해서 될 수 있는 대로 신선한 재료를 유지할 수 있겠지만, 제가 운영하는 가게의 특성상 그렇지 못하다 보니 신선도가 중요한 채소의 경우에는 손질을 해서 냉동보관을 하기도 하고 애초에 냉동인 재료를 사기도 합니다.

물론 냉동의 과정에서 본연의 맛이 어느 정도 상실되기 때문에 그것을 고려해야겠지요.

예를 들어 마늘이 메인이 되는 감바스 같은 요리라면 언 마늘보다는 생마늘을 사용하는 편이 더 맛이 있을 것입니다.


소량을 만든다면 대량보다 신선할 수 있지 않으냐고 생각하실 수도 있겠지만, 어디까지나 저는 돈을 받고 있지 않기 때문에 매번 새로운 재료를 살 수는 없거든요.

물론 그렇다고 맛을 포기한다거나 선도가 매우 좋지 않은 혹은 비위생적인 재료를 사용하지는 않습니다.

결국 선입선출을 하며 적당한 선에서 타협을 합니다.

결국 가장 좋은 방법은 그날 먹을 만큼의 재료를 사는 것이 되겠네요.


자, 오늘은 비교적 시간이 걸리는 요리라 일찍 시작을 해 봅니다.

먼저 다시마를 물에 넣고 잠시간 불려둡니다. 그리고 이 시간 동안 재료를 손질합니다.

버섯과 백합을 잘 씻어두고 마늘은 두 개를 편으로 얇게 썰고, 두어 개는 다져놓은 뒤 국물용으로 통마늘 세, 네 개를 남겨둡니다.

파는 새끼손톱보다 조금 더 큰 사이즈로 하여 편으로 썰어둡니다.


다시마가 충분히 우려졌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지만, 일단 냄비에 담아 불에 올리고 머리를 제거하여 망에 담은 멸치와 무 그리고 통마늘을 넣어 우립니다.

다른 냄비에는 소면을 삶을 건데요, 물이 끓으면 굵은 소금을 조금 넣고 수저로 휘저어 준 뒤 소면을 삶으면 됩니다.

소면은 2인 기준 손가락으로 ok모양을 했을 때 넉넉한 것 같아요. 오백 원 크기 정도 됩니다.

소면을 끓이면서 육수의 거품들을 꾸준히 제거해 주다가 충분히 우렸다 싶으면 백합을 투입합니다.


소면은 끓는 물에 넣고 거품이 한 번 일면 찬물을 부어주고 살짝살짝 들었다 놔주는 것을 두 번 반복했다가 찬물에 식혀줍니다.

이때 전분 기를 빼기 위해 아주 살짝 면을 치대듯이 헹궈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처음부터 손으로 하면 손이 데일 수도 있으니 처음에는 젓가락으로 휘휘 젓다가 어느 정도 식었다 싶으면 손으로 가볍게 치대주시면 됩니다. 세게 치대면 면이 뭉개지니까요.

복잡한 멀티플레이 같지만 사실 그렇게 어렵지 않아요.

정 힘들면 육수부터 우리고 면을 삶으면 됩니다.


면은 체에 밭쳐두고 육수에 달걀을 풀어 넣습니다. 그리고 다진 마늘을 넣은 뒤 마지막으로 간을 봅니다.

뜨거운 국물은 간이 비교적 약하게 느껴지는 경향이 있어요.

천천히 소금을 조금씩 추가하여 간을 봅니다.

다만 나중에 밍밍한 면이 들어가니 육수 맛은 어느 정도 진해야 해요.

하지만 이 육수는 백합이 내는 시원하고 깔끔한 맛이 중요하니 너무 진하지는 않게 적절히 조절해야 합니다.


메인 요리가 완성되었으니 이제 곁들일 요리를 합니다.

양송이버섯을 편으로 썰어 두고 프라이팬에 버터를 넣어 가열합니다.

팬에 열이 올라오면 썰어 둔 파와 마늘을 볶습니다.

불이 너무 세면 금방 타버리니 중불이나 약불 정도로 볶아줍니다.

이후 감칠맛을 낼 베이컨을 살짝 익히고 버섯을 넣어 함께 볶아냅니다.

마지막으로 허브솔트를 살짝 뿌려 간을 합니다.


장식용 이쑤시개로 베이컨 한쪽을 끼고 버섯, 마늘, 파, 버섯 다시 베이컨 순으로 낀 뒤 그릇에 하나씩 올리고 소스가 된 국물을 뿌린 뒤 각각의 꽂이 위에 깨를 살짝 뿌려주면 곁들일 요리가 금세 완성됩니다.

이렇게 만들면 먹기도 쉽고 보기에도 예뻐서 좋습니다.

아 참, 튀긴 마늘 중 몇 개는 국수 위에 꽃잎 모양 고명을 얹을 요량으로 따로 담아 놓습니다.

이 마늘이 짭조름해서 자칫 밍밍할 수 있는 국수의 맛을 잡아주는 역할을 하거든요.


“딸랑”


“안녕하세요.”


“어서 오세요. 우산은 그쪽에 두시면 됩니다.”


다행스럽게도 요리의 마무리 즈음에 손님이 오셨네요.

이번 손님은 대학생으로 보이는 20대의 남성분입니다.

검은색 정장 재킷에 흰색 셔츠, 청바지에 검은색 구두. 세미 정장 스타일을 멋지게 갖춰 입고 오셨네요.


“향이 좋네요.”


“아, 네. 잠시 앉아 계시겠어요?”


“네.”


살짝 미지근해진 육수를 다시 데우고 국수 그릇에 면을 돌돌 말아 올립니다.

그 위로 파를 조금 올린 뒤 육수를 부어내고 사이드에 백합을 담아 올립니다.

종지에 김치를 썰어 담은 뒤 손님께 드립니다.


“날이 상당히 춥죠. 그래서 오늘은 국물 요리를 준비해 보았어요. 입맛에 맞으실지 모르겠네요.”


“아. 정말 맛있을 것 같아요.”


더불어 준비된 서브 요리도 내어놓습니다.


“그리고 이 요리는 곁들여 드실 요리고요, 하나씩 집어서 드시면 됩니다.”


“아.. 지금 그냥 바로 먹어도 되나요?”


“네. 불편해하지 않으셔도 돼요. 맛있게 드세요.”


“네. 감사합니다.”


손님과 몇 마디 대화를 나눈 뒤 저도 식사를 준비합니다.

면을 살살 휘저어 국물을 충분히 적실 수 있도록 풀어줍니다.

그리곤 먼저 국물을 한 숟가락 떠 맛을 봅니다.

역시나 무와 조개가 만들어낸 푸르스름하면서도 맑은 국물이 시원하기 그지없습니다.


사실 예전에도 말했지만 저는 갑각류를 그다지 즐기지 않습니다.

다만 조개가 내는 특유의 국물 맛은 조미료가 필요 없을 정도로 개운하고 담백한 맛을 내기 때문에 그나마 좋아하는 편입니다.

그리고 조개류는 유일하게 제가 먹을 수 있는 갑각류이기도 하고요.


이번에는 국물에 면을 살짝 올려 먹어봅니다.

국수엔 소면이니 중면이니 그 용도에 따라 굵기가 다르지만,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육수의 맛이 진하면 중면, 담백하면 소면이 잘 어울리는 것 같아요.

얇은 면에 금방 배어든 육수의 맛이 조화를 이룹니다.

그렇게 몇 번 떠먹어서 살짝 맛이 심심할 때 즈음 마늘을 같이 올려서도 먹어봅니다.

마늘에 벤 짭조름한 맛과 바삭함, 그리고 마늘 특유의 향미가 또 다른 맛을 만들어 냅니다.


이번에는 베이컨 버섯볶음도 먹어봅니다.

버터의 향이 먼저 후각을 만족시키고 베이컨의 감칠맛이 입맛을 돋워 줍니다.

그리고 버섯을 씹었을 때 나오는 채즙과 버터가 한 데 섞여 풍성한 맛을 이룹니다.

담백하고 느끼한 이 두 요리가 아쉬워질 때쯤 아삭하고 상큼한 김치로 다시 입을 헹궈줍니다.

요리는 한 쪽에 치우치면 아무리 맛이 있더라도 물리게 되니까 조화가 중요한 법입니다.


몇 입 먹지 않았는데 벌써 배가 불러오네요. 아무래도 면이라는 음식이 금방 포만감을 느끼게 합니다.

그런데 오늘 손님은 다른 말씀이 없으시네요. 그저 묵묵히 식사를 하고 계실 뿐입니다.

소박했던 식사가 끝이 나고 의외로 손님은 국물까지 모두 비워낸 뒤 말문을 엽니다.


“잘 먹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입에는 맞으셨나요?”


“아, 네. 진짜 맛있게 먹었어요. 이런 밥을 먹은 지가 얼마 만인 줄 모르겠네요. 특히 이 베이컨 볶음? 너무 맛있게 먹었습니다.”


말없이 드셨던 것 치고는 꽤나 극찬을 들었습니다. 다행이네요.

아무래도 요리를 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드시는 분께서 말씀이 없으시면 혹여 입에 맞지 않으실까 걱정이 되거든요.

특히나 이분께서는 정말 ‘한 마디도’ 없으셔서 내심 급하게라도 다른 요리를 해야 하나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억지로 먹는 음식만큼 고문인 것도 없으니까요.


“감사합니다. 차를 한 잔 드릴까요?”


“커피 있나요?”


“네. 블랙커피와 밀크커피가 있는데 어떤 것으로 드릴까요?”


“그럼 밀크커피로 부탁드립니다.”


“네. 잠시만 기다리세요.”


커피포트에 전원을 올리고 머그잔을 두 개 꺼내어 듭니다.

한 곳에는 블랙커피를 한 곳에는 밀크커피를 타고 잠시 기다립니다.

어느덧 조용해진 식당에서는 천장과 창문을 때리는 빗소리만이 천천히 한 음, 한 음을 이어 나갑니다.

투둑, 툭툭.

저는 예전부터 비를 참 좋아했습니다. 가끔 늦잠을 자는 날에 비가 내리면 일부러 창문을 아주 살짝 열어 떨어져 튀는 빗물을 맞는 것을 좋아하곤 하지요.


그리고 따듯한 이불로 파고들어 그 여유를 즐기는 것을 좋아합니다.

한량처럼 느지막이 일어나 뜨거운 커피를 들고 쌀쌀한 비바람에 몸을 떨며 비가 내리는 광경을 보는 것 또한 좋아합니다.

가게에 있을 때면 커피나 녹차를 데워 창문 밖에 사람들이 노니는 것을 구경합니다.

비가 오면 낭만이 되살아나고 차분해지니까요. 그래서인지 저는 비 내리는 날을 참 좋아합니다.


어느덧 끓은 물을 머그잔에 붓습니다.

블랙커피에 물을 많이 부으면 단순히 연해지는 것과 달리 밀크커피는 맛이 밍밍해질 수 있기 때문에 물을 살짝 적게 타는 것이 포인트입니다.

사람들은 보통 살짝 달짝지근하게 탄 커피를 좋아하더라고요.


“여기, 커피 나왔습니다.”


“감사합니다.”


“많이 지쳐 보이시네요. 손님께선 어떤 이야기를 가지고 오셨나요?”


“아... 그러니까, 저는...”




Ep. 3 그 남자의 밤 1화 end.




감사합니다.


작가의말

제가 가장 아끼는 에피소드가 드디어 나왔네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추천도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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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Ep. 5 널 만나러 가는 길 1화 18.08.01 73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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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Ep. 4 풋내기 사랑 2화 18.07.29 103 2 12쪽
18 Ep. 4 풋내기 사랑 1화 18.07.28 58 2 11쪽
17 Ep. 3 그 남자의 밤 10화 18.07.27 67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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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Ep. 3 그 남자의 밤 6화 18.07.23 67 3 14쪽
12 Ep. 3 그 남자의 밤 5화 18.07.22 71 3 12쪽
11 Ep. 3 그 남자의 밤 4화 18.07.21 70 3 12쪽
10 Ep. 3 그 남자의 밤 3화 18.07.20 65 3 12쪽
9 Ep. 3 그 남자의 밤 2화 18.07.19 69 3 11쪽
» Ep. 3 그 남자의 밤 1화 18.07.18 66 4 11쪽
7 Ep. 2 메롱바 그녀 4화 18.07.17 98 3 11쪽
6 Ep. 2 메롱바 그녀 3화 18.07.16 95 4 12쪽
5 Ep. 2 메롱바 그녀 2화 18.07.15 72 4 12쪽
4 Ep. 2 메롱바 그녀 1화 18.07.14 91 4 11쪽
3 Ep. 1 학생과 아버지 3화 18.07.13 199 4 11쪽
2 Ep. 1 학생과 아버지 2화 18.07.12 151 5 11쪽
1 Ep. 1 학생과 아버지 1화 +2 18.07.11 428 6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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