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앱솔

이혼 후 작곡 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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앱솔
작품등록일 :
2024.08.07 22:53
최근연재일 :
2024.09.19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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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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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4.08.15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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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3쪽

10화

DUMMY

시간이 흘렀다.

그리고 <체리 블라썸>의 안무와 연습까지 다 끝났다.

이젠 정말 런칭만을 앞둔 상황.

그러한 상황에서 로즈골드는 아르메 엔터의 임원들 앞에 무대를 선보였다.

그리고 그것은 너무나 완벽했다.

내 노래도 좋지만, 안무가가 짠 안무도 정말 좋았다.

로즈골드 또한 열심히 연습했는지 칼군무를 자랑했다.

다섯 명의 멤버가 마치 한 사람처럼 움직였던 것이다.

그러한 무대가 끝난 후, 이사님과 팀장님들, 그리고 나와 송준식이 박수를 쳤다.

실로 폭발적인 반응.

너무나 좋은 예감에 우리는 회식을 하러 갔다.

비록 싸구려 대패 삼겹살을 먹으러 갔지만 분위기는 너무 좋았다.


“자자, 다들 잔 채우라고!”


삼겹살이 지글지글 익어가는 가운데, 상석에 있던 총괄이사가 잔을 들었다.

우리 역시 바쁘게 채운 잔을 들어 올렸다.


“다들 정말 고생 많았어. 우리 열심히 한 만큼 이번에는 꼭 결과 내자고. 알았지?”

“네, 알겠습니다!”

“그래. 그럼 내가 선창할 테니 건배하자고. 자, 우리 로즈골드의 대박을 위하여!”

“위하여~!”


총괄이사의 우렁찬 건배사와 함께 우리는 잔을 부딪쳤다.

나 역시 두 손으로 든 잔을 주변 사람들과 부딪쳤고.

그렇게 왁자지껄하게 웃고 떠들며 삼겹살과 소주를 먹던 중.

총괄이사가 나를 향해 소주병을 내밀며 말했다.


“유태오 작곡가, 내가 한 잔 줄게.”

“아, 네. 감사합니다, 이사님.”


나는 반쯤 일어나서 두 손으로 잔을 받았다.

꼴꼴꼴 소리를 내며 채워지는 술잔.

잔을 받은 나는 총괄이사의 잔도 채워주었다.


“자, 건배하자고.”

“네, 이사님.”


나와 이사는 단둘이 잔을 부딪쳤다.

고개를 돌리고 마시는 소주는 평소처럼 너무나 썼다.

하지만 왠지 기분은 너무나 좋았다.

아르메 엔터에서 수년을 지냈지만 총괄이사와 이렇게 술잔을 기울이는 건 처음 있는 일이기에.

그렇게 잔을 탁 내려놓은 후, 총괄이사가 내게 말했다.


“유태오 작곡가, 축하해. 이번에 곡 너무 좋더라.”

“감사합니다, 이사님.”

“감사하긴 뭐가 감사해. 유태오 작곡가가 열심히 한 건데. 그런데 대체 어떻게 갑자기 그런 곡을 쓰게 된 거야? 곡이 갑자기 너무 좋잖아.”

“하하, 운이 좋았던 모양입니다.”


나는 머쓱하게 웃으며 말했다.


“흐음, 글쎄. 이번 노래는 운이 좋다고 만들 수 있는 건 아닌 것 같던데.”

“그런가요?”

“어. 내 생각엔 그동안 열심히 작업했던 게 포텐이 터진 것 같아. 그게 아니고서야 이렇게 좋은 노래를 만들 수 있을 리가 없지.”

“감사합니다, 이사님. 이사님께서 그렇게 말씀해주시니 정말 기쁩니다.”


나는 흐뭇하게 웃었다.


“허허, 나도 고마워. 유태오 작곡가 덕분에 나도 오랜만에 열정이 살아난 것 같거든.”

“열정이요?”

“어. 솔직히 한 업계에서 수십 년 구르면 매너리즘에 빠지기 마련이거든. 솔직히 아르메 엔터 상황이 좋지 않기도 했잖아. 열심히 해도 보람도 없고.”


나는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주변에 있는 팀장들이나 송준식도 동의한다는 듯이 침묵했고.


“그런데 이번에 유태오 작곡가가 만든 <체리 블라썸> 듣고 열정이 되살아나더라. 뭐랄까. 이 업계 처음 들어왔을 때의 열정이 되살아났다고나 할까? 하하하.”

“제 노래가 그런 변화를 이끌어냈다니. 정말 기쁘네요.”

“그게 음악의 힘 아니겠나.”


총괄이사가 흡족하게 웃었다.

나 역시 동의했다.

사람의 감정을 변화시키는 것.

그게 바로 음악이 가진 힘이니까.


“아무튼 이번 노래 대박 나길 빌자고. 이번에도 망하면 우리 진짜 다 옷 벗어야 하니까.”

“알겠습니다, 이사님. 저도 작곡가로서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그래. 자, 다들 잔 채우지. 송 선생, 송 선생 잔은 내가 줄게요.”


그렇게 또 초록색 소주병이 여기저기 오가며 잔이 채워졌다.

이윽고 터져 나오는 총괄이사의 건배사.

그와 함께 나는 소주를 꼴깍꼴깍 들이켰다.


‘맛있네.’


기분 좋은 자리라서 그런 걸까.

쓰기만 했던 소주가 처음으로 달콤하게 느껴졌다.


* * *


오늘은 특별한 날이었다.

바로 <체리 블라썸>의 음원이 런칭되는 날이기 때문이었다.

런칭 시각은 오후 9시.

사실 웬만한 기획사들은 음원 런칭 때 파티도 한다지만, 아르메 엔터엔 그런 게 없었다.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중소 기획사는 한 푼이라도 더 아껴야 하니까.

제작비도 아껴야 하는 아르메 엔터 입장에서 런칭 파티는 꿈도 꿀 수 없으니까.

그렇기에 우리는 각자의 집에서 런칭을 기다렸다.


“시온아, 간식 먹자~!”


런칭을 앞둔 시간.

나는 미리 만든 간식을 시온이가 있는 안방으로 가져갔다.


“간식이당! 간식! 아빠, 간식 모야~?”

“하하, 고구마 맛탕이야.”

“우와아아아! 고구마 맛탕 조아! 달콤해!”


윤기가 좌르르 흐르는 고구마 맛탕.

그것을 본 시온이가 환호성을 내질렀다.

내가 만드는 건 뭐든지 맛있게 먹어주는 시온이.

그런 시온이가 너무나 사랑스러웠다.


“시온아, 얼른 먹어봐. 고구마 맛탕은 따뜻할 때 먹어야 맛있어.”

“웅웅! 머거볼게! 토끼 포크루 머거야징~!”


시온이는 그렇게 말하며 토끼 모양 포크로 고구마 맛탕 한 조각을 콕 집었다.

그리고 곧장 입으로 쏘옥 집어넣고 오물오물 씹었다.

빵실빵실한 볼을 씰룩이며 맛탕을 오물거리는 시온이는 햄스터 같았다.


“어때, 시온아? 맛있어?”

“웅! 완전! 완전 짱이야!”


시온이가 눈을 빛냈다.


“정말?”

“웅웅! 징짜 마시써! 달콤하구 담백하구 완전 짱이야! 아빠두 머거봐! 안 대겠당! 시온이가 조야지!”


시온이는 그렇게 말하더니 토끼 포크로 고구마 맛탕 하나를 콕 찍어 내밀었다.

나는 그것을 받아먹고 우물거렸다.


“오, 맛있네. 하하.”

“그치? 그치? 시온이가 말했자나, 맛있다구. 헤헤!”

“그러네. 우리 시온이가 맛있다는 건 다 맛있네. 시온이가 미식가라서 그런가 봐.”

“헤헤, 마자! 시온이는 미식가야! 근데 아빠, 미식가가 모야?”


고개를 갸웃하는 시온이.

나는 빵 터지며 시온이에게 미식가의 뜻을 알려주었다.

그렇게 도란도란 대화도 나누고, 맛있는 고구마 맛탕도 먹던 중.

오후 9시가 임박했다.

드디어 <체리 블라썸>의 런칭 시간에 다다른 것이었다.


“와, 시온아. 이제 아빠 노래 나올 때 됐는데?”

“앗! 징짜?”

“응. 딱 1분 남았다.”

“우와아아! 완전 떨린당! 아빠, 우리 카운트다운 하자! 카운트다운!”

“하하, 그럴까?”

“웅웅!”


시온이가 눈을 반짝반짝 빛냈다.

내가 기대하는 만큼 시온이도 내 음원이 잘 되기를 바라는 모양이었다.


“알았어. 시간 되면 알려줄 테니까 맛탕 먹고 있어.”

“웅웅! 열심히 먹구 있을겡!”


시온이는 정말로 고구마 맛탕을 와구와구 먹었다.

하하, 그럴 필요까진 없는데.

그러는 와중에도 핸드폰에선 로즈골드 멤버들에게 문자가 도착하고 있었다.


「유태오 작곡가님, 로즈골드의 리더 황은비입니다! 곧 음원 런칭이네요! 그동안 고생 많으셨······.」

「작곡가님! 곧 런칭이에요! 기다리고 계시죠? 꼭 대박······.」

「유태오 작곡가님! 이번에 좋은 노래 만들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덕분에 정말 즐겁게······.」

「작곡가님! <체리 블라썸> 만드시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함께 암흑기를 견딘 만큼 서로 잘 되기를 바랄······.」


로즈골드 멤버들을 시작으로 여기저기에서 문자가 도착했다.

송준식은 물론, 총괄이사에게도.


‘다들 엄청나게 기대하고 있구나.’


각자의 집이나 회사에서 런칭을 기다리는 사람들.

그들의 문자만 봐도 얼마나 그들이 이번 음원이 대박 나길 바라는지 알 수 있었다.


‘그래. 대박 나자. 제발.’


나 역시 간절한 마음으로 바랐다.

로즈골드와 아르메 엔터 직원 모두가 심혈을 기울인 음원이 대박 나기를.

그때였다.


“아, 시온아. 이제 곧 10초 남는다.”

“앗! 징짜?”

“응. 자, 그럼 카운트다운 같이 하자.”

“웅웅!”


시온이가 고구마 맛탕을 꿀꺽 삼켰고, 그와 함께 나는 카운트다운을 시작했다.


“자, 그럼 셀게. 십! 구! 팔! 칠!”

“육! 오! 사! 삼!”

“이! 일!”

“땡~!”


우리는 동시에 땡을 외쳤다.

이윽고 손뼉을 치며 환호성을 내질렀다.

많은 노력이 들어간 <체리 블라썸>.

그것이 런칭됐기 때문이었다.


“아빠! 인터넷에 떴어? 보자아! 얼릉 보자아~!”

“하하, 알았어.”


나는 두근두근한 마음을 한 채 핸드폰으로 멜로 사이트에 들어갔다.

수만 번도 더 들어갔던 초록색 어플.

그런데 왜 이리 떨리는 걸까.

아무래도 지금까지 냈던 음원과 달리, 이번 노래는 결과물이 너무나 좋기 때문일 것이다.


‘그만큼 성적도 잘 나와줬으면 좋겠는데.’


보통 유명 가수들은 음원을 런칭하자마자 멜로 차트의 상위권을 먹어버린다.

런칭과 동시에 1위를 먹기도 하고, 앨범을 내면 1위부터 10위까지 싹 다 먹어버리는 경우도 허다하다.


‘그 정도까진 안 되겠지.’


그러나 난 그 정도까진 기대하지 않았다.

로즈골드가 유명 아이돌도 아니고, 기획사의 힘이 센 것도 아니니까.

그렇기에 나는 적당한 순위만 나와주길 바랐다.

음, 그래도 한 30위 정도?

런칭빨로 이 정돈 바라도 되겠지?

나는 그러한 기대감과 함께 멜로 차트를 살폈다.

그리고 스크롤을 쭉 내리며 순위를 확인했는데.


“······아.”


곧장 실망하고 말았다.

이유는 간단했다.


「98」


<체리 블라썸>의 순위.

그것이 고작 98위이기 때문이었다.


‘하아······.’


나는 착잡한 마음에 한 손으로 마른세수를 했다.

98위.

그건 너무나 실망스러운 성적이기 때문이었다.


‘차트 진입은 했지만······.’


물론 차트 진입은 했다.

그것만으로도 로즈골드로선 나쁘지 않은 결과긴 했다.

하지만 기대감이 컸기에 실망감도 컸다.


“아빠아, 어떠케 돼써? 웅?”


시온이가 내 팔뚝을 흔들며 물었다.

어떻게 말해야 할까.

나는 절망적인 마음을 겨우 추스르며 말했다.


“으음, 98위네.”

“앗! 조은 거야?”

“뭐, 나쁘지 않네. 하하.”

“우와아아아! 만세! 우리 아빠 잘 됐당! 아빠 추카해~!”


시온이가 폴짝폴짝 뛰며 기뻐했다.

심지어 자신의 장난감 상자로 쪼르르 달려가더니, 공주용 왕관을 가져와서 내게 씌워주었다.


“아빠, 추카해! 대박 난 거 징짜징짜 추카해~!”


시온이가 손뼉을 짝짝짝 치며 내게 축하를 건넸다.

그런 시온이의 말에 나는 억지웃음을 지으며 고맙다고 말했다.

하지만 마음은 미어졌다.


‘미안해, 시온아······.’


아빠가 또 실패했나 보다.


* * *


런칭 이후로 문자들이 계속해서 도착했다.

앞부분만 대충 보았더니 실망하지 말라는 내용들이었다.

하지만 실망하지 않을 순 없었다.

어떻게 실망하지 않겠는가.

그토록 열심히 했는데.

정말 피와 땀, 그리고 눈물까지 뿌려가면서 열심히 했는데.

그렇기에 나는 아르메 엔터 식구들의 위로가 전혀 와닿지 않았다.

그 바람에 총괄이사나 송준식의 전화까지 받지 않았다.

심지어 시온이를 재운 후, 자정이 넘어서 몰래 외출해 편의점에서 맥주를 몇 캔 사 먹기도 했다.

쓰린 속을 어떻게든 달래보기 위해서.

그렇게 나는 술기운에 취해 잠이 들었다.

시온이 모르게 조용히 눈물을 흘리기도 했고.


“······으음.”


그렇게 나는 밝은 햇살과 함께 눈을 떴다.

어느새 아침이 된 모양이었다.


“쿠울······.”


옆에서 도롱도롱 자고 있는 시온이.

세상모르고 자는 시온이는 너무나 사랑스러웠다.


“하아······.”


하지만 금세 한숨이 새어 나왔다.

<체리 블라썸>의 음원이 망한 게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저벅저벅.


나는 침통한 마음과 함께 거실로 갔다.

그리고 쓰린 속을 달래기 위해 물을 벌컥벌컥 마셨다.

이후 핸드폰을 확인했는데, 부재중 전화와 미확인 문자가 잔뜩 도착해 있었다.

밤새도록 위로의 연락이 도착해 있었던 모양이었다.

무음으로 해둬서 몰랐지만.


‘이 사람들도 괴로웠던 거겠지.’


나는 로즈골드와 아르메 엔터 직원들의 슬픔에 대해 공감했다.

나 역시 너무나 괴로웠으니까.

그때였다.


「송준식 선생님」


핸드폰 상단에 송준식에게 전화가 왔다는 배너가 떠올랐다.

어제도 왔던 송준식의 전화.

나는 또다시 거절할까 하다가 그건 경우가 아닌 것 같아서 받기로 했다.


“네, 선생님.”

- 태오야! 일어났니?


어쩐지 커진 송준식의 목소리.

나는 이마를 짚으며 입을 열었다.


“아, 어제 전화 못 받아서 죄송합니다. 그러면 안 되는데 속이 쓰려서요······.”


나는 죄송한 마음을 담아 말했다.

아무리 마음이 아파도 송준식의 연락까지 씹은 건 잘못한 일이기에.


- 지금 그게 문제가 아니다, 태오야! 지금 음원 대박 났어!

“······네?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 하하하! 네가 직접 멜로 차트 들어가서 보렴! 대박이다, 대박!


무슨 말씀이시지?

분명 음원은 망했는데.

설마 98위를 보고 대박이라고 하시는 건 아닐 테고.


“아, 네. 알겠습니다. 잠시만요.”


나는 의아한 마음을 한 채로 멜로 어플을 켰다.

초록색 로고와 함께 실행된 멜로 어플.

나는 멜로 차트에 들어갔고, 어제처럼 스크롤을 내리······.


“어?”


나는 깜짝 놀라 엄지를 멈췄다.

심장이 크게 뛰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3위라고······?”


<체리 블라썸>.

내 노래가 3위에 랭크되어 있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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