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앱솔

이혼 후 작곡 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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앱솔
작품등록일 :
2024.08.07 22:53
최근연재일 :
2024.09.19 08:20
연재수 :
4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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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5,9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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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42,851

작성
24.08.08 20:05
조회
12,7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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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6
글자
9쪽

2화

DUMMY

나는 얼어붙은 채로 눈을 깜빡거렸다.

눈앞에 이상한 홀로그램 같은 게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내가 너무 무리를 했나?”


나는 눈을 비볐다.

이사로 인해 피곤한 나머지 헛것을 본다고 생각했으니까.

하지만 아니었다.

눈을 아무리 비벼도 눈앞에 있는 홀로그램은 그대로였다.

심지어 창은 계속해서 추가될 뿐이었다.


[작곡가 ‘유태오’는 지금부터 상태창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능력 레벨 상승이 가능합니다.]

[특수 업적 획득이 가능합니다.]


아래로도 줄줄이 생겨나는 홀로그램들.

나는 그것을 멍하니 보고 서 있었다.

이게 다 뭐란 말인가.

마치 게임 캐릭터라도 된 듯한 기분에 나는 어안이 벙벙했다.


“상태창을 사용할 수 있다고? 그게 뭔데?”


그렇게 말한 순간.

띠링 소리와 함께 눈앞에 커다란 창이 떠올랐다.


[작곡가 ‘유태오’의 상태창]

- 직업 : 작곡가

- 작사 레벨 : E

- 작곡 레벨 : E

- 편곡 레벨 : F

- 업적 목록 : 없음.


“아니, 이게 다 뭐야?”


눈앞에는 푸른 창이 떠올랐다.

나의 상태창이라는 이름으로 말이다.

그리고 거기에는 음악 활동과 관련된 항목들이 나와 있었다.

작사, 작곡, 편곡 레벨이 말이다.


“······.”


나는 입을 반쯤 벌린 채 상태창이란 것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그리고 이것들의 의미를 가만히 생각해 보았다.


“그럼 내가 진짜 게임 캐릭터라도 됐다는 거야?”


나는 지금까지의 일을 정리했다.

그리고 결론을 내릴 수 있었다.

내게 음악인으로서 성장할 수 있는 능력이 생겼다는 것을.

그때였다.


“꺄악! 아빠아! 여기 벌레 이써! 다리도 엄청 많앙! 무서워어어어!”


조그만 방에 갔던 시온이의 비명이 들려왔다.

상태창을 보며 넋이 나가 있던 나는 시온이가 있는 곳을 향해 달려갔다.


‘그래. 레벨 업이라니. 말도 안 되지.’


그러면서 나는 생각했다.

이건 분명 착각이라고.

이혼과 이사로 인해 정신이 혼미해져서 헛것을 보는 거라고.

그럴 수밖에 없었다.

레벨이 오르면 음악 실력이 올라가는 능력이 생기다니.

그건 말도 안 되는 일이니까.


* * *


시간이 흐르며 이혼 이후의 삶은 천천히 적응되어갔다.

비록 낡은 빌라 투룸에 살게 되었지만, 시온이와 단둘이 사니 그리 좁게 느껴지진 않았다.

물론 걱정거리가 있긴 했다.

시온이가 엄마의 빈자리를 느끼지 않을까 싶었던 것.

실제로 시온이는 가끔씩 엄마를 찾았고, 나는 그때마다 어떻게든 거짓말로 둘러댔다.

이런 거짓말도 한계가 있겠지만.

아무튼 그런 시온이를 보며 나는 정신을 똑바로 차려야겠다고 생각했다.

난 아빠니까.

이제 나 혼자서 시온이를 키워내야 하니까.

그렇기에 나는 무슨 일이 있어도 흔들리지 말자고 다짐하고 또 다짐했다.

하지만 그러는 와중에도 날 자꾸만 흔들리게 하는 존재가 있었다.

그건 다름 아닌 ‘상태창’이었다.

이사 온 날에 각성한 나는 상태창이란 걸 얻었다.

작곡 레벨이네 업적 목록이네 하는 상태창을.

그것은 시간이 지나도 사라지지 않았다.

아무리 푹 쉬고, 잠을 잘 자도 사라지지 않았다.

마치 이 레벨 업 능력이라는 게 진짜인 것처럼 말이다.


“앗! 빵빵이 온당! 빵빵이~!”


선선한 아침.

내 손을 잡은 시온이가 저만치를 가리키며 말했다.

실제로 저 멀리에선 노란색 버스가 천천히 달려오고 있었다.


끼익.


유치원 등원 버스가 멈추고, 유치원 교사가 내렸다.

그녀는 나와 시온이에게 인사한 뒤, 시온이와 나란히 서서 말했다.


“시온아, 그럼 아빠한테 잘 다녀오겠다고 인사드릴까?”

“네엥!”

“좋아. 그럼 인사하자. 아빠, 다녀오겠습니다!

“다녀오겠습미당~!”


시온이는 유치원 교사와 함께 허리를 꾸벅 숙여 인사했다.

나 역시 흐뭇하게 웃으며 허리를 숙여 인사했고.

그렇게 시온이가 버스에 탑승하자, 노란색 버스가 천천히 달리기 시작했다.


“아빠아! 시온이 재밌게 놀다올게! 이따 봐아~!”


시온이가 창밖으로 손을 흔들며 말했다.

언제나 해맑은 시온이.

그런 시온이를 향해 나는 미소를 지으며 손을 흔들어주었다.

그렇게 등원 버스가 떠난 후.

나는 한숨을 길게 내뱉었다.


“휴, 나도 이제 일하러 가야겠구만.”


시온이까지 유치원으로 보낸 나는 출근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렇게 도착한 나의 직장.


「아르메 엔터테인먼트」


대한민국에 무수히 존재하는 연예기획사 중 하나.

작지만 소중한 나의 보금자리.

그중에서도 자그마한 스튜디오로 들어섰다.


“휴······.”


나는 고시원방처럼 좁은 스튜디오에서 한숨을 내뱉었다.

협소한 공간 때문에 그런 건 아니었다.

이런 건 이제 익숙하니까.


“뭘 해야 하나.”


내가 막막한 이유는 할 일이 없기 때문이었다.

말 그대로였다.

엄연히 아르메 엔터테인먼트 소속 작곡가인 나는 순수하게 할 일이 없었다.

아르메 엔터에 연예인이 없는 건 아니었다.

한 팀이지만 존재하긴 했다.


「로즈골드」


아르메 엔터 소속 유일의 걸그룹.

하지만 데뷔한 지 벌써 10년 차.

아이돌 그룹의 수명이라는 ‘마의 7년’을 이미 훌쩍 넘어선 걸그룹이었다.

실제로 예능 섭외는커녕 음악 방송 섭외조차 들어오지 않았다.

사실상 은퇴 수순.

그렇기에 나는 할 일이 없었다.


“예전엔 그래도 곡 줄 그룹은 충분히 있었는데.”


사실 몇 년 전엔 이런 걱정을 하지 않았다.

중소 기획사인 아르메 엔터에도 몇 개의 그룹을 굴리던 시절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솔로 가수들도 있었고.

하지만 그들은 아르메 엔터가 기울자 모두가 탈출하거나 은퇴했다.

결국 남은 건 중고 아이돌인 로즈골드와 몇 명의 연습생뿐이었고.


“진짜 작곡가 때려치우고 노가다나 나가야 하나. 아니다. 요즘 먹고살려면 배달을 해야 한다고 했나?”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그런 걸까.

나는 음악 외에 다른 일들에 대해 떠올렸다.

만약 내가 미혼이라면 이런 생각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라면만 먹으면서 버티면 되니까.

하지만 나는 30대의 애 아빠다.

그런 상황에서 밥벌이를 생각하지 않을 순 없었다.


“하아, 됐다. 당장 먹고살 돈은 있으니까 곡이나 만들어두자.”


나는 고개를 저어 잡생각을 털어냈다.

일단 몇 개월 생존할 순 있으니 일단 음악 작업에 몰두하기로 했다.

당장 곡 줄 곳은 없지만, 그래도 일단 만들어두면 언젠가 쓸 데가 있을 테니까.

그렇게 나는 컴퓨터를 켜고, 시퀀서 프로그램을 열었다.

익숙한 까만 화면에는 막대들이 가득했다.

전에 스케치 해뒀던 음악이었다.


“새로 하자, 새로.”


이혼도 했겠다, 나는 새로운 마음으로 새 파일을 불러왔다.

그리고 수많은 가상 악기 중에서 드럼을 불러왔다.

그리고 네모 버튼이 가득한 MPC를 붙잡고 비트를 찍기 시작했다.


- ♩ ♪ ♪ ♩ ♪ ♪


반복되는 킥과 스네어.

그리고 하이햇까지.

쿵딱대는 드럼 비트를 찍고 있으니 기분이 좀 풀리는 것 같았다.


‘그래. 고통 잊는 덴 작곡이 최고지.’


나는 어릴 때부터 음악으로 고통을 잊곤 했다.

부모가 없다는 고통.

가난하다는 고통.

작곡가가 되기 위한 고통.

그리고 이혼의 고통까지.

나는 외롭고 괴로울 때마다 음악을 들으며 고통을 잊곤 했다.

지금은 음악을 만들며 고통을 잊고 있는 거고.


“오케이. 드럼은 이 정도면 됐고.”


댄스곡 스타일의 드럼을 찍은 나는 다음으로 넘어갔다.

다음으론 화음 차례.

나는 내가 좋아하는 가상 악기를 불러온 후, 미디 키보드의 건반을 누르기 시작했다.


- ♩ ♪ ♬ ♬ ♩ ♪ ♬ ♬


미리 찍어둔 비트에 어울리는 화음들을 몇 번이나 시도해가며 찍었다.

경쾌한 비트와 어울리는 화음.

두 개의 음악은 한데 어우러지며 나름 들을 만한 선율을 뽐냈다.

그때였다.


[작곡 경험치가 올랐습니다.]

[작곡 레벨이 올랐습니다.]


별안간 띠링 소리와 함께 눈앞에 메시지들이 떠올랐다.

심지어 몸에서 황금빛 섬광이 뿜어졌다가 사라지기도 했다.


“이게 뭔······.”


또다시 떠오른 홀로그램들.

그것들을 보던 나는 내 뺨을 긁적였다.

그리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상태창을 열어보았다.


[작곡가 ‘유태오’의 상태창]

- 직업 : 작곡가

- 작사 레벨 : E

- 작곡 레벨 : D

- 편곡 레벨 : F

- 업적 목록 : 없음.


“진짜 레벨이 올랐잖아?”


상태창의 작곡 레벨은 E에서 D로 상승해 있었다.

작곡 레벨이 올랐다는 홀로그램이 진짜로 적용된 것이었다.


“오르긴 올랐다만······.”


작곡 레벨은 확실히 올랐다.

하지만 실제로 작곡 능력이 올라갔는지는 알 수 없었다.


“한번 시험해볼까?”


드럼 비트도 찍고, 화음도 찍었으니 이젠 메인 멜로디를 찍을 차례다.

‘탑 라인’이라 불리는 메인 멜로디.

곡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 말이다.

그리고 나는 지금, 한번 시험을 해볼 생각이었다.

레벨 업의 효과가 사실인지 확인해보기 위해.


“밑져야 본전인데 뭐.”


나는 그렇게 말하며 전자 악기 신시사이저를 불러왔다.

트렌디 하기도 하고, 가공도 쉬워서 작곡가들에게 사랑받는 악기였다.


“어디 한번······.”


모든 준비를 마친 나는 건반 위에 손을 가볍게 올렸다.

작곡 레벨 상승의 효과를 시험해보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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