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앱솔

이혼 후 작곡 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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앱솔
작품등록일 :
2024.08.07 2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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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9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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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8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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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3화

DUMMY

똑딱거리는 메트로놈 소리.

그것이 끝나자마자 내가 찍어놓은 드럼 비트와 화음이 흘러나왔다.

다른 악기들도 추가해야겠지만 이것만으로도 탑 라인을 찍기엔 충분했다.

그렇게 반주 부분이 흘러나온 후, 나는 메인 멜로디를 찍기 시작했다.


- ♪


오.

일단 첫 음은 좋고.

나는 왠지 느낌이 좋다고 생각하며 계속해서 멜로디를 찍었다.


- ♩ ♪ ♪


물 흐르듯이 이어지는 멜로디.

나는 내가 찍어놓은 반주에 어울리는 멜로디를 찾아 손가락을 움직였다.


- ♩ ♪ ♪ ♩ ♪ ♬ ♬


계속해서 이어지는 댄스곡의 멜로디.

그걸 찍는 나는 의아함을 느꼈다.

멜로디가 이상해서가 아니었다.

오히려 너무 좋아서 문제였다.


- ♪ ♬ ♬ ♪ ♬ ♬


무언가에 홀린 듯이 찍어내는 멜로디.

거기에는 불협화음이 하나도 없었다.

마치 기존의 곡을 카피하는 것처럼 너무나 적절한 멜로디가 들어갔다.

댄스곡의 탑 라인이라 상당히 빠른데도 말이다.


- ♩ ♪ ♪


그렇게 모든 멜로디를 친 후.

나는 건반에서 손을 뗐다.


“······.”


나는 신비로운 기분을 느끼고 있었다.

뭔가 몽환적이기도 했다.

마치 분홍빛 구름 위를 걷는 듯한 기분이었다.

이 기분의 정체가 뭔지는 알 수 없었다.

다만 엄청나게 좋은 기분이라는 건 알 수 있었다.


“이, 일단 들어보자.”


나는 그렇게 말하며 시퀀서의 바를 맨 앞으로 가져갔다.

그리고 스페이스 바를 탁 눌러 내가 만든 음악을 재생했다.


“음음음······.”


나는 자연스럽게 고개를 끄덕이며 노래를 들었다.

분위기를 살리는 드럼 비트와 부드럽게 녹아드는 화음.

그리고 신시사이저로 찍어낸 탑 라인.

나는 그 조합에 몸을 맡긴 채 감상했다.

마치 세상에 나와 이 음악만이 존재하는 것처럼.

그렇게 모든 음악이 끝난 후.


“······.”


나는 멍하니 앉아있었다.

시퀀서의 바는 이미 멈춘 지 오래였지만 가만히 앉아있었다.

그리고 1분쯤이 흘렀을 때, 겨우 입을 열었다.


“미쳤다······.”


나는 입을 반쯤 벌린 채 감탄했다.

음악이 너무나 좋았다.

고작 가상 악기 3개로 만들었을 뿐임에도 너무나 좋았다.

특히나 마지막에 신시사이저로 찍은 탑 라인이 기가 막혔다.


“이걸 정말 내가 했다고?”


나는 내 이마를 짚었다.

믿을 수가 없었다.

이렇게 대단한 멜로디를 내가 만들었다니.

그것도 아무런 준비도 없이 손 가는 대로 찍은 노래가 이렇게 좋다니.

분명 내가 작곡했음에도 충격적일 정도로 좋았다.


“잠깐만. 설마 아까 작곡 레벨이 오른 것 때문에······?”


대체 왜 이렇게 음악이 좋을까 생각하던 중, 내 머릿속에 벼락이 내리꽂혔다.

설마.

정말 아까 그 레벨 업 때문에 내 작곡 능력이 좋아진 거라고?

작곡 레벨이 E에서 D로 상승한 덕분에 이렇게 훌륭한 멜로디를 찍어냈단 말이야?


“그게 아니면 이유가 없잖아.”


사실 아직도 믿기지 않았다.

하지만 믿을 수밖에 없었다.

나는 작곡을 참 못했으니까.

그 바람에 초소형 기획사에 있는 거고, 또 제대로 밥벌이도 못 하는 것이었고.


“탑 라인을 생각하면 틀림없어.”


특히나 나는 메인 멜로디를 정말 못 만들었다.

아르메 엔터 내에서 ‘탑 라인 고자’라고 불릴 정도로 멜로디를 정말 못 찍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나는 음악을 좋아할 뿐, 작곡을 잘하는 건 아니었으니까.

그렇다고 음대나 실용음악학원 등에서 체계적인 교육을 받은 것도 아니고.

그럼에도 이렇게 훌륭한 멜로디를 찍어내다니.

나로선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똑똑.


그때였다.

내가 만든 곡에 놀라고 있는데 별안간 스튜디오 문에 노크 소리가 울렸다.

방음 시설이 설치되어 두툼한 유리문.

그 너머로는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그의 이름은 ‘송준식’.

우리 아르메 엔터의 수석 작곡가였다.

뭐, 수석이라고 해봤자 우리 기획사엔 작곡가가 3명뿐이지만.


“선생님, 오셨어요?”


나는 벌떡 일어나 문을 열었다.

그러자 중년의 송준식이 푸근한 미소를 지었다.


“그래, 태오야. 곡 만들고 있었니?”

“아, 네. 선생님. 무슨 일로 오셨어요?”

“아니, 별건 아니고 밖에서 보는데 네가 좀 힘들어 보여서.”

“제가요?”

“으응. 네가 모니터 보면서 멍하니 있더라고. 아무래도 작업이 잘 안 풀리나 싶어서 밥이나 사줄까 했지.”


아아.

그런 거였나.


‘힘들어서 멍한 게 아니라, 놀라서 얼이 빠진 거였는데.’


뭔가 오해가 있는 것 같았지만 딱히 정정하고 싶진 않았다.

아르메 엔터 내에서 내 입지가 좁은 건 모두가 아는 일이니까.

실제로 고작 셋뿐인 작곡가 중에서 내 성과가 가장 초라했고.


‘이번 곡은 다를 거야.’


하지만 지금의 나는 자신감이 있었다.

매번 퀄리티 낮고 진부한 노래를 만들었던 것과 달리, 이번 곡만은 참 좋았으니까.


“선생님.”

“응? 왜, 배고파? 바로 나갈까?”

“하하, 아뇨. 그게 아니라 혹시 제가 작업한 곡 한 번만 들어주실 수 있을까 싶어서요.”

“태오 네가 만든 곡?”

“네. 스케치 수준이긴 한데 괜찮게 나온 것 같아서요. 그래서 말인데 한 번만 들어주시면 안 될까요?”


나는 넉살 좋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러자 나를 보던 송준식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들어볼게. 그게 뭐가 어렵다고. 어서 들려줘 보렴.”


송준식이 내 어깨를 툭툭 두드리며 말했다.

역시 송준식.

늘 내게 다정하게 대해주는 사람이라 그런지 흔쾌히 허락해 주었다.


“감사합니다, 선생님. 그럼 바로 들려드리겠습니다!”


나는 그렇게 말하며 의자에 앉아 시퀀서를 조작했다.

그리고 바를 맨 앞으로 돌린 뒤, 스페이스 바를 눌러 음악을 재생했다.

똑딱거리는 메트로놈.

그와 함께 내 심장이 터질 것처럼 쿵쾅대던 중.


- ♩ ♪ ♬ ♬


내가 만든 음악이 스튜디오 안에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 * *


송준식.

그는 아르메 엔터테인먼트의 수석 작곡가다.

몇십 년 전에는 전 국민이 아는 히트곡도 몇 곡 내곤 했지만, 이제는 세월의 흐름에 따라 실력이 많이 녹슬었다.

그렇기에 소형 기획사인 아르메 엔터에 있는 거고.

아무튼 그런 그는 감은 많이 죽었어도 곡이나 작곡가를 보는 눈은 여전히 살아있었다.

그런 그가 보는 ‘유태오’는 많이 안타까운 친구였다.


‘열심히는 하는데 성과가 안 나오지.’


작곡가 유태오.

그는 참 열심히 하는 친구였다.

수십 년간 봐왔던 음악가를 통틀어도 가장 열심히 하는 친구였다.


‘노력도 배신할 수 있다는 걸 알게 해준 친구지.’


하지만 유태오는 뚜렷한 결과를 내지 못했다.

아무리 많은 곡을 만들어도 매번 상업적으로 실패했다.

뭐, 음대를 못 나온 것과 학원 등의 정식 교육을 못 받은 걸 생각하면 당연한 결과지만.


‘안타까워······.’


그런 유태오를 송준식은 늘 안타깝게 생각했다.

고아 출신에 가난하고, 심지어 애까지 있는 유태오.

그가 이 좁은 방에서 희망도 없이 매일 음악을 만들고 있는 게 너무나 안쓰럽기 때문이었다.


‘이번에도 비슷하겠지.’


그렇기에 송준식은 유태오가 새로 만든 곡을 들려준다고 했을 때 안타까움부터 느꼈다.

본인은 나름 열심히 만들었겠지만, 상업적인 기준을 넘지 못했을 게 분명하기 때문이었다.

그럼에도 송준식은 최대한 친절한 미소를 지으며 들어보겠다고 했다.

안 그래도 살기 힘든 유태오에게 차갑게 대할 순 없을 테니까.

그렇게 똑딱거리는 메트로놈 소리가 울려 퍼진 후.


- ♩ ♪ ♬ ♬


드럼 비트와 함께 반주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딱히 특별할 것 없는 비트와 화음.

나름 머니 코드를 썼지만 너무나 어설펐다.

상업적 성공이란 음악적 센스가 있어야 얻을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안타깝게도 유태오에겐 그 센스란 게 없고.


- ♪


그렇게 탑 라인의 첫 음이 나온 후.


‘응?’


송준식은 조금 놀랐다.

너무나 좋은 멜로디가 나왔기 때문이었다.


‘운이 좋았던 거겠지.’


하지만 송준식은 초심자의 행운이라 생각하며 음악에 귀를 기울였다.


- ♩ ♪ ♪


그런데 연이어 흘러나오는 멜로디가 심상치 않았다.


- ♩ ♪ ♪ ♩ ♪ ♬ ♬


유려하게 흘러나오는 댄스곡의 멜로디.

그것은 전부 다 반주와 잘 맞아떨어졌다.

아니, 어설픈 반주를 압도할 정도로 훌륭했다.

오히려 멜로디가 반주를 이끌어간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말이다.


- ♪ ♬ ♬ ♪ ♬ ♬


계속해서 이어지는 멜로디.

그것을 들은 송준식은 입을 반쯤 벌리고 말았다.


‘이, 이게 뭐야?’


좋았다.

너무나 좋았다.

입이 벌어질 정도로 좋은 멜로디였다.

웬만한 곡은 다 들어본 송준식마저도 가슴이 두근거릴 정도로 훌륭한 멜로디였다.


‘참신하기까지 해.’


놀라운 점은 그뿐만이 아니었다.

전부 비슷비슷한 대중가요와 달리, 지금의 멜로디는 너무나 새로웠다.

수십 년 동안 작곡가 생활을 하면서도 못 들어봤던 멜로디일 정도.

그 사실에 송준식은 완전히 넋이 나가버렸다.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아름다운 멜로디에 압도된 것이었다.


- ♩ ♪ ♪


한참이나 유려하게 흘러나오던 멜로디가 천천히 가라앉은 후.

시퀀서의 바 또한 우뚝 멈추었다.

이윽고 송준식을 바라보는 유태오.

그가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


“선생님, 어떠셨어요?”


유태오가 물었다.

하지만 송준식은 대답을 하지 못했다.

혼이 빠져나간 것처럼 멍하니 서 있을 뿐.


“선생님?”

“으, 으응?”

“왜 그러세요? 무슨 일 있으세요?”


유태오가 걱정스럽게 물었다.

그러자 충격에 젖어있던 송준식은 겨우 정신을 차렸다.


“아, 아니야. 아무 일도 없다.”

“그러세요?”

“으, 으응. 괜찮아.”

“다행이네요. 그나저나 곡은 어떠셨어요?”


유태오가 다시 한번 물었다.

송준식은 마른침을 삼켰다.

그리고 여전히 놀란 마음으로 대답했다.


“최고였다······.”

“네?”

“최고였어. 태오 네가 만든 노래 중에 최고였다. 아니, 어쩌면 내가 올해 들어본 곡 중에 제일 좋은지도 모르겠다.”

“저, 정말요?”


유태오가 잔뜩 흥분한 얼굴로 말했다.


“그래. 정말 좋구나. 많이 놀랐다. 정말 많이 놀랐어······.”


유태오가 노래를 들어봐달라고 했던 당시, 송준식은 대충 장단이나 맞출 생각이었다.

열심히 해보겠다는 유태오의 마음이 꺾이지 않도록 적당히 격려나 해줄 생각이었다.

음악이 아무리 안 좋아도 말이다.

하지만 막상 들어보니 아니었다.

유태오가 만든 노래는 최고였다.

올해 들어본 노래 중에서 가장 좋은 곡이라고 생각될 정도였다.


“감사합니다, 선생님. 정말 감사합니다!”

“감사하긴. 사실을 말했을 뿐인데. 그나저나 어떻게 한 거니? 솔직히 태오 네가 했다기엔 너무 좋은데. 특히나 탑 라인이.”

“하하, 저도 모르겠어요. 갑자기 발상이 떠올라서 적당히 쳐본 건데 좀 좋게 나온 것 같더라고요.”

“그래······?”

“네. 그런데 선생님께서 좋다고 해주시니까 기분이 좋네요. 감사합니다, 선생님.”


유태오가 싱글벙글 웃었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송준식에게 인정받았다는 사실이 너무나 뿌듯하기 때문이었다.

그런 유태오를 향해 송준식이 말했다.


“태오야.”

“네, 선생님.”

“우리 이 곡······.”


송준식이 진지하게 말을 이었다.


“이사님께 들려드리자.”

“······예?”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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