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앱솔

이혼 후 작곡 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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앱솔
작품등록일 :
2024.08.07 22:53
최근연재일 :
2024.09.19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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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4.08.10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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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5화

DUMMY

총괄이사와 팀장들.

그들의 속으로 욕설을 내뱉고 있었다.

유태오의 곡을 듣겠다고 회의가 길어진 게 너무나 짜증이 나기 때문이었다.


‘보나마나 쓰레기겠지.’

‘송 선생은 유태오 그 자식을 왜 저렇게 싸고도는 거야?’

‘송 선생님도 감이 다 떨어지셨나? 본인 곡도 아니고 유태오 그놈 곡을 왜······.’

‘아, 시간 아까워. 그냥 곱창에다 소주나 빨고 싶은데 이게 뭐야.’


벌레 씹은 표정으로 침묵을 지키고 있는 총괄이사와 팀장들.

그들이 탐탁지 않은 마음으로 기다리던 중.

송준식이 노트북으로 켠 노래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 ♩ ♪ ♬ ♬


쿵짝거리는 비트를 시작으로 반주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그러나 총괄이사와 팀장들의 표정은 여전히 썩어있을 뿐이었다.


‘이거 봐. 또 똑같이 구리잖아.’

‘이게 뭐가 다르다고 회의까지 지연시키면서 들려주시는 거야?’

‘송준식 저 양반도 완전히 감 떨어졌다니까. 하긴 그러니까 아르메 엔터에 있는 거겠지.’


총괄이사와 팀장들은 한숨을 푹푹 내쉬었다.

이딴 쓰레기 곡을 듣고 있어야 한다는 게 너무나 화딱지가 났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울컥울컥 차오르는 짜증을 억누르던 중.


- ♪


반주 위에 메인 멜로디의 첫 음이 나왔다.

그 순간, 총괄이사와 팀장들의 표정이 달라졌다.

갑자기 퀄리티가 확 올라갔기 때문이었다.


- ♩ ♪ ♪


계속해서 흘러나오는 댄스곡의 멜로디.

그것을 들은 총괄이사와 팀장들이 눈을 껌뻑거렸다.

어설픈 반주 위에 깔리는 멜로디.

그것이 너무나 아름답기 때문이었다.


- ♩ ♪ ♪ ♩ ♪ ♬ ♬


계속해서 유려하게 흘러나오는 멜로디.

그것은 회의실 분위기를 완전히 바꿔놓았다.

기대를 와장창 깨버리는 탑 라인이 아르메 엔터 임원들을 놀라게 한 것이었다.


- ♪ ♬ ♬ ♪ ♬ ♬


쐐기를 박듯 계속해서 흘러나오는 멜로디.

그것을 들은 총괄이사와 팀장들의 입이 천천히 벌어졌다.

노래가 경악할 정도로 좋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충격의 도가니 속에서 신시사이저의 전자음이 계속해서 울려 퍼진 후.


- ♩ ♪ ♪


회의실을 지배했던 멜로디가 천천히 잦아들었다.

정적만이 감도는 회의실.

곡이 끝났지만 입을 여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러던 중.


짝짝······.


팀장 하나가 얼빠진 얼굴로 손뼉을 치기 시작했다.

그러한 박수는 산불이 붙듯 금세 번져 나갔다.


짝짝짝짝짝!


입을 벌린 채 박수를 치는 팀장들.

그들이 송준식을 향해 입을 열었다.


“소, 송 선생님. 이 곡 뭡니까? 이거 왜 이렇게 좋아요?”

“아니, 이 곡을 유태오 작곡가가 만들었다고요?”

“아, 아니죠? 이거 선생님이 만드신 거죠? 그쵸?”


노래는 엄청나게 좋았다.

다만 팀장들은 이 곡을 유태오가 썼다는 걸 믿을 수가 없었다.

그러나 송준식은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이 곡은 유태오 작곡가가 쓴 겁니다.”

“저, 정말이요?”

“그렇습니다. 본인에게 물어보시면 됩니다. 무엇보다 저는 이런 곡을 쓸 수 없습니다. 이건 제 수준에선 생각해낼 수 없는 멜로디니까요.”

“······!”


송준식의 말에 팀장들의 눈동자가 파르르 흔들렸다.

입은 여전히 벌어져 있었다.

그만큼 큰 충격을 받은 탓이었다.


“허, 이걸 유태오 작곡가가 만들었다니. 믿기 힘드네요.”

“송 선생님이 말씀하시니까 믿긴 하겠지만 그래도 너무 놀랍네요. 말도 안 되게 좋은 곡이라······.”

“맞습니다. 너무 좋네요. 가사도 안 붙은 노래가 뭐 이렇게 좋죠? 제대로 만들면 확실히 히트하겠는데요?”

“까놓고 말해서 제가 최근에 들어본 노래 중에 제일 좋습니다. 멜로 차트 10위 안에 든 노래들보다 더 좋아요.”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탑 라인이 진짜 미쳤네요. 귀가 탁 트이는 느낌이에요······.”


팀장들이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로 말했다.

그런 그들을 보며 송준식은 흐뭇하게 웃었다.

늘 안쓰러웠던 유태오.

그의 곡이 팀장들에게 인정받는다는 사실이 너무나 기뻤기에.


“소, 송 선생.”


그러던 중, 상석에 있던 총괄이사가 입을 열었다.

팀장들보다 더 놀란 얼굴로.


“이, 이걸 정말 유태오 작곡가가 만들었다고요? 송 선생이 아니라?”

“그렇습니다.”

“허······.”


총괄이사의 입이 벌어졌다.

심지어 한참이나 닫히질 않았다.


‘말도 안 돼······.’


송준식과 마찬가지로 엔터업계에서 수십 년 동안 활동한 총괄이사.

그는 경악했다.

조금 전에 들은 노래는, 지금껏 엔터판에서 구르는 동안 들어봤던 노래 중에 최고이기 때문이었다.


“송 선생, 이게 표절일 확률은 없겠습니까?”

“없습니다. 저도 나름대로 검증을 했고, 프로그램도 돌려봤습니다. 그 결과, 순수 창작곡이라는 게 결론입니다.”

“허······.”


총괄이사가 또 한 번 놀랐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송준식의 말이라면 믿을 수 있다.

송준식은 수십 년 동안 작곡 생활을 하며 단 한 번도 표절 시비에 걸려본 적이 없으니 말이다.


“송 선생, 이 노래 제목이 뭡니까?”

“아직 미정입니다. 들으셨다시피 아직 스케치 수준이라서요.”

“그렇군요······.”


총괄이사가 심각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한참이나 멍하니 생각하던 총괄이사.

그가 뭔가 결심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송 선생.”

“네, 이사님.”

“이 곡, 아무래도 대표님께 들려드려야겠습니다.”


* * *


각성을 한 후에도 나는 매일매일 작업에 매진했다.

아니, 각성한 후에 더 열심히 작업했다.

당연한 일이었다.

열심히 작업해서 작곡 레벨을 높이면, 더 좋은 곡을 쓸 수 있게 될 게 분명하기 때문이었다.


“와, 확실히 멜로디가 달라졌네.”


오늘도 건반을 열심히 두드린 나는 감탄사를 내뱉었다.

작곡 능력이 D 레벨로 상승한 후로 멜로디가 너무나 잘 나오기 때문이었다.

그것도 전부 좋은 멜로디로 말이다.


“고작 한 단계인데도 이 정도라니.”


내 원래 작곡 레벨은 E 레벨이었다.

그렇기에 D 레벨로 증가했을 때 그리 기대하지 않았다.

하지만 한 단계 상승한 레벨은 엄청난 성장을 가져다주었고, 그 덕분에 나는 확신할 수 있었다.

앞으로 C, B, A 레벨로 성장하면 더 좋은 곡들을 뽑을 수 있을 거라고.


“그래. 열심히 하니까 이렇게 성과가 있잖아.”


나는 흐뭇하게 웃으며 작업을 이어갔다.

그동안 매일매일 주말도 없이 작업하며 흘린 땀이 드디어 보상을 받는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그때였다.


똑똑.


작업실의 문에 노크 소리가 울렸다.

나는 스페이스 바로 시퀀서 프로그램을 중지시킴과 동시에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유리문 너머에 ‘송준식’이 서 있었다.

나는 벌떡 일어나 문을 열어드렸다.


“아, 선생님. 오셨어요?”

“응. 작업 중이었니?”

“하하, 네.”

“태오 넌 항상 열심히 하네. 보기 좋다.”

“실력이 부족하면 열심히라도 해야죠.”


나는 내 뒷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실제로 난 지금껏 이런 마음으로 살았다.

부족한 재능을 노력으로 메우겠다는 마음으로.


“그래. 열심히 하니까 이렇게 보상을 받은 거겠지.”

“네? 무슨 보상이요?”


나는 의아함을 품은 채로 물었다.

그러자 송준식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태오 네가 며칠 전에 만든 노래 있지? 내가 이사님께 들려드리자고 했던 거.”

“아, 네.”

“그걸 임원 회의 시간에 들려드렸더니 반응이 아주 좋더구나.”

“저, 정말요?!”


나는 화들짝 놀랐다.

그러자 송준식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이사님께서 아주 마음에 들어 하시더라. 뿐만 아니라 팀장님들도 아주 좋아하셨고.”

“······!”


나는 거듭 놀랐다.

이사님뿐만 아니라 팀장님들까지 전부 좋게 들으셨다니.

이게 꿈인지 현실인지 구분이 되지 않을 정도로 놀라웠다.


“서, 선생님. 정말 좋으시대요? 정말 다들 좋게 들으셨대요?”

“하하, 그래. 미안한 얘기지만 태오 네가 작곡한 게 맞냐고 물어보시더라. 심지어 표절한 거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왔어.”

“네? 저는 표절 같은 건 하지 않았는데요?”

“알지. 네가 그럴 사람이 아니라는 거. 그래서 나도 말씀드렸다. 표절은 절대 아니라고.”

“그랬군요. 다행이네요······.”


나는 안도감을 느꼈다.

실제로 나는 표절은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

작곡가를 관두면 관뒀지, 표절 따위를 할 생각은 전혀 없었다.


“선생님, 그래서 그 곡은 어떻게 되는 건가요?”

“아, 이사님께서 대표님께 전달하신다고 하더구나.”

“대, 대표님께요?”


나는 또 한 번 크게 놀랐다.

내 곡이 아르메 엔터 대표한테까지 올라간다니.

너무나 충격적인 일이었다.


“그래. 내가 말씀드린 게 아니라 이사님께서 먼저 대표님께 들려드려야겠다고 하셨어.”

“세상에······.”

“축하한다, 태오야. 당장 뭔가 된 건 아니지만 그래도 큰 성과야. 정말 축하한다.”

“감사합니다, 선생님······.”

“그래. 이번 일을 계기로 앞으로도 열심히 해보자. 지금껏 네가 노력해왔듯이 말이야.”


송준식이 흐뭇하게 웃으며 내 어깨를 툭툭 두드려주었다.

고개를 연신 숙이는 내 가슴은 너무나 뭉클했다.


‘내 노력이 정말 보상을 받았어.’


지금껏 난 내 노력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고 생각했었다.

매일매일 주말도 없이 작업해봤자 아무런 결실도 맺지 못했으니까.

겨우겨우 곡을 만들어봤자 아무도 듣지 않을 수록곡이 될 뿐이었고.

하지만 그러한 노력들이 마침내 결실을 맺었다.

내가 만든 곡이 이사님을 넘어서 대표님한테까지 전달되었으니 말이다.


‘시온아, 아빠 해냈어······.’


나는 시온이의 얼굴을 떠올리며 기쁨을 만끽했다.

내 노력이 처음으로 빛을 발한 순간이었다.


* * *


아르메 엔터 총괄이사.

그는 사실 아르메 엔터에 대해 굉장히 회의적이었다.

워낙 작은 회사인 데다가 대표까지 열정이 없었으니까.

그 바람에 회사가 점점 기울기도 했고.

그런 상황에서 총괄이사는 그저 월급이나 따박따박 받다 은퇴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그러한 권태 사이에서 초록빛의 싹이 자라났다.

권태롭던 삶에 희망의 싹이 자라난 이유는 간단했다.

작곡가 ‘유태오’.

그가 만든 곡이 너무나 좋기 때문이었다.

아주 오랜만에 열정이 이글이글 타오를 정도로 말이다.


똑똑.


총괄이사가 육중한 문에 노크를 했다.

이곳은 ‘대표실’.

총괄이사가 대표실에 온 이유는 간단했다.

한량 같은 대표가 무려 보름 만에 출근했기 때문이었다.


“대표님, 안녕하십니까.”


총괄이사는 대표실에 들어서자마자 고개를 꾸벅 숙여 인사했다.

그러자 대표가 가방을 내려놓으며 대답했다.


“아, 최 이사. 왔어요?”


새하얀 골프 모자와 골프 셔츠를 입은 대표.

그는 오늘 오전에도 필드에서 라운딩을 뛰고 온 참이었다.

조금 전에 내려놓은 것도 골프 가방이었고.


“네, 대표님.”

“무슨 일이에요? 뭐, 소주나 한잔하자고? 나 낮술은 끊었는데.”


대표 ‘곽기백’이 피식 웃었다.


“아뇨, 술이 아니라 오랜만에 일 얘기를 드릴까 싶어서 말입니다.”

“일? 웬일이에요? 최 이사가 일 얘기를 다 하고?”


총괄이사는 푹 찔리는 기분이었다.

실제로 지금껏 총괄이사는 대표 앞에서 일 얘기를 거의 하지 않았기에.

그럼에도 총괄이사는 꿋꿋하게 말을 이었다.


“오랜만에 좋은 곡이 나와서 말입니다.”

“곡? 아아, 우리 송 선생이 오랜만에 영감이 떠오르셨나 보네. 그쵸?”

“아뇨, 송준식 선생님 곡이 아닙니다.”

“아니라고요? 그럼요?”


곽기백의 물음에 총괄이사가 곧장 대답했다.


“유태오 작곡가가 만든 곡입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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