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앱솔

이혼 후 작곡 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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앱솔
작품등록일 :
2024.08.07 22:53
최근연재일 :
2024.09.19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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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9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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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4화

DUMMY

작곡 레벨 상승 이후로 만든 노래.

나는 이 노래를 송준식이 맘에 들어할 거라 예상했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D레벨로 상승하여 만든 멜로디.

이건 내가 생각해도 정말 아름다웠으니까.

실제로 송준식은 내 노래에 대해 칭찬을 해주었다.

본인이 올해 들었던 노래 중에서 가장 좋았다는 극찬까지 하면서.


“이, 이사님한테요?”


하지만 이사님께 들려드리자고 한 건 전혀 예상치 못했다.

총괄이사.

그에게 다이렉트로 노래를 들려드리는 건 송준식에게도 드문 일이기 때문이었다.


“그래. 이건 이사님께 들려드려야 할 것 같다. 그 정도로 좋아.”

“저, 정말이요? 이게 그렇게 좋으세요?”

“어. 솔직히 반주나 드럼 비트는 좀 어색한데, 탑 라인은 정말 좋다. 대중 취향을 제대로 잡았을 뿐만 아니라 참신하기까지 하다.”

“그 정도예요?”

“그래. 내 수십 년 경력을 걸고 얘기하는 거다. 이건 반드시 히트할 거야.”

“······!”


송준식의 말에 나는 머리카락이 쭈뼛 서는 기분을 느꼈다.

내 노래가 이토록 극찬을 받다니.

무슨 몇 달 동안 작업한 곡도 아니고, 즉흥적으로 찍은 곡이 이토록 엄청난 칭찬을 받다니.

평생 구린 곡만 써왔던 나로선 너무나 충격적인 일이었다.


“감사합니다, 선생님. 정말 감사합니다······.”

“감사하긴. 태오 네가 잘한 건데. 장하다, 태오야. 정말 잘했어. 그렇게 열심히 하더니 이렇게 멋진 곡을 뽑아냈구나. 축하한다.”


송준식이 내 어깨를 두드리며 칭찬했다.

그런 그에게 나는 고개를 연신 숙이며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게 대체 무슨 일이지? 진짜 작곡 레벨이 오른 덕분인가?’


인생이 망해버렸다고 생각한 순간에 얻은 상태창.

그 덕분에 나는 살면서 처음으로 음악에 관해 극찬을 받았다.


‘앞으로도 계속 레벨을 올리면 어떻게 될까?’


그러면서 나는 기대했다.

작사, 작곡, 편곡.

이것들의 레벨을 쭉쭉 올리면 내 인생이 어떻게 변할지에 대해.


* * *


내 음악을 극찬한 송준식.

그는 총괄이사에게 들려주겠다며 곡을 메일로 보내 달라고 했다.

나는 알겠다며 노래를 보내준 후, 계속해서 작곡을 했다.

혹시라도 작곡 레벨이 더 오르지 않을까 싶어서.

하지만 D레벨로 오른 레벨은 더 이상 오르지 않았다.

작곡 경험치가 올랐다는 메시지는 종종 떠올랐지만 레벨 상승까지 이어지진 않았다.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작곡 레벨이란 게 그리 쉽게 오를 리가 없을 테니까.

그렇기에 나는 마음을 편히 먹기로 했다.

경험치가 계속 오르는 만큼, 열심히 하다 보면 언젠간 작곡 레벨이 상승할 테니까.

열심히 하는 건 너무나 자신이 있고.

그렇게 몇 시간이 흐른 후.


“아, 저기 온다.”


길가에 선 나는 저 멀리에서 오는 차를 보고 미소를 지었다.

아침에 보았던 노란 버스.

시온이가 다니는 유치원 버스가 오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개나리처럼 노란 버스가 내 앞에 선 뒤, 유치원 교사와 함께 시온이가 내렸다.


“시온아, 아빠한테 인사드려야지?”

“네엥!”

“자, 아빠. 다녀왔습니다~!”

“다녀왔습미당~!”


시온이는 유치원 교사와 나란히 인사하더니, 나를 향해 쪼르르 달려왔다.

내 다리에 와락 안겨 얼굴을 부비부비 비비는 시온이.

나는 그런 시온이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시온아, 잘 다녀왔어?”

“웅!”

“친구들이랑 잘 놀았고?”

“웅웅! 칭구들이랑 인형 놀이 했구, 또 선생님 말씀도 완전 잘 들어써!”

“그랬어? 하하, 기특하다. 우리 딸.”


나는 시온이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었다.

그렇게 유치원 교사에게 인사를 한 우리는 손을 꼬옥 잡고 길을 걸었다.

그리하여 우리는 ‘패스트 푸드점’에 도착했다.

시온이가 좋아하는 햄버거를 먹기 위함이었다.

그렇게 주문한 햄버거가 나온 후.

나는 시온이와 함께 햄버거를 먹기 시작했다.


“아빠아, 근데 왜 햄버거 가게루 온 거야? 집에 안 가구?”


그러던 중, 햄버거를 오물오물 먹던 시온이가 물었다.


“응? 왜애? 오늘은 햄버거 별로야?”

“아니이? 햄버거는 맨날맨날 마싰징! 감자튀김두 마싰고, 치즈스틱은 쩨일루 마싰구!”

“하하, 그래?”

“웅! 근데 아빠는 햄버거 잘 안 사줬자나. 시온이 몸에 안 좋다구. 근데 왜 갑자기 햄버거 사주는 거양?”

“아아, 오늘 아빠한테 좋은 일이 있었거든.”

“좋은 일? 먼데~?”


시온이가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입가에 깨를 묻힌 채로 묻는 시온이는 너무나 귀여웠다.

나는 자그마한 깨를 떼준 뒤에 말했다.


“그냥. 아빠 회사 일이 잘되어서.”

“아빠 일이? 왜애? 노래가 막 잘 만들어져써?”

“하하, 응. 오늘 만든 곡이 꽤 괜찮게 나왔네? 아빠만 그렇게 생각하는 게 아니라, 아빠 선배님도 그렇게 말해주실 정도로.”

“우와아아! 징짜? 역시 우리 아빠는 최고의 작곡가야~!”


시온이가 두 팔을 번쩍 들며 외쳤다.

언제나 나를 최고의 작곡가라고 말해주는 시온이.

그런 시온이를 보며 나는 흐뭇하게 웃었다.


“아빠! 그럼 아빠 노래가 막 이런 햄버거 가게에 나올 수두 이써?”

“여기에?”

“웅웅! 막 아이돌 언니들 노래는 나오자나! 혹시 아빠 노래두 나올 수 있나 해서!”


사실 예전엔 이런 질문에 그냥 웃고 말았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상태창이 있다면 가능하지 않을까?’


지금 당장은 아니지만 작곡 레벨을 올린다면.

심지어 작사나 편곡 레벨도 올리고, 업적인가 뭔가 하는 것도 쌓는다면.

그렇다면 나도 히트곡 같은 걸 낼 수 있지 않을까?

이런 햄버거 가게에 울려 퍼질 정도의 히트곡 말이다.


“뭐, 그럴 수도 있겠지?”


그런 생각을 한 나는 살짝 자신감을 드러냈다.

레벨 업에 따라 작곡 실력이 상승한다는 것을 깨달았으니까.


“우와아아! 그러쿠나! 빨리 그런 날이 왔으면 조켔당!”

“하하, 그러게. 아빠도 그런 날이 얼른 왔으면 좋겠네.”


나는 사랑하는 시온이를 바라보며 상상했다.

메가 히트곡을 내고, 3대 기획사에 들어가며, 빌보드에 진출하는 내 모습을.

그래서 시온이에게 더욱 자랑스러운 아빠가 되는 내 모습을.


“아빠! 근데 오늘 기분 조으니까 시온이 치즈스틱 하나만 더 머그면 안 대?”

“뭐어? 하나 더? 벌써 2개나 먹었잖아.”

“아이잉! 오늘은 기분 조은 날이자나아~!”


시온이가 치즈스틱을 더 먹고 싶다며 애교를 부렸다.


“참나. 알았어. 대신 오늘 저녁엔 야채 볶음밥 먹어야 한다?”

“당근두 넣을 거양?”

“당연하지. 당근이 얼마나 몸에 좋은데.”

“히잉, 알아써. 치즈스틱을 위해서라면 어쩔 수 없징.”

“약속한 거야?”

“웅웅! 약속!”


시온이가 새끼손가락을 내밀었다.

나 역시 새끼손가락을 내민 후, 약속을 했다.


“그래. 시온이가 약속했으니까 치즈스틱 사줄게. 잠시만 기다려. 알았지?”

“웅웅! 시온이는 여기에 얌전히 있을게! 헤헤!”


치즈스틱을 더 먹게 되어서 기분이 좋은 걸까.

시온이는 지렁이 댄스(?)를 추며 기쁨을 표했다.


‘하하, 귀여워.’


나는 그런 시온이를 보며 흐뭇하게 웃다가 주문을 하러 갔다.

나 역시 오늘은 기분이 참 좋은 날이니까.


* * *


아르메 엔터테인먼트.

중소 기획사 중에서도 작은 기획사.

이곳에서는 매주 회의가 이어지고 있었다.

물론 거창한 회의는 아니었다.

소속 아티스트라곤 걸그룹 ‘로즈골드’ 하나밖에 없는 상황에서 대단한 회의를 하는 것도 우스운 일이니까.


“흐음, 진짜 큰일이구만. 이러다 기획사 문 닫는 거 아닌지 모르겠어.”


총괄이사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각 부서의 팀장들 또한 비슷한 얘기를 했다.


“그러게 말입니다. 이렇게 적자가 계속되어서야 회사를 이어갈 수 있을지······.”

“대표님은 또 골프 치러 가셨답니까? 회사가 이런 상황인데 너무하신 거 아닌가요?”

“로즈골드 얘네 어떻게 하실 거예요? 벌써 데뷔 10년 차인데. 이 정도면 슬슬 내보내는 게 낫지 않을까요? 어차피 섭외도 안 들어오는데.”

“이제 연습생도 안 들어옵니다. 연습생 커뮤니티 보니까 아르메 엔터 보고 믿거라고 하더라고요. 믿고 거른다고요.”


각 부서의 팀장들이 말했지만 총괄이사는 딱히 할 말이 없었다.

이미 잔뜩 기울어버린 아르메 엔터를 살릴 방법은 없기에.

무엇보다 아르메 엔터의 전권을 쥐고 있는 대표가 경영 따윈 개나 주고 골프나 치러 갔기에.


“하아, 모르겠다. 아무튼 오늘 안건 나온 건 대표님 오시면 전달해볼게. 먹힐진 모르겠지만.”


총괄이사가 입맛을 쩝 다신 후에 말을 이었다.


“회의도 끝났는데 회식이나 하지. 곱창에 소주 어때? 요 앞에 곱창집 하나 새로 생겼던데.”


총괄이사의 말에 몇몇 팀장들이 알겠다고 말했다.

그렇게 회의가 종료되려던 중.

한 사람이 입을 열었다.


“저, 이사님.”


입을 연 사람의 이름은 ‘송준식’.

아르메 엔터의 수석 작곡가였다.


“응? 송 선생, 무슨 할 말이라도 있어요?”

“아, 예. 혹시 시간 괜찮으시면 노래 한 곡만 들어주실 수 있겠습니까?”

“노래요? 갑자기 뭔 노래요?”

“좋은 곡이 하나 나온 것 같아서 말입니다.”

“······곡이요?”


송준식의 말에 총괄이사는 탐탁지 않은 기분을 느꼈다.

다른 팀장들 또한 마찬가지였다.

막말로 아티스트도 로즈골드밖에 없는데 좋은 곡이 나와봐야 뭐 한단 말인가.

활동할 아티스트가 없는데.

그럼에도 연예계에서 수십 년 동안 버텨온 송준식의 말을 무시할 순 없었다.

경력은 물론, 나이까지 많은 송준식에겐 대표조차 함부로 못 하니까.


“흐음, 송 선생. 뭐 오랜만에 영감이라도 떠올랐어요? 되게 오랜만에 곡을 들려주려고 하시네, 하하하.”


총괄이사는 미소를 지은 뒤, 송준식의 노래를 들어보려고 했다.

다른 팀장들 역시 다소 시간 낭비라 느끼긴 했지만 그래도 자릴 지켰고.

하지만 송준식은 고개를 저었다.


“아뇨, 제가 만든 곡이 아닙니다.”

“예? 송 선생이 만든 곡이 아니라고요?”

“네. 제가 아니라 유태오 작곡가가 만든 곡입니다.”

“아, 뭐야······.”


총괄이사가 이맛살을 찌푸렸다.

다른 팀장들 또한 기분 나쁜 티를 팍팍 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유태오.

그는 실력이 형편없기로 유명하기 때문이었다.

당장이라도 자르고 싶을 정도로 말이다.


“아니, 송 선생. 뭐예요. 난 또 송 선생이 만든 노래인 줄 알았네. 됐어요. 유태오 그 친구 노래 들어서 뭐 해요. 어차피 구릴 게 뻔한데.”

“아닙니다, 이사님. 이번엔 다를 겁니다. 그러니 한 번만 들어주시죠.”

“거 참, 귀찮게 하시네. 송 선생이 후배 작곡가 챙겨주시려는 건 알겠는데 관두시죠. 시간 낭비입니다.”


총괄이사의 말에 다른 팀장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매번 구린 곡을 뽑는 유태오.

그의 곡은 안 들어봐도 쓰레기일 게 뻔하기 때문이었다.

그럼에도 송준식은 물러서지 않았다.


“이사님과 팀장님들의 시간을 빼앗는 건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하지만 딱 한 번만 들어주십시오. 이렇게 부탁드리겠습니다.”


송준식이 총괄이사와 팀장들을 향해 고개를 꾸벅 숙였다.

그의 행동에 총괄이사는 곤란하다는 듯 머리를 긁적였다.

흰머리까지 희끗희끗하게 난 사람이 고개를 숙이니 왠지 미안했던 것이다.


“하아, 알겠습니다. 들어보죠.”


그래서일까.

총괄이사는 마지못해 들어보겠다고 말했다.


“감사합니다, 이사님. 그럼 바로 들려드리겠습니다.”


송준식은 노트북을 켠 후.

유태오에게 받은 음원 파일을 더블클릭했다.

유태오 인생 최고의 역작이 모두 앞에 선보여지는 순간이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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