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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온실 공주님의, 북부에서 살아남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로맨스

가장작은별
작품등록일 :
2024.01.16 10:26
최근연재일 :
2024.02.15 23:00
연재수 :
24 회
조회수 :
1,475
추천수 :
16
글자수 :
126,555

작성
24.01.16 16:33
조회
158
추천
3
글자
4쪽

프롤로그

DUMMY

북부의 하늘은 흐렸다. 슬슬 도착할 때가 되었는지 공기가 눈에 띄게 차가워져 있었다.

수도를 떠난 지 벌써 열흘째였다. 지금쯤 수도에서는 왕위 쟁탈전이 시작되었을 것이다.


“오라버니는 괜찮을까...”


나도 모르게 입 밖으로 걱정이 새나왔다. 맞은편에 앉아있던 시녀 제시가 나를 안심시키려는 듯 호언했다.


"아우~ 당연하죠 공주님. 에스테반 전하께서 어디 보통 분이신가요? 분명 얼마 지나지 않아 무사히 왕위에 오르실 거에요. 그때까지 공주님이 할 일은 밥 잘 먹고, 잠 잘 자고. 몸 건강히 잘 계시는 것 뿐이라구요."


이 이야기가 책이라면 주인공은 오라버니일 것이다. 신분 때문에 온갖 핍박을 받던 서자가 시련과 역경을 이겨내고 마침내 왕위에 오르는, 그런 영웅 이야기.


어머니가 변방의 소수 일족 출신이었기 때문에 우리는 ‘야만인’이라고 불렸다. 그나마도 어머니가 돌아가신 이후에는 하루하루가 살아남기 위한 전쟁이었다.. 식사에 독이 섞여 올라오는 것은 부지기수였고 한밤중에 방 안으로 자객이 찾아오는 것도 흔한 일이었다. 외척도 없는 우리는 살벌하기 짝이 없는 궁 안에서 서로에게만 의지해서 살아남았다.


‘나를 죽이지 못하는 시련은 나를 더욱 강하게 만든다.’라던가. 우리는 강해졌다.


오라버니는 왕국 최고의 검사로, 나는 사교계의 꽃으로 이름을 날린 이후로는 꽤 잠잠했었는데.. 최근 왕의 건강이 악화하며 차기 왕위를 노린 물밑 다툼이 시작되었다. 잦아진 암살시도에 내가 부상을 입자, 오라버니는 수도가 위험하다고 판단했는지 나를 북부로 보내버렸다. 자신의 호위기사 노아까지 붙여서.


합리적인 판단이다. 싸움을 시작할 때는 약점부터 감추는 게 안전하니까.


머리로는 그렇게 생각했지만, 오라버니가 사방이 적으로 둘러싸인 궁에서 혼자 싸움을 준비하고 있다고 생각하니 못내 마음이 무거웠다. 지금의 내가 오라버니에게 해줄 수 있는 일은 약점이 되지 않는 것. 오라버니가 무사히 왕위를 쟁취할 때까지 안전하게 숨어있는 것.


그것밖에 못한다는 게 분하지만, 그것만이라도 해내 보일 것이다.


불안할 때면 늘 그렇듯 목걸이를 만지작거렸다. 그런 내 행동을 어떻게 해석한 건지 제시는 조심히 위로를 건넸다.


“걱정 마세요 공주님. 제아무리 콧대 높은 북부 백작이라 해도 무려 우리 공주님께서 오시는데, 함부로 대할 수가 있나요.”


나는 쓰게 웃었다. '지원군'이라는 명목이 문제다. 급하게 보내긴 해야겠는데 마땅한 명분이 없으니 '겨울 마수 습격에 대한 지원군'이라고 보내버린 것이다.

북부는 피루아 왕국에 속하게 된 지 채 삼십 년도 되지 않았다. 내 생물학적 아버지이자 현 국왕이 정복 해 놓고 방치해놓고 있는 지역. 그렇기에 중앙의 영향력이 미치지는 않지만, 기본적으로 왕족에 대한 반감이 심하다고 들었다. 그런 판국에 '지원군'이라고 오는 게 '유리 온실의 공주님'이라니. 환영은 받기 힘들 테지. 하지만 나는 그녀에게 웃어보였다.


“응, 괜찮을 거야.”


괜찮을 것이다.

내가 그렇게 만들 거니까.



멀지 않은 곳에 한 무리의 사람들과 잿빛의 투박한 성이 보였다.


“아, 도착했나 봐요.”



- 사고만 치지 말고 조용히 있어라.



오라버니가 몇 번이나 신신당부한 말을 되새겼다.


하지만 오라버니에게는 오라버니의 싸움이 있듯 나에게는 나의 싸움이 있다. 항상 그래 왔다.


북부는 현 국왕에게 정복 당한 이후 아직 안정을 찾지 못한 지역이다. 중앙의 손이 미치지 않아 권력 다툼에서는 안전하지만, 다른 의미로 위협이 될 수 있는 곳.

이곳에서는 이곳에서만 할 수 있는 일이 있을 것이다. 에스테반이 걱정할 일은 하지 않을 테지만, 얌전히 조용히 있을 생각? 전혀 없었다.


천천히 마차가 멈추었다.


나름의 각오를 다지며 심호흡을 했다. 몇천 번이나 해왔던 대로 해사한 웃음을 만든 후, 마차의 문이 열리기를 기다렸다.


작가의말

안녕하세요! 가장작은별이에요.

읽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잘 부탁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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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온실 공주님의, 북부에서 살아남기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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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이렇게 사랑스러우면 어떡하라고... 24.02.15 27 0 12쪽
23 당신과 같은 향이 나요 24.02.15 32 0 12쪽
22 어떻게 당신을 좋아하지 않을 수 있겠어 24.02.14 22 0 12쪽
21 다들 뒈지면 죽여버린다 24.02.14 48 0 10쪽
20 뭐긴, 반격 시작이다 24.02.13 58 0 12쪽
19 가지 마십시오. 제발 24.02.01 40 0 12쪽
18 항전한다 24.01.31 28 0 12쪽
17 두 번 다시 내 눈에 띄지 마 24.01.30 97 0 12쪽
16 그렇게 웃으시니 꼭 별(estrella) 같아서 24.01.29 63 0 13쪽
15 내 얘기는 절대 아니고 내 친구 얘긴데... 24.01.29 52 0 13쪽
14 나를 좋아해요? 24.01.28 82 0 12쪽
13 들키기 전에 돌아오면 되지 24.01.27 27 0 11쪽
12 폭동 24.01.26 63 0 12쪽
11 형편없는 환자 무서운 의사 24.01.25 30 0 12쪽
10 협상을 시작하지 24.01.24 64 0 12쪽
9 하면, 이 자리에서 저를 죽이세요 24.01.23 71 0 12쪽
8 어떻게든 살아만계십시오 24.01.22 58 0 13쪽
7 해야 하는 일, 할 수 있는 일 24.01.21 77 1 12쪽
6 가장 깊은 악몽 24.01.20 53 1 12쪽
5 늑대 일족의 습격 +1 24.01.19 72 3 12쪽
4 무엇을 하실 수 있습니까? 24.01.18 76 3 12쪽
3 한겨울에 찬물 목욕 24.01.17 90 3 11쪽
2 쥐고기를... 먹으라고...? 24.01.16 87 2 11쪽
» 프롤로그 +1 24.01.16 159 3 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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