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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kokkoma 님의 서재입니다.

우리들의 벽사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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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kokkoma
작품등록일 :
2023.11.21 15:32
최근연재일 :
2024.01.31 19:00
연재수 :
222 회
조회수 :
6,973
추천수 :
253
글자수 :
1,186,938

작성
23.12.31 18:10
조회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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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챕터9-159. 화마 봉인- 불막이제의 진실 (2)

DUMMY

휴대폰 너머로 들려오는 윤재의 소금이라는 말에 수희는 단번에 무슨 뜻인지 알아차렸다.


예로부터 소금은 귀신을 물리치는 중요한 도구였다.


흔히 퇴마 혹은 벽사를 생각하면 사람들은 '붉은 팥'을 떠올리기 마련이었지만 소금 역시 귀신을 쫓는데 탁월했다.


그래서 장례식장을 다녀오거나 불길한 장소를 다녀온 사람은 집안에 들어서기 앞서 현관 앞에서 자신의 몸에 소금을 뿌리곤 하는 민간 신앙이 전해 내려오는 것 역시 이 때문이다.


수희가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휴대폰 너머의 윤재에게 소리쳤다.


“그리고 뭐? 왜 말을 안 해! 얼른 말해! 사람 궁금하니까!”


수희의 재촉에도 불구하고 윤재는 마지막 조건을 차마 말하지 못하고 망설였다.


덕배 아저씨와 함께 마신 막걸리 때문인지 윤재의 얼굴은 이미 시뻘겋게 물들어 있었고, 알딸딸한 취기가 한껏 올라 온몸에 술기운이 가득 퍼져 있었다.


“아, 진짜! 뭔데! 빨리 말해!”


성질 급한 수희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신경질적으로 소리를 내지르자 윤재가 한숨을 푹 쉬고 말했다.


분명 더 머뭇거리며 시간을 지체했다가는 한바탕 거나한 욕세례가 들려올 것이 확실했다.


“그게... 저.... 화귀를 담은 신체의 일부를 잘라서 담아야 한대요... 그게 무슨 뜻인지는... 누나도 잘 알죠?”


윤재의 말에 수희는 순간 아무 대답도 하지 못 하고 잠시 침묵했다.


이미 언제든 죽음을 맞이할 준비가 되어있었기에 죽을 각오로 여기까지 달려온 수희였다.


일이분간의 침묵을 끝으로 낮은 목소리로 수희가 천천히 말했다.


“괜찮아. 난 정말 괜찮아. 니가 말한 조건이 맞는 곳을 생각해보니 내가 아는 한 딱 한군데 밖에는 없다...”


“어딘데요? 봉인할 만한 장소가 있어요? 그게 어딘데요?”


적당한 장소가 있다는 수희의 말에 놀란 윤재가 반색을 하며 말하자 수희가 외쳤다.


“양양에 있는 낙산사야! 거기가 맞을 거야. 아니 거기야 분명! 확실해!”


휴대폰을 들고 통화 중이던 윤재는 조용히 양양의 낙산사를 생각하고 있었다.


윤재는 수희가 왜 양양에 자리잡은 낙산사를 화마 봉인에 적당한 장소라고 하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한편 낙산사라고 말하고 난 수희의 갈색 눈동자가 별처럼 초롱초롱 빛나고 있었다.


수희는 부처의 가호가 필요하다는 윤재의 말에 자신이 아는 스님들을 모두 떠올리는 과정에서 낙산사를 떠올릴 수 있었다.


일전에 한결의 친구인 준희에게 붙은 아귀를 떼어내는 과정에서 오대산에 위치한 상원사에서 화련스님과 나눈 이야기 때문이었다.


화련스님이 모시던 선대 상원자 주지스님은 2005년 갑자기 종적을 감추시고는 양양의 바닷가 인근에서 불에 탄 채 시신으로 발견되셨다.


모든 사람들이 충격에 빠져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을 때, 이들을 전두지휘하며 사건을 뒷수습 했던 것이 화련스님이었다.


그가 갑자기 아무런 연고도 없는 양양을 찾아가 그것도 바닷가 근처 해변에서 불에 타 죽은 채로 발견된 것을 두고 화련스님과 수희는 막연히 해수관음이 있는 낙산사와 관련된 것이 아닐까 하고 추측만 하고 있었다.


선대 주지스님이 돌아가신 2005년 4월 낙산사에서는 강원도 양양 일대에서 일어난 큰 산불로 인해 대부분의 절 전각이 소실될 정도로 커다란 산불 화재가 있었다.


그 피해정도가 엄청났기에 연신 매스컴에서는 몇날 며칠을 헤드라인으로 보도할 정도로 그 화재의 피해정도는 심각했다.


당시에 산불이 얼마나 심했는지 낙산사 주변의 소방헬기들이 다른 곳의 불을 끄느라 낙산사에 올 수 없을 정도였다.


오히려 불을 끄러온 소방차가 불에 타 전소될 정도였으니 낙산사의 승려들과 신도들은 소방대원들을 기다리다 못해 직접 소화기로 불을 끄려했지만 그마저도 쉽지 않은 일이었다.


이 화재로 보물 제479호로 지정되었던 낙산사 동종이 녹아서 소실되면서 낙산사의 거의 대부분이 불에 타버렸지만 놀랍게도 '홍련암'이라는 암자만큼은 화재로부터 피해를 입지 않았다.


마치 투명한 벽이 홍련암을 감싸고 있는 듯이 그 바로 앞까지 불길이 치밀었지만 더 이상 범접하지 못했다. 그래서일까, 홍련암 만큼은 멀끔한 모습으로 조금의 피해도 입지 않고 멀쩡히 살아남았다.


그 후로 법자들은 모두가 관음보살의 법력(法力) 때문에 화마가 침범하지 못한 것이라고 믿고 더 간절히 기도를 올릴 정도였다.


- 맞아! 무조건 낙산사가 맞아! 선대 상원사 주지스님이 그곳에 찾아가셔서 불에 타 죽으신 것도 화마가 그걸 막아서서 그랬던 것 아닐까?


화마의 봉인방법을 알아내고 이를 위해 낙산사를 찾은 선대 상원사 주지스님을 죽인 것도 화마의 짓이 아닐까 싶은 수희였다.


수희는 가만히 고개를 끄덕이며 윤재를 향해 말했다.


“고마워, 윤재야! 네 덕분에 일이 쉽게 풀릴 거 같네! 일단 얼른 서울로 올라올래? 만나서 이야기 하자!”


수희는 통화종료버튼을 누르고 깊은 생각에 잠겨있었다.


이제 모든 것을 끝마칠 준비가 된 수희는 그대로 낙산사로 향할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윤재는 슬픈 눈으로 잠시 머뭇거리다가 다시 휴대폰을 들어올려 수희에게 카톡을 보내기 시작했다.


- 누나. 지금 당장 낙산사로 가지 말고 태백에 철암에 탄광마을로 먼저 가요! 거기 가서... 누나의 전생의 기억을 찾아야 해요. 그래야 봉인할 수 있대요. 전생의 기억부터 찾는게 우선이에요! 내일 또 통화해요!


고개를 들어올려 윤재는 자신이 보낸 카톡의 숫자 ‘1’이 사라진 것을 보고 멍하니 밤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구름이 서너 개가 환한 보름달을 반쯤 가리고 있었고, 반짝이는 수많은 별들이 밤하늘을 어지럽게 수 놓고 있었다.


서울과 달리 맑은 밤하늘을 가진 함평의 밤공기는 차고 맑았다.


윤재는 알 수 없는 불안감에 입술을 꽉 다문 채 코끝이 시큼하게 매운 가을의 밤공기를 깊게 들이마시고 있었다.


윤재의 그런 마음을 이해한다는 듯이 새하얀 유성우 꼬리 하나가 길게 밤하늘을 가로 질러 떨어지고 있었다




***




구름 한점 없이 맑고 푸른 하늘을 바라보며 수희는 옅은 한숨을 한번 내쉬었다.


왜인지 모르겠지만 이번만큼은 마지막이 될 것 같다는 느낌이 강렬하게 느껴지고 있었다.


이제 더 이상 자신을 지켜주는 수호령들의 기운도, 그리고 왼팔에 남아있던 족쇄 같고 짐만 같던 화마의 기운도 조금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야말로 텅 빈 껍데기만 남은 고목나무처럼 자신의 몸 안에는 그어떠한 기운도 남아있지 않는 기분이었다.


- 그 전에는 엄청 무거운 모래주머니 하나 짊어지고 다니는 기분이었는데... 없으니까 허전한 이 마음은 또 뭐래... 웃기네.. 참...


자신의 화상흉터로 징그럽게 얽히고 설킨 왼팔을 들어 물끄러미 바라보던 수희는 혀를 끌끌 차며 주변을 향해 말했다.


- 수호령이라더니 죄다 코빼기도 안 보이고 다 어디 간거야? 이보슈들! 다 어디 갔어?


수희의 말에도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수호령들의 존재였다.


수호령들마저 아무런 기척이 없자 수희는 ‘철푸덕’하고 거실 한가운데 있는 소파에 발라당 누워 멍하니 천장을 바라 보았다.


- 분명.... 태백 철암에 탄광마을이랬지? 거기에 내 전생의 비밀이 있다고? 화마가... 혹시 화마가... 나랑 전생에 관련된 사람인가?


수희는 뜬구름 잡는 듯한 알 수 없는 생각에 두 눈을 질끈 감고 아무 말 없이 한숨만 계속해서 내쉬고 있었다.


지금 수희는 승주와 지내고 있는 아파트에 혼자 있었다.


수희는 무명도사 사건이 있은 뒤로 자신의 주변 사람들을 향해 하나둘씩 명령 같은 부탁들을 전했다. 지금은 더 이상 예의를 갖추거나 염치를 차리면서 일을 진행시킬 상황은 아니었다.


사실 제일 급한 것은 전라남도 함평에 보낸 윤재가 불막이제에 대한 지역 주술이나 비방에 대해 알아오는 것이 제일 급선무였다.


사실 무명도사가 소환한 뱀요괴를 물리치고 남겨진 푸른 돌에 대한 조사는 급한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당장 자신의 옆에 꼭 붙어있어 어쩔 줄 몰라하는 승주와 무명도사 사고로 인해 고생했을 천수도령과 선아에게 그나마 조사를 핑계로 좀 쉬게하고 싶었던 마음도 있었다.


수희는 순간 머릿속에 항상 검정색 양복 차림에 굳은 무표정한 얼굴로 자신을 향해 로봇처럼 사무적으로만 말하는 상현의 얼굴을 떠올렸다.


상현을 생각하면서 수희는 다시 한번 깊은 한숨을 한번 내쉬고는 소파에서 몸을 벌떡 일으켜 핸드폰을 손에 쥐고 카톡을 보내기 시작했다.


- 이제... 다 전부 정리해야 해....


입술을 앙 다물고, 연신 ‘타닥타닥’하고 무언가 적어내려가던 수희는 이윽고 내용이 마음에 들지 않는지 삭제버튼을 신경질적으로 누르면서 다시 무언가 적어내려가기 시작했다.


- 저 태백에 좀 가려고 하는데... 같이 가주실 수 있어요? 제가 상현 씨에게 마침 드릴 말씀도 있고...


아주 여러차례 내용을 지우고 고쳤다 하면서 정성들여 보낸 카톡이었다.


그렇게 십여분쯤 흘렀을까 ‘까톡’하는 어린 아이의 즐거운 목소리와 함께 상현에게서 카톡 답장이 왔다.


- 네. 한시간 정도 뒤에 댁으로 가겠습니다. 천천히 준비하고 계십시오.


상현의 답장에 수희는 복잡한 마음으로 마른세수를 하기 위해 두 손바닥으로 눈과 얼굴을 마구 비벼댔다.


- 정신 차리자! 정신 차려야 해! 문수희!


이내 짝짝 소리를 내며 손바닥으로 얼굴을 가볍게 친, 수희는 몸을 벌떡 일으키고는 씻기 위해 욕실로 향했다.




***




수희가 깊은 상념에 빠져 고민 중이던 그 시간, 한결은 당장이라도 쓰러질 것 같은 휘청이는 몸으로 겨우겨우 소방서 안 휴게실로 향하고 있었다.


때 마침 선배 대원 셋이 휴게실 소파에 앉아 심각한 표정으로 무언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선배! 저 왔어요!”


조심스럽게 소파쪽으로 다가오며 고개 숙여 인사하는 한결을 향해 선배대원 셋이 고개를 가볍게 끄덕이며 한결의 인사를 반갑게 받아 주었다.


“왔냐? 너 몸 괜찮냐?”


“네! 전 괜찮아요. 그런데... 왜 다들 그렇게 심각하세요? 무슨 일 있어요?”


조심스런 한결의 질문에 다른 선배 대원 하나가 말했다.


“서장님도 쓰러지시고, 지금 대원들 거의 절반 넘게 쓰러져서 정신을 못 차리잖냐! 어제부터 갑자기 다들 몸이 좀 좋아졌다고는 하는데 아직 다들 완벽히 낫지는 않은 거 같아서 말이다. 인근 소방서에서 인력을 차출해서 보내 준다고는 하는데....”


“어?! 그럼 된 거 아니에요? 다들 금방 회복되서 복귀들 하시겠죠!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한결은 애써 밝은 목소리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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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3 챕터9-163. 화마 봉인- 기억의 편린 (2) 24.01.02 15 1 12쪽
162 챕터9-162. 화마 봉인- 기억의 편린 (1) 24.01.02 16 2 12쪽
161 챕터9-161. 화마 봉인- 탄광 속으로 (2) 24.01.01 16 2 12쪽
160 챕터9-160. 화마 봉인- 탄광 속으로 (1) 24.01.01 19 2 11쪽
» 챕터9-159. 화마 봉인- 불막이제의 진실 (2) 23.12.31 18 2 11쪽
158 챕터9-158. 화마 봉인- 불막이제의 진실 (1) 23.12.31 16 2 12쪽
157 챕터9-157. 화마 봉인- 각시탈의 전설 (3) 23.12.30 17 2 12쪽
156 챕터9-156. 화마 봉인- 각시탈의 전설 (2) 23.12.30 20 2 11쪽
155 챕터9-155. 화마 봉인- 각시탈의 전설 (1) 23.12.29 17 2 11쪽
154 챕터9-154. 화마 봉인- 함평 천지시장 (2) 23.12.29 18 2 11쪽
153 챕터9-153. 화마 봉인- 함평 천지시장 (1) 23.12.28 19 2 11쪽
152 챕터9-152. 화마 봉인- 양물단지 23.12.28 16 2 11쪽
151 챕터9-151. 화마 봉인- 초안산 내시들의 무덤 (2) 23.12.27 18 1 11쪽
150 챕터9-150. 화마 봉인- 초안산 내시들의 무덤 (1) 23.12.27 17 1 11쪽
149 챕터8-149(완). 전생- 이별의 기억 (4) 23.12.26 16 1 12쪽
148 챕터8-148. 전생- 이별의 기억 (3) 23.12.26 16 1 12쪽
147 챕터8-147. 전생- 이별의 기억 (2) 23.12.25 15 1 12쪽
146 챕터8-146. 전생- 이별의 기억 (1) 23.12.25 15 1 11쪽
145 챕터8-145. 전생- 거사의 기억 (3) 23.12.24 14 1 12쪽
144 챕터8-144. 전생- 거사의 기억 (2) 23.12.24 15 1 11쪽
143 챕터8-143. 전생- 거사의 기억 (1) 23.12.23 14 1 12쪽
142 챕터8-142. 전생- 유린의 기억 (3) 23.12.23 14 1 11쪽
141 챕터8-141. 전생- 유린의 기억 (2) 23.12.22 18 1 11쪽
140 챕터8-140. 전생- 유린의 기억 (1) 23.12.22 19 1 11쪽
139 챕터8-139. 전생- 철암 마을의 기억 (3) 23.12.21 17 1 11쪽
138 챕터8-138. 전생- 철암 마을의 기억 (2) 23.12.21 16 1 11쪽
137 챕터8-137. 전생- 철암 마을의 기억 (1) 23.12.20 17 1 12쪽
136 챕터8-136. 전생- 만주의 기억 (2) 23.12.20 17 1 11쪽
135 챕터8-135. 전생- 만주의 기억 (1) 23.12.19 19 1 11쪽
134 챕터8-134. 전생- 전생의 기억 (3) 23.12.19 22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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