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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kokkoma 님의 서재입니다.

우리들의 벽사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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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kokkoma
작품등록일 :
2023.11.21 15:32
최근연재일 :
2024.01.31 19:00
연재수 :
222 회
조회수 :
6,984
추천수 :
253
글자수 :
1,186,938

작성
23.12.25 12:10
조회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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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챕터8-146. 전생- 이별의 기억 (1)

DUMMY

“휘익!”


이윽고 1편 출입구에 숨어있던 다른 독립단원에게서 날카로운 휘파람 신호가 들려왔다.


“왔나보군! 준비들 해라!”


그들은 서서히 몸을 일으켜 1편으로 조심스럽게 올라가기 시작했다.


그들의 계획은 1편에서 숨어 있다가 다키치 회장을 비롯한 일본 고위관료와 친일파 조선인들이 갱도 내부로 들어오면 1편에서 1층 출입구 샛길로 빠져 바깥쪽에서 그들을 일제히 권총으로 위협해 갱도 내부로 들어가게 한 다음 독립단원들은 갱도 밖으로 빠져나와 폭탄을 던져 그들을 광산 안에 파묻어버릴 생각이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그들을 호위하는 일본 순사나 조선인 친일형사들이 들어오기 좁은 갱도 입구에서부터 틀어막아 그들을 지키지 못하게 해야만 했다.


또한 1편에 있는 독립단원들은 그들이 다키치 회장과 친일파 놈들을 포위하며 갱도 내로 몰아붙이는 동안, 외부에 배치된 일본순사나 경호인력들을 물리치며 시간을 벌어야만 했다.


말은 무척이나 쉽고 간단해보였지만 사실 말처럼 쉽지 않은 작전이었다.


“이 작전은 그들을 갱도 내부로 쉽게 끌어들이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 다들 집중해라!”


강식의 단호한 명령에 모두가 숨죽인 채, 조심스럽게 1편으로 올라갔다.


이윽고 ‘퍽’. ‘퍽’거리는 소리와 함께 남자들의 단말마 비명소리와 갱도 내에 가득 울려 퍼졌다.


이내 “으악!”하는 소리와 함께 엄청난 비명소리가 들려왔고, 단발적인 총소리까지 울려 퍼졌다.


총소리를 들은 강식과 일구의 눈이 서로를 바라보며 순간 놀라 커졌다.


“일이 잘못되었다!”


순조로울 줄만 알았던 그들의 계획이 물거품으로 돌아가자 모든 독립단원들이 미친 듯이 1층 갱도 입구로 빠지는 비밀 샛길을 따라 뛰었다.


그들 눈에 들어온 것은 일본 순사의 허리춤에 찬 긴 일장도에 의해 목이 잘린 독립단원 둘과 팔을 잘린 채 눈을 까뒤집고 기절한 독립단원 세 명의 모습이었다.


다른 독립단원 하나는 머리에 총을 맞은 채 죽어 있었고, 다른 젊은 독립단원 남자 하나는 팔에 총을 맞았는데 연신 피가 솟구치며 고통에 신음하며 땅바닥을 뒹굴고 있었다.


“이런 개 같은!”


원돈의 눈은 분노로 이글거렸고, 그의 아버지인 일구와 그의 뒤에 서있던 다른 독립단원 셋 역시 일제히 소리를 지르며 그들에게 달려들었다.


원돈은 미친 듯이 고함을 치며 권총을 쏘아댔고, 그들이 총을 가진 줄 예상치 못한 일본 순사와 형사들은 미처 총을 피하지 못하고 그대로 그 자리에서 총에 맞아 쓰러지고 말았다.


엄청난 속도로 달려든 독립단원들이 가슴 속에서 칼을 꺼내어 망설임 없이 그들의 목에 쑤셔넣었다.


“단장님! 일이 틀어졌습니다. 서둘러 이 마을을 빠져나가 후일을 도모해야 합니다!”


“안 된다! 다키치는 꼭 죽여야 해! 그렇지 않고서 다음이란 없다! 다키치가 일본으로 돌아가면 그를 죽일 기회는 없다!”


강식이 고개를 강하게 가로저으며 일구의 팔을 붙잡고 말했다.


“일구야! 잘 들어라. 혹시 내가 잘못되거든 니가 단장을 맡아야한다. 원돈아, 계순이를 잘 부탁한다! 우리 가족들을 지켜다오!”


자신의 할 말을 다 했다는 듯이 굳은 표정으로 강식은 미친 듯이 제5광산의 입구를 빠져 나갔다.


서둘러 원돈과 일구가 뒤쫓으려 했지만 다른 독립단원들이 그를 붙잡았다.


“한 번에 다 움직이면 개죽음을 당할 수도 있습니다! 침착하십시오!”


낮은 목소리로 일구에게 다른 젊은 독립단원이 말했고, 다른 단원들 역시 강식을 쫓아 밖으로 뛰어나가려는 일구와 원돈의 팔을 붙잡았다.


그랬다.


지금 바깥 상황이 어찌 흘러가는지 알 수 없었다.


무작정 광산 입구를 나섰다가 그들을 포위한 일본인들 손에 개죽음을 당할 수도 있는 노릇이었다.


일구는 어금니를 ‘으드득’ 소리가 날 정도로 세게 깨물며 깊은 고민에 빠졌다.


원돈은 당장이라도 계순을 찾아가 안전한 곳으로 계순의 가족들을 피신시켜야 하나 고민 중이었다.




***




한편 강식이 제5광산 입구에서 막 바깥으로 나오자 밝은 빛에 눈이 부신 그는 그대로 움직임을 멈추고 조심스럽게 주변을 바라보았다.


시야가 안정화되기를 기다리고 밝은 바깥에 익숙해지자 순간 자신을 포위한 채, 총구를 들이미는 일본순사와 조선인 형사들의 모습이 보였다.


강식의 눈 밑은 분노와 당혹감으로 파르르 떨렸다.


“이게 무슨...!”


그는 작게 한숨을 내뱉으며 탄식했다.


자신들의 거사 계획이 사전에 유출되지 않고서 이 많은 일본순사와 조선인 형사들이 자신들을 포위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에헤! 이렇게 얕은 수로 어찌 독립운동을 하지? 너무 쉽게 예상되는 작전 아니요?”


비열한 표정을 지은 채, 껄껄 웃으며 그에게 다가오는 이는 고문귀라 불리는 친일 조선형사 노득술이었다.


강식은 미간을 찌푸리며 그를 향해 소리쳤다.


“고문귀 노득술! 너 역시 조선인이거늘! 어찌 일본 놈들에게 빛붙어 본인의 안위만을 생각하느냐! 네 조상들에게 부끄럽지 않더냐!”


강식의 외침에 노득술이 고개를 갸우뚱하며 말했다.


“조상? 그게 뭔데? 먹는 건가? 나 하나 먹고 살기도 힘든데, 이미 죽어 없는 조상들까지 신경 써야 하오? 거 참 인생 살기 힘들겠소!”


노득술은 웃겨 죽겠다는 듯이 연신 '깔깔'대며 강식의 이마에 총을 겨눴다.


강식은 모든 것이 끝났다는 듯이 허망한 미소를 지으며 두 눈을 꼭 감았다.


“어르신들은 제 3광산에서 잘 지내고 계시니 마을 출갱 잔치연은 걱정 마시고, 편히 가시오!”


이내 방아쇠를 당기려는 노득술은 ‘탕’소리에 ‘헉’ 소리를 내며 그대로 땅바닥에 쓰러졌다.


그는 가슴을 부여잡고 땅바닥에 누워 비명을 지르고 있었는데 강식이 두 눈을 뜨고 바라보니, 갱도 입구에서 원돈이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노득술을 노려보며 권총을 겨누고 서있었다.


“원돈아!”


원돈이 먼저 쏜 총알에 노득술의 가슴을 관통했고, 피가 샘솟듯이 뿜어져 나와 강식의 옷에 튀어 강식은 어느새 노득술의 피로 물들었다.


“단장님! 어서 가십시오!”


원돈이 주변 일본순사와 형사들에게 총을 겨누며 주변을 막아서는 동안 일구가 강식을 바라보며 소리쳤다.


일구를 쳐다보던 강식은 이윽고 일구와 다른 독립단원들이 죽을 각오로 자신을 지킨 것을 눈치 채고 입술을 깨물었다.


“일구야! 꼭 살아 남아야 한다!”


그는 짧게 소리치고 미친 듯이 제3광산을 향해 뛰었다.


강식은 죽음을 불사르는 심정으로 가슴 품속에 폭탄이 든 보따리를 만졌다.


여차하면 이 몸을 불 싸질러 저들을 처단하리라 결심하는 그였다.


강식이 제3광산 입구에 도착했을 때, 광산 입구를 비롯해 주변 일대는 쥐 죽은 듯이 조용한 정적만이 가득했다.


조심스럽게 발걸음을 떼던 강식의 갱도 입구로 막 발을 디뎠을 때였다.


둔탁한 무언가에 강식의 뒷통수를 가격당하고 강식은 그대로 의식을 잃었다.




***




강식이 정신을 차린 것은 그로부터 이삼십여분 가량 시간이 지났을 때였다.


고개를 좌우로 흔들며 정신을 차리려는 강식의 흐릿한 시선에 들어온 것은 팔과 다리가 묶인 채 땅바닥에 주저앉아 자신을 울면서 쳐다보고 있는 딸 계순이었다.


강식이 조용히 말했다.


“계순아! 니가 왜 여기 있는 것이냐?”


알 수 없다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아버지 강식이 말하자 계순은 고개를 양옆으로 저으며 울기만 했다.


그 때 ‘저벅저벅’ 여러 명이 걸어오는 듯한 발걸음 소리가 갱도 내에 울려 퍼졌다.


“더러운 년!”


이윽고 팔다리를 묶인 채, 입에 재갈까지 물려 옴싹달싹할 수 없는 계순을 향해 일본 순사 한명이 침을 뱉으며 말했다.


“에이! 어디다 함부로 침을 뱉고 그래? 혹시 아나? 회장님 며느리 될 수도 있는 분한테! 아니 손발은 왜 묶어 놨어? 어차피 도망 갈 곳도 없는데!"


“그거야 모르지. 지 애비도 팔아먹는 년인데 그런 독기로는 도망은 못 치겠어?”


“쓸데없는 소리 말고 잘 보고 있어. 회장님이 좀 있으면 오실 것 같은데...”


그들이 하는 말을 유심히 듣던 강식의 눈동자가 경악으로 물들며 한껏 커졌다.


물끄러미 계순을 바라보던 강식은 이제야 계순이 이곳에 있는 이유를 짐작할 수 있었다.


- 계순이 이 녀석이.... 다 말한 거였군....


그랬다.


상순에게 먹을 것이 담긴 바구니를 담아 그녀에게 계란을 까서 먹인 뒤 계순은 그대로 산에서 내려와 소우타의 집으로 향했다.


이른 아침, 산 속을 헤치고 다닌 탓에 새벽이슬에 젖어 축축한 치맛자락을 붙잡고 계순은 소우타의 집 정원 한가운데 무릎을 꿇은 채 ‘다키치 회장님!’하고 소리를 질렀다.


그녀는 잠결에 부스스한 얼굴로 일어난 다키치 회장을 보자마자 땅바닥에 머리를 박고 머리를 여러번 찧으며 다키치 회장에게 말했다.


“회장님! 절대로 절대로! 5광산에 들어가지 마십시오! 다 죽습니다! 3광산으로 가십시오! 5광산에 가시면 죽습니다!”


계순은 울면서 다키치 회장에게 절대로 제5광산에 들어가지 말라고 말했다. 목숨을 부지할 수 없다며 절대로 제5광산에 가지 말라고 그를 말렸다.


타키치 회장과 다른 사람들이 제3광산으로 향했던 것도 계순이 이른 새벽 아침 다키치 회장을 찾아가 무릎을 꿇고 그에게 모든 것을 털어놓았기 때문이었다.


“회장님. 제가 죽을 죄를 지었습니다! 부디 목숨만은 살려주십시오!”


계순은 정원 바닥에 머리를 짓이겨 수차례 절을 하며 다키치 회장에게 간곡히 빌었다.


그런 계순의 옆에는 어느새 달려온 것인지 땀에 흠뻑 젖은 소우타 역시 자신의 두 무릎을 꿇고 빌고 있었다.


계순의 목소리를 들은 소우타 역시 2층 자신의 방에서 미친 듯이 뛰어내려와 계순의 옆에 나란히 무릎을 꿇고 머리를 수차례 땅바닥에 쳐 박으며 아버지 다키치에게 간절히 빌고 있었던 것이었다.


“아버지! 계순이를 살려주세요! 제발 살려주십시오! 목숨만 살려주세요!”


그런 소우타와 계순을 한참 말없이 쳐다보던 다키치는 계순을 향해 물었다.


“내 너에게 한가지 물어볼 것이 있다.”


계속해서 머리를 바닥에 쳐 박으며 절을 올리던 계순이 잠깐 멈칫하며 돌부리에 이마가 찢어져 피가 흐르는 자신의 흐릿한 눈을 들어 다키치 회장을 바라보며 말했다.


“말씀하십시오. 모든 걸 다 솔직하게 말씀드리겠습니다.”


“그래. 만약에 말이다. 내가 소우타와 너의 아버지 중 한명을 고르라면... 넌 누구 목숨을 살릴 것이냐?”


다키치 회장은 비열한 미소를 띄우며 계순과 자신의 아들 소우타의 얼굴을 번갈아 보며 물었다.


소우타의 눈빛은 심하게 흔들렸고, 오히려 계순의 눈동자는 흔들림 없이 차분했다.


잠시 생각에 잠긴 계순이 다키치 회장을 똑바로 쳐다보며 말했다.


“저는.... 저는.... 제 아버지를 살리고, 기꺼이 소우타와 함께 죽겠습니다!”


당돌한 그녀의 말에 다키치 회장을 껄껄대고 박수를 치며 집안 마당이 떠나가라 크게 웃었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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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5 챕터9-155. 화마 봉인- 각시탈의 전설 (1) 23.12.29 17 2 11쪽
154 챕터9-154. 화마 봉인- 함평 천지시장 (2) 23.12.29 18 2 11쪽
153 챕터9-153. 화마 봉인- 함평 천지시장 (1) 23.12.28 19 2 11쪽
152 챕터9-152. 화마 봉인- 양물단지 23.12.28 16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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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 챕터9-150. 화마 봉인- 초안산 내시들의 무덤 (1) 23.12.27 17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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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8 챕터8-148. 전생- 이별의 기억 (3) 23.12.26 16 1 12쪽
147 챕터8-147. 전생- 이별의 기억 (2) 23.12.25 15 1 12쪽
» 챕터8-146. 전생- 이별의 기억 (1) 23.12.25 16 1 11쪽
145 챕터8-145. 전생- 거사의 기억 (3) 23.12.24 14 1 12쪽
144 챕터8-144. 전생- 거사의 기억 (2) 23.12.24 15 1 11쪽
143 챕터8-143. 전생- 거사의 기억 (1) 23.12.23 14 1 12쪽
142 챕터8-142. 전생- 유린의 기억 (3) 23.12.23 14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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