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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kokkoma 님의 서재입니다.

우리들의 벽사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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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kokkoma
작품등록일 :
2023.11.21 15:32
최근연재일 :
2024.01.31 19:00
연재수 :
222 회
조회수 :
6,987
추천수 :
253
글자수 :
1,186,938

작성
23.12.22 12:10
조회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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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챕터8-140. 전생- 유린의 기억 (1)

DUMMY

원돈의 말을 듣던 상순이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문제는... 다키치만 온 게 아니야. 너 고문귀 노득술 알지?”


“그럼요! 독립단원들 잡아다가 고문하는 걸 즐긴다는 변태 친일파 앞잡이 경찰 새끼 아니에요? 노득술이 왜요?”


두 눈을 꿈뻑이며 이상하다는 듯이 말하는 원돈을 향해 상순이 분노에 차 말했다.


“이번에 그 새끼가 다키치 회장한테 잘 보인답시고 호위를 맡아서 같이 들어왔어!”


“그러면....”


“그래. 다키치 회장이 이 마을에 다른 고위 간부나 정치인을 부를 거야. 미리 와서 준비시키는 거지.”


상순의 말에 원돈의 눈동자는 타오르는 불꽃처럼 이글거렸다.


“드디어! 준비한 거사(巨事)를 일으킬 때가 된 건가요?”


“아직 단장님 허락이 필요해. 그리고 누가 올지도 아직 정보를 모르고....”


상순이 무척이나 고민된다는 듯이 미간을 두 손가락으로 주무르며 원돈을 향해 말했다.


“상황이 이런데, 내가 어떻게 가족들한테 찾아가니? 조심해야하는 시기야. 한순간 방심했다가 모든 게 물거품이 돼서 모두가 다 죽는다! 그러니 너도 정신 똑바로 차려! 잘 들어! 한순간 삐끗하면 모두가 죽는다!”


상순의 차분한 설명에 원돈은 고개를 강하게 끄덕이며 그녀를 향해 말했다.


“이야! 누님... 신흥무관학교에서 공부하셨다더니 많이 강해지신 것 같습니다?”


“그럼! 야 거기 남자들 우글우글 거리는데서 응? 내가 말이야! 총 쏘는 것도 배웠지, 격투기도 배웠지! 진짜 개고생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힘들 때마다 밤에 몰래 우셨다면서요? 남자들 수컷 냄새 나서 싫다고 징징대셨다는데? 큭! 경돈 형님이 편지로 그럽디다?”


“아! 경돈 오라버니도 참!”


그들은 서로 바라보며 '낄낄' 대고 웃었다.


밤은 깊어져만 가고 있었고, 동굴 너머로 풀벌레 소리만 처연하게 들려오고 있었다.




***




남정네들이 탄광에 일을 나가자 집안에는 늙은 노인들과 어린 아이들 그리고 아낙네들이 옹기종기 모여 집안일을 하고 있었다.


몇몇은 나물을 말리려 소쿠리에 깨끗이 씻어 놓은 나물들을 주섬주섬 널고 있었고, 노인들은 정갈한 천쪼가리를 손에 쥔채 정성스럽게 앞마당에 내놓은 항아리들을 닦고 있었다. 또 어떤 아낙네는 얼마 되지 않는 새빨간 건고추 몇 알을 헝겊으로 닦으며 먼지를 털어내고 있었다.


조용한 평화가 가득한 마을 입구에서 갑자기 비명소리가 울려 퍼졌다.


칼을 찬 검정 제복을 입은 일본순사 둘과 갈색 재킷을 입은 조선인 고등형사 두명이 강제로 젊은 여자 하나를 질질 끌고 가다시피 했다.


“왜 이러시는 거에요!”


“어머니! 어머니!”


거의 짐짝처럼 질질 끌려가는 어린 여자는 동네 마을 처녀 '후남'이었고, 그런 형사의 바짓가랭이를 붙잡은 채 살려달라고 울부짖는 것은 다름 아닌 후남의 어머니였다.


동네사람들이 소란스러운 소리에 황급히 집에서 나와 그 광경을 지켜보며 발만 동동 구르고 있었다.


두 명의 일본 순사는 탄광 갱도를 관리 감독하는 일본인이었고, 고등형사 둘은 외지에서 온 낯선 조선인이었다.


“일단 가자고! 가보면 알 것 아닌가!”


심드렁한 표정을 지은 채 말하는 형사는 자신의 바짓가랭이를 붙잡은 중년의 여성에게 발길질을 해 저멀리 그녀를 나가 떨어지게 했다.


“어이구 나 죽네!”


후남의 어머니가 우당탕 허리부터 땅바닥에 닿으며 바닥을 나뒹굴자 어느새 달려온 아낙네들이 그런 그녀를 붙잡고 같이 울기 시작했다.


“후남이 엄마! 일단 참어. 이러다 자네도 죽어!”

“후남이 괜찮을 거야! 너무 걱정 말더라고!”

“이보쇼! 무슨 일로 데려가는지 말은 해줘야할 것 아닌가!”


어느새 그들을 에워싸고 여자들을 비롯한 노인들 몇이 형사들을 향해 너나할 것 없이 말을 꺼냈다.


그들의 기세에 잠시 주춤한 형사들이 그들을 향해 쏘아붙였다.


“다키치 회장님 명령이외다! 물어볼 것이 있으셔서 데려가는 거니 방해하는 이들은 모조리 처벌하겠소!”


그의 말에 마을 사람들은 고개를 푹 숙인 채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아서 탄광의 회장인 다키치의 명령이라면 그들은 거역할 수 없었다.


이곳 태백 탄관마을에서 다키치는 거의 신(神)과 같은 존재였다. 자칫 그의 심기를 거스르기라도 했다가는 꼼짝없이 끌려가 쥐도 새도 모르게 죽을 수도 있는 일이었다.


저 멀리서 들려오는 또 다른 비명소리에 아낙네들이 일제히 고개를 들어 바라보자 이번에는 또 다른 어린 처녀 '점순'이를 비롯한 '길자', '순덕'이가 질질 끌려오는 모습이 보였다.


그들은 모두 언니 동생 하는 계순과 비슷한 또래의 마을 처녀들이었다.


백발의 할머니 하나가 그들의 앞을 가로막아 양손을 뻗어 외쳤다.


“네 이놈들! 젊은 처자들 데려다가 몹쓸 짓이라도 할 것을 내 모를 줄 아느냐! 죽일 테면 죽여 봐라! 어차피 살 날도 많이 남질 않았다! 썩 그 더러운 손을 놓지 못할까!”


그녀의 호통에 모두가 움찔 놀라며 숨죽이고 있었다.


흰머리가 소복히 내려 머리가 희끗희끗한 그녀는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형사들을 향해 호통을 치고 있었다.


모두가 숨죽여 그 모습을 지켜보는 와중에 갑자기 뚜벅뚜벅 걸어오는 남자 한 명이 있었다.


그는 그 할머니 앞에 다가가 '깔깔'대고 웃으며 귓속에 새끼 손가락을 넣고 휘저으며 노인의 복부에 강한 주먹을 날렸다.


‘억’소리와 함께 노인이 뒤로 나가떨어졌고, 이내 바닥에 축 늘어져 그녀는 의식을 잃었다.


그는 자신의 손가락을 후후 불어가며 주변을 한번 둘러보고 소리쳤다.


“다음은? 누구지?”


그는 비열하게 웃어보이며 기세등등해있었다.


모두가 다 죽어가는 늙은 노인을 향해 주먹질을 해대는 저 파렴치한 조선인 형사를 보고 모두가 할 말을 잃었다.


“너는 애미애비도 없냐!”


이윽고 다른 형사에게 내동댕이 쳐 진 후남의 어머니가 바락바락 소리를 지르자 그녀를 향해 저벅저벅 걸어간 남자는 그녀의 뒷머리를 거칠게 쥐어 잡고 그녀를 바닥에 머리를 그대로 짓이겼다.


“네 년도 죽고 싶은 모양이구나. 다시 한번 말해 봐!”


그의 외침에 모두가 발만 동동 구르고 있을 때였다.


“그만!”


뒤편 어디선가 들려오는 소리에 그의 거친 손이 멈췄다.


그가 뒤를 바라보자 어느새 팔짱을 낀 채 그 광경을 말없이 지켜보고 있던 다키치 회장의 모습이 보였다.


“다키치 상! 여기까진 어인 일이십니까! 그냥 제가 이 년들 데려가면 댁에 계시다가 편히 보시면 될 것을요!”


일본 순사를 비롯한 모두가 그를 향해 고개를 숙이고 있었고, 무자비한 폭행을 저지르던 형사가 그에게 굽실거리며 말했다.


“노형사 너무 거친 거 아닌가? 살살하게. 내 노득술 형사 소문은 익히 들어 알고 있네만. 그렇게 사람을 다루면 모두 놀랄 것이 아닌가. 죽이려거든 고통없이 빨리 죽여줘야지!”


그는 너털웃음을 지으며 인자하게 말하고 있었지만 사람을 쉽게 죽일 수 있다는 듯한 말 한마디에 모두 등골이 서늘해지며 소름이 돋고 있었다.


언제든지 자신의 말 한마디면 사람을 개미 죽이는 것보다도 쉽게 죽일 수 있다는 여유만만한 자신감마저 느껴졌다.


“제가 부족했습니다! 죄송합니다!”


고개를 90도로 굽히며 더욱 깊게 숙인 노득술이 그를 향해 사과하자 다키치는 껄껄 웃으며 손짓했고, 이내 일본순사를 비롯한 조선인 형사들은 다시 젊은 처녀들을 질질 끌고 다키치 회장에게 다가갔다.


“어허! 울지들 말고! 내 조선인 여자들에게 관심 없으니 몹쓸 짓 당한다고 걱정들 말게! 조선인이라면 더러워서 내 만지기조차 싫거든!”


다키치 회장의 말에 모두가 깊게 숨을 들이마시며 안도했다.


젊은 조선인 여자들을 데려다가 겁탈을 하거나 모욕을 주는 일이 흔했기 때문이었다.


다키치는 껄껄 웃으며 말을 계속 이어나갔다.


“혹시... 내 아들 놈! 소우타랑 배를 맞춘 년이 어떤 년이지? 누구냐?”


다키치는 눈을 가늘게 샐쭉 뜨고는 자신의 앞에 무릎을 꿇고 울며 벌벌 떨고 있는 다섯 명의 마을 처녀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모두가 숨죽이며 아무런 말도 하지 않자, 다키치가 다시 한번 물었다.


“에휴! 사람이 물어보면 무슨 말을 해야 할 것 아닌가. 혀를 산채로 뽑아야하나? 아니지. 아니야. 혀가 뽑히면 대답을 못할 것 아닌가! 흐음... 어째야 할까?”


껄껄 웃으며 말하는 그의 말에 젊은 처녀들은 그대로 땅바닥에 고개를 쳐 박고 살려달라고 울부짖었다.


그런 모습을 보던 다키치는 고개를 절래 절래 저으며 ‘으흠’하고 낮은 신음을 내뱉었다.


다키치가 거칠게 손짓하자 조선인 형사 노득술이 달려와 그에게 고개를 숙였다.


“여기 없나본데? 소우타 또래 마을 여자들은 이게 다인가?”


“아닙니다! 아직 대여섯명 더 있는데 인근 산 주변에 나물을 캔다고 나가거나, 빨래를 한다고 개울가에 가서 아직 못 데려온 여자들이 있다고 합니다.”


노득술은 자신에게 보고한 다른 조선인 형사의 말을 그대로 읊으며 다키치 회장에게 보고하고 있었다.


“오늘 점심식사 전까지는 보고 싶은데? 가능한가?”


“네! 무조건 데려가겠습니다.”


“노 형사 일처리 한번 맘에 드는구먼! 내 기대하지!”


다키치는 주변에 옹기종기 모인 채, 자신을 두려운 눈빛으로 쳐다보는 아낙네들과 노인, 아이들을 훑어본 뒤 등을 돌려 자신이 타고 있던 자동차 뒷좌석에 몸을 실었다.




***




마을이 다키치 회장의 등장으로 혼란스러운 그 시각, 계순을 비롯한 또래 친구들은 개울가에서 빨래를 하고 있었다.


“아니, 내 그래서 그이 졸라서 배급소에서 이번에 분(粉) 하나 얻었다니까? 미소노 분(粉)가루가 어찌나 희고 곱던지! 너희들도 맘에 드는 오라버니한테 하나씩 사달라고 해봐!”


깔깔대며 신나는 듯이 말하는 순애를 보며 계순은 한심하다는 듯이 고개를 양옆으로 도리도리 휘저었다.


- 순애 저년! 어휴! 저 철부지 없는 것! 미소노 분(粉) 하나 살 돈이면 보름은 가족들이 배를 곯지 않아도 되는데. 뭐가 그리 좋다고 에휴...


계순은 아버지 강식의 새까만 탄광 작업복을 빨래몽둥이로 세차게 두드리며 혀를 찼다.


그랬다.


탄광 마을에서는 여자들 화장품 같은 물건들이 정말 귀했다.


탄광 마을에서는 외부 물건을 들여올 때 배급소를 운영하는 식으로 물건을 받았다.


배급소를 직영하면서 생필품을 공급하였는데, 탄광 갱도에서 일한 일당은 일한만큼 지급하는 도급 방식이었다.


일당에 대한 지급은 한 달에 한번 광업소에서 정해진 날에 전표에 적힌 작업 일수를 계산해서 배급표를 나누어주면 배급소에 가서 쌀을 비롯한 식료품 등을 받는 형식이었다.


대부분 비싼 쌀보다는 고구마나 감자 혹은 보리, 조를 받는 경우가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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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5 챕터9-155. 화마 봉인- 각시탈의 전설 (1) 23.12.29 17 2 11쪽
154 챕터9-154. 화마 봉인- 함평 천지시장 (2) 23.12.29 18 2 11쪽
153 챕터9-153. 화마 봉인- 함평 천지시장 (1) 23.12.28 19 2 11쪽
152 챕터9-152. 화마 봉인- 양물단지 23.12.28 16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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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 챕터9-150. 화마 봉인- 초안산 내시들의 무덤 (1) 23.12.27 17 1 11쪽
149 챕터8-149(완). 전생- 이별의 기억 (4) 23.12.26 16 1 12쪽
148 챕터8-148. 전생- 이별의 기억 (3) 23.12.26 16 1 12쪽
147 챕터8-147. 전생- 이별의 기억 (2) 23.12.25 15 1 12쪽
146 챕터8-146. 전생- 이별의 기억 (1) 23.12.25 16 1 11쪽
145 챕터8-145. 전생- 거사의 기억 (3) 23.12.24 14 1 12쪽
144 챕터8-144. 전생- 거사의 기억 (2) 23.12.24 15 1 11쪽
143 챕터8-143. 전생- 거사의 기억 (1) 23.12.23 14 1 12쪽
142 챕터8-142. 전생- 유린의 기억 (3) 23.12.23 14 1 11쪽
141 챕터8-141. 전생- 유린의 기억 (2) 23.12.22 18 1 11쪽
» 챕터8-140. 전생- 유린의 기억 (1) 23.12.22 20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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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7 챕터8-137. 전생- 철암 마을의 기억 (1) 23.12.20 17 1 12쪽
136 챕터8-136. 전생- 만주의 기억 (2) 23.12.20 17 1 11쪽
135 챕터8-135. 전생- 만주의 기억 (1) 23.12.19 19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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