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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kokkoma 님의 서재입니다.

우리들의 벽사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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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kokkoma
작품등록일 :
2023.11.21 15:32
최근연재일 :
2024.01.31 19:00
연재수 :
222 회
조회수 :
7,000
추천수 :
253
글자수 :
1,186,938

작성
23.12.21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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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챕터8-138. 전생- 철암 마을의 기억 (2)

DUMMY

초계댁은 아무리 철천지 원수 같은 일본인이라 하더라도 소우타 만큼은 자신의 아들 원돈처럼 아끼고 소중히 여겼다.


소우타는 탄광 마을의 지주(支柱)인 아서 탄광그룹의 다키치의 하나뿐인 외아들이었다.


그는 탄광마을에 시찰 겸 관리 감독 일을 배운다고 유배 같은 유학 생활을 하러 이곳 태백 탄광마을에 와 있었다.


사실 말이 좋아 유학이지, 탄광 일을 처음부터 끝까지 익혀야했기에 남들은 자식을 일본 땅 너머 타국으로 유배 보냈다고 수군거릴 정도였다.


그렇지만 우습게도 불편한 한국 생활을 할 자식을 위해 소우타의 아버지인 다키치는 일본의 장인들을 여럿 불러 손수 이 집을 지어주었다.


도무지 알 수 없는 그의 교육방식에 주변 사람들은 저러니 아서 탄광그룹을 이끈다며 지독한 다키치 회장을 욕해댔다.


- 지 자식새끼 편히 지내라고 집까지 새로 지어준 양반이, 뭐가 또 맘에 안 든다고 저리 자식을 잡아 족치길 족친대!


초계댁은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고개를 가로저으며, 잔뜩 걱정이 되는 표정으로 2층을 바라보았다.


2층 소우타의 침실에서는 소우타가 엎드린 채, 그의 아버지 다키치가 휘두르는 목검에 엉덩이를 수십차례 쳐맞고 있었다.


다키치가 얼굴이 벌개진 채로, 흥분해서 휘두르는 목검은 ‘스누케’였다.


스누케는 혼슈 남부지역과 규슈 혹은 오키나와에 분포하는 광엽수의 심재로 만든 목검이었다.


스누케는 진검과 거의 일치하는 무게와 충격을 흡수하는 유연함을 갖춘데다가 흑단에 버금가는 단단함을 가졌기에 목검으로는 최고로 여겨졌다.


그래서일까. 그 가격은 웬만한 집 한 채 값이었는데, 다키치는 아무렇지도 않게 엄청난 가격의 목검을 그의 아들 소우타의 엉덩이에 있는 힘껏 내리치고 있었다.


“으악!”


어금니를 앙다문 채로, 혹독한 매질을 단 한 번의 비명이나 엄살 없이 참아내고 있던 소우타가 단말마의 비명을 내뱉은 채 그대로 방바닥에 엎어져 쓰러졌다.


“지독한 놈! 넌 내 자식이지만 정말 지독하기가 나보다 더하구나! 지독한 새끼!”


다키치는 자신의 엄청난 매질에도 살려달라는 애원이나 잘못했다는 사과는커녕 신음소리 한번 내지 않고 자신이 휘두르는 목검을 맞고만 있던 하나뿐인 자신의 아들 소우타를 매서운 눈길로 노려보았다.


“그 계집년이 그리 좋더냐! 조선인 여자를 기어코 아서 그룹의 여자로 들이겠다는 거야?”


도무지 화가 풀리지 않는다는 듯한 다키치는 결국 자신의 화를 이기지 못하고 목검(木劒) 스누케를 방바닥에 뻗어버린 소우타의 상체를 향해 마구잡이로 휘둘렀다.


다키치가 소우타의 어깨며 팔, 머리 등을 마구잡이로 때리던 와중에 둔탁한 ‘퍽’소리와 함께 목검이 소우타의 머리 정중앙에 맞았다.


이윽고 붉은 피가 그의 이마 한가운데로 줄줄 흐르기 시작했다.


어느 새 방어도 하지 못한 채, 의식이 없이 축 늘어진 소우타를 내려다보던 다키치는 결국 바락바락 악을 쓰며 소우타의 침실 벽 한가운데로 있는 힘껏 목검을 집어던져버렸다.


진검과 다르게 날이 서있지 않고 뭉툭한 목검은 비슷한 길이의 봉(棒)에 비해 타격력이 강하고 단단했다.


목검은 결국 벽 한 가운데 커다란 구멍을 낸 채 그대로 벽에 깊숙히 박혀버렸다.


“개 같은 새끼! 내 기어코 그 년을 찾아다 산채로 껍데기를 벗겨 버릴 것이다! 죽여 버릴 것이야!”


다키치의 눈은 이글이글 타오르고 있었다.


씩씩거리며 분이 풀리지 않는 다키치는 그대로 2층 방문을 발로 걷어차 버리고는 1층으로 성큼성큼 내려갔다.


때마침 안절부절 못하고 1층 계단에서 서성이던 초계댁이 그런 다키치와 마주하며 그를 보고 놀라서 소리질렀다.


“에구머니나!”


초계댁은 황급히 고개를 숙였고, 다키치는 그런 초계댁을 흘끔 쳐다본 뒤 말했다.


“너! 혹시 소우타가 푹 빠져 산다는 계집년 이름을 아느냐?”


그의 눈은 매섭고 날카로웠다.


두려움에 손이 벌벌 떨리는 초계댁은 고개를 더 숙인 채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쇤네가 어찌 알겠습니까요. 죄송하지만 잘 모르겠습니다...”


초계댁의 말에서 진심을 느낀 다키치는 매서운 눈초리를 그녀를 잠시 쳐다본 뒤 한숨을 푹 쉬고는 그녀에게 올라가보라는 손짓을 했다.


초계댁이 재빨리 자신과 비슷한 나이의 가정부 같아 보이는 아낙네를 불러 구급상자를 들고 2층으로 뛰어올라갔다.


초계댁과 다른 가정부는 소우타의 방에 들어서자마자 피투성이가 된 채 난장판이 된 그의 침실을 보고 놀라 비명을 지를 수밖에 없었다.


초계댁과 다른 가정부가 한창 소우타를 치료하고 그의 방을 정리하는 동안, 다키치는 태백 광산을 총괄하는 감독관 히로를 만나야겠다고 생각했다.


거칠게 욕을 하며 자동차 뒷좌석에 앉은 다키치를 향해 꾸벅 인사를 하는 운전수는 다키치의 무서운 기세에 눌려 바들바들 손을 떨고 있었다.


“마쓰우라 히로(松浦 鴻)한테 가자!”


신경질적으로 말하는 그의 말에 운전수는 짧게 대답하며 급히 차를 몰고 태백마을 중심으로 향했다.


주변은 어두웠고, 그의 운전수는 십여분을 달려 이윽고 또 다른 일본 가옥에 차를 멈춰 세웠다.


재빨리 운전석에서 내린 운전수는 뒷좌석 문을 열며 고개를 숙였고, 다키치는 그런 그의 머리를 세게 한번 내려친 뒤 총총거리며 히로의 집으로 들어갔다.


“히로상! 있소?”


그의 외침에 서둘러 뛰어온 것은 나이든 중년 일본인과 그의 아내로 보이는 듯한 여자였다.


서둘러 고개를 숙이며 히로라 불린 남자가 말했다.


“소식도 없이... 안으로 드시지요!”


“내가 히로 상에게 미리 언질이라도 하고 와야 하는 사람인가?”


타키치의 말은 저 뿌리 깊숙한 곳까지 짜증이 솓아나 있었다.


“아닙니다. 제가 실언(失言)을 했군요! 주안상을 들이겠습니다. 안으로 드십시오!”


히로는 재빨리 그의 아내에게 눈짓했고, 그의 아내는 빠른 걸음으로 주방을 향했다.


순식간에 히로의 아내가 주안상을 내오자 술병을 병째로 들어 입에 가져다대고 벌컥벌컥 마셔대는 다키치였다.


“무슨... 안 좋은 일이라도... 있으셨는지요?”


그의 눈치를 살살 보며 히로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아들 새끼 하나 있는데 맘대로 안 되는구만!”


거칠게 술병을 술상에 탁 내려놓으며 다키치가 말하자, 히로는 슬픈 눈동자로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


“어디 자식 농사가 마음대로 된다고 하던가요. 제게도 세이지 그 녀석 하나밖에 없었는데... 이제는 어디 있는지 그 생사조차 알 수가 없어 야단을 치고 싶어도 칠 수 없는 신세입니다. 전 오히려 다키치 상이 부럽습니다.”


그랬다.


지금 히로가 말하는 세이지는 삼년 전 계순을 겁탈하려다가 상순에게 죽임을 당한 그 감독관 세이지였다.


다키치는 안쓰럽다는 듯이 측은하게 히로를 바라보다가 이윽고 술병을 들어 히로의 앞에 놓인 빈 술잔에 천천히 따라주었다.


“그래... 어디서 잘 살고 있다 생각하면 될 일 아닌가. 잘 살고 있을 거야. 걱정하지 말게! 그나저나.... 혹시... 소우타를 홀린 조선 계집년이 누구인지 그대는 알고 있는가?”


그의 말투는 다정했지만, 눈빛 하나만큼은 매섭고 날카로웠다.


그의 눈길을 느낀 히로가 속으로 생각했다.


- 거 어느 집 딸년인지 모르겠지만... 누구인지 밝혀졌다가는 이제 산 목숨은 아니겠구만...


히로는 방긋 웃으며 말했다.


“저도 모르지요. 제가 알았다면 그냥 가만히 있었겠습니까? 당장 다키치 상께 보고를 드렸겠지요. 이 마을에 제법 반반한 년들이 있긴 합니다만...”


“외모가 중요한 게 아니지 않는가? 일을 어렵게 하지말고 그냥 소우타와 비슷한 또래의 여자들을 잡아다 족치면 될 일 아닌가!”


히로는 다키치의 말에 고개를 작게 끄덕이며 그의 술잔에 공손히 두 손으로 술을 따라주었다.


“예, 제가 내일 바로 잡아들여 조사해보도록 하겠습니다!”


히로의 말에 다키치는 비열한 웃음을 지으며 그와 술잔을 기울여 부딪쳤다.



***




한편 소우타의 방에서 초계댁은 연신 대야에 담긴 수건에 물을 짜내며 소우타의 이마를 닦고 있었다.


그는 붕대를 머리에 칭칭감고 있었는데 붕대를 여러 번 갈았음에도 머리에서 흐르는 피가 잘 멎지 않아 지금 막 갈아낸 새 붕대 역시 옅은 피로 물들어 붉어지고 있었다.


- 에구... 애를 그냥 아주 반병신 만들어놨네! 훤칠한 얼굴이 이게 다 뭐야. 다키치 이 개 같은 놈!


초계댁은 한숨을 푹 쉬며, 자신에게 살갑게 굴었던 소우타의 얼굴을 다시 한번 물수건으로 닦아주었다.


소우타는 다른 일본인과 다르게 순수하고 착한 성품을 지녔다.


일본 가옥에 집안일을 도우러 온 조선인들에게 늘 환하게 웃으며 다정하게 대해주었고, 겨우 다 썩어가는 보리쌀이나 조 한 됫박을 주던 다른 일본인들의 보수와 달리 그는 늘 넉넉한 품삯을 건네주곤 했다.


그래서 소우타의 집에 일을 돕는 조선인들을 마을 사람들 대부분이 부러워하며 서로 자신이 소우타의 집에서 일하겠다고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끙끙' 앓는 소리를 내며, 고열에 시달리는 소우타를 걱정스럽게 쳐다보던 초계댁은 대야에 담긴 물을 새로 받으러 화장실로 대야를 든 채 천천히 걸어갔다.


- 일어나... 일어나서 가야 해! 계순이가 기다리고 있을 거야!


초계댁이 화장실에 간 사이, 어느새 정신을 차린 소우타는 눈을 힘겹게 떴다.


천근만근같은 두 눈을 뜨자 익숙한 자신의 방 풍경이 보였다. 소우타는 흐릿한 자신의 시야에도 불구하고 주춤거리며 몸을 천천히 일으켰다.


집안이 조용한 것을 보면 아버지 다키치는 집밖으로 나간 모양이다.


소우타는 서둘러 자신이 챙겨둔 돈 봉투와 미리 숨겨두었던 짐을 가지고 계순과 늘 만나던 폐광산으로 향했다.


초계댁이 대야에 새로 물을 받아와 소우타의 방으로 들어왔을 때는 걷혀진 이불만 있을 뿐 소우타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




‘헉헉’거리는 거친 숨소리를 내며 힘겹게 폐광산으로 들어가 몸은 반쯤 광산 벽에 기댄 소우타는 지금 당장이라도 쓰러질 것만 같았다.


아직 계순은 오지 않은 모양이었다.


소우타는 부스럭 거리며 품 안에서 계순과 떠나기 위해 준비해두었던 돈과 그의 일본 고향으로 가기 위한 기차표를 꺼냈다.


- 떠나야 하는데... 가야 하는데.... 계순이가 따라올까...


그는 순간 어지러운 현기증을 느끼며 거의 몸은 눕다시피 벽에 기댔다.


사실 지금 소우타는 쓰러지기 직전이었지만 계순을 만나는 것이 더 중요한 그였다. 온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고, 머리는 지금 당장이라도 터질 것처럼 어지럽고 메스꺼웠다.


소우타는 두 눈을 질끈 감고 어지러운 자신의 몸과 머릿 속을 정리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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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6 챕터9-156. 화마 봉인- 각시탈의 전설 (2) 23.12.30 21 2 11쪽
155 챕터9-155. 화마 봉인- 각시탈의 전설 (1) 23.12.29 17 2 11쪽
154 챕터9-154. 화마 봉인- 함평 천지시장 (2) 23.12.29 18 2 11쪽
153 챕터9-153. 화마 봉인- 함평 천지시장 (1) 23.12.28 19 2 11쪽
152 챕터9-152. 화마 봉인- 양물단지 23.12.28 16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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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 챕터9-150. 화마 봉인- 초안산 내시들의 무덤 (1) 23.12.27 18 1 11쪽
149 챕터8-149(완). 전생- 이별의 기억 (4) 23.12.26 16 1 12쪽
148 챕터8-148. 전생- 이별의 기억 (3) 23.12.26 16 1 12쪽
147 챕터8-147. 전생- 이별의 기억 (2) 23.12.25 15 1 12쪽
146 챕터8-146. 전생- 이별의 기억 (1) 23.12.25 16 1 11쪽
145 챕터8-145. 전생- 거사의 기억 (3) 23.12.24 14 1 12쪽
144 챕터8-144. 전생- 거사의 기억 (2) 23.12.24 15 1 11쪽
143 챕터8-143. 전생- 거사의 기억 (1) 23.12.23 14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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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챕터8-138. 전생- 철암 마을의 기억 (2) 23.12.21 17 1 11쪽
137 챕터8-137. 전생- 철암 마을의 기억 (1) 23.12.20 17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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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5 챕터8-135. 전생- 만주의 기억 (1) 23.12.19 19 1 11쪽
134 챕터8-134. 전생- 전생의 기억 (3) 23.12.19 23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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