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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kokkoma 님의 서재입니다.

우리들의 벽사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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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kokkoma
작품등록일 :
2023.11.21 15:32
최근연재일 :
2024.01.31 19:00
연재수 :
222 회
조회수 :
6,955
추천수 :
253
글자수 :
1,186,938

작성
23.12.27 18:10
조회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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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자
11쪽

챕터9-151. 화마 봉인- 초안산 내시들의 무덤 (2)

DUMMY

선아를 비롯한 천수도령과 승주가 고개를 돌려 바라본 주변 모습은 황폐하고 초라하기 그지 없었다.


몇몇 비석들은 형편없이 쓰러져 있었는데 비석 뿐만 아니라 이상한 모양의 석상도 많았다.


산길 곳곳에 석재들이 볼품없이 쓰러져 여기저기 널부러져 있었다.


비석들에는 짙은 녹색 이끼가 가득했고, 시선을 옮길 때마다 서쪽 산비탈에 세워진 기이한 돌들을 이상한 분위기마저 풍기고 있었다.


“근데 저기... 이거 대부분 상석 아닌가요?”


승주의 조심스런 질문에 천수도령이 옅은 미소를 띤채 웃어보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맞습니다. 대부분 묘지에 들어가는 상석입니다.”


“사형! 상석이 뭐에요?”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이 천진난만하게 맑고 커다란 두 눈을 꿈뻑이며 묻는 선아를 향해 천수도령이 친절한 목소리로 설명을 해주기 시작했다.


“쉽게 말해서 무덤에 제사를 지낼 때, 음식이나 술잔을 올려두는 무덤 앞의 상을 말하는 거야. 거기에 음식도 올려두고, 술잔도 올려두고 하는 식탁같은 넓은 돌을 상석이라고 해!”


이제야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는 선아가 천수도령을 향해 물었다.


“근데... 이 상석이라는 돌들 무늬가 예사롭지가 않은데요? 연꽃무늬도 있고... 제가 잘은 모르지만 국화나 대나무 이런건 사군자? 뭐 그런거 아닌가... 그런건 조선시대 양반들이나 쓰는 거 아니에요? 일반 평민들은 사용 못하지 않나?”


“오올! 이야... 선아 대단한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며 천수도령이 선아에게 칭찬을 날리자 어깨를 으쓱하며 선아가 웃어보였다.


“저기 목 없는 돌 조각상 보이지? 저건 문인석인데. 과모를 쓰고 두손을 공손이 모은 거 보면 보통 일반인 무덤은 아닌거지. 아마 그 당시에 꽤나 힘쓰던 내시들 중에서도 우두머리 급인 사람이 묻힌 무덤일거야.”


천수도령의 말을 듣던 선아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중얼거렸다.


“내시들 무리 중에 대장인데... 왜 지금은 제대로 관리도 안되고... 흙이 다 흘러내려서 등산길이 되버렸네... 너무 쓸쓸하고.... 처량맞다. 그나저나 흉물스럽게 목을 왜 자른거지...??”


선아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갑자기 천수도령의 오른쪽 귀에서 어떤 낯선 목소리 하나가 울려 퍼졌다.


- 왜긴 왜야! 너희들 같은 무당 년놈들이 죄다 가져갔으니 그렇지! 씹어먹을 년놈들!


귓가에 울려 퍼지는 목소리는 낮고 조용했지만 그 소리가 귓가에 울리는 순간 등줄기를 타고 서늘한 소름이 잔뜩 솟아날 수밖에 없었다.


분노와 원망이 한껏 섞인 목소리는 곧이어 선아의 귓가를 간지럽혔다.


- 너도 우리 목 따러 온 거야? 목 따러 온 거야? 목 따러 온 거야? 목 따러 온 거야?


소름끼치는 말을 계속해서 귓가에 중얼거리자 선아가 화들짝 놀라 서둘러 천수도령에게 다가와 그의 옷자락을 붙들고 사시나무 떨 듯이 몸을 바르르 떨었다.


천수도령이 서둘러 선아의 어깨를 토닥이며 옷자락에 넣어두었던 자신의 무기인 신칼을 움켜 잡았다.


선아와 천수도령이 갑자기 긴장한 채, 한데 모이자 승주가 왜 그러냐는 듯한 표정으로 둘을 쳐다보며 물었다.


“왜 그러세요? 뭐가 있어요?”


영적인 능력이 없던 승주는 선아와 천수도령이 몸을 굳히며 꿈쩍도 하지 않자 궁금함에 물어본 것이었다.


“언니! 지금 귓가에 소리가... 언니는 안 들리죠?”


“어! 나는 영안이 트이지도 않고, 영력(靈力)도 없어서 보거나 들을 수도 없어. 지금 왜 그러는건데?”


영문을 알 수 없어 승주가 답답한 듯이 말하자 천수도령이 재빨리 왼쪽 주머니에 넣어두었던 부적 하나를 꺼내에 라이터로 불을 붙여 승주의 얼굴 쪽에 가져다 대었다.


그러자 갑자기 승주의 눈과 귀가 ‘텅’하고 뚫린 변기처럼 무언가 씻겨내려가더니 어떤 낯선 목소리가 승주의 귓가에 맴돌기 시작했다.


- 너도 무당이야? 아닌데? 근데 흐르는 피는 범상치 않은데?

- 이것들 죄다 죽일까?

- 우리가 싸워 이기겠냐? 그냥 무시해!

- 우리 모가지 따러 온 거면 어쩌고! 죽이자!


그것은 마치 선아와 천수도령 그리고 자신을 에워싸고 십여명의 사람들이 서로 이야기를 주고 받는 듯한 웅성거림이었다.


승주가 흠칫 놀라 몸은 굳히며 천수도령의 옆에 가까이 다가섰다.


천수도령은 아무 말없이 승주에게 고개를 한번 끄덕인 뒤, 천천히 전음을 시작했다.


- 혹시... 이곳에 잠들어 계신 내시나 궁녀 분들이신지요.


천수도령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너나할 거 없이 모두가 소리쳤다.


- 그렇다! 왜!

- 우리한테 말을 다 거네? 여기 온 목적이 뭐야?

- 우리 배고파. 제삿밥 좀 줘!

- 됐고, 내 무덤가에 나무 뿌리 좀 치워줘!

- 난 그늘이 져서 살 수가 없네. 나무 좀 잘라주시오!


여기저기서 천수도령과 승주, 그리고 선아를 향해 아우성 치자 그만 선아가 '빼액'하고 소리를 질렀다.


“아오, 시끄러워! 좀 닥쳐 봐!”


아직 영(靈)적인 존재들에게 전음을 하지 못하는 선아가 바락바락 악을 쓰며 외치자 주변을 운동삼아 산책을 나온 중년의 두 여자가 자신들에게 소리친 줄 알고 화들짝 놀라며 ‘어머’하고 소리를 내질렀다.


승주가 재빨리 고개를 돌려 죄송하다며 사과를 했고, 선아의 팔목을 붙잡았다.


“아오! 언니도 정신 하나 없죠? 저거 내시들 맞아? 왜 저래?”


선아가 짜증섞인 말투로 말하자 승주는 속으로 혀를 끌끌 차며 조용히 생각했다.


- 수희나 선아나 성격이 보통이 아니네. 그래, 예전에 수희가 선아 처음 만났을 때도, 선아한테 욕 들어쳐먹고 엄청 씩씩대더니 얘도 참 보통 성격은 아니네. 풋...


승주가 인자하게 웃으면서 선아의 팔을 슬며시 붙들고 흔들자 선아가 입술을 삐죽이며 멀어져가는 중년의 두 여자에게 죄송하다며 크게 소리쳤다.


선아가 아주머니들에게 사과하는 모습을 지켜보던 천수도령은 이상한 기운이 느껴지는 방향을 쳐다보며 또다시 차분하게 전음을 시도했다.


- 죄송하지만 저희는 지금 무얼 좀 여쭙고 싶어서 찾아왔습니다. 혹시 세종 임금을 모신 내시나 궁녀분이 여기 계실까요? 아니면 혹시 그분들이 잠들어 계신 곳이 어디인지 알려주실 수 있으신지요?


천수도령이 공손한 태도로 묻자 갑자기 주변을 에워싸고 웅성대던 기운들이 일제히 조용해졌다.


순식간에 그 기운을 감추며 줄행랑을 치는 모습에 천수도령이 의아한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순간 천수도령의 눈에 휘뿌연 어떤 존재 둘이 보였다.


느껴지는 기운은 평범한 예사 귀신의 기운이 아니었는데, 못해도 작은 신(神)급은 되어 보이는 듯 한 영력(靈力)이었다.


순간 천수도령의 두 눈동자가 놀라움에 한껏 커졌다.


- 이야, 이거이거.... 보통 기운이 아닌데? 다른 령(靈)들은 저 두 존재 때문에 겁을 먹고 사라진 건가?


천수도령이 혀를 내두르며 주변을 두리번거리자 선아가 말했다.


“사형! 지금 뭐에요? 엄청 센 데? 두 개인 거 같고? 이거 뭐에요?”


선아가 천수도령을 향해 묻자 천수도령이 말하지 말라는 듯이 입가에 손가락을 가져다대며 말했다.


이윽고 스산한 바람 한줄기가 천수도령과 선아, 그리고 승주 쪽에 회오리 치듯이 다가왔다.


갑자기 몽글몽글 구름같은 것들이 사람 형체를 갖추더니 천수도령 앞에 서서히 그 모습을 갖추기 시작했다.


모습을 드러낸 것은 조선시대 사극에서나 볼 법한 뿔이 달린 사모를 쓰고, 흉배가 달린 관복을 입은 중년의 남자 둘이었다.


“헐! 지금 내 눈에 보이는 거 실화? 사형! 진짜 내시에요? 그 거시기 없는 내시?”


“제발 좀! 선아야, 쉿!”


승주가 재빨리 철없는 선아의 입을 틀어 막았고, '거시기가 없는 내시'라는 말을 들은 것인지 두 존재가 매서운 눈빛으로 선아를 쏘아보았다.


깜짝 놀란 천수도령이 재빨리 선아와 승주의 앞을 막아섰다.


- 실례가 많습니다. 아직 철이 없는 망아지 같은 어린 아이라 그런 것이오니 너그러이 용서해주십시오. 인사드립니다. 천수도령이라고 합니다. 죄송하지만 두 분은 누구신지 여쭈어도 되겠습니까?


공손히 머리를 숙이며, 예를 갖춰 말하는 천수도령을 향해 고개를 돌린 두 존재가 조용히 말했다.


- 아시다시피 우린 내시들이지. 그대는 어쩐 일인가?

- 우리와 말을 섞고, 우리를 볼 수 있는 것을 보아하니 그대는 무당인가?


흔히 조선시대를 배경하는 사극에서 묘사되는 내시들은 뿔이 없는 사모를 쓰고 흉배가 없는 녹색 단령을 입는 것으로 나오는데, 이는 실제와 달랐다.


조선시대 내시들의 초상화를 보면 실제로는 지금 눈앞의 모습과 같은 복식을 차려입었기 때문이다.


천수도령을 향해 동시에 말하고 있는 둘은 상대방을 향해 노려보며 다시 한번 똑같은 말을 천수도령에게 내뱉었다.


그것은 마치 자신의 말에 먼저 대답하라는 듯한 느낌을 주고 있었다.


- 뭐지... 사이가 안 좋나?


천수도령의 속마음을 읽기라도 한 것인지 두 존재가 동시에 소리질렀다.


- 어디서 늙다리만 모아놓은 노론 따위가!

- 그러면 너희는 작아서 소론이냐, 아니면 쪽수가 적어서 소론이냐?


짐짓 무거운 분위기가 갑자기 싸움이 시작되면서 급작스럽게 분위기가 바뀌기 시작했다.


- 이 병신새끼가!

- 뭐래, 이 고자새끼가!

- 헛! 넌 고자 아니냐? 어디서 고자가 나보고 고자래!


바락바락 악을 써가며 서로 죽일 듯이 노려보며 소리치는 두 존재는 마치 초등학생들이 싸우고 있는 듯한 느낌마저 주기 시작했다.


선아와 승주가 아연실색한 표정으로 가만히 서서 쳐다만 보고 있자 천수도령이 민망한 듯 헛기침을 ‘큼큼’거리더니 두 존재를 향해 말했다.


- 저기... 죄송하지만 그만 싸우시면 안 될까요? 혹시... 내시 분들도 노론과 소론이 나뉘어져 있나요? 왜들 그리 못 잡아먹어서 서로 안달이신지...


천수도령이 다시한번 공손한 말투로 둘을 향해 묻자 천수도령을 향해 순식간에 고개를 돌린 두 존재가 동시에 소리쳤다.


- 너가 뭘 알아!

- 우리는 파벌 나누면 안 된다는 법이라도 있냐? 넌 가만히 있어!


갑자기 화살이 자신에게 쏟아지자 황당하다는 듯이 천수도령이 어깨를 으쓱이며 승주와 선아에게 산을 올라가자는 듯이 눈짓했다.


어차피 이들이 자신이 필요한 정보를 주지 않는다면 원하는 것이 있는 장소를 알 수 있도록 지기(地氣)를 읽어내는 선아의 능력을 이용해 세종대왕을 모시던 내시 무덤을 찾아 혼령을 소환하는 초혼을 하는 편이 나았다.


- 어이, 거기 젊은 양반! 스톱!

- 성질 급하네! 멈춰 봐!


등을 돌려 서둘러 산을 오르려는 천수도령을 불러세운 두 존재는 순식간에 천수도령의 코 앞에 자신들의 얼굴을 들이밀고는 인상을 쓰며 말했다.


- 뭘 찾는데?

- 뭘 찾는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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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3 챕터9-163. 화마 봉인- 기억의 편린 (2) 24.01.02 15 1 12쪽
162 챕터9-162. 화마 봉인- 기억의 편린 (1) 24.01.02 16 2 12쪽
161 챕터9-161. 화마 봉인- 탄광 속으로 (2) 24.01.01 16 2 12쪽
160 챕터9-160. 화마 봉인- 탄광 속으로 (1) 24.01.01 19 2 11쪽
159 챕터9-159. 화마 봉인- 불막이제의 진실 (2) 23.12.31 17 2 11쪽
158 챕터9-158. 화마 봉인- 불막이제의 진실 (1) 23.12.31 16 2 12쪽
157 챕터9-157. 화마 봉인- 각시탈의 전설 (3) 23.12.30 17 2 12쪽
156 챕터9-156. 화마 봉인- 각시탈의 전설 (2) 23.12.30 20 2 11쪽
155 챕터9-155. 화마 봉인- 각시탈의 전설 (1) 23.12.29 17 2 11쪽
154 챕터9-154. 화마 봉인- 함평 천지시장 (2) 23.12.29 18 2 11쪽
153 챕터9-153. 화마 봉인- 함평 천지시장 (1) 23.12.28 19 2 11쪽
152 챕터9-152. 화마 봉인- 양물단지 23.12.28 16 2 11쪽
» 챕터9-151. 화마 봉인- 초안산 내시들의 무덤 (2) 23.12.27 18 1 11쪽
150 챕터9-150. 화마 봉인- 초안산 내시들의 무덤 (1) 23.12.27 17 1 11쪽
149 챕터8-149(완). 전생- 이별의 기억 (4) 23.12.26 16 1 12쪽
148 챕터8-148. 전생- 이별의 기억 (3) 23.12.26 16 1 12쪽
147 챕터8-147. 전생- 이별의 기억 (2) 23.12.25 15 1 12쪽
146 챕터8-146. 전생- 이별의 기억 (1) 23.12.25 15 1 11쪽
145 챕터8-145. 전생- 거사의 기억 (3) 23.12.24 14 1 12쪽
144 챕터8-144. 전생- 거사의 기억 (2) 23.12.24 15 1 11쪽
143 챕터8-143. 전생- 거사의 기억 (1) 23.12.23 14 1 12쪽
142 챕터8-142. 전생- 유린의 기억 (3) 23.12.23 14 1 11쪽
141 챕터8-141. 전생- 유린의 기억 (2) 23.12.22 18 1 11쪽
140 챕터8-140. 전생- 유린의 기억 (1) 23.12.22 19 1 11쪽
139 챕터8-139. 전생- 철암 마을의 기억 (3) 23.12.21 17 1 11쪽
138 챕터8-138. 전생- 철암 마을의 기억 (2) 23.12.21 16 1 11쪽
137 챕터8-137. 전생- 철암 마을의 기억 (1) 23.12.20 16 1 12쪽
136 챕터8-136. 전생- 만주의 기억 (2) 23.12.20 17 1 11쪽
135 챕터8-135. 전생- 만주의 기억 (1) 23.12.19 19 1 11쪽
134 챕터8-134. 전생- 전생의 기억 (3) 23.12.19 22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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