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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kokkoma 님의 서재입니다.

우리들의 벽사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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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kokkoma
작품등록일 :
2023.11.21 15:32
최근연재일 :
2024.01.31 19:00
연재수 :
222 회
조회수 :
7,118
추천수 :
253
글자수 :
1,186,938

작성
24.01.01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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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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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
12쪽

챕터9-161. 화마 봉인- 탄광 속으로 (2)

DUMMY

어린 아이의 손짓에 분명 방금 전까지 한결을 향해 바락바락 악을 써대던 검은 그림자의 존재는 다시 한번 천장으로 끌려가 대롱대롱 매달려 그대로 천장 안으로 쑤욱하고 빨려 들어 가 버렸다.


천장을 흘끗 올려다본 푸른 아이는 한결의 두 눈을 물끄러미 쳐다보고는 이제야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저기...”


한결이 조심스럽게 푸른 아이를 향해 말했다.


한결의 눈에는 이 어린 아이 역시 평범한 사람이 아니라 귀신같은 존재로 보일 수 밖에 없었다.


어린 아이의 복장도 조선시대 의복 복장이었을 뿐만 아니라 그 아이의 온 몸에서 마치 야광봉처럼 눈부신 푸른 불빛을 가득 뿜어내고 있었으니 사람일 리가 없었다.


“너... 사람 아니구나? 뭔데? 귀신?”


한결이 말하자 어린 아이가 한결을 쳐다보며 대답했다.


“지금 김서방이 말하는 게 나? 나 말이야?”


“어... 내가 김씨가 아니긴 한데.. 암튼... 너 귀신이지?”


“히힛... 이 김서방 재미있네! 나 망량(魍魎)이야. 망량!”


“망나니?”


“헐! 이야, 이 김서방은 생각보다 무식하네? 바보 인가? 크크... 음... 혹시 '돗가비' 라고 하면 알아?”


순간 한결은 ‘돗가비’라는 단어를 여러번 읊조리다가 문득 ‘도깨비’를 말하는 것이 아닐까 싶어 고개를 슬며시 끄덕이며 말했다.


“아! 도깨비구나!”


“맞어맞어! 요즘 사람들은 나를 그렇게 부르더라? 암튼. 너 때문에 지금 이 불 난 거야! 어떻게 책임질래? 으이구!”


한결을 향해 무척이나 원망스럽다는 듯이 바라보는 어린 아이의 형상을 한 도깨비를 보고 한결은 잠시 머뭇거렸다.


- 아니... 아까부터 왜 자꾸 나 때문에 불이 났대? 내가 무슨 잘못을 했다고...?


이제는 오히려 억울한 마음까지 생겨나는 와중에 그런 한결의 마음을 이해한다는 듯이 어린 아이의 모습을 한 푸른 도깨비가 입술을 삐죽 내밀고는 천천히 말했다.


- 에휴.. 이 김서방이랑은 씨름도 못하겠네. 그렇다고 내기를 했다가는 화마가 가만 있을 것 같지도 않고... 쩝...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말을 내뱉는 도깨비를 향해 한결은 지금 자신이 알고 있는 도깨비에 대한 모든 지식을 떠올리고 있었다.


한결이 알고 있는 도깨비에 대한 정보는 건장한 남자의 모습으로 늦은 밤에 나타나 씨름 내기를 한다거나, 혹은 도깨비 방망이로 무엇이든 뚝딱하고 원하는 것을 만들어준다거나 하는 것들이었다.


흔히 어린 아이들은 도깨비하면 푸른 얼굴에 뿔이 솟아나있는 요괴같은 얼굴을 떠올리겠지만 지금 한결의 눈 앞에 있는 도깨비라고 생각되어지는 존재는 전혀 그런 모습이 아니었다.


아니 오히려 천진난만하게 해맑은 어린 아이의 모습이었다.


“저기... 내가 아는 도깨비는... 가슴에 막 칼 박혀있고 그런데...”


한결이 머뭇거리면서 말하자 어린 아이가 재미있다는 듯이 깔깔대고 배를 부여 잡고 웃기 시작했다.


“캬캬! 이 김서방 진짜 웃겨! 그 공유 나오는 드라마 도깨비 말이지? 나도 그거 봤어! 여기 급식실 아줌마들이 하도 이야기해하고 틀어놔서 OST도 다 알아! 근데 그거 다 뻥이야. 자! 어디 한번 내 배 봐, 어디 칼 박혀 있어? 이 김서방 개웃기네!”


무척이나 신이 난다는 듯이 두 발을 동동 구르며 미친 듯이 웃어대는 어린 아이를 향해 한결 역시 어색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러다가 갑자기 순간 웃음을 돌연 '뚝'하고 멈춘 도깨비가 한결을 보고 한숨을 한번 푹 쉬더니 천천히 말했다.


“흠.... 아... 이 김서방은 너무 순진하고 재미있어서 우리 대장한테 꼭 소개해주고 싶은데... 울 대장이 보면 김서방을 엄청 재미있어 해서 좋아할 거 같은데 말이야!”


“어? 도깨비들도 대장이 있어? 와... 신기하네. 대장이면 엄청 쎈가?”


궁금하다는 듯이 초롱초롱 빛나는 눈동자로 도깨비를 바라보며 말하는 한결을 보고 또다시 깔깔대고 웃으며 어린 아이의 형상을 한 도깨비가 말했다.


“웃겨웃겨! 우리들도 당연히 대장은 있지! 혹시 ‘두억시니’라고 들어 봤어?”


“두억시니?”


“응! 두억시니! 우리 대장을 인간들이 두억시니라고 부르더라고. 성깔이 정말 보통은 아닌데 그래도 도깨비들 사이에서 제일 믿음직한 대장이야!”


“아... 그렇구나. 두억시니라... 엄청 쎄면... 혹시 내가 도와달라고 부탁해도 돼? 화마인가 하는 불귀신을 잡으려고 하는데...”


분명 방금 전까지 깔깔대고 웃으며 신나하던 도깨비는 갑자기 시무룩해져서는 금방이라도 울 것같은 얼굴로 말했다.


“그건 안 돼! 김서방은 더 이상 이 일에 너무 깊게 끼여 들려고 하지마. 더 이상 알아봐야 득 될 거 하나 없거든! 암튼 김서방! 내가 원래 이렇게 안하는데... 잘 들어! 김서방은 재미 있어서 내가 간만에 웃었으니까 내가 다 말해주는 거야!”


한결은 갑자기 진지한 표정으로 바뀐 어린 아이의 모습을 한 도깨비를 향해 침을 꼴깍 한번 삼키고는 고개를 크게 한번 끄덕였다.


“김서방! 전생에 김서방의 잘못된 선택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고 억울하게 죽었어. 그렇다고 내가 화마의 편을 드는 건 아니야. 다만... 전생이 그렇게 얽히고 설킨 실타래같은 것을 어찌 풀겠어... 그러니 김서방. 저 화마가 부리는 부하 새끼는 내 도깨비 터에 쳐들어온 죄로 가지고 놀다가 풀어 줄테니까 걱정 말고! 어딜 감히 도깨비터에 복수한다고 쳐들어와서 까불어! 저 녀석은 혼구녕 좀 나야해!"


도깨비의 말에 한결은 이 곳 초등학교 급식실이 말로만 듣던 도깨비터라는 생각에 신기하다는 듯이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그러자 어느 틈엔가 하늘로 둥실 떠오른 어린 아이의 모습을 한 도깨비가 한결의 콧등을 손가락으로 가볍게 튕기며 말했다.


"얼래! 집중! 김서방 지금 중요한 이야기하잖아? 정신차려! 김서방은 지금 당장 태백에 철암으로 가야 해! 거기 김서방 짝도 가고 있는 거 같으니... 가서 색시 도와줘야지! 김서방이 그 색시를 예전처럼 많이 좋아하는 모양이구먼! 내가 미래는 보지 못하지만... 잘 될거야. 다 잘 될거야! 김서방은 왜인지 모르겠지만 잘 될 거 같은 기분이 드네!”


갑자기 두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 도깨비는 한결이 안쓰럽다는 듯이 천천히 말하고 있었다.


도깨비의 알 수 없는 말을 듣고 있는 와중에 한결 역시 갑자기 본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굵은 눈물이 급식실 주방 바닥에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어?! 나 갑자기... 나 왜 울지?”


그런 한결의 마음을 다 이해한다는 듯이 도깨비가 천천히 다가와 한결의 다리를 고사리같은 작은 손으로 두 세 번 토닥거리고는 말했다.


“자! 이제 끝! 내가 말해 줄 수 있는 건 여기까지! 김서방! 나중에 메밀묵이랑 막걸리 사들고 놀러 와! 꼭 놀러와야 해!”


그 말을 끝으로 어린 아이의 형체를 한 도깨비는 푸른 불꽃이 되어 점점 옅어져갔다.


갑자기 순식간에 ‘펑’하고 무언가 터지는 소리가 울려 퍼지더니 갑자기 주방 안에 있던 사람들이 하나둘씩 일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야! 한결아! 거시 멍하니 서서 뭐 하냐? 가자! 불은 다행히 다 꺼졌나 보네. 천장은... 모르겠다! 알아서 치우겠지! 가자!”


선배 대원이 고개를 절래절래 저으며 한결의 어깨를 툭 쳤다.


한결의 두 눈에는 굵은 눈물들이 한가득 그렁그렁 매달려있었고, 한결은 가슴이 아파 한동안 멍하니 급식실 안에 서 있었다.


“야! 너 왜 울어? 갑자기 왜 그래?”


울고 있는 한결을 바라보며 깜짝 놀란 선배가 한결을 향해 다가왔다.


한결은 자신이 도대체 왜 어린 아이의 형상을 한 도깨비의 말을 듣고 이토록 서러운 마음에 펑펑 울고 있는지 그 이유를 알 수 없었다.


가슴 속 저 깊숙한 곳에서부터 뭉근하고 뜨거운 것이 올라와 마음이 시큰거리고 먹먹해 당장이라도 가슴을 두 주먹으로 팡팡 내리치며 땅바닥에 주저앉아 소리내 울고 싶은 기분이었다.


“아...아뇨... 선배... 제가 몸이 안 좋은가 봐요...”


떨떠름한 표정으로 더듬거리며 한결이 중얼거리자 선배 대원이 걱정어린 표정으로 한결의 팔을 붙잡고 그를 끌며 말했다.


“안 되겠다. 너... 이주일 정도... 아니다 이주는 기네. 일주일만 좀 휴직계 내라! 우리가 어떻게든 일주일 정도는 버텨볼게!”


선배를 향해 한결이 괜찮다고 말하려는 순간 갑자기 천장에서 푸른 불꽃이 살짝 일렁이더니 어린 아이의 얼굴이 불쑥 튀어나와 조용히 고개를 가로 저었다.


그 모습을 지켜본 한결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네. 선배... 죄송한데... 저 좀 쉬어야할 거 같아요... 지금 빨리 가봐야 할 곳도 있구요...”


한결의 조심스런 중얼거리는 듯한 대답을 들은 도깨비는 '씨익' 하고 웃어 보이더니 순식간에 천장에서 사라져 버렸다.




***




한결이 휴직계를 내고 태백 철암으로 향하는 동안 수희는 살짝 굳은 표정으로 상현이 운전하는 차 조수석에 앉아 연거푸 줄담배만 피우고 있었다.


“저... 기분이 안 좋으신 것 같습니다...”


자신을 향해 조심스럽게 말을 하고 있는 상현을 향해 수희가 서둘러 담배를 휘적이며 끄고, 차 창문을 닫고는 아니라는 듯이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


“그냥요. 마음이 편친 않네요. 이제 화마를 봉인하는 실마리를 거의 다 찾은 거 같긴 해요. 이제 끝에 와 간다는 느낌이에요...”


“그러면... 태백 철암도 그래서 가시는 겁니까?”


“네. 그곳에서 저랑 화마를 둘러싼 전생의 악연이 시작되었다고 하니까... 가 봐야죠. 도대체 얼마나 질기고 질긴 악연이기에 내 가족들을 모조리 죽인건지... 가 봐야 겠어요!”


수희의 씁쓸한 말투에 앞을 바라보며 운전을 하는 상현이 조심스럽게 수희에게 물었다.


“제가... 잘 몰라서 여쭙습니다. 사람이 자기 전생의 일을 기억하는 것이 가능한 겁니까?”


상현이 아무리 생각해보아도 사람이 자신의 전생의 일을 기억한다는 말은 듣도 보도 못한 이야기였다.


상현이 수희를 향해 묻자 수희는 잠시 아무 말도 하지 않더니 조용히 중얼거렸다.


“저도 잘은 몰라요. 전생을 떠올리는 건... 두 가지 경우에만... 가능하다는 거 밖에는...”


“그 두가지 경우라는 게 뭡니까?”


상현의 질문에 수희는 잠시 뜸을 들이고는 천천히 말했다.


“제가 알고 있는 바로는... 하나는 옥황상제나 염라대왕와 같은 정말 높은 신이 ‘업경대’라고 하는 전생을 비춰주는 거울로 보여주거나.... 또 드물지만 본인이 직접 전생을 기억해내는 경우... 이 두 가지 밖에는 없어요...”


상현은 수희의 말을 듣고 잠시 침묵을 지키더니 수희를 향해 말했다.


“그럼 본인 스스로 직접 떠오르는 건 가능하긴 합니까? 성공 사례가 있습니까?”


“없는 걸로 알아요. 보통 신(神)들에 의해 인간이 눈을 뜨는 경우가 많죠. 그래도... 가서 해봐야죠. 될지 안 될지는 저도 모르겠네요.”


이윽고 다시 에코백 안에서 담배 한 개비를 꺼내어 라이터로 불을 붙이려는 수희의 팔을 상현이 슬며시 붙잡고 고개를 천천히 가로저었다.


상현의 만류에 수희는 입을 ‘쩝’하고 다시더니 에코백 안에 조용히 담배를 넣고 멍하니 창 밖에 두 팔을 괴곤 창밖 풍경을 보기 시작했다.


상현은 입술을 꽉 다문 채, 엑셀을 좀 더 밟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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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3 챕터9-163. 화마 봉인- 기억의 편린 (2) 24.01.02 16 1 12쪽
162 챕터9-162. 화마 봉인- 기억의 편린 (1) 24.01.02 16 2 12쪽
» 챕터9-161. 화마 봉인- 탄광 속으로 (2) 24.01.01 19 2 12쪽
160 챕터9-160. 화마 봉인- 탄광 속으로 (1) 24.01.01 20 2 11쪽
159 챕터9-159. 화마 봉인- 불막이제의 진실 (2) 23.12.31 19 2 11쪽
158 챕터9-158. 화마 봉인- 불막이제의 진실 (1) 23.12.31 17 2 12쪽
157 챕터9-157. 화마 봉인- 각시탈의 전설 (3) 23.12.30 17 2 12쪽
156 챕터9-156. 화마 봉인- 각시탈의 전설 (2) 23.12.30 22 2 11쪽
155 챕터9-155. 화마 봉인- 각시탈의 전설 (1) 23.12.29 19 2 11쪽
154 챕터9-154. 화마 봉인- 함평 천지시장 (2) 23.12.29 18 2 11쪽
153 챕터9-153. 화마 봉인- 함평 천지시장 (1) 23.12.28 19 2 11쪽
152 챕터9-152. 화마 봉인- 양물단지 23.12.28 16 2 11쪽
151 챕터9-151. 화마 봉인- 초안산 내시들의 무덤 (2) 23.12.27 18 1 11쪽
150 챕터9-150. 화마 봉인- 초안산 내시들의 무덤 (1) 23.12.27 20 1 11쪽
149 챕터8-149(완). 전생- 이별의 기억 (4) 23.12.26 17 1 12쪽
148 챕터8-148. 전생- 이별의 기억 (3) 23.12.26 16 1 12쪽
147 챕터8-147. 전생- 이별의 기억 (2) 23.12.25 16 1 12쪽
146 챕터8-146. 전생- 이별의 기억 (1) 23.12.25 16 1 11쪽
145 챕터8-145. 전생- 거사의 기억 (3) 23.12.24 15 1 12쪽
144 챕터8-144. 전생- 거사의 기억 (2) 23.12.24 16 1 11쪽
143 챕터8-143. 전생- 거사의 기억 (1) 23.12.23 16 1 12쪽
142 챕터8-142. 전생- 유린의 기억 (3) 23.12.23 15 1 11쪽
141 챕터8-141. 전생- 유린의 기억 (2) 23.12.22 19 1 11쪽
140 챕터8-140. 전생- 유린의 기억 (1) 23.12.22 22 1 11쪽
139 챕터8-139. 전생- 철암 마을의 기억 (3) 23.12.21 19 1 11쪽
138 챕터8-138. 전생- 철암 마을의 기억 (2) 23.12.21 17 1 11쪽
137 챕터8-137. 전생- 철암 마을의 기억 (1) 23.12.20 17 1 12쪽
136 챕터8-136. 전생- 만주의 기억 (2) 23.12.20 17 1 11쪽
135 챕터8-135. 전생- 만주의 기억 (1) 23.12.19 19 1 11쪽
134 챕터8-134. 전생- 전생의 기억 (3) 23.12.19 23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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