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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능선의 서재입니다.

남화북룡전 南花北龍傳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무협

좌능선
작품등록일 :
2020.02.14 15:56
최근연재일 :
2020.04.22 17:16
연재수 :
4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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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983
추천수 :
174
글자수 :
181,617

작성
20.03.10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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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3쪽

중경삼림 (重慶森林)

DUMMY

변경이라고는 하나, 그래도 정파이고 명문 대파인 모용세가의 방계이긴 했지만,

모용사군이 마공을 익혔다는 사실은 세가의 비밀이었다.

게다가 마찬가지 방계 이라곤 하지만 남방의 명문 대파인 남궁세가에 뿌리를 두고 있는 중경 표국의 사위가 마공을 익힌 자라는 사실이 알려지면,

당장 표국의 존립에도 위협이 될 수 있었다.

그 때문에 남궁숙은 그 모든 사실을 알면서도 부모님께도 알릴 수 없고,

그저 명목뿐인 혼인 생활을 유지할 수밖에 없는 곤란한 입장이었다.

그런데도, 모용사군은 전혀 개의치 않고 멀쩡한 듯 위세를 떨치고 다니곤 했다.

그도 그럴 것이 마공의 영향으로 늘 모용사군에게서는 활력이 넘치고 그 무공의 강함도 제법이었으니,

항간에서는 중경 표국의 사위 모용사군이 화류계의 황태자라는 소문까지 돌았다.

냉가슴 앓는 심정으로 남궁숙이 택한 것이 표행이었다.

그렇게라도 이곳저곳을 주유하며 차라리 고된 풍찬노숙( 風餐露宿 )을 하는 것이 가슴의 답답함을 이겨 낼 방법이었기 때문이었다.

남궁숙의 무공실력이 아미파의 진전을 이어받진 못했으나,

일반 표사들에 비해선 뛰어났기 때문이기도 했다.

몇 번의 표행에서 무공실력을 드러낸 그를 호사가 들은 중경 표국의 꽃,

중경화(重慶花) 라고 불렀다.

영문을 잘 모르는 큰 오라버니는 남궁숙 덕택에 그래도 표사 규율 잡기가 좋아졌다고 좋아라 했다.

이 모든 사실을 알고 있는 건 그나마 사부였던 금강신니의 사매인 금호 신니 뿐 이었다.

사질의 어두운 표정을 바라본 금호 신니는 맞서 긴 한숨을 쉬며 남궁숙의 어깨를 토닥였다.

“ 어쩌겠느냐. 이 세상이란 것이 그리 만만치 않구나.

다만, 그가 네게 위해가 될 만한 짓을 벌인다면 그땐 나도 참지 않을 것이다.”

남궁숙은 그저 한숨을 길게 내리 쉴 뿐이었다.


그들이 쓰촨성을 벗어나기 위해 택한 길은 하필 촉잔( 蜀棧 ) 이었다.

오래 고대로부터 촉잔은 험함과 언제 무너질지 모를 위험성 때문에 모든 표국 들이 꺼리는 곳이었다.

하지만, 표행 일정이 긴박했던 중경 표국으로서는 촉잔을 통해 빠른 길을 가기로 결정했다.

그 때문에 평소보다 더 많은 쟁자수들을 고용한 것이기도 했으니.

일단 사천을 벗어나면, 그때부터는 제대로 된 마차에 표행을 붙일 수 있었다.

촉잔 중에서 말이 다닐 수 있는 곳은 극히 일부였고, 그나마도 큰 마차는 통과할 수 없었다.

그래서 촉잔을 벗어나기까지는 말의 숫자를 늘려 말 위에 표물을 싣고 가다가 촉잔을 벗어나면 표국의 지국에서 마차로 바꿔 운송하려는 셈이었다.

처음 경로를 그렇게 잡았을 때는 반대도 심했지만,

결정적으로 촉잔에는 도적들의 산채가 없다는 것이 모두를 설득했다.

산이 험하다고는 해도 도적들에 비하면 그나마 낫다고 할 수 있었으니까.

그들이 무너진 촉잔을 보수해가며 절반 이상 경로를 밟아갔을 때 사달이 벌어졌다.

거의 일렬로 나아가던 표행의 중간에 갑자기 촉잔이 무너져 내리면서 일부 말들과 쟁자수들이 잔도( 棧道 ) 밑 까마득한 낭떠러지로 떨어져 내렸다.

제아무리 표행에 단련된 자 들이라 해도 이럴 경우는 속수무책.

그 난리 중에 중간 행렬을 지휘하던 남궁숙과 그 행렬의 바로 앞에 있던 소룡도 잔도가 무너지는 서슬에 휘말리고 말았다.

“ 숙아!”

외마디 소리를 치는 오라버니 소리가 순식간에 남궁 숙의 귓가를 스쳤고,

그녀를 잡아보려고 반사적으로 몸을 던진 금호신니도 추락하는 남궁 숙의 속도를 따라잡지 못해 다시 잔도에 매달렸다.

순식간에 모든 표행 행렬이 얼어붙었다.


똑.똑.

입술에 물방울이 떨어진다.

감긴 눈이 천근처럼 무겁다.

팔다리가 느껴지는 걸 보아 죽진 않은 모양이다.

아무리 무공을 수련한 무림인이라고 해도 절벽에서 떨어져 멀쩡한 예는 없다.

그런데 분명 천 길 낭떠러지를 떨어진 것 같은데 아직 살아 있다.

어두컴컴한 가운데 아주 멀리 희미한 빛이 보이는 것도 같다.

남궁숙은 정신을 차렸다.

어둠 속에 누군가 입에 물을 넣어주고 있었다.

서서히 자신이 정신을 잃었던 과정들이 떠올랐다.


겁먹은 쟁자수들을 독려하던 중에 갑자기 잔도가 무너져 내렸다.

원래 말 한 마리씩 보조를 맞춰 가면 문제가 없었을 길이었다.

그런데 아슬아슬한 낭떠러지에 잔뜩 겁을 먹은 쟁자수 서너 명이 말고삐를 세게 움켜쥐었고,

깜짝 놀란 말들이 행렬에서 벗어나 엉키면서 순식간에 무게가 쏠린 잔도가 무너진 것이다.

남궁 숙은 어떻게든 말들을 떼어내려고 몸을 움직였지만, 아래를 지탱하던 도로가 무너지니,

아무리 아미파의 관음 보를 수련했지만 직벽에 가까운 벽이 무너져 내린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사람이 새가 아닌 이상 말과 함께 대책 없이 떨어져 내릴밖에.

위쪽에서 금호 신니의 외마디 부르짖음이 들렸지만, 순식간에 멀어진다.

‘ 아, 이렇게 죽을 것을. 좀 더 기쁠 일이라도 해보고 죽을 것을.

그래도 중경 표국에 태어나 남부러울 것 없이 자라나 아미파의 속가제자까지 되었건만,

잘못된 혼사 한 번에 모든 것들이 나락으로 빠져 지옥 같은 결혼생활을 근근이 유지하더니 이렇게 죽을걸.

차라리 중원을 주유하며 내 마음이 가는 데로 살다 죽어도 좋았을 것을.’

그 추락의 와중에 별별 생각들이 주마등처럼 스치며,

문득 그렇게 가문의 체면만을 생각하고 자신을 스스로 희생하기로 했던 것이 옳은 것인지 의문이 솟았다.

그리고 거기에 하나 더.

늘 옷소매 하나를 늘어뜨린 채 우울한 얼굴을 가면처럼 덮고 살던 남자의 얼굴이 떠올랐다.

엉뚱하지만, 별로 호감이 가지 않는 음울함을 늘 그림자처럼 늘어뜨린 그 사내.

처음 떨어져 내린 잔도가 까마득하게 멀어지고 있던 순간,

갑자기 강한 힘이 자신을 밀어 올리는 게 느껴졌다.

“ 빨리! 내 목을 붙잡으시오!”

허공에 떨어져 내리던 남궁숙을 누군가 밀어서 살짝 띄운 것이다.

순간 남궁숙도 본능적으로 관음 보의 번신( 飜身 )을 써서 몸을 뒤틀었다.

그녀의 눈에 바로 밑에 광룡이 하나밖에 없는 팔을 연신 절벽에 꽂았다가,

다시 그 떨어지는 관성 때문에 뽑혔다가 다시 박아 넣는 모습이 들어왔다.

안타깝게도 팔이 하나밖에 없어서 남궁숙을 떠받쳐 올리느라 한 손을 쓰고는

다시 떨어져 내리다 벽에 팔을 꽂는 것을 반복하는 모양이었다.

남궁숙도 무인.

순식간에 침착을 되찾고 광룡의 몸에 붙으려고 내공을 끌어 올렸다.

천근 추의 수법으로 몸을 무겁게 해서 좀 더 빠르게 떨어지다가,

마치 원숭이처럼 소룡의 목을 휘감고 매달렸다.

무게가 더해지자마자 소룡은 돌멩이처럼 절벽 아래로 떨어져 내려갔다.

그 속도감에, 이어진 충격에 남궁숙은 정신을 잃었었다.

그런데 지금 자신은 살아 있는 것이다.


“어떻게······.그 천 길 낭떠러지에서······.당신은 괜찮은가요?”

어둠 속이라 잘 보이진 않지만, 광룡이 끄덕거리는 게 보였다.

남궁숙은 여기저기 쑤셔대는 몸을 일으켜 품에서 화섭자( 火鑷子 ) 를 꺼내어 불을 붙였다.

그리곤 짧게 비명을 질렀다.

불붙은 화섭자에 비친 광룡의 얼굴은 온통 피투성이.

그의 오른팔과 두 다리가 모두 피투성이였다.

옷의 거의 너덜너덜한 걸레 같고, 그 걸레조차 소룡이 흘린 피로 불그죽죽하다.

남궁숙이 일어나서 화섭자로 불을 붙이고, 광룡의 얼굴을 보고 비명을 지르고.

이 모든 건 그들이 절벽에서 떨어져 내린 촌각만큼이나 짧았다.

남궁숙의 비명을 들은 광룡이 긴 한숨을 쉬더니 서서히 뒤로 무너져 내렸다.


蜀道難 촉도난 <이백>



噫旴戱 危乎高哉 희우희 위호고재

어이쿠 ! 아찔하게 높고도 험하구나 !

蜀道之難 難於上靑天 촉도지난 난어상청천

촉으로 가는 길 어렵고 푸른 하늘 오르기보다 더 어렵구나.

蠶叢及魚鳧 開國何茫然 잠총급어부 개국하망연

장총과 어부가 촉 나라를 개국한지 그 얼마나 아득한가.

爾來四萬八千歲 始與秦塞通人煙 이내사만팔천세 시여진새통인연

그로부터 사만 팔 천년 동안 관중 땅 진과 내왕 길이 없었고

西當太白有鳥道 可以橫絶峨眉 서당태백유조도 가이횡절아미전

서쪽 태백산 날개 길 따라 겨우 아미산에 올랐네.

地崩山 壯士死 지붕산최장사사

미녀 맞은 축 장사들 산 무너져 죽고

然後天梯石棧方鉤連 上有六龍回日之高標 연후천제석잔방구련 상유륙룡회일지고표

그 후로 하늘 높다란 절벽에 매달아 길대신 이어지고

위로는 육룡이 끌던 해수레도 돌아섰던 높은 고표산

下有衝波逆折之 川 黃鶴之飛尙不得過 하유충파역절지회천 황학지비상부득과

아래는 암석 절벽 치는 물결과 엇꺾여 흐르는 억센 물결

신선 탔던 황학도 날아 넘지 못했네.

猿努欲度愁攀援 靑泥何盤盤 원노욕도수반원 청니하반반

원숭이 넘으려해도 붙잡을 데 없고 청미령 까마득히 높이 서리고

百步九折影巖巒 백보구절영암만

백 걸음 아홉 번 꺾어 돌 바위 봉우리를 돌아야하네.

問參歷井仰脅息 以手撫膺坐長歎 문삼력정앙협식 이수무응좌장탄

하늘의 삼성별 어루만지고 정성별 지나니 숨이 막혀

손으로 앞가슴 쓸며 주저앉아 장탄식 몰아 내뿜네.

問君西遊何時還 畏途참巖不可攀 문군서유하시환 외도참암부가반

그대 서촉 언제 떠나려나 ? 무서운길 미끄러운 바위 오를 수 없고

但見悲鳥號古木 雄飛雌從繞林間 단견비조호고목 웅비자종요림간

오직 고목에서 슬피 우는 새들 암놈들 수놈 따라 날아 돌고

又聞子規啼 夜月愁空山 우문자규제 야월수공산

또한 두견새 밤마다 울어 빈 산을 슬퍼할 따름

蜀道之難 難於上靑天 촉도지난 난어상청천

촉으로 가는 길 가기 어려워 푸른 하늘 오르기보다

使人聽此凋朱顔 連峰去天不盈尺 사인청차조주안 연봉거천부영척

그 곳 말만 들어도 홍안소년 백발 노인으로 시들 것을 연봉은 하늘과 한 자도 못되고

枯松倒掛倚絶壁 飛湍瀑流爭喧 고송도괘의절벽 비단폭류쟁훤회

매마른 소나무 절벽에 거꾸로 매달렸고

내닫는 여울과 튀는 폭포수 서로 다투어 소란하고

崖轉石萬壑雷 빙애전석만학뇌

벼랑을 치고 돌을 굴려온 골짜기 우레소리 들리네.

其險也如此 기험야여차

이렇듯 험란 하거늘

嗟爾遠道之人 胡爲乎來哉 차이원도지인 호위호내재

그대 먼 길따라 온 손이여 어이하여 왔는가 ?

劍閣쟁嶸而崔嵬 검각쟁영이최외

검각은 우뚝뾰죽 높이 솟아

一夫當關 萬夫莫開 일부당관 만부막개

한사람이 관문 막으면 만 사람이 관문 뚫지 못하네

所守或匪親 化爲狼與豺 소수혹비친 화위낭여시

지키는 이 친족 아니면 언제 이리 승냥이 될지 몰라

朝避猛虎 夕避長蛇 조피맹호 석피장사

아침에 모진 호랑이 피하고 밤에 긴 뱀을 피해도

磨牙鍊血 殺人如麻 마아연혈 살인여마

이를 갈고 피를 빨아 마귀처럼 사람을 죽이네.

錦城雖云樂 不如早還家 금성수운낙 부여조환가

금성이 비록 좋다고 하나 집으로 돌아감만 못하고

蜀道之難 難於上靑天 촉도지난 난어상청천

촉으로 가기 어려워 푸른 하늘 오르기보다 어려워라.

側身西望常咨嗟 측신서망상자차

몸 추켜세우고 서쪽 바라보며 길게 탄식하네.





● 사천성 광원(廣元)시의 촉도난(蜀道難),고잔도(古棧道). 각도(閣道)라고도 불려지는 이 잔도는 광원시에서 북쪽으로 25km 떨어진 거리에 위치하고 있는데 명월협(明月峽)과 청풍협(淸風峽) 가운데에 있는데 가릉강의 동쪽 천애절벽에 만들어져 있었는데 지금은 잔도를 만들었던 구멍 일부가 바위에 남아 있고 새 잔도가 만들어져 있다.

● 화섭자 (火攝子) 기름 종이를 말아서 불을 붙이고 뚜껑을 씌운 것. 일종의 라이터.

● 이백 의 촉도난: 장안에서 촉(蜀), 즉 지금의 사천(四川) 지역으로 갈 때 지나는 잔도(棧道)로 이어진 길의 험난함을 노래한 것으로, 상화가사(相和歌辭) 중의 하나이다. 〈촉도난행(蜀道難行)〉이라는 옛 노래가 있었다고 하나 오래전에 없어졌고, 남조 양(梁) 이후 소강(蕭綱; 503~551), 유효위(劉孝威; 496~549), 음갱(陰鏗; 511~563) 등의 〈촉도난(蜀道難)〉만 전할 뿐이다. 이 시는 이백이 장안에 갔을 때 하지장(賀知章)에게 내보여준 야심작이다.

당시 하지장은 작품을 다 읽기도 전에 네 번이나 찬탄하며,

하늘에서 귀양 온 신선이라는 뜻의 '적선(適仙)'이라는 별명을 붙여주고,

허리에 찼던 금 거북을 풀어 술과 바꾸어서 함께 취하도록 마셨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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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중경삼림 (重慶森林) 20.03.05 523 4 11쪽
14 중경삼림 (重慶森林) 20.03.04 516 4 12쪽
13 음마투전(飮馬投錢) 20.03.03 536 4 9쪽
12 음마투전(飮馬投錢) 20.03.02 572 5 9쪽
11 맹룡과강 (猛龍過江) +2 20.02.29 638 6 9쪽
10 맹룡과강 (猛龍過江) 20.02.27 664 4 8쪽
9 잠룡출도(潛龍出道) +1 20.02.26 713 6 12쪽
8 잠룡출도(潛龍出道) 20.02.25 710 3 8쪽
7 잠룡출도(潛龍出道) 20.02.24 745 4 8쪽
6 나려타곤 懶驢打滾 20.02.21 760 4 9쪽
5 약육강식 弱肉强食 20.02.20 817 5 8쪽
4 당랑거철 螳螂拒轍 20.02.19 903 9 9쪽
3 허허실실 虛虛實實 20.02.18 936 10 8쪽
2 첩첩산중 疊疊山中 20.02.17 1,063 8 8쪽
1 서장 20.02.14 1,426 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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