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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능선의 서재입니다.

남화북룡전 南花北龍傳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무협

좌능선
작품등록일 :
2020.02.14 15:56
최근연재일 :
2020.04.22 17:16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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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81,617

작성
20.02.14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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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서장

DUMMY

1


중원(中原)의 변경, 내몽고(內蒙古) 지역은 삭막한 겨울로 유명했다.

때는 명대(明代), 일부 내몽고 지역은 거란을 비롯한 무리들로 인하여 중원을 늘 위협하고,

주원장 이 국가를 세운 이후로도 변경지역 에서는 끊임없는 전투가 벌어지곤 했다.

비록 국가를 일통 했다고는 하나, 중앙정부의 힘이 못 미치는 곳이 더 많은 때라 각 지역의 지배자들에 따라 민초들의 삶은 부침하기 일쑤 이었다.

그곳 내몽고 지역은 늘 명과 거란의 경계지역이라 더욱 더 세력다툼이 심했다.

최초 국가를 세울 때 태조 주원장이 빚을 진 종교 세력인 ‘명교’의 세력들과 한때 주원장이 몸을 의탁하여 목숨을 건졌던 소림사를 비롯한 불교세력들이 중원의 실질적인 세력다툼을 벌이곤 하던 시기.

민초 들은 국가와 종교가 어찌 되었든 늘 삶의 고단함은 변치 않았다.


내몽고 지역의 안령산맥 줄기에 이어진 이름 모를 산.

눈발이 성기게 내려 대지가 하얗게 얼어붙은 산기슭 작은 마을이 비적들로부터 습격을 당했을 때, 마을의 주민들은 그들을 상대로 여느 때처럼 거래를 하려고 했다.

어차피 중앙정부의 권력이 머나 먼 곳.

늘 비적(匪賊)과 화적(火賊) 들이 횡행하는 곳에서 살아남으려면 두 가지 방법 밖에 없었다.

첫 번째는 자체적으로 자경단을 만들 되, 적들과 거래를 하는 것.

두 번째는 스스로 비적이 되는 것 이었다.

첫 번째 방법이 생긴 이유는, 적절한 무력을 갖춘 마을 이란 소문이 돌면 비적들도 어느 정도는 희생을 감수해야 하므로 함부로 공격하기 보다는 일종의 자릿세 정도를 받는 것으로 만족하기 때문 이었다.

아무리 비적 이라 하더라도, 그들의 수익이 생기는 마을을 전멸시켜 버린다면 그것은 밥그릇을 아예 깨버리는 경우라는 걸 모르지 않으니까.

마을로서도 주민이 희생을 하지 않고도 최소한의 비용으로 마을을 지키는 방법 이니, 나름 적절한 방법 이었다.

두 번째 방법은, 도저히 더 이상 마을을 유지 할 수 없을 때 아예 전 마을주민들이 비적패 정도로 바뀌어 버리는 것 이다.

그러면 최소한 일반 농사가 아닌 약탈에 무게를 둘 수 있으니까.

다만 이 방법은 그 무력이 어느 정도 수준에 이르러야 가능 하다는 문제는 있었지만.


처음에 말을 탄 비적 떼가 마을 어귀에 나타났을 때 이미 촌장은 상황을 알고 있었다.

그들은 처음 보는 무리였지만 대부분의 비적패들 간에도 서로 정보교류는 있는 터.

이 산촌에도 어느 정도 무력이 있다는 것 쯤 들어 알고는 있으리라.

촌장은 처음 경보를 접하곤 침착하게 마을의 장정들과 더불어 창과 칼을 들고 비적 떼를 맞이하러 나섰다.

산비탈을 오르는 비적들의 모습이 서서히 나타나자, 경륜이 만만치 않다는 촌장도 흠칫 긴장을 한 모습을 보였다.

보통 요란스럽게 기성을 지르거나 먼지를 피워 올리며 달려오는 비적 떼의 모습이 일반적 이란 것 과 달리, 그들은 마치 산책이라도 온 것처럼 눈 쌓인 고갯마루를 천천히 말을 몰며 올라오고 있었다.

그건 마치 산마루에 나와 그들을 대적하려는 산촌의 무리들 은 안중에도 없는 듯 한 모습 이었다.

촌장의 곁에 마을 장정 중 가장 무공이 강하다고 알려진 진가 가 나섰다.

그는 무당파 (武派當)의 외부제자로, 나름 무당파 장로의 직전 제자는 아니지만 타고 난 재능에 힘입어 꽤 대단했던 사부를 모셨던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하지만 본바탕이 워낙 후미진 곳 출신 이라는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여 지금은 마을로 돌아 와 마을의 무력을 관장하며 젊은이들에게 무공을 전수하는 도장을 차리고 있었다.

그는 무당파의 제자답게, 시골마을에서는 보기 힘든 송문검((松紋劍)을 들고 있었다.


비적의 무리들이 산마루턱을 완전히 올라섰다.

그들은 추운 날씨 탓에 모두 짐승 털을 뒤집어쓰고 있었는데 그 용모가 자못 흉악했다.

무리 중 맨 앞에 검정색 말 위에 올라있는 자가 입을 열었다.

“ 여, 안녕들 하신가. 우리를 이리 환영 하려 나오다니 이거 영광인걸? 우린 요동 광풍사의 일원 이었던 무리들로 광풍십걸 이라 한다네.”

광풍사 (狂風使) 라는 단어가 그자의 입에서 나오자 그들과 대적하고 있던 오십 여명의 장정 들 간에 수런거림이 물결 번지듯 일어났다.

광풍사.

요동지방에서 악명을 떨쳤던 비적 떼의 무리 들.

한 때 요동에서 발원하여 산둥 성까지를 아우르던 수백의 비적 떼.

말이 비적 떼 이지 실상 군대와 같던 그들은 약탈 대상인 마을과 협상을 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했다.

그들은 중원은 넓고 사람은 많은데 굳이 거래까지 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 했다.

비적이 되어서 거래 하는 것 자체가 수치스러운 일 이라고.

마음껏 뺐고 약탈하고 강간하고 마을을 모조리 태워 없애 버리는 것.

그것이 그들 무리의 무시무시한 강령 이었다.

대드는 자 들이 있으면 모조리 다 죽여 버려라.

만약 거래를 하고자 하는 자 들이 있어도 모조리 다 죽여라.


게다가 광풍 십걸 이라니.

그들의 만행을 보다 못한 호북지역 무림의 협객 들이 나서서 무림맹( 武林盟 )을 결성 한 것이 일 년 전.

무림맹의 끈질긴 추적과 소탕 끝에 광풍사는 사라져 버렸다.

많은 수의 비적들이 죽었지만, 정작 그 비적 무리들 중 무공다운 무공을 지녔었다고 알려진 광풍십걸 의 행방은 묘연 했다.

세의 불리함을 깨닫고는 모두 은거 해 버린 것 이었다.

그런데 일 년이 지난 지금, 이런 먼 변방에 그들이 나타나다니. 낭패 였다.

비록 숫적으로 우세하고, 진가의 가르침으로 절반 이상이 천산파의 무공을 전수 받았다고는 하나 그건 매우 미약한 정도에 불과 했다.

앞으로 나서려는 진가를 제지하며 촌장이 앞으로 한걸음 나서서 공수(空手)로 포권 ( 抱拳 )을 해 보였다.

앞으로 나서려는 진가를 제지하며 촌장이 앞으로 한걸음 나서서 공수(空手)로 포권 ( 抱拳 )을 해 보였다.

촌장은 사전에 준비라도 해 놓았던 듯 낭랑한 음성으로 광풍사 무리들 앞에서도 굴하는 기색이 전혀 없었으나, 그의 뒤에 서 있는 촌민들은 촌장의 다리가 가볍게 떨리고 있음이 단지 추위 탓은 아님을 알 수 있었다.

“ 저는 이 산촌의 촌장을 맡고 있는 이가 라고 합니다. 영웅들께서 그 유명한 광풍사의 준걸이라 하시니 절로 경탄 하지 않을 수 없구려. 이 빈한한 산촌에는 어인 일로 행차를 하셨는지요?”

떨리는 다리와는 무관하게 제법 꼿꼿한 자세로 할 말을 다하는 촌장노인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광풍사 무리의 우두머리, 타호(打虎)가 옆의 부하를 돌아보며 심드렁하게 한마디 던졌다.

“ 야, 웅손(熊孫) 아. 지금 저 늙다리가 뭐라고 씨부렁대는 거냐?

한겨울에 모기 소리 같이 앵앵 거리는구먼.”

기다렸다는 듯 타호 옆에서 말머리를 매만지던 덩치 가 씩 웃으며 답을 했다.

“ 예, 두령. 그러니까 저희랑 일종의 합의를 보자고 하는 것 같은데요?”

타호는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웅손의 말을 듣는 둥 마는 둥 하고 촌장을 향해 한마디 던졌다.

“ 아 좋아. 영감. 그러면 우리에게 무슨 예물을 준비 했는지 한번 다 까봐.”


의외로 협상이 먹히는 듯 보이자, 촌장은 뒤에 서 있는 젊은이들에게 손짓을 했고 젊은이들은 달갑지 않은 눈초리를 하며 커다란 궤짝 한 개를 촌장 앞에 옮겨 놓았다.

촌장이 궤의 뚜껑을 열어젖히며 입을 열었다.

“ 변방의 산촌 이라 딱히 재물이 없소이다. 그래도 집집마다 가지고 있던 은자를 모두 내놓아 오십 냥 정도 됩니다만 그 외에 가지고 있던 패물과 비단을 다 꺼내 넣었습니다.

저희 촌에서 이따금 채취되는 인삼과 하수오 등도 넣었으니 이걸로 좀 예의를 ······. “

촌장의 말을 자르며 타호는 어깨를 쫙 펴면서 큰 소리로 고함치듯 입을 연다.

“ 아, 되었다! 물론 그 예물 받아들이지. 그런데 영감, 우리 광풍사가 주장하는 기치가 있는데 혹시 들어 보았나?”

촌장은 갑자기 말을 자르고 나선 타호의 질문에 어안이 벙벙해 졌다.

그러자 타호는 다시 옆에 서 있는 웅손을 흘깃 쳐다본다.

웅손은 마치 기다렸다는 듯 큰 덩치에 걸맞은 우렁찬 음성으로 소리 지르듯 구호를 외쳤다.


“ 대적 하는 자 모두 죽여라!

협상 하는 자 모두 죽여라!

땅은 멀고 하늘은 넓다!

다 죽이고 불태우고 짓밟아라! “


말을 마침과 동시에 벼락처럼 웅손은 마상에서 뛰어 내리며 촌장의 목을 향해 허리춤으로부터 칼을 뽑아 횡소천군의 초식으로 베어 나갔다.

흔하디흔한 삼재 검에서 비롯된 초식.

하지만 덩치가 곰만 한 웅손에 의해 펼쳐진 단순한 가로 베기는 살벌하기 그지없어서, 순식간에 촌장의 허리가 두 동강 날 듯 이 보였다.

‘ 깡!’ 크게 쇳소리가 나며 웅손이 말에서 뛰어 내리던 서슬에서 튕기듯 뒤로 서너 걸음 물러나 휘청 이며 간신히 자세를 잡았다.

그의 우악스런 손에 들린 귀두도(鬼头刀)의 넓은 도신이 충돌의 여파로 부르르 떨고 있었다.

마상에서 이 모든 꼴을 지켜보던 타호가 흥미롭다는 듯 웅손의 귀두도를 튕겨낸 자를 찬찬히 바라보았다.

처음부터 촌장의 한 걸음 뒤에 서 있던 젊은이. 진가 였다.

순간적 공격 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진가는 섬전 같은 속도로 송문 검을 빼들어 웅손의 일격을 흘려버린 것 이었다.

사실 귀두도의 무게와 크기만 해도 송문 검의 서너 배.

게다가 그 칼을 휘두른 웅손의 체중을 고려하더라도, 중병이 아닌 검으로 그 칼의 역도를 흘려낸다는 것 은 보통의 무인으로선 어려운 일이다.

다시 뛰어들려 하는 웅손을 손짓으로 제지하며 타호 가 진가를 향해 입을 연다.


“ 오호, 송문 검이 그냥 폼 인 줄 알았더니 의외인걸. 이런 변방에서 무당 검의 이화접목을 보게 될 줄은 몰랐다. 네 놈은 진짜 무당파로구나?”

단 한 수로 자신의 내력을 알아보는 비적두목의 안목에 속으로 감탄하며, 진가는 어깨를 쫙 펴며 당당한 어조로 입을 열었다. 조금 전 까지 그토록 당당해 보이던 촌장은 얼굴이 하얗게 변한 채, 진가의 뒤로 물러섰다.

“ 비적떼라 해도 눈은 있구나. 나는 무당파의 방계 제자 진인사라 한다. 네놈 들이 협상거리를 받아들인 다면 모르되, 이곳에서 행패를 부리려 한다면 나 역시 가만히 있지 않겠다. 물론 네 놈들도 무당 과 원한을 맺고 싶진 않겠지?”

사실 뒷배가 든든한 무림의 정파와 얽히고 싶어 하는 흑도는 없다.

정파 자체의 힘, 무력도 대단 하긴 하지만 따지고 보면 본산의 인원 몇을 제외하면 그렇게 많지 않았다.

게다가 이런 변방에서 일어난, 그것도 한참 족보도 먼 방계 제자에 대한 일 까지 신경을 쓰진 않는다.

하지만, 정파라 불리는 무리들, 9파1방의 무서움은 다른데 있었다.

그들은 명분과 체면이 중요했고, 어떤 식 으로 든 자신들과 연관이 있는 한 먼 제자라고 해도 봉변을 당하거나 무당의 명성을 두려워하지 않는 무리에게 낭패를 보았다고 알려지면, 어떤 방법으로든 반드시 보복이 따랐다.

그것은, 한번 체면을 접어주면 계속해서 무례를 당한다는 무인 들 간의 당연한 암묵이기도 했다.

그런 세상의 인심을 잘 알고 있던 진가는 사문을 들먹여 광풍사 무리들을 겁주려 한 것 이다.

‘ 자, 내 뒤엔 이런 배경이 있어. 어쩔 건데, 감히 우리 마을을 건드린다는 건 무당 본산과 각지에 퍼져있는 무당의 제자들로부터 집요한 추적을 당해야 한다는 걸 의미해. 그러니 이쯤해서 서로 체면을 지켜주고 사라지는 게 피차 좋지 않겠나.’

이게 사실 진가가 타호에게 하고 싶던 말이었다.

갑자기 타호가 말 위에서 고삐를 놓고, 배꼽을 잡고 웃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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