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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능선의 서재입니다.

남화북룡전 南花北龍傳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무협

좌능선
작품등록일 :
2020.02.14 15:56
최근연재일 :
2020.04.22 17:16
연재수 :
4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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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962
추천수 :
174
글자수 :
181,617

작성
20.02.29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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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9쪽

맹룡과강 (猛龍過江)

DUMMY

해남도(海南島)는 오래전부터 중원(中原)과는 먼 거리를 둔 이유로, 습관도 언어도 달랐다.

늘 사시사철 여름에 가까운 무더위.

그곳에는 ‘ 해남파(海南派)’라고 불리는 검파(劍派)가 일대의 무파(武派) 로 자리 잡고 있었다.

그들은 중원의 구대 문파에는 들지 않지만, 특유의 검법으로 일가를 이룬 문파로서 왜(倭)의 영향을 주고받으며 강한 검술로 나름의 유명세를 지닌 독특한 유파였다.

아무래도 대륙의 중심에서 벗어나 바다와 인접하고 있는 지리적인 여건도 그렇고,

그런 영향으로 해상무역이 중요한 경제적 수단이 되어 있어서 왜뿐만 아니라 인접한 고구려, 신라, 백제와의 교역도 있는 데다 멀리는 페르시아만까지도 무역의 대상이었다.

따라서 각국의 무인들이 상단을 호위하기 위해 해남도에 머무르거나 하는 경우들이 많았다.

그렇다 보니 타국의 무술들을 쉽게 접하기도 했고,

특히 늘 해안에 출몰하는 왜구와 해적들을 상대로 실전적인 무술이 성행하여 해남파의 검술은 대륙의 검술과는 다른 독특한 실전기술들이 많았다.

이 때문에 중원의 중심에서 멀리 떨어져 있긴 하였으나 무림 세계에서 해남파가 차지하는 비중은 적지 않았다.


해남파의 본가 입구에 더벅머리 사내 소룡이 나타난 건 한창 여름이 절정에 이른 시기였다.

여느 방파가 그렇듯,

이곳에서도 장원(莊園) 입구에서 경계를 서고 있던 두 명의 건장한 사내들이 소룡의 앞을 막아섰다.

다른 것이라면 그 두 사내는 무더운 남해의 풍속에 따른 짤막한 옷을 걸치고 있었다는 것.

아마도 내륙에서라면 상스러운 차림새라 말을 들었을지 모르지만, 습도가 높고 무더운 남해에서 그들 무사의 옷차림은 그나마 격식을 차린 모양이었다.

그렇지만 먼 길을 온 소룡의 눈에는 꽤 특이하게 보였다.

늘 그렇듯 소룡은 비무 첩을 올렸다.

중원에서 먼 지방이라 사투리가 꽤 강해서 소룡은 몇 마디 외에 잘 알아듣지 못했는데,

다행히 외원에서 경계를 서는 무사들은 소룡의 말을 제법 알아들었고,

이미 먼 남해까지 소문이 퍼져 있었는지 사내들은 ‘광룡!’ 이라는 외마디를 지르더니 한 명은 소룡을 접객 당으로 인도하고 또 다른 한 명은 안으로 소식을 전하러 뛰어갔다.

정문을 지키던 무사 두 명이 다 자기 일로 자리를 뜨자 빈 정문을 보며 소룡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소룡의 생각을 짐작한 듯, 안내하던 무사가 더듬더듬한 표준어를 쓰며 남해에서 해남파의 문을 허락 없이 드나드는 겁 없는 사람은 없다고 말했다.

그것은 그만큼 해남파가 가진 지역에서의 위세와 영향력이 대단하다는 증거.

소룡은 고개를 끄덕이며 잠자코 무사를 따랐다.

무사는 최근에 유명해진 ‘ 비무 광룡’을 흘깃흘깃 훔쳐보았다.

소문보다 그리 크지 않은 체격.

게다가 한쪽 옷소매가 헐렁한 것이 말 그대로 외팔이.

먼 길을 걸어온 탓인지 옷차림은 거의 누더기에 가깝긴 했다.

그래도 낡은 옷일지언정 세탁은 열심히 했던지 냄새를 풍기거나 하진 않는다.

하지만 어디를 봐도 그다지 외공을 닦은 흔적은 보이지 않고, 내공고수라곤 하지만 일반적인 무림인들과는 많이 달라 보여서,

역시 소문은 소문일 뿐, 이라고 은근히 코웃음을 쳤다.


접객당에서 시원한 차를 마시고 있던 소룡의 앞에 나타난 건 하얀 수염을 길게 드리운 해남파의 장문인 금재부(金材府)였다.

의외로 해남파의 장문인은 소룡의 비무첩에 대해 불쾌해하지 않고 오히려 무척 기쁜 표정이었다.

물론 처음 중원에 출도 할 때와는 달리 소룡에 대한 소문은 이제 명성이 되었고 나름 무림의 괴걸 정도로 인식되고 있던 터 이긴 했지만, 누군가 자신의 방파를 무공으로 이기겠다고 온 것은 무척 기분 나쁠 일인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장문인은 비무에 앞서 소룡에게 출신 내력과 중원 천지에 비무를 청하고 다니는 이유를 물었다.

말이 그렇지 독행(獨行) 하며 강호를 주유(周遊)한다는 것도 힘든 시대였다.

하물며 가는 곳마다 비무를 한다는 건 목숨을 걸어야 하는 것.

세상은 넓고 기인이사는 모래알처럼 많다.

어찌 보면 그동안 소룡이 비무 행을 해 오면서 만난 사람들이 전부는 아닌 것이다.

각 문파에서도 비무에 나서는 인물들은 대개 나이와 무공수련 기간이 비슷한 제자들을 내세우게 마련이다.

그보다 더 고수들이라 해도 그건 체면에 손상이 간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었다.

그 때문에 소룡의 비무 행은 실력도 실력이지만 운이 좋았다고 할 수 있었다.

소룡은 간략하게, 자신이 팔을 잃게 된 사연과 광승의 제자가 된 사연을 들려주었다.

딱히 숨길 일이 아니었으므로.

그리고 전국을 비무 행을 하면서 그의 원수, 광풍 십걸을 찾고 있다는 것도.

소룡의 내력을 전해 들은 장문인 금재부는 길게 탄식을 뱉었다.

“ 소협의 내력이 정말 마음 아프구려. 그렇지만 이 넓은 중원 천지 어디에서 그들을 찾겠소? 광풍 십걸에 대한 풍문은 이미 십여 년 전에 들은 바 있소. 나도 그 시절엔 무림맹에 제자들을 보냈었으니까. 하지만 그 이후 소식이 없어졌소. 아마 어딘가에서 은거하고 있거나 신분을 바꿔 살고 있지 않겠소? 그걸 소협 혼자의 힘으로 찾아낸다는 건 그야말로 모래알에 숨은 작은 모래알 찾기와 같소.”

출도 후 처음으로 소룡은 낙담을 했다.

사실 무공에 어느 정도 자신을 가지고, 강호행을 하다 보면 원수들에 대한 풍문을 듣거나 할 것이라는 막연함이었다.

넓디넓은 중원 천지 어디에서 자신이 그들을 찾아낸다는 건지. 자신도 막연했었다.


잠시 서로의 생각에 잠겨있다가 해남파의 장문인이 다시 입을 열었다.

“ 소협. 소림부터 시작해서 구대 문파 모두와 비무를 한 것만으로도 소협의 사부에 대한 빚은 충분히 갚은 것 같소. 게다가, 소협의 목적이 비무보다는 원수를 찾는 것 아니겠소?”

소룡은 그렇다고 대답했다.

단지 방법이라고 아는 게 달리 없으니 스스로 소문이 나기를, 그리고 그들에 대한 풍문을 듣기를 원해서, 라고 말했다.

“ 그럼 이건 어떻소? 중원은 넓소. 세력이 아니고서는 그런 소문도 잡기 어렵다는 이야기지.

그러자면 어느 문파든 소속이 되어야 하는 데 이미 소문이 나 버린 소협과 같은 사람을 문파에서 받아들인다는 건 어려운 일이지. 체면상. 게다가······.음 조금 민망하지만 있는 대로 말씀드리겠소. 소협과 같이 사문도 모호하고 신체도 조금 불편한 사람을 받아 줄 세력은 드물 거요. “

소룡은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한 명의 개인이 상대하기에는 중원은 너무 넓었고 세력들도 많았다.

만약 자신이 체면을 중시하는 정파가 아닌 사파와 비무를 했었다면 소문이 퍼지는 걸 막기 위해서라도 절대 정당한 비무 같은 건 없었을 것이다.

살인 멸구. 죽은 자는 말이 없는 법이니까.

장문인은 소룡의 눈치를 살피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

“ 좀 불민하지만 내게 늦게 본 딸이 하나 있소이다. 무가의 자식이지만 무공에는 자질이 없구려. 하지만 가무(歌舞)와 서화(書畫)를 좋아하여 제법 이곳에서는 이름이 알려진 터인데,

무가인 만큼 마땅한 사위라면 당연히 무공이 높은 사람을 택하려고 하오.

물론 우리 쪽 특성상 데릴사위라 조금 그렇다곤 하지만, 소협처럼 아예 세력이 없는 사람이라면 오히려 괜찮은 세력을 얻는 셈 아니겠소?

안 그래도 사위를 구하기 위해 며칠 후 비무대회를 벌이기로 계획이 되어 있으니 소협도 우리 문파보다는 그 대회에 참가하면 어떨지? 물론 결과는 뻔한 것이긴 하지만 그래도 명분이라는 게 필요하니까. “


잠시 소룡은 멍청한 얼굴이 되었다.

혼인이라. 생각조차 해 본 일이 없던 것이었다.

오직 무공과 원수를 갚겠다는 일념. 그게 전부였었다.

그런데 엉뚱하게 머나먼 해남도까지 내려와 혼인을 한다. 세력을 얻는다.

어린 시절 어머니가 야반도주하고 엄격한 아버지 밑에서 자랐고 그나마 고아가 된 이후로 괴팍한 스승 밑에서 오직 무공만 닦아 온 자신에게 혼인은 먼 얘기였다.

그런데도 솔깃한 것은 해남파와 같은 명문을 배경으로 둔다면 그만큼 복수의 길이 수월해질 것 또한 사실 이었다.

혼인. 여인. 애정. 이런 걸 소룡은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이미 아버지가 비적의 손에 의해 비명횡사를 당하고, 비적 떼에 의해서 나서 자란 마을이 사라진 이후로 소룡의 머리에 박힌 생각은 오직 하나, 복수였다.

하지만 십여 년간 무공을 익히고, 그 이후 강호에 출도 하여 사부와의 약속을 지키고,

계속 강호행을 하면서 적을 찾아내려 노력했지만 중원 대륙은 너무 넓었다.

그렇게 막연한 강호행을 하며 내려온 곳이 해남도였던 것이다.

그로서도 세력이 필요하고 정보가 필요하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단지 무공 실력이 뛰어난 것만으로 어떤 세력과 힘을 얻는 건 어렵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게다가 불구의 몸. 모든 면에서 자신은 지푸라기를 잡고 있었고 그야말로 우연에 기대지 않고 원수들을 찾는 건 어려운 일이었다.

그런 그에게 일종의 기회가 온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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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중경삼림 (重慶森林) 20.03.05 520 4 11쪽
14 중경삼림 (重慶森林) 20.03.04 516 4 12쪽
13 음마투전(飮馬投錢) 20.03.03 534 4 9쪽
12 음마투전(飮馬投錢) 20.03.02 572 5 9쪽
» 맹룡과강 (猛龍過江) +2 20.02.29 637 6 9쪽
10 맹룡과강 (猛龍過江) 20.02.27 664 4 8쪽
9 잠룡출도(潛龍出道) +1 20.02.26 712 6 12쪽
8 잠룡출도(潛龍出道) 20.02.25 710 3 8쪽
7 잠룡출도(潛龍出道) 20.02.24 744 4 8쪽
6 나려타곤 懶驢打滾 20.02.21 760 4 9쪽
5 약육강식 弱肉强食 20.02.20 817 5 8쪽
4 당랑거철 螳螂拒轍 20.02.19 902 9 9쪽
3 허허실실 虛虛實實 20.02.18 936 10 8쪽
2 첩첩산중 疊疊山中 20.02.17 1,061 8 8쪽
1 서장 20.02.14 1,424 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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