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좌능선의 서재입니다.

남화북룡전 南花北龍傳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무협

좌능선
작품등록일 :
2020.02.14 15:56
최근연재일 :
2020.04.22 17:16
연재수 :
44 회
조회수 :
21,979
추천수 :
174
글자수 :
181,617

작성
20.03.06 15:30
조회
517
추천
4
글자
11쪽

중경삼림 (重慶森林)

DUMMY

이번 중경 표국의 표행은 무척 거창했다.

명이 국가를 세운 이후 서역과 교류를 활발하게 진행하면서 비단에 대한 수출이 늘어났다.

주원장의 해금령에 따라 왜국과의 교역은 거의 쇄국정책에 맞먹을 만큼 줄어들었지만,

이후 영락제에 이르러서는 멀리 아프리카까지 무역 선단을 파견할 정도였다.

그러다 보니 아랍권을 향한 비단의 수출량이 폭증해서 여러 개의 표국 들이 실크로드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는 신강지구에 집중적으로 모여서 힘을 합해 사막을 횡단하는 경로를 선택하였다.

그 때문에 매번의 표행이 무척 규모가 크고, 표국의 사활을 걸을 만큼 걸린 배상금과 표물의 가치도 컸다.

명문정파인 아미 파에서 두드러지는 고수인 복호사(伏虎寺)의 복호오승(伏虎五僧) 중 하나인 혜광(慧光)과 금정사(金井寺)의 금호신니(金壺神尼)를 파견한 것이 그 반증이었다.

중원 50대 고수의 반열에 들 만큼 명성이 있는 혜광과 금호신니.

둘 다 삼십 대 중반의 절정고수였다.

혜광은 아미 권법의 정수라 불리고 금호신니는 아미 검법의 고수였다.

그런 두 사람이 승려답지 않게 노려보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소룡이었다.

무공을 닦으면서 비무를 하는 것, 그리고 비무에서 이기고 지는 것은 당연지사.

하지만 불문의 무공을 닦고 있는 두 사람 치곤 소룡을 바라보는 그 눈길이 마뜩잖았다.

속가제자이긴 하나, 남궁숙과는 먼 사백 뻘이 되는 두 사람의 눈치를 못 챌 숙이 아니었다.

그녀가 은근히 금호신니에 말머리를 돌려 따라가며 물었다.

“ 사백, 저 광룡이란 자를 아세요? 유난히 신경 쓰시는 듯합니다.”

갑자기 다가온 남궁숙의 말에 흥, 하고 콧방귀를 뀌는 금호신니였다.

표행을 출발하기에 앞서 참여하는 모든 표사들과 쟁자수들을 모아 대열을 정비하고,

앞으로의 행로에 관해 설명을 하는 표국의 중정이었다.

중정 앞 객당의 기단 위에는 고노대를 비롯한 표행의 간부들과 표행에 도움을 받기로 한 아미 파의 빈객들이 올라 대열들을 지켜보던 차에,

표사 무리 중 앞 대열에 모여 서 있던 소룡을 빈객들이 알아본 것이다.


아미파 는 일개 문파가 아니다.

쓰촨성에 있는 아미산. 그곳은 명승(名勝)으로 유명했고,

오래전부터 수많은 사찰이 있었다.

아주 오래전 아미산에는 호랑이들이 많아서 사람들을 해치는 경우들이 있었는데,

산중에서 호랑이를 물리치기 위해 발달한 무술이 있었으니 그 사찰의 이름이 복호사였다.

복호사의 무승들을 중심으로 산에 흩어진 사찰들에서 각기 특성을 가진 무술들이 발달했는데 이 사찰들이 모인 회합을 중심으로 아미파라고 불렸다.

그러니 정확히는 일개 문파가 아닌, 여러 사승과 무술의 연원을 가진 사찰의 집합체라고 할 수 있었다.

그곳, 복호사에 삼 년 전 광룡이라는 자가 나타나 비무 첩을 올렸다.

이미 이년 전부터 강북의 무림 계에 일대 바람을 일으킨 자가 있다는 소문이 아미에도 알려져 있었지만,

촉나라 때부터 사천지방은 중원에서 멀리 떨어진 변경에 속하는 땅.

사천으로 오는 길도 험하지만 다른 풍토와 기질 때문에 타지방 무인들이 조금 경외하는 곳.

그곳에 남해를 향해 남진하던 광룡이 나타난 것이다.

복호사에서는 복호오승이, 금정사에서는 아미삼검 이 광룡을 상대했다.

복호오승은 권법으로 유명한 무승들.

그들의 권법은 소림과는 달랐다.

무공 계에서 흔히 남권북퇴(南拳北腿)라 했다.

북방계 권법 들은 각 법에 강하고, 남방계 권법들은 권법에 강하다는 뜻.

소림 무술의 근원은 천축 달마대사에 있었다.

천축의 무술 칼라리가 달마대사에 의해 변형된 권법이 소림권이라고도 했었다.

반면에 남방계 아미파의 권법은 또 조금 달랐다.

동물들의 공격으로부터 몸을 지키기 위해 발달 된 만큼,

어떤 신체단련이나 형식보다는 실전에 가까운 빠름과 파괴력을 자랑한다.

그것은 광룡의 스승 광승이 창안한 권법과도 일맥상통하는 것이었기에 오히려 소림에서 보다 더 격렬한 격투가 벌어졌다.

하지만 결국 광룡이 승리를 거두었다.

금정사는 특별히 비구니들이 모여 있는 사찰이었다.

그들 역시, 산중에서 맹수들로부터 몸을 보호하기 위해 무공이 발전했지만,

여승들이 많은 터라 자연스럽게 무기를 사용하는 검법을 수련하게 되었던 역사가 있다.

그 때문에 북방의 검술처럼 형식을 중요시하거나 화려하진 않지만,

빠르고 변칙적 공격이 많은 것이 아미 검법 의 정수였다.

하지만 그들 또한 광룡을 넘지는 못했다.

결국, 아미의 대표적 사찰 두 곳은 광룡에 또 다른 명성 한 개를 덧붙여준 모양이 되었다.

그 당시 아미의 고수들은 어렵지 않게 차례로 아미파에서 내세운 승려들을 격파하는 광룡을 보면서,

그리고 승리를 한 후에도 뒤도 돌아보지 않고 산에서 내려가는 그의 뒷모습에 이를 갈았었다.


당시의 아미삼검 중 하나. 금호신니로부터 말을 전해 들은 남궁숙은 앞서 보이는 추레한 뒷모습의 광룡이 새삼스러워 보였다.

현존 무림 50걸에 들어가는 복호오승과 아미삼검을 이긴 자.

그런 자가 어떤 연유이든 해남 파에 데릴사위가 되어 허울 좋게 세월을 보내다가 아무도 모르게 출도를 했다.

게다가 해남 파의 지원을 충분히 받을 수 있을 텐데도 불구하고 일개 표국의 표사로 나섰다.

명예라면 이미 넘치게 받았던 과거가 있었고,

분명히 그 명예에 대한 이름값으로 해남 검문의 사위가 될 수 있었을 것이다.

그 모든 것을 다 떨치고 험난한 무림으로 다시 돌아온 사내.

단지 최근에 도는 소문처럼 부부 사이가 원만치 않은 탓만일까.

대개 명문정파의 부부들이 정략적 결혼으로 인해서 그다지 사이가 좋은 게 아니라는 것은 다들 알고 있었다.

그나마 무림의 세계에서는 일반인들만큼 남녀관계에 유별을 세우지는 않은 편이라,

사이가 그저 그렇다 해도 명분 있게 혼인 관계는 유지하며 각자 자유로이 지내는 예도 없지 않았었다.

그런데도 그 모든 혜택을 다 젖혀놓고 험난한 길로 돌아온 광룡이 남궁숙의 눈에는 특이해 보였다.

무슨 사연이 있는 것일까.

어쩐지 한쪽 옷소매가 펄럭이는 낡은 마의 차림의 사내 뒷모습에 남궁숙의 마음 한구석이 찌르르 울려왔다.


잠시 생각에 빠진 남궁숙에게 금정신니가 말을 걸어왔다.

“ 그건 그렇고, 네 남편. 모용사군(慕容私君)은 좀 어떠하냐?”

갑자기 사백으로부터 자신의 남편 이야기가 나오자 남궁숙의 얼굴에 수심이 어렸다.

요동(遼東) 땅에는 선비족(鮮卑族)이 있고,

그 선비족 중 가장 세력이 있는 무가가 모용 세가 였다.

그들은 비록 중원의 세가 들과는 달랐지만,

그래도 세 외 세력 중 가장 중원과 가까워서 흔히 말하는 오대 세 가에 들지 못해도 육대 세 가로 불릴 때도 있는 막강한 무력 집단.

남궁세가에서도 방계에 속하던 중경 표국의 국주 입장에서는 그래도 꽤 명망 있는 세가와의 정략혼이랄 수 있어서 남궁숙과의 혼사를 추진했었다.

그런데 결혼을 하고 난 후 남궁숙은 실망할 수밖에 없었다.

모용세가 라곤 하나 실은 거기도 방계.

게다가 그 방계라는 한계로 인하여 모용세가 내에서 크게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는 자격지심에 그만 마공(魔功을 수련한 자였다.

평소에는 크게 드러나지 않지만,

때때로 마공이 주는 주화입마(走火入魔)에 빠져들거나 하면 주변의 사람들을 상하게 하기도 하고, 마공의 특성상 색계에 빠져버리기도 하는 터였다.

명문가의 핏줄이 마공을 익혔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명문정파들로부터 배척을 받는 분위기라서, 모두가 쉬쉬하고 말 뿐이었다.

대개 마공이란 그 이름 때문에 뭔가 사악한 것으로 인식을 하지만 그렇진 않다.

명문정파의 무공이 아주 간단한 기본기로부터 시작하여 오랜 기간을 정련하는 과정이라면,

마공이라 불리는 것들은 일단 명문정파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 근본을 잘 알 수 없는 무공들이라는 것, 그리고 기본기를 많이 건너뛰고 단기간에 신체와 내공을 축적하는 기예에 치중을 하다 보니 그 과정에서 뭔가 개개인의 특성과 맞지 않는 사람에겐 부작용이 있다는 것이다.

그중 하나가 그 사람이 가진 숨겨진 본능 같은 것을 지나치게 자극하는 경우인데,

하필 남궁 숙의 남편이 된 모용세가의 핏줄은 색욕이 원래 강한 본성을 자극해서 그야말로 주변에 눈에 띄는 여인들만 있으면 덤벼드는 나쁜 부작용을 갖고 있었다.

그런 남편의 괴벽으로 인해 남궁숙에겐 신혼이라는 시절도 일찌감치 물 건너갔었고,

그러한 이유로 남궁숙이 표행과 같은 외유에 나서도 집안에서 그녀를 말릴 방법이나 타당성이 별로 없었다.

금정신니는 그 점을 콕 짚어서 말하는 것이다.



● 모용씨는 본래 오호십육국시대에 선비족의 한 부족인 모용부에서 나온 종족이다. 모용부는 오호십육국 시대에 한때 연나라를 건설하여 중원 일대를 거의 제패할 정도의 위세를 떨쳤다. 이런 역사적 사실에 기반해 전통무협소설에서 모용세가는 이 연나라의 재건을 노리고 암약하는 집단으로 그려지는 경향이 강하다.특히 무협소설에서 모용세가의 인상을 고정한 것은 김용의 《천룡팔부》로, 《천룡팔부》에서 모용세가는 부자가 모두 연나라의 재건을 노리며 무림을 장악하고자 암약하는데, 결국에는 이에 실패해 몰락하고 만다. 역사적으로 보면 후연의 건국자 모용수가 이런 플롯의 원형격. 전연을 멸망시킨 전진의 황제 부견의 부하로 들어가 와신상담하면서, 부견을 충동질해 비수대전에서 참패를 겪도록 음모를 꾸미고, 그 틈을 타서 후연을 재건했으니 그야말로 딱 비슷하다.


● 마공(魔功) : 마공(魔功)이란 무협물에 쓰이는 용어로, 사이(邪異)한 무공을 가리킨다. 마공은 일반적인 무공, 흔히 말하는 구파일방 같은 정파의 무공과는 달리 익히는 데 위험한 방식의 수련을 요구하거나, 성취가 빠르지만, 그만큼 큰 부작용을 요구하는 사이한 무공을 말한다. 대체로 마교 사람들이 많이 쓴다.


● 주화입마 (走火入魔) : 주화입마 (走火入魔)는 몸속의 기를 잘못 운용하여 맥을 타고 온 몸을 돌아야 할 기가 다리나 머리에 뭉쳐서 내려오지 않는 등의 부작용을 일컫음. 흔히 기 수련을 하다가 너무 무리를 하거나 잘못해서 기혈이 역행하고 얽히며 막히는 증상을 말한다. 대략 내공을 쌓다가 어느 단계에서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잘못된 방향으로 치달으면 주화입마를 입고 불구가 된다는 개념이다. 수행자라면 누구나 한 번은 겪고 넘어가야 할 魔의 고개가 주화입마이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남화북룡전 南花北龍傳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5 중경삼림 (重慶森林) 20.03.05 523 4 11쪽
14 중경삼림 (重慶森林) 20.03.04 516 4 12쪽
13 음마투전(飮馬投錢) 20.03.03 536 4 9쪽
12 음마투전(飮馬投錢) 20.03.02 572 5 9쪽
11 맹룡과강 (猛龍過江) +2 20.02.29 638 6 9쪽
10 맹룡과강 (猛龍過江) 20.02.27 664 4 8쪽
9 잠룡출도(潛龍出道) +1 20.02.26 713 6 12쪽
8 잠룡출도(潛龍出道) 20.02.25 710 3 8쪽
7 잠룡출도(潛龍出道) 20.02.24 745 4 8쪽
6 나려타곤 懶驢打滾 20.02.21 760 4 9쪽
5 약육강식 弱肉强食 20.02.20 817 5 8쪽
4 당랑거철 螳螂拒轍 20.02.19 903 9 9쪽
3 허허실실 虛虛實實 20.02.18 936 10 8쪽
2 첩첩산중 疊疊山中 20.02.17 1,063 8 8쪽
1 서장 20.02.14 1,426 7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