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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니 님의 서재입니다.

잘 살았소이다.(힘들었지만)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퓨전

완결

별별조니
그림/삽화
조니
작품등록일 :
2018.05.03 08:29
최근연재일 :
2020.01.03 13:00
연재수 :
171 회
조회수 :
82,422
추천수 :
345
글자수 :
882,289

작성
18.05.12 17:09
조회
866
추천
4
글자
10쪽

14.하루의 꿈

DUMMY

[헤데요시는 전국을 하나로 통합하면서 실시한 정책 중 하나가 바로 검지(檢知) 즉 땅을 새로 측량하는 일이었다. 토지 면적의 단위를 통일하고 전국의 가옥과 농지 면적을 정확하게 측량을 했다. 토지별로 등급을 주고 이에 따른 조세와 노역제도를 확립하였다.]


“아니 누구신데 저렇게 뭘 바리바리 들고 오시는 거지?”

“그러게 뭐하는 분들일까?”


농사를 짓고 있는 농민들 사이로 책과 붓을 들은 사람을 필두로 몇몇 사람들이 막대와 밧줄들을 들고 걸어왔다. 그리고는 해당 마을의 가장 끝 농토에 멈춰 섰다.


“누구신데 여기까지 오셨습니까?”

“우리는 관백전하의 명을 받고 지방의 땅을 검지하러 온 사람들이다.”

“검지? 검지가 뭐죠?”

“쉽게 말해서 똑같은 단위와 길이인 줄과 막대를 이용해서 땅의 크기를 정확하게 측정하겠단 소리다.”


나무막대와 밧줄을 들고 있던 사람들은 이윽고 짐을 내려놓았고 땅의 모퉁이에서부터 말뚝을 박고 밧줄을 연결해서 논과 밭의 크기를 측량하기 시작했다. 밭의 면적을 최대한 정확하게 측정하기 위해서 말뚝 박은 나무막대에 밧줄을 팽팽하게 연결을 해나갔다.


“흠, 그래 이제 연결이 다 되었구나. 이 밭을 경작하는 자는 누구냐?”

“이쪽 땅부터 저기 있는 땅까지 주로 농사를 짓는 사람은 이 분과 저 사람. 그리고 저입니다.”

“각자 이름을 말해 보거라. 저 어르신은 료타, 쟤는 쇼, 그리고 저는 카와죠.”

“알겠다. 그리 적도록 하지. 다음! 다음 땅을 측량해라!”


땅을 측량하기 위해 온 사람들은 하루 종일 이쪽 땅 저쪽 땅 옮겨가며 말뚝을 박고 밧줄을 연결해서 땅의 길이와 너비를 정확하게 측정을 했다.


사람들은 무슨 이유 때문에 저렇게 열심히 땅을 측정하는 지 궁금해 했다. 그리고 땅의 크기와 함께 하찮은 농민들의 이름까지 적는 것도 궁금했다.


“좋아 드디어 오늘 이 고을의 땅도 다 측량했구나! 수고들 했다.”

“근데, 이렇게 땅의 크기를 재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궁금했던 농민들은 일이 끝나자마자 다가가서 여쭤보았다.


“아, 이것은 히데요시주군의 명령이시니라. 전국 모든 땅의 크기를 정확하게 측정하고 그 땅에서 경작하는 사람들의 이름을 적어오라고 했다.”

“저희들의 이름을 적은 이유라도 있나요?”

“이제 이름의 적힌 땅은 너희들의 관리하는 땅이다.”

“네? 나가시노 성의 영주님이 아니라 저희가 관리한다고요?”


농민들은 지금까지 있었던 제도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제도에 대해서 전해 들었고 다들 이게 무슨 뜻인지 어벙벙한 표정을 지었다.


“그렇다. 이제 각 경작지의 등급을 상, 중, 하, 하하 총 4개의 등급으로 나누고 각 땅을 농사짓는 사람들에게 등급에 따라 세금을 내도록 할 것이다.”

“그 말씀은 즉?”

“그래, 이제 너희가 농사짓는 땅에서 능력껏 열심히 농사를 지어서 세금을 내고 남은 수확물은 너희들이 알아서 관리할 수 있단 소리다.”

“그럼? 그럼. 이제 각자 이름이 적힌 땅들은 모두 우리 스스로가 관리하는 저희 땅이 된단 소립니까?”

“그렇다.”


자신들만의 자유롭게 경작할 수 있는 땅이 생겼다는 소식을 들은 농민들은 큰 웃음을 지으면서 환호성을 질렀다.


“야호! 그럼 열심히 일해서 많이 수확하면 먹고 싶은 고기도 사다 먹을 수 있다는 소리 아니야?”

“고기뿐인가? 아내에게 가져다 줄 가락지 하나도 노력만하면 마음껏 사다 줄 수 있단 소리 아니야?”

“우와! 지금부터 열심히 농사지어야겠다!”


농민들은 들뜬 마음을 안은 채 각자 꿈과 희망을 품고 집으로 돌아갔다.


“여보! 아들! 나왔어!”

“아빠 오셨어요?”

“여보, 이제 돌아오셨군요? 무슨 좋은 일이라도 있으신가요? 표정이 매우 밝은데?”


카와는 이제 모든 근심 걱정은 떨쳐버려도 좋다면서 말을 꺼내기 시작했다.


“아, 그렇다니까? 이제 동네 사람들의 각자 자기 땅에서 마음껏 농사짓고 남는 수확물을 알아서 관리해도 좋다고 말하셨다니까?”

“정말요? 와!”


좋은 소식을 들은 카와와 유키는 방방 뛰면서 하하호호 웃었다. 하지만 하루는 농사와 관련된 일은 그다지 기분 좋게 생각하지 않는 듯 보였다. 하지만 하루는 아버지에게 한 가지 궁금한 것을 여쭤보았다.


“아빠? 근데 그 토지 측량하러 오신 분은 어디로 가셨어?”

“아! 그분 말이야? 내일 옆 동네로 가서 마저 측량 한다더구나.”


이 말을 들은 하루는 자신의 꿈꾸는 한 가지 일을 이룰지도 모른 다는 희망이 생겨났고 미소를 지으며 맛있게 저녁을 먹었다.


저녁을 먹고 난 하루는 동네 또래들과 모여서 이야기를 나눴다.


“너 그 얘기 들었어?”

“응! 토지를 측량하러 오신 분 말이야?”

“그래! 내일 옆 동네에서 측량하신다는 데 드디어 우리한테도 기회가 찾아온 거라고!”

“좋아! 내일 아침 일찍 일어나서 우물에서 만나 다 같이 옆 마을로 가는 거다?”


아이들은 약속을 나눈 후 각자 집으로 돌아왔다.


‘드디어! 나도 꿈을 향해 나아갈 수 있겠어!’


하루는 잠자리에 들어 누었다. 베개에 머리를 푹 숙인 채 자신의 꿈을 이룬 미래의 모습을 생각하며 희죽희죽 웃었다. 하루는 깊은 잠에 빠져들었고 꿈속에서 역시 자신의 원하는 최고의 모습을 한껏 만끽하며 포근한 하룻밤을 보냈다.


다음날 새벽닭이 울기 시작하자 하루는 이불을 걷어차고 살금살금 기어 나와 밖으로 나갔다.


“음, 무슨 소리지? 하루가 밖으로 나간 거 같은데?”

“이른 아침부터 무슨 일일까?”

“나눠, 저 나이 남자아이면 가끔 저런 때도 있는 거야. 저녁까지 돌아오지 않으면 그 때 내가 혼을 낼 테니 걱정하지 마.”


아이들은 약속한 대로 모두 아침 일찍 우물가에 모였다.


“다들 준비됐지?”

“그럼! 빨리 출발하자!”


커다란 목소리로 다 같이 기합을 넣은 채 하루와 친구들은 옆 마을을 향해 뛰어갔다.


옆 마을에 도착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토지를 측량하는 사람들이 들어오는 모습을 발견했고 아이들은 거센 숨을 고른 뒤 자신들의 앞으로 그분들이 오실 때까지 기다렸다.


자신들이 있는 곳과 가까워지자 아이들은 일제히 앞으로 달려가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였다.


“뭐야? 왠 놈들이냐?”

“주군! 저희들을 무사로 받아주세요!”

“뭐라는 거야? 당장 비키지 못해?”

“관백전하의 명을 받고 토지를 측량하기 위해 오신 분들 인거 잘 알고 있습니다. 부디 시키는 일은 뭐든지 할 테니 저희를 무사로 받아주세요!”


책을 들고 앞장을 선 가장 높은 사람이 큰 소리로 웃으며 아이들을 일으켜 세웠다.


“푸하하하하! 녀석들 그래 일어서 보거라. 어디 내 너희들의 얼굴을 한 번 봐야겠다.”


아이들은 웃음소리를 듣고 자신들을 받아주는 줄 알고 벌떡 일어났다. 하루는 기쁜 표정을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래? 사무라이가 되고 싶다고?”

“네! 관백전하께서 보내신 관리라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저희도 관백전하처럼 훌륭한 업적을 남기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푸하하하! 녀석들 이리로 와 보거라.”


웃으면서 자신들을 부르는 목소리를 들은 아이들은 더욱 더 기쁜 마음으로 달려서 책을 들고 있는 사람의 옆에 섰다.


“쯧쯧쯧, 어리석은 녀석들. 이거 봐라 너희들 중에 제일 큰 놈도 키가 내 턱주가리에도 미치지 못하지 않느냐?”

“네?”

“이놈들아! 당장 돌아가서 아버지 밭일 하는 거나 도와드려라! 나이도 어린 것들이 무슨 무사를 하게 해달라고 달려와서는!”


아이들은 순간 당황했지만 오히려 더욱 거세게 몰고 나갔다. 아이들은 다시 땅에 주저앉아 머리를 조아리며 말씀을 올렸다.


“저희가 주군 밑에서 무사로 일할 수 있게 허락해주세요!”

“이놈!”


하지만 이네 큰 목소리로 호령을 쳤다.


“내가 누군 줄 알고 이러는 거냐? 관백전하의 충신인 고니시 유키나가주군 밑에서 일하고 있는 가신중 하나니라! 썩 물러가지 못할까!”


사신과도 같은 무서운 표정으로 화를 내는 모습을 본 아이들은 겁을 먹고 도망을 갔다. 그대로 자신들의 마을까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달려 나왔다.


“헥헥, 결국에는 우리는 농민으로 살아가야 되는 건가?”

“에이 몰라! 저런 무서운 아저씨를 주군으로 모시는 것보다야 지금처럼 그냥 아버지 일 도와드리면서 사는 게 훨씬 나겠는걸?”

“그래도 관백전하처럼 출세를...”


하루는 무척이나 실망한 표정을 지으면서 말을 흐렸다. 아이들은 기운이 빠진 채 발을 질질 끌며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는 무척이나 실망을 했는지 곧바로 잠자리에 들었다.


“다녀왔습니다!”

“오셨어요?”

“푸핫, 내 말 맞지? 멀쩡하게 돌아와서 자고 있네. 저녁 먹어야 되니까 하루 깨워.”


품고 있던 희망을 잃어버리고 기운이 빠진 하루는 비실비실 일어나서 초점 흐린 눈으로 식탁에 앉았다.


“하루! 왜 이렇게 기운이 없어! 아침부터 어딜 그렇게 돌아다닌 거냐?”

“그래, 엄마랑 아빠가 얼마나 걱정 했는지 아니?”

“그게, 저...”


말을 이어나가지 못하는 하루를 본 카와는 괜찮다면서 하루가 말을 이어나갈 수 있도록 부드럽게 말을 꺼냈다.


“괜찮아. 혼내지 않을 테니까 말해보렴.”

“그게, 친구들이랑 어제 우리 마을에 측량하러 오신 분한테 가서 무사로 받아달라고 했어요.”

“무사로? 그래 그래서 어떻게 되었니?”

“어떻게 됐긴요. 꾸지람을 듣고 쫓겨났죠.”


카와는 아들이 무사가 되어 출세하고 싶은 생각을 품고 있다는 것을 알고 순간 주춤했다. 하지만 자식의 상처받지 않게 호탕하게 웃으면서 위로를 했다.


“푸하하하! 아들이 그런 방대한 꿈을 꾸고 있는지 아빠는 전혀 몰랐네? 괜찮아, 괜찮아 이제 열둘인데 남은 인생 우리 아들이 관백전하보다 더 큰 사람이 될지 누가 알겠어? 자자 실망하지 말고 밥 먹자. 많이 먹고 쑥쑥 자라나야 강한 무사가 되는 거야! 그치 유키?”

“네? 그렇죠! 하루야 많이 먹고 힘내라! 무사가 되려면 우선 튼튼해야지!”


카와와 유키는 무사의 꿈이 허무하게 무너져 버린 하루 그런 하루를 위로했다. 하루는 기운을 차리고 가족들과 함께 따뜻한 저녁식사를 했다.


작가의말

히데요시가 일본인들에게 높히 평가되는 다른 이유 중 하나는 그의 토지개혁 때문이었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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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26.하루의 출정 18.05.18 646 4 12쪽
25 25.전운의 조선(4) +2 18.05.18 675 3 9쪽
24 24.전운의 조선(3) 18.05.18 736 3 11쪽
23 23.통신사와 히데요시 18.05.16 678 3 12쪽
22 22.무사의 길(2) 18.05.16 706 3 7쪽
21 21.무사의 길(1) 18.05.15 760 4 9쪽
20 20.하루의 짝사랑 +2 18.05.15 776 5 12쪽
19 19.전운의 조선(2) 18.05.14 737 3 8쪽
18 18.전운의 조선(1) 18.05.14 855 4 11쪽
17 17.좌절된 하루 18.05.14 811 3 10쪽
16 16.수상한 낌새 18.05.13 853 3 11쪽
15 15.전국통일의 꿈 18.05.12 850 4 9쪽
» 14.하루의 꿈 18.05.12 867 4 10쪽
13 13.고통받기 시작한 조선 18.05.12 910 3 8쪽
12 12.파죽지세 풍신수길! 18.05.11 907 4 11쪽
11 11.무너지는 오래된 평화(2) 18.05.11 972 3 8쪽
10 10.무너지는 오래된 평화(1) 18.05.10 1,102 4 11쪽
9 9.만능통역사 18.05.10 1,270 4 12쪽
8 8.마리이? 마리오! 18.05.09 1,290 7 11쪽
7 7.주군의 복수전 18.05.08 1,501 8 9쪽
6 6.하극상 18.05.08 1,644 7 9쪽
5 5.혜성 18.05.07 1,873 9 11쪽
4 4.수확 속의 아이 18.05.07 2,149 9 11쪽
3 3.평화 속 언쟁 18.05.05 2,780 8 10쪽
2 2.나가시노 전투 18.05.03 3,866 12 12쪽
1 1.재앙을 품은 아이 +3 18.05.03 6,747 23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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