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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i*** 님의 서재입니다.

해병 조선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전쟁·밀리터리

완결

2inro
작품등록일 :
2023.10.03 22:51
최근연재일 :
2024.02.02 17:15
연재수 :
11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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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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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8
글자수 :
662,263

작성
23.10.18 18:00
조회
5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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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글자
13쪽

15. 따흐흑, 황고출 해병님과 전우애!

DUMMY

해병조선 15 - 따흐흑, 황고출 해병님과 전우애!




풀내음이 진동하는 무더운 여름 날, 연병장에서 서로 다른 근육의 둔탁한 마찰음이 울려 퍼졌다. 지나가던 해병들은 걸음을 멈추고 소리의 진원지를 숨죽여 지켜봤다.


“병사님, 더 빨리!”


“윽, 이게 내 최대란 말이다!”


가벼운 옷만 걸친 나와 황고출이 기다랗고 단단한 연습용 검으로 대련 중이다. 해병 성채 내 연병장은 우리들의 기합 소리로 뜨거워졌다.


‘올해 마흔다섯인 사람 맞아? 완전 괴물이잖아.’


내가 패시브 덕분에 점점 회춘하고 있다고 하지만 백병전 실력에서 황고출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하기야 평범한 복학생이던 내가 검을 들 일이 있겠는가?

그래도 아무것도 모른 채로 시작한 것치고는 나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캉!


두 개의 연습용 검이 강하게 부딪혔다. 검을 통해 전해진 충격이 내 손목과 팔에서 느껴졌다. 근력이라면 나도 어느 정도 단련을 했음에도 그의 검술 기술은 모든 에너지를 내게 고스란히 전달하게 했다.


“좀 쉬었다 하지.”


“하하! 그러시죠.”


우리는 검을 제자리에 두고 그늘에 앉아 몸에 쌓인 열기를 식혔다. 우리는 거칠게 숨을 내쉬며 두꺼운 나무 기둥에 등을 기댄 채 휴식했다.

어느 정도 숨을 고르고 연습용 도낏자루를 집었다. 원래는 검술만 익히려 했는데, 그가 도끼도 다룰 줄 안다고 하여 배우는 중이다.


“제게 들어오시죠.”


“흐아!”


도끼는 검보다 길이가 짧아 대련할 때 더욱 조심스러웠다. 제아무리 훈련용 나무 도끼일지라도 잘못 사용하면 내가 다친다. 그러나 황고출은 그딴 건 모르겠다는 듯이 실전처럼 공격했다.


-덜컥


두 개의 도끼가 서로 걸렸다. 우리는 서로 지긋이 바라보다가 미리 합의한 것처럼 도끼를 바닥에 버렸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상의를 탈의했다. 사나이들의 땀내나는 몸의 대화 시간이다.


“껄껄껄, 맨몸 대련이라니. 서로를 향한 전우애를 나눌 수 있어 기쁩니다.”


“마찬가지일세. 이번에도 내가 먼저 들어가겠네.”


내가 먼저 스텝을 밟고 주먹을 날렸다. 황고출은 몸을 살짝만 틀어 주먹을 피하고 내 복부를 노렸다. 예전이라면 두들겨 맞고 뻗었을 테지만 지금의 나는 그때의 내가 아니다.

복부를 노린 공격을 받아치고 역으로 그에게 가까이 붙었다. 서로의 가쁘고 뜨거운 숨결이 피부로 느껴졌다.

나는 그대로 그의 허리춤을 잡고 발을 걸어 넘어뜨렸다. 그는 흙바닥에 엎어지고 내가 위로 올라탔다.


“제 위로 올라타시다니··· 제가 잘 가르쳐 드렸군요.”


바닥에 깔린 황고출이 부끄럽다는 듯이 소녀처럼 수줍게 웃으며 내 시선을 피했다.


“아직 안 끝났네. 딱 대도록 하게.”


“병사님이시야 말로 딱 대십시오.”


여유롭게 웃던 그는 자신의 허리에 반동을 주었다. 아래쪽에서의 반격을 예상하지 못한 터라 몸의 중심이 앞으로 쏠렸고, 그의 몸과 내 양 다리 사이에 공간이 생겼다. 그는 그때를 노려 내 오금을 잡아 힘으로 눌렀다. 이미 균형이 무너진 탓에 옆으로 엎어졌다.


‘내 위로 올라타지는 못할 거다!’


그가 내 위로 올라타는 걸 막기 위해 팔을 뻗었다. 하지만 오히려 그게 패착이 됐다. 그는 내 오른팔의 손목과 아래팔을 잡더니 그대로 꺾어 내 머리 뒤로 넘겨 눌렀다.


“따흐흑! 황고출 해병님! 항복! 항복!”


다급하게 땅바닥에 탭을 치자 기술이 풀렸다. 온몸이 흙 범벅이 된 우리는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서로를 보며 호탕하게 웃었다.


“많이 성장하셨습니다.”


“후우··· 자네 덕분일세. 낙뢰 맞은 이후로 다 잊어버려서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지만, 오히려 백지상태에서 시작하니 받아들이기가 더 편하더군.”


오늘의 대련이 끝나자 샤워실로 이동해 몸에 묻은 흙과 땀을 닦아내고 훈련용 옷을 빨래통에 넣었다.

대련 이후 집무실로 이동했다. 내 본업이 병마절도사인지라 해병대 일 말고도 할 일이 정말 많았다. 분명 평온한 시대임에도 어디선가 일이 계속해서 생겨났다. 그러나 지금 내 머릿속에는 게임 머니를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한 고민뿐이다.


-통장 잔고: 2,400환


군복 체험 부스를 통해 벌어들인 돈은 해병대 투자자들 지역에 [병원 I]을 지어주는데 대부분 사용했다. 그러니 당분간은 [병원 I]을 지을 필요가 없다.


‘좋은 일이나 할 겸 [학당] 2개 짓고, 남은 돈으로 포병 무기 뽑는 조병창이나 지을까?’


-학당은 그렇다 쳐도 포병 모집은 어떻게 하려고? 포병 운영할 줄은 알아?


오신이 문제점을 지적했다. 안 그래도 그 점이 고민이다. 리카르도는 보병 장교라서 포병을 잘 모른다. 그렇다고 해서 기병 무기를 뽑자니 휘하에 마땅히 쓸만한 기병이 없다. 이러나저러나 무기에 먼지만 쌓이게 될 것이다.


-에잉, 쯧쯧! 요즘 세대들은 저축할 줄을 몰라요!


오신 말이 맞다. 지금 굳이 무리해서 뭔가를 구매할 필요는 없다. 나중에 급하게 돈이 필요할 수도 있으니 일단 아끼는 게 좋겠지.


“그래도 [학당]은 짓고 싶어. 나도 좋은 일 좀 해봐야지.”


-그래. 그래. 지으러 나가자고.



[학당]


-설명: 한글 교육과 산술 교육, 생활 교육을 담당하는 기초 교육 기관이다.


-건설 비용: 500환


-건설 시간: 1주일


-II 단계 업그레이드: 1811년 6월부터 가능합니다.




*******



바빴던 일과를 마무리하고 홍총각과 늘 만나던 주막에서 만났다. 조만간 밥 한 끼 하자고 했는데 요근래 바빠서 계속 미루다가 드디어 한 끼 먹는 거다.


“오랜만에 얼굴 뵙습니다.”


“아우님도 오랜만이네. 자, 미리 시켜놓았으니 자리하세.”


함께 식사를 하면서 우리는 가볍게 일상적인 이야기를 나누었다. 밥 먹는 동안에 무거운 학문 이야기나 사회 이야기를 하고 싶지 않았고, 홍총각 역시 어느 정도 눈치채고 있었기에 식사 자리에 어울리는 이야기만 했다.


“후, 배부르게 먹었구먼. 이제 좀 걸으세.”


식사가 끝나고 산책이나 할 겸 밖으로 나갔다. 우리는 일부로 발걸음 폭을 좁히고 그마저도 천천히 걸으며 식사 때 나누지 못했던 이야기를 했다.

대부분 북방 지역에 대한 차별 문제와 부패한 수령 문제였다. 디테일한 부분에서 나와 홍총각 간에 차이가 있지만 큰 틀에서 봤을 때 이 사회가 문제가 있다는데 둘 다 이견이 없었다.


“형님, 나중에 저랑 같이 토론 모임에 나가시죠.”


“내가?”


안 그래도 예전에 홍총각이 정기적으로 참여하고 있다는 토론 모임에 대해 지나가듯이 들은 적이 있다. 내 기억이 맞다면 그와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생각을 나누는 자리라고 했다.


“분명 형님께 도움이 될 겁니다.”


하긴 우리 아우님과 비슷한 사람이 모이는 자리면 굳이 거절할 이유가 없다. 물론 나로서는 대부분 조선인의 사고가 보수적으로 보이지만, 그래도 홍총각은 그중에서도 나름의 변화를 추구하는 사람이다. 내 성장을 위해서라도 가보면 좋을 듯하다.


“우리 아우님이 추천하는 자리라면 가봐야겠지. 나중에 시간 봐서 맞으면 같이 가보세.”


“하하, 형님이라면 그러실 줄 알았습니다. 그럼 먼저 들어가 보겠습니다.”


“그래요. 조심히 들어가게.”


이렇게 홍총각과의 다음 데이트 일정이 잡혔다. 확실히 친구를 한 명이라도 사귀고 나니 기대되는 이벤트가 하나씩 생겨나 살 맛이 났다.

그때 시커멓게 보이는 나무 뒤에서 다부진 체격의 남정네가 슥 등장했다. 처음에 귀신인 줄 알고 기겁했다.


“병사님, 접니다.”


“아. 자네였군.”


다행히 귀신은 아니고 귀신을 때려잡을 것 같은 황고출 병마우후였다. 그런데 어째서인지 이 늦은 시간에 돌아다니는 거지? 혹시 나를 미행했나?


“홍총각이라는 분이십니까?”


“그렇네.”


그는 어딘가 불편하다는 듯이 홍총각이 지나간 방향을 쳐다보다가 자신의 생각을 솔직히 말했다.


“제 육감이 말하는데 어딘가 꿍꿍이가 있어 보이는 사람입니다.”


“하하, 젊고 혈기가 넘치는 사람일세. 그리고 꿍꿍이가 없는 사람이 어디 있겠나?”


일부로 웃으면서 홍총각을 주제로 한 대화를 넘어가려 했다. 그는 여전히 불편해 보였지만 내 의도를 눈치챘는지 의심 섞인 눈초리를 거두었다.


“그나저나 야심한 밤에 뭐하고 있던 건가? 산책 중이었나?”


“그게··· 아내에게 야단맞고 쫓겨나왔습니다.”


쾌남 이미지를 가진 그가 아내에게 쫓겨났다는 말에 그만 웃음이 터졌다. 뭐 때문에 쫓겨났는지 묻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화목해 보여 다행이다.


“자녀분들은 잘 지내는가?”


“암요. 아들 두 녀석은 요즘 논어를 공부 중입니다. 막내딸은 병사님이 만들어주신 언문 동화책을 재밌게 읽고 있죠.”


논어와 동화책이 한 공간에서 읽히다니. 참으로 묘한 조합이다. 그러고 보니 지금의 학문에 대해 그가 어떤 생각을 가졌는지 궁금해졌다. 평소라면 부하들과 정치 이야기는 최대한 피하지만, 대화 상대가 황고출이라면 큰 문제는 없을 것 같았다.


“자네는 지금의 성리학이 정말 필요한 공부로 보이는가?”


그는 내 질문 의도를 금방 파악하기라도 했는지 답변을 정리하려는 모습이 보였다. 하긴 그럴 만도 한 것이 낙뢰를 맞고 일어난 인간에게서 유학적인 사고가 사라지고 웬 21세기식 사고를 하니 평소에 내가 어떤 생각을 하는지 어느 정도 눈치채고 있었으리라.


“정신을 수양하기 위한 공부는 반드시 필요합니다. 출중한 외모, 좋은 기술을 가지고 있어도 그 정신이 병 들면 모든 게 부질없는 것이지요. 허나, 그것과는 별개로 최근 리카르도 부소장과 대화를 하면서 조선의 학문에 대한 큰 괴리감을 느꼈습니다.”


회의를 열면서 우리는 각자의 지식을 공유하는 일이 잦았다. 리카르도가 온 이후로 그의 지식 역시 우리에게 공유가 됐는데, 그가 가지고 온 서구권에 관한 이야기는 조선인에게 큰 충격을 주었다.

황고출은 제1 해병성채를 그와 함께 관리하면서 같이 있던 시간이 길었을 테고, 남들보다 더 많은 이야기를 들었을 것이다.


“어쩌면 이 땅에 새로운 학문이 필요할지도 모릅니다.”


그는 그렇게 말하고서는 내 눈치를 봤다. 본인 스스로도 자신이 방금 한 말이 뭘 의미하는지 정도는 알고 있는 것이다.


‘새로운 학문이 필요하다는 건 수백 년 간 이어져 온 조선 정부에 급진적 개혁이 필요하다는 걸 의미하겠지.’


-이 정도까지 말하는 걸 보면 황고출은 완전히 네 편이네.


오신 말대로다. 위험할 수도 있는 발언을 했다는 것은 그만큼 나를 신뢰한다는 의미이다.


“그동안 뜨거운 몸의 대화만 나누다가 지적인 대화를 나누니 좋구만.”


“하하하···”


“황 우후. 만약 자네는 내가 지금보다 더 높은 자리를 꿈꾸고 있고, 그게 중대한 정치적 영역일지라도 따라오겠는가?”


이건 단순히 해병대 확장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다. 내가 말한 정치적 영역은 국가적 차원이다. 설령 그것이 기득권에 반역이라고 찍힐지라도 말이다.


“병사님. 저는 평안도 토박이 출신 무관입니다. 많은 평안도 무관들이 저를 우러러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에 만족하고 싶지 않습니다. 소외당하는 변방의 무관으로서 올라갈 수 있는 곳까지 올라가고 싶습니다.”


그동안 해병대 일에 치여 살기도 했고, 그가 내색하지 않아서 몰랐는데, 이 남자··· 생각보다 명예욕이 큰 사람이었다. 인간의 욕망 중에서 명예욕만큼 오래가는 원동력도 없으니 그는 무한동력 열차나 다름없다. 이 자를 완벽한 내 남자로 만들고 싶다.


“나와 함께 하지 않겠는가?”


“따흑! 저는 언제까지나 병사님 편입니다.”


감동 받은 황고출이 찔끔 눈물을 보였다. 그의 앙증맞은 눈물이 볼을 따라 흘러내려 해병의 긍지가 꺾이기 전에 먼저 손을 뻗어 그의 눈물을 대신 훔쳤다.


“눈물은 지금 흘리는 게 아닐세. 자네가 목표한 곳에 도달했을 때 흘릴 눈물을 아끼도록 하게.”


“흡! 감사합니다, 병사님.”


“어휴, 시부렐. 야밤에 시커먼 사내끼리 뭔 염병이디··· 세상이 망할 때가 왔네.”


웬 노인이 지나가면서 뭐라 뭐라 중얼거렸지만 신경 쓰지 않았다. 지금 나는 황고출의 태도에 뜨거운 감정을 느끼고 있다. 처음에는 몰랐지만, 이제는 확실히 안다. 이것이 전우애라는 것을.

나무 사이에 매복한 매미들이 합창하고 풀 내가 진동하던 상큼한 여름밤, 황고출은 내게 해병의 전우애를 깨닫게 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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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20. 2차 송림 전투!(1) 23.10.25 594 7 15쪽
20 19. 이때를 노렸어! +2 23.10.24 559 10 15쪽
19 18. 해병대 키우기! 23.10.23 569 9 15쪽
18 17. 반동이다! 23.10.20 576 11 14쪽
17 16. 아, 총각! +2 23.10.19 550 8 14쪽
» 15. 따흐흑, 황고출 해병님과 전우애! 23.10.18 572 10 13쪽
15 14. 대대 훈련! 23.10.17 589 12 12쪽
14 13. 대대 회의! 23.10.16 639 10 15쪽
13 12. 홍총각! 23.10.13 658 8 13쪽
12 11. 우리는 해병이다! +1 23.10.12 692 12 13쪽
11 10. 악! 두근두근 순조 영접!(2) 23.10.12 707 10 13쪽
10 9. 악! 두근두근 순조 영접!(1) 23.10.11 737 10 15쪽
9 8. 사열! +2 23.10.11 765 10 15쪽
8 7. 해병대 창설! +2 23.10.10 809 12 13쪽
7 6. 리카르도 마···! +4 23.10.10 780 12 13쪽
6 5. 건설! 건설! 건설! 23.10.09 849 18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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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3. 기열찐빠 속오군!(2) +2 23.10.06 1,108 1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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