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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련하 님의 서재입니다.

삶의 위대함 - 한울 쥬맥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퓨전

완결

설련하
그림/삽화
설련하
작품등록일 :
2021.06.28 08:42
최근연재일 :
2022.10.17 08:20
연재수 :
290 회
조회수 :
379,318
추천수 :
7,321
글자수 :
2,467,752

작성
21.09.01 10:12
조회
1,288
추천
11
글자
18쪽

135화. 요계(妖界) 수행

삶의 위대함 - 한울 쥬맥




DUMMY

한차례 독뢰 공격이 끝나자 마치 분풀이라도 하듯이 비월족이 더욱 거세게 몰아붙이며, 또다시 소인족을 휩쓸기 시작했다.


그러자 불리한 전세를 역전시키기 위해서 다시 작전을 바꾸어 대응하는 소인족.


“이제 성루로 공격하라!”


빠아아아앙~~~ 빠아아아앙~~~


"성루 출격!"


"전진하라!"


소인족에 또 다른 공격을 알리는 소각 소리가 전장에 울려 퍼지고, 거대한 성루가 나무 그늘에서 나와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쿠웅~ 쿠웅~ 쿠웅~


그러자 거세게 지축이 울리는 소리와 함께 갑옷을 입힌 고대코뿔소와 시원맘모스가, 거대한 마차 위에 높은 성루를 지은 것들을 끌고 나타났다.


그리고 성루 앞쪽에서는 날카로운 송곳들이 튀어나와서 비월족을 짓이긴다.


삐류류류~ 퍽! 퍽! 퍽!


밑에서는 날카로운 창날이 비월족을 공격하고, 위에서는 방패막의 보호 아래 많은 소인족이 활이나 독침 그리고 도검으로 비월족을 협공하는데······.


그러다 보니 이제 신체의 크기는 큰 의미를 갖지 못했다.


도리어 소인족이 위에서 비월족을 내려다보며 공격을 가하는 상황!


“모두 죽여라!”


파바밧! 핏핏핏! 투웅~ 퉁!


“으아아아악!”


이 공격으로 또 수천의 비월족이 쓰러져 갔다. 비록 금령월이 앞장서서 고군분투하고 있었지만 말이다.


소인족 전사의 수가 배가 많은 데다 강력한 신무기로 무장을 하고 있으니, 기존의 전투 방식으로는 이미 승리의 가망이 없어 보였다.


벌써 수만의 비월족이 바닥에 드러누워 차가운 시신으로 식어 가고 있으니, 피해를 줄이려면 빨리 후퇴를 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아직도 후퇴하라는 명령이 없으니, 금령월은 어쩌지 못하고 부하들을 살리기 위해서 앞장서 싸울 수밖에 없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시체는 점점 눈덩이처럼 늘어나고, 여기저기서 비통한 비명 소리가 울리며 등골을 오싹하게 만든다.


군사를 맡고 있는 비월신 기신월이, 마침내 더 이상의 공격은 무의미하다는 판단 아래 그제서야 결국 후퇴 결정을 내렸다.


“모두 후퇴하라!”


삘릴리~~ 삘릴리~~ 삘릴리~~


“후퇴! 전원 후퇴!”


뿔피리 소리와 함께 비월족이 천천히 뒤로 물러가더니 하늘을 향해서 날아오르기 시작했다.


그러자 소인족에서는 다시 수많은 파천궁을 쏘았고, 그 화살에 날아오르기 시작한 수천의 비월족이 또 목숨을 잃었다.


소인족은 부상당한 비월족을 용서 없이 모두 죽였다. 그러자 전장에는 또 다른 참혹한 비명과 함께 아비규환의 아수라장을 이루었다.


“모조리 숨통을 끊어라!”


“크아아악! 살려 줘!”


아! 이 참담함을 말로 어찌 표현하랴!


······그렇지만 신도 어찌할 수 없는, 인간들 스스로의 업보(業報)인 것을!



비월족은 이 상태로는 더 이상의 전쟁을 할 수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 그래서 소인족과의 경계 지역에 새로운 이십만 명의 전사들을 대기시키고, 전쟁에 참가한 기유월과 금령월의 부대는 뒤로 철수시켰다.


그러자 소인족도 나름 복수를 하였다고 판단하여, 더 이상 진격하지 않고 전장을 수습한 다음 돌아가기 시작했다. 이로써 소인족의 복수극도 막을 내렸고······.


이번 전쟁에 소인족 이십만 비월족 십만 명이 참전하여, 소인족에서는 삼만여 명이 전사했다.


그런데 덩치가 더 큰 비월족에서 오만여 명이 전사하니, 모두 합해서 팔만이 넘는 전사들이 소인족 사천육백 명의 원혼을 달래기 위한 진혼제(鎭魂祭)의 제물로 사라졌다.


그 외에도 수만의 전사들이 크고 작은 부상(負傷)을 당했으니, 모두에게 큰 참사나 다름없었다. 그러나 이 또한 스스로들 자초한 것이 아니겠는가?


전사자의 숫자만 봐서는 소인족의 승리가 확실했다. 그래서 돌아가는 소인족은 의기양양했고 비월족은 기세가 한풀 꺾이게 되었다.


더구나 비월족은 덩치가 소인족의 배에 가까운데 더 많이 죽었으니······.


이 전쟁의 결과로 소인족은 미르만을 제집처럼 넘나들었고, 비월족은 속앓이를 하면서도 또 다른 복수를 꿈꾸고 있으니 참으로 애석한 일이다.


비월족은 금령월이 낳은 월광비월이 자라서 현자가 되면 분명히 복수의 기회를 줄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었다.


그리고 그동안 소원림(小怨林)은 소인족의 원념이 싸인 곳이라 해서 그리 불리었으나, 이제는 소인족이 원한을 갚은 곳이라는 다른 뜻으로 소원림(小願林)이라 불리게 되었다.


원한을 갚는 것은 보다 큰 다른 보복을 잉태하고 있으니, 언젠가 터질 종족 간 대전쟁을 예고하고 있는 것이다.


소인족이 자기네 땅으로 물러가고 전사자의 시신을 찾아온 비월족 영역에서는, 지금 수많은 장례식이 월장으로 치러지고 있었다.


“월장대에 불을 붙여라!”


달이 중천에 떠오르자 기단 위에 마른 장작을 쌓고 시신을 누인 수많은 월장대가 하늘로 날아올랐다.


장작에 불이 붙어 활활 타오르면서 하얗게 피어오른 연기가 달을 가린다.


하늘을 가로지르는 수많은 월장(月葬)의 모습은 장례식(葬禮式)만 아니라면 가히 보기 드문 장관이었다.


비월족은 달을 숭상하고 또 너무 좋아하여, 영혼을 달로 돌려보내야 하기 때문에 반드시 월장을 치렀다.


하늘에서 시신이 불타면 영혼도 그 연무와 함께 그들이 좋아하는 달나라로 간다고 굳세게 믿는 것이다.


여러 사람이 같이 둘러맨 월장대 주변을 사랑하는 가족들이 함께 날면서 영혼을 전송하는 모습은, 마치 동화책에 나오는 한편의 그림 같은 모습이었다.


* * * * *


두 종족 간에 전쟁이 끝나갈 무렵.


쥬맥은 여섯째 아이를 보았고, 아들이라 그 이름을 쥬찬이라고 지었다.


이로써 4념2녀의 아버지가 되었다. 산모와 아이는 모두 건강했고, 장모님이 찾아와서 아내의 몸조리를 도왔다.


쥬맥은 좋아서 싱글벙글하는데 아내 미루는 이제 힘들어서 애는 그만 낳고 싶다고 고개를 휘휘 내젓는다.


그러면서 어느새 천단이 가까워졌다.


성을 쌓는 작업도 순조롭게 잘 진행되어, 벌써 한쪽 변 오십 리에 이르는 축성이 완공되었다.


붉은 화강암으로 십 장 높이를 쌓은 성벽은 비록 한 면이지만 그 모습이 장관이어서, 벌써 본 주거지에서까지 많은 사람들이 구경을 하러 왔다.


축성이 완공된 곳에는 쥬맥이 가져온 요정단을 기석으로 하여 선인들이 환술진법을 펼치느라 바쁘다.


“에고, 힘들어. 선인 좀 살려도!”


“이제 이 선인 짓도 힘들어서 못 해 먹겠네. 그래도 우리 손으로 역사를 만드니 이 얼마나 기쁜 일인가?”


구슬땀을 흘리면서도 보람을 찾고 있었다. 비록 대를 이을 후손은 없으나 역사에 길이 이름을 남기지 않겠는가?


아마 이 환술진이 완성되면 외부에서는 해자 이외에도 성에 가까이 접근하는 것이 어려워져서, 적이 침략했을 때 좋은 방어막이 될 것이다.


이번 천단에도 본 주거지까지 다녀오는 사람들을 배려하여 팔일간의 휴가를 주고 함께 쉬기로 하였다.


쥬맥이 축성을 위한 물자와 관련하여 협의할 내용이 있어서, 태을 선인을 찾아가자 언제나처럼 반갑게 맞이했다.


“어떠냐? 이번 천단에는 요계에 한번 다녀오지 않겠느냐?”


“저야 불러만 주신다면 언제든지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이 녀석이 욕심은 많아 가지고······. 그러면 전처럼 천단제를 지내고 그 다음 날 바로 천령수 아래에 있는 수행실에서 같이 갈 수 있도록 준비해라.”


“넵, 알겠습니다. 그리 준비하겠습니다. 그리고 실은 축성을 하는 데 몇 가지 물자가 필요하여······.”


물자에 대한 문제까지 모두 협의를 마치고 나오는 쥬맥은, 새로운 세계 요계로의 수행에 마음이 들떴다.


자리를 비우기 위해서는 사전에 여러 준비와 업무 인계가 필요하여, 서둘러 집무실로 돌아와서 수르와 여러 소족장, 그리고 백호대 부대장들을 불러서 업무를 분담시켰다.


이번 천단에는 미루가 산고를 겪은 지 얼마 안 되고, 장모님도 와 계셔서 장인어른이 축성지로 오시게 되었다.


쥬맥은 부족장이니 천단제 참석과 윗분들께도 인사를 드려야 해서 혼자만 본 주거지에 다녀오기로 했고.


천단 전날 쥬맥은 안상 전 한울을 찾아 뵙고 선물과 인사를 드렸고, 수르네도 들러서 인사와 선물을 전했다.


저녁 무렵에야 어풍비행(御風飛行)으로 날아올라 본 주거지에 다다르니 술시 말(밤9시)이 되어, 처갓집에 가서 처남 처형들과 함께 하룻밤을 술과 이야기로 꽃을 피웠다.


남아 있던 요수 요천견의 털가죽으로 만든 양탄자를 하나씩 나누어 주니, 모두 너무 좋다며 고맙다고 난리다.


세상에 선물(膳物)을 싫어하는 사람은 없나 보다. 그게 나약한 인간의 마음인 것을 어찌하리.



비율신 신임 한울이 함께하는 천단제와 인사를 마치고, 예전처럼 선인들께 보호를 요청 드린 뒤, 태을 선인과 천령수 아래의 수행실에 좌정하였다.


점점 심상의 세계로 빠져드니 의식이 백회혈에서 한 가닥 희미한 빛으로 빠져나와, 태을 선인의 영체와 함께 수련실을 떠나서 광대한 우주로 향했다.


쥬맥의 의식이 이렇게 선인들의 영체와 수행을 떠날 수 있는 것은, 본신이 이미 어느 경지에 이르러 천안통과 천이통, 타심통을 이루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의식으로도 영체들을 볼 수 있고 그 말을 들을 수 있으며, 상대의 마음을 읽을 수 있기에 가능한 것!


전과 같이 영체와 의식이 지구를 떠나 태양계와 은하수를 건너서, 생계의 중심에 있는 거대한 검은 소용돌이로 다가섰다.


그러자 그 크기를 알 수 없는 압력과 인력으로 가느다란 실처럼 늘어났다.


그리고 그 끝을 알 수 없는 심연으로 빨려 들어가더니, 아득한 암흑 속을 지나서 마침내 멀리 보이는 한 점 빛을 향해 빠른 속도로 끌려간다.


그 빛을 통과하자 실처럼 늘어졌던 것이 서서히 본래의 모습을 되찾았다.


밖으로 나서자 언제 보아도 가슴이 벅차오르는 팔천계(八天界)가 표현할 수 없는 크기로 펼쳐졌다. 의식이나 영체가 아닌 생체의 눈으로는 그 크기를 눈에 다 담지도 못하리라.


이미 중계(中界)와 유계(幽界) 수행을 경험했기 때문에, 이번에는 망설이지 않고 분홍빛의 요계(妖界)를 향하여 곧바로 다가서기 시작했다.


그런데 요계는 중계나 유계와 달리 거대한 분홍빛의 문이 굳게 닫혀 있었다.


그리고 문밖에는 수천 명의 천장과 신장들이 지켜 서서 들어가고 나오는 것을 일일이 관장하였다.


아마 요수나 요인들이 다른 세계로 빠져나가지 못하게 하려는 것 같았다.


쥬맥의 의식이 뒤따르고 태을 선인의 영체가 문 앞에 다다르자, 장군처럼 은빛으로 반짝이는 갑주를 입고 키가 십 척이 넘는 천장 한 명이 다가왔다.


“요계에 수행을 오신 선인이시군요.”


“예, 지구별에 사는 천인족의 선인 태을이라 합니다.”


“요계 수행은 처음이신 모양이지요?”


“합신기(合神期)에 오른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요계는 이번이 처음입니다.”


“그러시면 요계는 여러 가지 위험요소가 있으니 저 안에 가셔서 주의 사항들을 숙지하고 가시는 것이 좋습니다. 이쪽으로 따라오시지요.”


천장이 앞장서서 앞쪽에 있는 분홍빛 탑 같은 건물로 선인을 안내하였다.


탑 안은 생각보다 의외로 넓었다. 마치 공간을 압축해서 넣어 놓은 것처럼.


한쪽에는 검은 연무에 휩싸인 동굴이 있는데 이것이 나중에 다시 생계로 돌아가는 통로인 듯했다. 중계에서나 유계에서처럼 말이다.


중계나 유계는 그 안에 위치해 있었는데, 이곳은 내부가 위험하니 일부러 외부에 설치한 모양이었다.


안내하여 들어간 천장이 한쪽에 있는 집무실로 데리고 들어가더니, 요계에서의 주의 사항과 비상시(非常時)의 조치 방법들에 대해서 설명해 주었다. 그리고 작은 출입용 영패를 내밀었다.


“이 영패를 항상 몸에 지니고 계십시오. 혹시 감당할 수 없는 위험이 닥쳤을 때는 이 영패(靈牌)를 깨뜨리시기 바랍니다.


그러면 여기 이곳에 비상등이 켜지고 위치가 나타나기 때문에 신속하게 구출 작전이 진행될 것입니다.


절대 욕심을 부리지 마시고, 법력이 허용하는 한도 내에서 안전하게 수행을 해 주시기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꼭 그리하겠습니다.”


“그럼 이곳으로 들어가시지요.”


그러면서 큰 대문(大門)을 열지 않고 건물 내에 있는 쪽문을 열어 주었다.


쪽문으로 들어서자 그 안에도 수천 명의 신장과 천장들이 문 주변을 철통같이 지키고 있었다.


그 가운데 끝이 보이지 않는 큰 대로가 온통 분홍빛 세상에 길게 펼쳐져 있었다. 어찌 보면 너무도 아름다운 세상이다!


“수행하러 오신 선인이시면 이 대로를 따라서 쭉 가시면 됩니다.”


천장 한 명이 손으로 큰 대로(大路) 방향을 가리키며 친절히 알려 주었다.


“감사합니다.”


태을 선인이 쥬맥의 의식을 향해 손짓을 하고 대로를 따라 걷기 시작했다.


그런데 온통 분홍빛 세상에 놓인 대로는 얼마나 멀리 뻗어 있는지 걸어도 걸어도 그 끝이 나오지 않았다.


“아이고, 급할 것도 없는데 잠시 쉬었다 가자구나. 너도 잠시 쉬어라.”


태을 선인이 힘들다기보다는 주변을 좀더 자세히 살피기 위해서 걸음을 멈추고 길가의 분홍빛 돌에 앉았다.


그곳에서 한숨을 돌리며 선안으로 주변을 살피는데, 그냥 보기에는 분홍빛 세상 단색으로 보이던 곳이 집중하여 자세히 살피자 여느 세상과 같았다.


풀과 나무가 있고 돌과 산과 내가 흐르는 등 다른 세상과 다를 바가 없었다. 단지 모두 엷은 분홍빛을 띠고 있어서 첫눈에 분간이 어려웠을 뿐이지.


“참으로 요사스러운 세상이구나.”


선인의 말을 들으며 자세히 이곳저곳을 살피자, 점차 눈에 익어서 사물이 눈에 제대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어찌 보면 아름다운 세상이고 어찌 보면 요사(妖邪)스러운 기운으로 꽉 찬 세상! 그곳이 바로 요계다.


사물이 제대로 눈에 구분되기 시작하자, 대로를 조금 더 따라가다가 작은 갈래 길로 접어들었다.


조금 더 앞으로 나아가니 너른 벌판이 나오는데, 많은 요인(妖人)들이 논밭에서 경작을 하고 있었다.


뜻밖에도 생계처럼 경작하는 모습이 나오자 의아한 기분이 들어 다가섰다. 처음에는 요사스러운 환경에 괴물이 바로 튀어나올 줄 알았는데 말이다.


요인들은 여러 가지 형태를 하고 있는데 머리에 염소처럼 긴 뿔이 난 사람, 긴 꼬리를 가진 사람, 큰 눈 하나가 얼굴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사람, 키가 크거나 주먹만 한 사람 등등.


모두가 가지각색인데, 피부와 눈빛은 모두 분홍색을 띠고 있었고 눈동자의 형태는 마치 뱀과 같았다.


태을 선인이 다가서자 그중에 키가 크고 어른으로 보이는, 염소 뿔을 가진 요인이 앞으로 나서서 공손히 허리를 굽히며 물었다.


“처음 보는 분이신데 어디서 오셨습니까? 꼭 생계의 선인 같으신데······.”


“나는 선인 수행을 나온 태을이라 하오. 경험 삼아서 둘러보러 왔습니다.”


“어이쿠, 정말로 선인이시구만요. 그러면 저희들을 좀 해방시켜 주십시오.”


“해방이라니 무슨 말입니까?”


“이 요계에는 요계왕이나 요수왕을 자처하는 수많은 무리가 있는데, 그들이 우리처럼 선량한 요인들을 억압하여 마치 노예처럼 부리고 있습니다.


저기 보이는 성에 요계왕을 자처하는 요인이 살고 있는데, 인근의 요인들을 수 없이 죽이며 혹사시킵니다.”


“알겠소. 그럼 내가 그 요계왕을 처리해 주겠으니 안내를 하시오.”


“아이고, 감사합니다. 어서 이리 따라오시지요.”


기분이 좋은지 머리 위에 길게 난 두 개의 염소 뿔을 쓰다듬으며 앞장서서 안내를 하니, 그 뒤를 따라갔다.


분홍색 돌로 쌓은 성은 그 폭이 삼백 장이 넘었고 높이는 삼십 장에 가까운데, 그 주변에는 엉성하게 돌로 지은 작은 집들이 옹기종기 늘어서 있었다.


성문이 가까워지자 안내를 했던 요인이 그 자리에 멈추어 서며, 손가락으로 성 주변을 가리켰다.


“이 앞에 환진이 펼쳐져 있어서 저희는 그 안으로 들어갈 수가 없습니다.”


“그럼 여기부터는 내가 알아서 할 것이니 그대들은 그만 돌아가시오.”


“알겠습니다. 그럼 조심하십시오.”


염소 뿔 요인은 걱정이 되는지 자꾸 뒤를 돌아보며 경작지로 돌아갔다.


태을 선인은 가만히 서서 요계왕이 산다는 성을 둘러보는데···, 돌로 지은 것처럼 보이던 성벽이 실은 해골들을 쌓아서 만든 것이었다.


그리고 그 주변에는 흐릿하게 아지랑이 같은 기운이 피어올라 사물(事物)을 제대로 살필 수가 없었다.


아마 요인이 말하던 환진인 모양이다.


태을 선인이 손가락으로 팔괘구궁(八卦九宮)의 방위를 따져 가며 계산을 하더니, 쥬맥에게 손짓을 하고 안으로 발을 내디뎠다.


벌써 들어가는 생문을 찾았다는 듯이.


쥬맥은 아직 진법에 정통하지 못하기 때문에 선인의 뒤만 그대로 따라갔다.


‘앗 이게 뭐야?’


갑자기 사방에서 거센 파도가 밀려오더니 어느 순간 뜨거운 사막이 나오고, 거대한 불구렁이가 나타나서 한입에 삼킬 듯이 입을 벌리고 달려든다.


그러나 태을 선인은 환상에 휘둘리지 않고 한 점 흐트러짐 없이 계산을 해 가며 앞으로 나아갔다.


그러자 이번에는 수많은 나신의 선녀들이 나타나서, 분홍색 망사 천을 휘두르고 춤을 추며 유혹하기 시작했다.


요상한 자세와 흥분된 눈빛으로 빨아들일 듯이 바라보며 손짓하는데······.


이를 어찌하랴. 특히 여자에게 약한 것이 남자의 본능인 것을!


아차 잘못하면 함정으로 빠질 참이다.


이번에는 불지옥이 나타나서 뜨거운 열기가 살을 태울 듯하더니, 어느덧 북극의 한빙(寒氷) 같은 얼음 속으로 들어가 추위에 떨어야 했다.


어느 순간, 선인이 법술의 진언을 외우며 오른 손으로 뭔가 움직이는 듯하더니, 어른거리는 빙벽을 내리쳤다.




감사합니다. - 설련하(偰輦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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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1 141화. 환시성의 완공(完工) 21.09.07 1,287 11 18쪽
140 140화. 인과응보(因果應報) 21.09.06 1,264 11 17쪽
139 139화. 사필귀정(事必歸正) 21.09.05 1,265 11 18쪽
138 138화. 추풍낙엽 같은 생명들 21.09.04 1,268 11 19쪽
137 137화. 비겁하게 피해가지 않는다 21.09.03 1,276 11 18쪽
136 136화. 요계왕과의 결투 21.09.02 1,294 11 19쪽
» 135화. 요계(妖界) 수행 21.09.01 1,289 11 18쪽
134 134화. 소원림의 복수전(復讐戰) 21.08.31 1,306 10 18쪽
133 133화. 새로운 한울 21.08.30 1,292 10 19쪽
132 132화. 헤어지기 싫은 친구들 21.08.29 1,295 11 19쪽
131 131화. 인수(人獸) 합격(合擊) 21.08.28 1,295 11 18쪽
130 130화. 요수 소탕작전 21.08.27 1,293 11 18쪽
129 129화. 환시성 내성 완공 21.08.26 1,298 11 19쪽
128 128화. 적의 생명도 중시한다 21.08.25 1,277 10 17쪽
127 127화. 우르강의 혈투(血鬪) 21.08.24 1,281 11 19쪽
126 126화. 반인족의 침략(侵略) 21.08.23 1,280 12 18쪽
125 125화. 아구산의 화산 폭발 21.08.22 1,308 13 18쪽
124 124화. 새로운 물결 21.08.21 1,327 12 18쪽
123 123화. 지옥의 심판(審判) 21.08.20 1,298 12 18쪽
122 122화. 유계의 파천대(破天隊) 21.08.19 1,303 13 19쪽
121 121화. 유계(幽界) 수행 21.08.18 1,342 13 18쪽
120 120화. 비승야차(飛昇夜叉) 출생 21.08.17 1,304 15 18쪽
119 119화. 혼원은하무량신공 대성 21.08.16 1,310 15 18쪽
118 118화. 피바다 거원해(巨怨解) 21.08.15 1,313 13 19쪽
117 117화. 야차족과 거인족의 혈투 21.08.14 1,323 13 18쪽
116 116화. 반인족 첩자(諜者) 사건 21.08.13 1,295 14 19쪽
115 115화. 어수족의 시조신(始祖神) 21.08.12 1,307 13 18쪽
114 114화. 어수족과 천망의 싸움 21.08.11 1,324 14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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