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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련하 님의 서재입니다.

삶의 위대함 - 한울 쥬맥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퓨전

완결

설련하
그림/삽화
설련하
작품등록일 :
2021.06.28 08:42
최근연재일 :
2022.10.17 08:20
연재수 :
290 회
조회수 :
378,273
추천수 :
7,321
글자수 :
2,467,752

작성
21.08.20 10:09
조회
1,292
추천
12
글자
18쪽

123화. 지옥의 심판(審判)

삶의 위대함 - 한울 쥬맥




DUMMY

지옥의 참상(慘狀)을 차마 눈뜨고 볼 수 없는지라 더 이상 보지 못하고 돌아서 나왔다.


지옥을 보고 나니 이제부터라도 죄짓지 말고 살아야지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나오는 길에 큰 대전이 있어서 들어가 보니, 거대한 의자에 천장과 같은 붉은 갑주를 걸친 염라노자가 보기만 해도 두려움을 느끼게 하는 모습으로 앉아 있었다.


부리부리한 붉은 눈에 붉은 머리와 수염을 기르고, 붉은 피부는 보기만 해도 저절로 심장이 오그라들었다.


그 앞에는 수많은 영혼들이 심판(審判)을 받기 위해서 줄지어 서 있는데, 각양각색의 여러 종족들이 뒤섞여 있었다.


그런데 다른 영혼들은 모두 두려움에 오들오들 떠는데, 유독 피둥피둥하게 살이 찐 한 젊은이만 무섭지도 않은 것인지 싱글벙글 웃으면서 사방을 구경했다.


그때, 장수처럼 옷을 입은 두 사람이 앞에 서자 염라노자(閻羅老子)가 먼저 우측에 선 장수에게 물어보았다.


“너는 어찌하여 이 유계로 왔는지 아느냐?”


“예, 저는 수많은 생명을 죽인 죄로 이곳에 왔습니다.”


“그래, 너는 장수인 듯한데 왜 그 많은 생명을 죽였느냐?”


“이웃 나라의 군대가 쳐들어와서 휘하의 부하들과 함께 적의 침략을 막는데, 죽이지 않으면 나라도 잃고 부하들이 모두 죽는지라 어쩔 수 없이 죽이게 되었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허! 이놈 보게. 수만의 생명을 죽여 놓고 이제 와서 죄송하다고? 고얀놈이로다. 너 같은 놈은 영천에서 수천 년을 썩어야 할 것이다. 여봐라! 이놈을 중계의 영천(靈泉)에다 던져 버려라.”


“예이~ 그리하겠습니다. 이놈! 이리 따라오너라.”


아수라 한 명이 다가가더니 거칠게 멱살을 잡고 질질 끌어다가 검은 운무가 들끓는 동굴 속으로 집어 던졌다.


결과를 지켜보던 염라노자가 이번에는 좌측에 선 장수에게 물었다.


“네놈도 방금 끌려간 놈처럼 일국의 장수인 듯한데 어찌하여 유계로 끌려왔는지 아느냐?”


“저는 죄가 없습니다. 위에서 시켜서 옆 나라를 쳐들어가 모두 죽였을 뿐입니다. 제가 일부러 죽인 게 아닙니다.”


그러자 염라노자가 버럭 화를 내며 눈알을 부라리고 역정을 냈다.


“네 이놈! 정말 네 죄를 모르느냐?”


“군인이 국가의 명령에 따라서 적군을 죽인 것이 무슨 죄가 됩니까?”


“네놈은 적과 싸워서 포로로 잡은 수천 명을 무참히 도륙하였다.”


“그것은 그들을 살려 주면 다시 아군을 향해서 칼을 들이밀 것이니 골칫거리를 사전에 예방한 것입니다. 그것이 어찌 죄가 됩니까?”


“비록 적이라 하나 이미 대항할 힘을 잃은 자를 죽이는 것은, 천신이 창조한 생명을 보살피지 않은 큰 죄이다. 이놈을 어서 지옥불에 던져 버려라!”


“똑같이 전쟁에서 서로를 죽였는데 왜 나만 지옥에 보낸다는 말이오? 억울하니 제발 다시 살펴 주세요!”


바짓가랑이를 붙들고 사정하지만 아수라들은 들은 체도 않고 끌고 갔다.


“다음!”


그러자 이번에는 살이 피둥피둥하게 찌고 혈색이 좋은 젊은이가, 싱글벙글 웃으면서 태연하게 염라노자 앞에 섰다.


“아니, 네놈은 왜 젊은 녀석이 벌써 왔느냐? 놀기가 심심해서 왔느냐?”


“실은 예쁜 요거랑 그거 하다가 복상사했슈.”


당신도 알지 않느냐는 듯이 새끼손가락을 펴고 까닥거린다.


“그럼 이 유계에는 왜 왔는지 아느냐? 여기는 지옥이 있는 곳인데······.”


“뭔가 착오가 있었나 봐유. 지는 아무 짓도 안 했거든유.”


“아니, 정말 네 죄를 모른단 말이냐?”


“먹고 놀기만 혔고 한 일이 없는디 죄는 무슨 죄유? 잘못 온 거니께 그냥 빨랑 영계로나 보내 주슈.”


“네놈은 부모의 피를 빨아먹고 죽을 때까지 놀며 하는 일 없이 지냈으니, 천신께서 주신 귀한 삶의 시간을 허투루 낭비한 죄다. 이제 알겠느냐?


네놈이야말로 정말 대죄를 지었구나! 여봐라! 이놈을 뜨거운 지옥불을 일구는 악귀의 일을 시켜라. 평생을 일하지 않고 놀고먹었으니 이제 영원히 죽도록 일하게 하라!”


“안 돼유. 부자 부모 잘 만나서 놀고 산 것이 무슨 죄유? 억울해유!”


웃던 얼굴이 일그러지며 볼살을 푸들푸들 떠는데, 아수라가 멱살을 잡고 질질 끌고 가서는 악귀들에게 졸병(卒兵)이 왔다고 던져 주었다.


악귀들은 좋아서 박수를 쳤고······.


그 모습을 바라보며 둘은 쓴웃음을 짓고 돌아섰다. 지옥문 근처의 작은 전각에 이르자 지키고 있던 아수라들이 패를 회수하더니, 안에서 행한 일들을 묻고 장부에 뭔가를 기록했다.


“고생 많이 하셨소. 앞으로도 자주 와서 도와주세요.”


“그럽시다. 그럼 이만 돌아가리다.”


“여봐라! 동굴 문으로 모셔다드려라!”


그러자 한 명이 나서서 검은 운무가 뭉실대는 동굴로 안내했다.


검은 동굴에 들어서자 지난번 중계에서처럼 끝없는 나락으로 떨어져 내리는 것 같더니, 영체(靈體)와 의식이 육체로 돌아왔다.


“휴우~”


긴 숨을 내쉬며 둘이 동시에 심상(心想)에서 깨어나 자리를 털고 일어섰다.


“그래, 뭔가 얻은 게 좀 있느냐?”


“예, 절대 죄는 짓지 말아야겠네요. 너무 무서워요. 그래도 유계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그리고 어떤 것이 죄인지도 잘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 나도 유계는 처음이라 염려를 많이 했는데 무사히 돌아와서 다행이구나. 이번에 네 덕을 많이 봤다.”


“아유~ 제가 뭐 한 게 있나요? 이렇게 기회를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그래, 이제 그만 나가자구나.”


밖으로 나서니 선인 몇 명이 아직도 순찰을 돌며 주변을 지키고 있었다.



처갓집으로 돌아오니 어느새 하루처럼 사흘이 훌쩍 지났다.


멀리 사는 막냇사위가 오랜만에 왔다고 장모님이 차려 주는 진수성찬(珍羞盛饌)으로 입이 호강을 했다.


‘에구! 맨날 오늘만 같으면 좋겠네.’


배를 두드리며 놀다가 다음 날이 되자 부족 일이 걱정되어 아쉬운 작별을 하고 다시 환시성 축성지로 돌아왔다.


수르네도 들러서 인사를 하고 간단한 선물을 건넸다.


며칠 만에 만나는 아이들이 좋아서 콩콩 뛰는데, 어린 쥬망은 엄마를 보고 달려와서 안기며 울음을 터뜨렸다.


“엄마! 엉엉엉!”


애들을 데리고 집으로 돌아오니 아직도 휴무가 이틀이나 남았다.


아내에게는 아이들을 데리고 나가서 주변도 둘러보고 맛있는 군것질거리도 사 주라고 내보내고 나서, 쥬맥은 홀로 수련실에 들어앉았다.


이번에 유계를 수행하며 느끼고 깨달은 것들을 명상을 통하여 하나하나 되새기고 머릿속에 다시 정리를 했다.


지난번에 중계를 다녀오고 이번에 유계까지 둘러보니 팔천계의 법칙들이 나름대로 조금씩 이해가 간다.


점점 깊은 심상의 세계로 빠져들어 그동안 느끼고 깨달은 모든 천지법칙을 다시 재정리를 하는데······.


삶과 죽음 그리고 사후의 세계에 이르기까지 하나씩 정리를 해 보니, 이제는 우주 만물의 이치를 조금은 알 것도 같다. 계속 이렇게 노력하면 입신의 경지라는 무신도 꿈꿔 볼 수 있지 않을까?


문득 그런 생각과 욕심이 일었다.


전에는 그저 흐릿한 안개 속처럼 막연하게 느껴졌었는데 이제는 어느 정도 그 모습이 손에 잡혔다.


새로운 내일을 꿈꾸지 않는 자에게 어찌 좋은 미래가 기다리겠는가?


이제 쥬맥도 무신의 경지를 이루겠다는 또 하나의 새로운 꿈을 꾸었다.



다음 날은 하루 더 남은 휴무를 이용하여 자식들에게 무인(武人)을 위한 기반을 다듬어 주기로 했다.


“애들아! 아빠랑 수련실에 가 보자.”


벌써 쥬온이 아홉 살이고 쥬미가 여섯 살이다. 우선은 네 아이를 모두 수련실로 데리고 가자 처음 들어와 보는 모습에 신기하여 사방을 두리번거렸다.


“순서대로 온이 너부터 하자.”


쥬온부터 시작해서 전신에 추궁과혈(推宮過穴)을 해 주고 이어서 모두 벌모세수(伐毛洗髓)를 시키니, 근골이 바로 되고 체질이 바뀌어서 무인이 지녀야 하는 최적의 바탕을 이루었다.


이어서 아직 너무 어린 쥬상과 쥬망을 내보내고, 쥬온부터 미리 따뜻한 물에 불려 둔 셀렝게만년화리(萬年火鯉)의 내단을 먹였다.


그리고 그동안 가르쳐 온 대로 좌정하여 운기조식(運氣調息)을 하게 했다.


“아빠가 도와줄 테니까 통증이 오더라도 절대로 입을 벌려서는 안 된다.”


단단히 주의를 준 뒤에 자신은 등 뒤의 명문혈(命門穴)에 손을 대고 진기를 주입해 도우면서, 내단의 영기를 제대로 흡수하여 내공으로 축기하도록 유도하였다.


내단을 먹어서 온몸에 서렸던 천지의 영기가 천천히 쥬온의 몸을 감싸고돌다가 코를 통하여 빨려 들어가고······.


일부는 안개처럼 피부로 스며들었다.


영기를 모두 내공으로 갈무리한 쥬온이 두 눈을 번쩍 뜨자 눈에서 맑고 총명한 기운이 초롱초롱 어리면서 별빛처럼 반짝거린다.


“아빠! 저도 빨리 해 주세요.”


쥬미는 오빠가 하는 것을 보고 욕심이 났는지 자기도 얼른 해 달라고 졸랐다.


쥬미가 비록 딸이지만 무술에 있어서는 자질이 뛰어났다. 경쟁심도 강하여 결코 오빠에게 지고 싶지 않았던 것!


“그래, 미도 이리 와서 앉으렴.”


쥬미까지 내단을 먹이고 갈무리를 시키니 어느덧 하루해가 다 저물었다.


쥬온과 쥬미는 만년화리의 고기에, 지난번 아트로노래기와 베엘개구리까지 먹어서 이미 내공이 상당했다.


그런데 이번에 벌모세수를 한 뒤 만년화리의 내단을 먹고 쥬온은 일 갑자 반, 쥬미는 일 갑자가 조금 넘는 내공을 가지게 되었다.


이게 만약 외부로 알려진다면 무도를 걷는 사람들은 모두 깜짝 놀랄 것이다. 또한 잘못하여 친구들을 치게 되면 사고가 날 수도 있기 때문에 단단히 주의를 주었다. 친구와 놀 때나 평소에는 절대 내력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이렇게 둘은 벌써 어린 나이에 내공이 일 갑자를 넘기면서 신진고수(新進高手)의 탄생을 예고하고 있었다.


쥬맥은 향후 쥬씨세가를 이룰 기초를 이처럼 하나씩 준비했는데······. 그것은 자식과 후손들이 자신처럼 외롭게 자라는 것을 원치 않아서였다.


그래서 가능하면 자식을 많이 낳아서 서로 의지하며 살 수 있는 세가를 이루는 것이 소박한 꿈이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식들도 그것을 지켜낼 수 있는 힘이 있어야 할 것이다.


무엇이든 이루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것을 지켜낼 힘이 없다면, 힘들게 이룬 것이라도 금방 무너져서 한갓 물거품이 되고 말 것이니까.


그것을 일컬어서 흔히들 사상누각(沙上樓閣)이라고 하지 않던가?


아내 미루도 내단을 먹이고 싶었지만, 이제 두 개 남은 내단은 자식들에게 먹여야 된다고 극구 사양했다.


어미 마음에 자신보다는 쥬상과 쥬망이 조금 더 크면 먹이고 싶다는 것!


아직도 애들을 더 낳아야 하니, 혹시 자질이 뛰어난 동생들이 태어나서 가로채 갈지도 모르는 일이고.


아니면 또 대를 건너서 뛰어난 후손들에게 갈지도 모르는 일이 아니겠는가?


무를 숭상하는 세가의 가주가 무력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세가는 금방 모래성처럼 허무하게 무너질 것이니······.



한편, 여기는 천령수 보호 구역.


쥬맥이 준 만년화리의 내단을 먹고 중계와 유계 수행까지 다녀온 태을 선인은, 이미 연신기(鍊神期) 후기를 대성하고 합신기(合神期)의 문턱에 바짝 다가서 있었다.


오늘도 휴무의 마지막 날을 천령수 아래에 있는 수행실에서 홀로 조용히 보내고 있는데······.


축지성촌(縮地成寸)이나 어풍비행으로 두 시진 이내에 환시성 축성지로 돌아갈 수 있으니 복귀에는 큰 걱정이 없는 것이다.


쥬맥과 유계 수행을 다녀온 수행실에 가만히 좌정하고 앉아서 운기조식으로 선법을 수행했다.


의식이 점점 심상의 세계로 침잠되며 깊고 깊은 내부로 가라앉는다.


그리고 어느 순간!


선인의 몸이 바람에 구름이 떠오르듯이 허공으로 두둥실 떠올라 부공삼매경(浮空三昧境)의 선정에 들더니, 온몸에 오색의 광휘가 어리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근처 하늘에 영기(靈氣)의 덩어리가 모여들기 시작했고, 둥글게 뭉쳐서 수행실 주변을 떠다니며 선인을 안개처럼 감싼다.


그때 하늘에서 뇌전과도 같은 빛 기둥이 수련실 위에 내려섰는데, 주변의 천지영기가 그 기둥을 감싸고 빠르게 회전하면서 아름다운 소리를 냈다. 마치 휘파람새가 울 듯이.


휘류~ 휘류류류~ 휘류~


빠른 회전에 따라서 기가 점점 압축되어 선인의 몸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그러자 근처에 있던 선인과 신녀들이 처음 보는 신비하고 장엄한 모습에 놀라서 모두 그 근처로 몰려들었다.


그러나 그 누구도 행여 선인의 수행에 영향을 미칠까 두려워서 수행실 주변으로는 가까이 다가서지 않았다.


곧이어 주변의 하늘마저 오색으로 물들기 시작하자, 모든 들짐승과 날짐승까지 그 모습을 바라보며 숨을 죽이고 가만히 앉아 있었다.


그러자 천지에 정적이 찾아들었고······.


점점 영기가 선인의 몸속으로 빨려 들자 어느 순간 선인의 몸에서 찬란한 금빛 보광(寶光)이 터져 나와서 일대를 밝게 물들였다.


그 빛이 수행실 밖으로 새어 나오자 주변까지 금빛으로 물들었는데, 나중에는 천령수까지 금빛으로 보일 정도였다.


온통 금빛 광휘가 휘감은 세상!


모두 입을 벌리고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는데, 서서히 그 빛이 선인의 몸으로 스며들더니 언제 그랬냐는 듯이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휴우, 또 하나의 벽을 넘은 것인가?”


선인의 평온한 얼굴에 만족스러운 웃음이 파도처럼 번진다.


밖에서는 모두 시선을 수행실 문에 맞추고, 과연 선인이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까 궁금하여 유심히 살피고 있는데······.


한참이 지나자 선법(仙法)으로 법력을 갈무리한 선인이 마침내 문 앞에 그 모습을 드러냈다.


그러나 그 모습은 극히 자연스럽고 자연에 동화된 듯 탈속(脫俗)한 풍모지만, 큰 변화를 찾을 수는 없었다.


단지 주변에 있던 나비와 새들이 날아가서 선인의 어깨에 내려앉아 편안한 모습으로 쉬는데, 이를 바라보는 선인의 눈빛이 그 깊이를 알 수 없을 만큼 심유하고 현기가 서려 있었다.


마치 그 모습이 어깨에 내려앉은 나비나 새들과 서로 대화를 나누는 것처럼 말이다.


오늘 태을 선인은 천인족에서 두 번째로 선인의 7단계인 합신기(合神期)에 이르니, 이제는 마계(魔界)와 요계(妖界)의 수행도 가능해졌다.


주변에 모여서 바라보던 선인과 신녀들이, 모두 우르르 달려와서 축하를 건넸다.


“합신기 경지를 이룬 것을 감축드립니다!”


“경지를 높이신 것을 경하드려요.”


“축하드립니다!”


여러 선인들에게는 또 다른 고계 선인의 탄생이 경사가 아닐 수 없었다.


흔히들 발 없는 말이 천리를 간다고 하지 않던가? 이 소문은 천단을 마치고 내일이면 휴무가 끝나는 많은 사람들에게 금방 퍼져 나갔다.


그래서 한울을 비롯하여 천사장 등 여러 사람들에게 인사를 드리느라고 하루를 더 본 주거지에서 쉬게 되었다.


쥬맥은 바로 다음 날 업무를 시작했고 축성 상황을 둘러본 뒤에 태을 선인을 찾아갔는데,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는 말에 ‘혹시 무슨 일이 있나?’ 하고 걱정이 되었다.


저녁 무렵에야 늦게 온 사람들로부터 선인이 합신기의 경지(境地)를 넘었다는 소식을 듣고 뛸 듯이 기뻤다.


“하하하하! 이제 마계나 요계로도 수행을 떠날 수 있겠구나.”


괜히 혼자 좋아서 실실 웃는다.


그동안 축성에 박차를 가해서 벌써 내성도 절반 이상을 완성하여, 장엄한 모습이 서서히 그 자태를 드러냈다.


이제 일 년 정도만 더 지나면 완공된 멋진 모습을 볼 것이라는 기대감에 모두 서로를 격려하며 힘을 냈다.


당연히 가장 큰 공헌을 하고 있는 것은 거대한 돌들을 실어 나르는 인드리코룡이었다.


이주 시 데려온 새끼들이 다 자라서 성체가 되었지만 어미 중에 새끼를 밴 열 마리 정도를 일에서 제외하니, 동원할 수 있는 수는 처음이나 비슷했다.


* * * * *


한편, 친구가 죽어서 비승야차의 대모가 된 야차족의 미라챠.


여러 가지 일을 겪다 보니 힘이 없으면 언제든 밀려나고 또한 비승야차를 지킬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더욱 더 토납술과 신체 수련에 박차(拍車)를 가했는데······.


오늘도 가부좌를 하고 운기조식을 하면서 깊은 심상의 세계로 빠져들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몸이 자신도 모르게 둥실 떠올랐다.


그런지도 모르고 미라챠는 부공삼매경에 빠져든 채 선정(禪定)에 들었다.


눈을 감고 깊은 상념에 빠져 있는데, 의식이 몸을 벗어나서 빛덩이처럼 둥실 떠오르니 유체 이탈을 통하여 세상의 참모습을 보게 되었다.


처음 겪는 일이라 처음에는 너무 신기하면서도 한편 당황했지만, 차분히 내기를 다스리고 현상을 관조했다.


이때, 미라챠의 전신을 휘돌면서 아직까지 임독양맥을 뚫지 못하고 있던 기운이, 등 뒤 척추를 따라서 독맥을 세찬 물줄기처럼 치고 올랐다.


그리고 마침내 머리 위의 백회혈에 이르렀고, 윗입술 속의 은교혈까지 스물여덟 개의 혈을 순식간에 뚫어 버렸다.


번쩍! 꽈앙~~~


머릿속에 번개와 천둥이 치는 듯하고 지독한 고통이 뒤따르건만, 몸만 들썩거릴 뿐 미라챠의 의식(意識)은 육체를 벗어나서 먼 곳에 가 있었다.


은교혈까지 독맥(督脈)의 모든 혈을 뚫어낸 세찬 기운은, 아랫입술 밑에 있는 승장혈(承漿穴)을 지나서 몸 앞쪽의 정중앙에 있는 옥당과 중정을 거쳐 곡골혈(曲骨穴)과 회음혈(會陰穴)에 이르렀다.


그러더니 결국은 임맥(任脈) 스물네 개의 혈을 단숨에 뚫고, 다시 단전으로 돌아가는 것이 아닌가?


이렇게 독맥과 임맥의 모든 혈이 단숨에 꿰뚫리자, 그동안 미세하게 흐르던 기가 마치 터진 봇물처럼 임독맥을 흐르며 완전한 대주천을 이루었다.


임독 2대 혈맥이 마침내 타통된 것!




감사합니다. - 설련하(偰輦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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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3 143화. 살모야차(殺母夜叉) 21.09.09 1,270 9 19쪽
142 142화. 대이주와 축제(祝祭) 21.09.08 1,264 10 19쪽
141 141화. 환시성의 완공(完工) 21.09.07 1,284 11 18쪽
140 140화. 인과응보(因果應報) 21.09.06 1,259 11 17쪽
139 139화. 사필귀정(事必歸正) 21.09.05 1,261 11 18쪽
138 138화. 추풍낙엽 같은 생명들 21.09.04 1,263 11 19쪽
137 137화. 비겁하게 피해가지 않는다 21.09.03 1,273 11 18쪽
136 136화. 요계왕과의 결투 21.09.02 1,288 11 19쪽
135 135화. 요계(妖界) 수행 21.09.01 1,284 11 18쪽
134 134화. 소원림의 복수전(復讐戰) 21.08.31 1,303 10 18쪽
133 133화. 새로운 한울 21.08.30 1,288 10 19쪽
132 132화. 헤어지기 싫은 친구들 21.08.29 1,291 11 19쪽
131 131화. 인수(人獸) 합격(合擊) 21.08.28 1,293 11 18쪽
130 130화. 요수 소탕작전 21.08.27 1,290 11 18쪽
129 129화. 환시성 내성 완공 21.08.26 1,292 11 19쪽
128 128화. 적의 생명도 중시한다 21.08.25 1,274 10 17쪽
127 127화. 우르강의 혈투(血鬪) 21.08.24 1,278 11 19쪽
126 126화. 반인족의 침략(侵略) 21.08.23 1,276 12 18쪽
125 125화. 아구산의 화산 폭발 21.08.22 1,303 13 18쪽
124 124화. 새로운 물결 21.08.21 1,319 12 18쪽
» 123화. 지옥의 심판(審判) 21.08.20 1,293 12 18쪽
122 122화. 유계의 파천대(破天隊) 21.08.19 1,299 13 19쪽
121 121화. 유계(幽界) 수행 21.08.18 1,338 13 18쪽
120 120화. 비승야차(飛昇夜叉) 출생 21.08.17 1,300 15 18쪽
119 119화. 혼원은하무량신공 대성 21.08.16 1,307 15 18쪽
118 118화. 피바다 거원해(巨怨解) 21.08.15 1,308 13 19쪽
117 117화. 야차족과 거인족의 혈투 21.08.14 1,321 13 18쪽
116 116화. 반인족 첩자(諜者) 사건 21.08.13 1,293 14 19쪽
115 115화. 어수족의 시조신(始祖神) 21.08.12 1,305 13 18쪽
114 114화. 어수족과 천망의 싸움 21.08.11 1,322 14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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