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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련하 님의 서재입니다.

삶의 위대함 - 한울 쥬맥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퓨전

완결

설련하
그림/삽화
설련하
작품등록일 :
2021.06.28 08:42
최근연재일 :
2022.10.17 08:20
연재수 :
290 회
조회수 :
379,321
추천수 :
7,321
글자수 :
2,467,752

작성
21.08.13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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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95
추천
14
글자
19쪽

116화. 반인족 첩자(諜者) 사건

삶의 위대함 - 한울 쥬맥




DUMMY

점점 더 의문이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그냥 보여 달라고 말해도 한울의 비상 탈출로 등 급비에 속한 것 외에는 대족장이면 거의 다 볼 수가 있는데?’


쥬맥은 들어가면서 청년의 뒤로 돌아가며 귓구멍 바깥에 있는 이문혈(耳門穴)을 점혈하여 일단 혼절을 시켰다.


그리고 백호대 한 명을 불러서 큰 보자기에 그 청년을 싼 뒤에, 함께 들고서 태을 선인을 찾아갔다.


“오늘은 또 뭔데 그렇게 엄청나게 큰 선물을 들고 오느냐?”


“오늘은 사람 선물입니다.”


“무어? 사람 선물? 아니 그럼 예쁜 처자라도 된단 말이냐? 하하하하!”


태을 선인이 농을 하며 내려놓은 보자기를 들춰 보더니 깜짝 놀랐다.


“아니, 예쁜 처자 선물인지 알았더니 웬 남정네냐? 난 그쪽 취향이 아닌데!”


“이 녀석 패거리가 다섯인데 하는 짓이 아무래도 이상해서 데려왔습니다. 이리저리 물어도 잘 대답을 안 하고 회피하는데 꼭 무슨 염탐꾼 같습니다. 좋은 방법이 없겠습니까?”


“방법이 왜 없겠느냐? 다른 사람들이 보면 문제가 될 수도 있으니 우선 사람들부터 좀 내보내자.”


그러면서 쥬맥을 빼고 다른 사람들은 모두 밖으로 내보낸 다음에, 보자기에 쌓인 젊은이의 점혈 된 곳을 찾아서 해혈을 해 주었다.


그리고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 몰라 어리둥절해 있는 청년에게 웃으면서 다가가더니, 편안한 목소리로 말을 걸었다.


“자! 내 눈을 똑바로 쳐다보아라!”


청년은 지은 죄가 있으니 눈을 쳐다보지 않으려고 해도 저절로 눈이 돌아가서 선인의 눈과 딱 마주쳤다.


그러자 눈 속의 깊은 곳에서 푸른빛이 일렁이더니 청년의 이지를 장악했고, 이어서 섭혼술로 최면을 걸었다.


“지금부터 내가 하는 말에 사실대로 말하거라. 거짓말을 하면 지옥불의 고통을 맛볼 것이다.”


“그리하겠습니다. 무엇이던지 물어보십시용.”


“너는 어디에서 왔느냐?”


“네 저는 반인족의 울트 대추장 밑에서 왔습니당.”


그 말에 선인이 움찔하고 놀랐다. 그러면서 다시 확인차 반문해서 물었다.


“그럼 네가 울트 대추장 밑에서 왔으면 너는 천인족이 아니라 반인족이라는 말이냐? 지금 그 말이······.”


“네, 그렇습니당.”


확인차 물었던 대답에 쥬맥도 태을 선인도 기겁을 하고 놀랐다. 분명 외양이 천인족이고 천인족의 말을 하는데 실은 반인족이라니? 어찌 이럴 수가 있단 말인가? 외양이 똑같은데······.


“그럼 너와 같이 어울리는 그 나머지 젊은이들도 모두 반인족이란 말이냐?”


“예, 모두 반인족입니당.”


“천인족의 말을 어디서 배웠느냐?”


“물물 교역소에서 천인족과의 통역을 했던 반인족 여자들에게서 배웠습니당. 반인족에 별도로 가르치는 학관이 있습니당. 우리들 엄마도 통역이였고용.”


“그럼 반인족에 너같이 천인족처럼 생긴 반인족이 몇 명이나 되느냐?”


“처음에는 몇 명 되지 않았으나 점점 늘어서 지금은 100명이 넘습니당. 외양이 같은 사람들끼리 한곳에서 모여 살게 하고 있습니당.”


“그러면 너희는 처음에 어떻게 태어난 것이더냐? 반인족이 아니냐?”


“천인족과 반인족의 통역사 사이에서 태어났습니당. 그러니까 아버지는 천인족인 것이지용. 반반의 확률로 완전한 천인족의 형상으로 태어납니당.”


“하아! 이런 일이 있을 수가? 씨도둑이 따로 없구나. 정말 씨도둑이야!”


태을 선인이 기가 막힌다는 듯이 무릎을 치며 한탄을 했다. 세상에 씨도둑이라니!


“정말······, 정말로 어이가 없구나!”


쥬맥도 옆에서 같이 들으면서 도저히 믿기지 않았다. 천인족이 반인족 여자에게서 태어나다니! 그 꼬리가 달리고 짐승처럼 하체에 털이 난 종족에게서 말이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혼혈아!


그런데 겉만 보고는 알 수가 없을 지경이니···, 이렇게 시간이 지나면 문제가 더욱 심각해질 것이다. 천인족이 사는 터전 곳곳으로 반인족의 첩자가 그림자처럼 스며들 테니까.


“그럼 여기에는 어떻게 왔느냐? 보돈타 대족장도 이 사실을 알고 있느냐?”


“저희는 거기까지는 모르고, 오는 중간에 합류하라 해서 그냥 일꾼들과 합류해서 오게 되었습니당.”


“그럼 천인족에서 이 사실을 아는 자가 있느냐?”


“그것은 저희도 시키는 대로만 했을 뿐이니 알지 못합니당.”


“그럼 여기에 온 목적이 무엇이냐?”


“성의 설계도를 빼돌려서 만약의 상황에 대비하고, 반인족에도 비슷한 성을 짓기 위함입니당. 그리고 이곳의 지형이나 군사적인 배치 등 여러 가지 정보를 수집하기 위해서 왔습니당.”


“그동안 이곳에서 수집한 정보를 반인족에게 얼마나 넘겼느냐?”


“아직은 넘기지 못했습니당. 며칠 전에 빨리 넘기라는 연락이 왔습니당.”


“아니, 너희 종족에서 여기로 연락이 왔다고? 그럼 반인족 연락책이 여기까지 직접 다녀갔단 말이냐?”


“사람이 아니라 전서응이 왔습니당.”


“전서응이라고? 매 종류의 새가 너희 종족 간에 소식을 전한다는 말이냐?”


“어릴 때 잡아서 길들이면 원래 키우던 곳과 날려 보낸 곳을 기억하여 양쪽을 오갈 수 있습니당. 그때 다리에 작은 통을 매달고 그 안에 정보를 적은 종이를 넣어서 보낼 수 있습니당.”


“여기서 반인족까지 그 먼길을 전서응이 혼자서 오갈 수가 있단 말이냐?”


“더 강한 날짐승에게 잡아먹히는 경우가 아니면 어디든 가능합니당.”


“그러면 너희도 지금 말한 그 전서응이라는 매를 가지고 있느냐?”


“예, 네 마리를 저희들이 잠자는 숙소의 침대 밑에다가 숨겨 두었습니당.”


······중략······


이외에도 여러 가지를 캐물어서 이제 궁금한 것은 모두 알아냈는데, 하나하나가 모두 놀라운 사실뿐이다.


반인족이 천인족의 외양과 말을 갖추고 조직적으로 첩자로 침투하다니!


이것은 분명히 뒤에 무슨 음모가 도사리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첩자 역할만 하는 밑의 하수인들이라 윗선이 어디까지 개입되었는지는 모르지만, 분명히 어딘가에 천인족과 연결(連結)된 고리가 있을 것이다.


도와주는 조직도 없이 어떻게 아무도 모르게 일꾼으로 위장할 수가 있었겠는 가? 더구나 하나도 아니고 다섯씩이나!


짐작은 가나 저들만으로는 몸통을 찾을 수가 없었다. 그렇다고 잘못 건드리면 천인족에 내분(內紛)이 일어날 것이고!


그래서 우선 청년의 머릿속에 들어 있는 천인족과 관련된 모든 기억과 이곳 건설 현장에서 겪은 일들을, 강력한 정신 통제로 봉인하여 두 번 다시 기억하지 못하도록 깨끗이 지웠다.


그리고 백호대의 믿을 만한 사람을 시켜서 남은 네 명을 업무를 핑계 삼아 부르게 하여 조용히 제압하고, 숙소를 샅샅이 뒤져서 전서응과 모아 놓은 정보도 찾아내게 하였다.


숙소 안에서 그 증거들을 찾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이 일련의 처리가 끝난 뒤에 쥬맥과 태을 선인이 다시 마주했다. 결론을 내리기 위해서다.


“너무 엄청난 일이라서 어떻게 해야 할지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분명히 윗선이 있을 텐데 잘못하면 내분이 일어나겠구나. 그러나 시기상으로 지금은 절대 종족 내부에 분열이 있으면 안 된다. 다 함께 똘똘 뭉쳐도 시원찮을 판에 말이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지금은 이종족(異種族)을 막기도 버거운데 내분이라니요? 스스로 자멸하는 길입니다.”


“우리 이렇게 하자. 이 내용은 내가 극비로 천사장을 통하여 한울께만 전하도록 할 테니 너는 아무것도 모른 척하거라. 알았느냐?”


“알겠습니다. 그런데 저 청년들 다섯 명은 돌려보낼 수도 없고 죽이자니 측은하고, 어찌하는 것이 좋겠습니까?”


“내가 선인으로서 이런 말을 한다는 것은 조금 부끄럽다만, 살려 주고 싶어도 화근덩어리라 그냥 둘 수가 없구나. 어떤 이유를 대서라도 사고사로 처리하여 입막음을 하는 것이 서로를 위해서 가장 깨끗할 듯싶구나.”


“그것은 제가 알아서 잘 처리하겠습니다. 숙소에서 찾은 정보는 모두 태워 없애고, 참! 전서응은 향후 천인족에게도 좋은 통신 수단이 될 듯하니 새장을 만들어 일단 키워 보겠습니다.”


“그래, 그것은 네가 알아서 해라.”


이것으로 반인족의 첩자 사건은 두 사람만 알고 비밀리에 마무리되었다.


다섯 명의 청년은 다음 날 거중기로 돌을 들어올리는 일을 돕다가 돌이 떨어지면서 모두 그 밑에 깔려 죽었다.


근처에서 본 백호대와 믿을 만한 증인 몇을 붙여서 사실을 공표하니 모두 그 사실을 믿을 수밖에 없었고 말이다.


그때 일꾼들을 호위(護衛)해 왔던 보 대족장 휘하의 여무사가 쥬맥을 찾아왔다. 그러면서 무엇을 들킨 것처럼 얼굴이 벌개져서 따지듯이 물었다.


“어떻게 다섯 명이 한꺼번에 죽을 수가 있습니까? 혹시 우리가 모르는 다른 문제가 있는 것 아닙니까?”


살살 눈치를 보며 요리조리 따져 물었으나 쥬맥은 그저 덤덤한 얼굴로 별일 아니라는 듯 시큰둥하게 대답했다.


“글쎄요. 나도 현장에 없어서 잘 모르겠고, 그저 결과만 보고를 받았을 뿐이니 담당자들에게 물어보세요.”


자신은 이번 일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른 척 시치미를 뚝 떼었다. 그러면서 이 사건이 별일 아닌 것처럼 사무적인 어조로 무덤덤하게 말을 이었다.


“공사 현장에서는 사고가 자주 나죠. 그런데 이번에 죽은 사람들은 보상금을 지불해야 하니 그 사람들의 가족을 상세하게 알려 주세요. 가능한 직접 전달하며 사죄를 하고 싶습니다.”


그 소리를 듣고 여무사의 얼굴이 새빨개지더니 화를 내면서 큰소리쳤다.


“내가 그런 것까지 알려 줘야 해요? 보상은 우리 보 대족장님이 알아서 하실 것이니까 여기서는 신경 끄세요.”


그러면서 휙 하고 나가 버리는데···, 아무래도 그 태도가 수상쩍었다. 꼭 뭔가를 숨기고 있는 것처럼.


다음 날, 한 여무사가 집안에 일이 있어서 돌아가야 한다며 급히 왔던 주거지로 시원마를 타고 돌아갔다.


* * *


어느새 해가 바뀌고 쥬맥도 벌써 나이 사십이 되니 전보다 훨씬 무게감이 있어 보였다.


천인족의 종족수도 이제 오십이만에 이르렀다. 그동안 축성을 하느라 정신없이 보내던 쥬맥은 저녁 일과가 끝나면 수련실에 틀어박혀서 잠시 게을리한 무공 수련에 정진하고 있었다.


언제 또 이종족과 목숨을 건 결전을 치러야 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시간이 있을 때 노력하지 않으면 그동안의 노력도 헛되이 마치 파리 목숨처럼 한순간에 사라질 수도 있지 않겠는가?


자신의 목숨을 스스로 지키지 못하고 남에게 의탁한다는 것은 무인으로서 큰 수치라고 여겼다.


그리고 빨리 스스로를 일단락 짓고 이제는 쥬온과 쥬미도 무술 수련을 시켜야 하는데······. 괜히 마음이 급하다. 그때가 되면 자신을 위해서 시간을 내기가 더 힘들 것 아니겠는가?


이렇게 수련에 정신이 없는데, 오늘은 웬일인지 수르가 유리를 데리고 나타나서 옛 친구들끼리 한잔 하자고 보채니 수련을 못 하고 끌려 나갔다.


처음 가 보는 태평루(太平樓)라는 주점인데 새로 생겨서 단장이 깔끔한 이층집 목조 주루였다.


통상 이름 끝에 루(樓) 자가 붙은 경우는 기루인 경우가 많았는데 여기는 일반 주점인데도 루 자를 붙였다.


주점 입구에 들어서자 아직 애티가 나는 여자 점원이 반갑게 맞이한다.


“부족장님이시군요. 어서 오세요.”


“응, 그래. 여기서 만나기로 한 일행이 2명이 더 있는데······.”


“야수르 참모장님께서 2층에 예약하셨습니다. 절 따라오세요.”


앞장서서 쥬맥을 안내하여 이 층으로 오르니 수르와 유리가 먼저 와서 한담(閑談)을 나누며 기다리고 있었다.


“야! 왜 이리 늦었어. 부족장님이라고 친구를 이렇게 기다리게 하면 되나?”


수르의 책망에 쥬맥이 옆구리에 찬 길쭉한 모래시계 같은 것을 보면서 시간을 확인하더니 핀잔을 주었다.


“임마! 정시에 도착했는데 무슨 헛소리야. 지금이 바로 술시 초다.”


그러자 옆에서 듣고 있던 유리가 한심하다는 듯이 두 친구를 흘겨보았다.


“너희는 오랜만에 셋이 만났는데 이렇게 투닥거리고 싶니?”


그래도 장난치기 좋아하고 적당히 뻥치기 좋아하는 수르는 이런 상황이 재미있는 모양이었다.


“이런 재미로 인생을 사는 거지. 유리 너처럼 정석대로만 살면 답답해서 무슨 재미로 사냐? 가끔 일탈을 해야 사는 재미가 있지. 맥아, 안 그래?”


“일탈? 그래서 뭐 바람이라도 피우겠다는 거니 뭐니?”


유리의 말에 수르가 생각만 해도 무섭다는 듯이 몸을 으스스 떨었다. 무엇이 머릿속에 떠오른 것일까?


“바람을 피우다가 들키면 난 마누라한테 머리털 다 뜯긴다. 으휴 난 못해!”


그러자 쥬맥이 헛소리 그만하고 어서 술이나 시키라고 재촉했다. 수르의 허풍이 어제오늘의 일도 아니니까.


“수르 너는 용기도 없으면서 깝죽대기는···, 빨리 술이나 시켜라.”


“이미 다 시켜 놨다. 부족장님이 오시니 최상급으로 말이야. 적령주에 가장 비싼 안주로 몇 가지를 깔았지.”


“잘했다. 그런데 유리는 웬일이냐?

한울님이 여기까지 가라고 허락하셔?”


“빨리도 물어본다. 나도 이제 얘들 거의 다 키워서 자유가 좀 있지. 아유 그놈의 자식들, 키우는 것 정말 지긋지긋해.”


“벌써 애가 다섯인가?”


“말도 마라. 자그마치 일곱이다. 출산을 장려하려면 모범을 보여야 한다고 더 낳으라고 하시는 걸 내가 팔팔 뛰어서 못 한다고 했어.”


“그럼 지금부터 뭘 하려고?”


“실은 그 일 때문에 온 거야. 내 꿈이 어려서부터 신의가 되고 싶었거든. 그래서 할아버님의 힘을 좀 빌렸지. 당대 신의님 밑에 제자로 들어가서 의술을 배우기로 했어.”


“어? 신의님? 나도 잘 아는데···, 내가 어려서 풍토병 걸렸을 때도 봐 주셨고, 지금 저쪽 주거지에 계시잖아?”


“지금은 그런데 곧 이쪽에 지점을 내시고 왔다 갔다 하신대. 그래서 내가 자리를 알아보려고 자청해서 왔지.”


그 말에 수르가 얼른 끼어들었다.


“술이 먹고 싶어서 온 것이 아니고?”


“얘, 그걸 꼭 말로 해야 하니?”


“야, 맥아, 오늘은 유리한테 술 많이 사 줘야겠다. 주머니는 든든하지?”


“너한테 술 사줄 돈은 없어도 유리한테 술 사줄 돈은 있다, 왜?”


“하하하! 그거면 됐다. 나는 유리 것을 뺏어 마시면 되거든.”


“내일은 수르 네가 유리를 데리고 안내를 좀 해 줘라. 의원을 차릴 좋은 자리가 있는지 함께 둘러보면서······.”


“일하는 거 빼 주면 나야 고맙지.”


먼저 대화를 나눈 수르가 양보를 하면서 쥬맥과 유리의 대화가 이어졌다.


“그런데 큰애가 수한이었지? 많이 컸겠네. 혹시 무술도 배워?”


“그 녀석은 네가 준 월광석으로 맨날 책만 보고 있어. 아저씨가 자기 준 거라고 다른 사람은 손도 못 대게 해.”


“하하하! 나중에 크게 될 녀석인데.”


“괜히 무술도 잘하지 못하면서 전쟁터에 나가서 죽느니 차라리 다른 학문이나 잘했으면 좋겠어.”


“한울님도 이제 연세가 있으셔서 생각이 많으실 거야.”


“지금이라도 물러나서 쉬고 싶으신데 주변에서 말리나 봐.”


“그래도 최소한 백오십은 넘기셔야지. 아직 칠팔 년 남으셨나?”


“그것 때문에 대족장들 간에 경쟁이 심한가 봐. (작은 소리로) 특히 보 대족장이 욕심을 부리시는데 야 대족장 말고는 다 싫어하거든. 요즘은 드러내 놓고 비 대족장을 헐뜯고 그래.”


“유리야, 다른 데 가서 그런 소리하면 큰일 나니까 말조심해라.”


“당연하지. 내가 너나 수르가 아니면 어디 가서 마음 놓고 얘기 하겠니?”


그러는 중에 술과 몇 가지 요리가 나와서 쥬맥이 모두의 잔에 술을 따라 주고 술잔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


“자! 오랜만에 셋이 만났는데 마음 놓고 술이나 한잔하자.”


“아이고, 세월이 빠르다. 우리 어릴 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우리 자식들이 그 나이가 되었으니 말이야. 맥이도 유리도 이제는 아주 아저씨, 아줌마 티가 줄줄 난다. 자유로운 영혼인 나 수르만 빼고, 그치?”


“나는 아줌마 소리 듣기 싫어. 마음은 아직도 꿈 많은 소녀란 말이야. 할머니가 될 때까지 영원한 소~녀.”


“너도 우리 미루 씨랑 똑같네. 아직도 자기가 꽃 같은 소녀인 줄 아나 봐.”


“여자는 다 똑같지. 그런데 할아버님 말씀하시는 것을 들으니까 요즘 남쪽의 거인족과 서쪽의 야차족 분위기가 심상치가 않나 봐. 걱정하시던데···.”


“왜? 꼭 전쟁이라도 일어날 것 같대?”


“전에 야차족이 거인족 백 명 정도를 불과 독으로 잔인하게 몰살시킨 적이 있나 봐. 이제 거인족이 힘을 키워서 시험해 볼 곳이 없으니까 복수를 핑계로 쳐들어가려고 하는 모양이야.”


“그래도 야차족은 수가 워낙 많으니까 멸족시키지는 못 할 텐데?”


“멸족까지는 아니더라도 혼쭐을 내서 힘의 우위를 보여 주고, 복수도 하면서 ‘앞으로 너희들 기어오르면 죽는다!’ 뭐 그런 것 아니겠어?”


“야차족이 또 수없이 죽어 나가겠군. 미라챠는 괜찮으려나?”


“뭐? 미라챠? 야차족에도 아는 사람이 있어? 맥이 너는 발이 넓구나.”


“응, 산속에 살 때 만났던 친군데 엄마는 마린챠고 그 딸이 미라챠인데 우리랑 같은 또래야. 그 마린챠 때문에 내가 풍토병이 완전히 나았잖아?


지금 우리 천인족들이 먹고 있는 풍토병 약도 다 그때 마린챠가 알려 줘서 지금은 죽는 사람이 없는 거고.”


“그러고 보니 우리도 옛날에 네가 산에서 보낸 그 약을 받았는데······.”


그 소리를 들은 수르가 야차족의 은인들을 위하여 건배를 제안했다.


“와~ 그럼 완전히 은인이구나! 그럼 마린챠와 미라챠를 위하여 건배하자. 이번 전쟁에서 살아남으라고.”


“그래, 죽지 말고 다시 만날 때까지 살아 있었으면 좋겠다.”


수르가 잔을 높이 추켜들었다.


“자, 마린챠 미라챠를 위하여!”


“위하여!”


쥬맥은 진심으로 마린챠와 미라챠 그 두 모녀가 무사하기를 간절히 빌었다. 혹시 나중에 서로 적이 되어 전선에서 만날지라도 지금은 살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다음에 만나서 그래도 그때 너무 고마웠다고 인사는 해야 하지 않겠는가? 사람이라면 말이다.


‘그러고 보니 지금은 어떻게 변했을까? 복수를 마치고 잘 살고 있을까?’




감사합니다. - 설련하(偰輦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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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2 142화. 대이주와 축제(祝祭) 21.09.08 1,270 10 19쪽
141 141화. 환시성의 완공(完工) 21.09.07 1,287 11 18쪽
140 140화. 인과응보(因果應報) 21.09.06 1,264 11 17쪽
139 139화. 사필귀정(事必歸正) 21.09.05 1,265 11 18쪽
138 138화. 추풍낙엽 같은 생명들 21.09.04 1,268 11 19쪽
137 137화. 비겁하게 피해가지 않는다 21.09.03 1,276 11 18쪽
136 136화. 요계왕과의 결투 21.09.02 1,294 11 19쪽
135 135화. 요계(妖界) 수행 21.09.01 1,289 11 18쪽
134 134화. 소원림의 복수전(復讐戰) 21.08.31 1,306 10 18쪽
133 133화. 새로운 한울 21.08.30 1,292 10 19쪽
132 132화. 헤어지기 싫은 친구들 21.08.29 1,296 11 19쪽
131 131화. 인수(人獸) 합격(合擊) 21.08.28 1,295 11 18쪽
130 130화. 요수 소탕작전 21.08.27 1,293 11 18쪽
129 129화. 환시성 내성 완공 21.08.26 1,298 11 19쪽
128 128화. 적의 생명도 중시한다 21.08.25 1,277 10 17쪽
127 127화. 우르강의 혈투(血鬪) 21.08.24 1,281 11 19쪽
126 126화. 반인족의 침략(侵略) 21.08.23 1,280 12 18쪽
125 125화. 아구산의 화산 폭발 21.08.22 1,308 13 18쪽
124 124화. 새로운 물결 21.08.21 1,327 12 18쪽
123 123화. 지옥의 심판(審判) 21.08.20 1,298 12 18쪽
122 122화. 유계의 파천대(破天隊) 21.08.19 1,303 13 19쪽
121 121화. 유계(幽界) 수행 21.08.18 1,342 13 18쪽
120 120화. 비승야차(飛昇夜叉) 출생 21.08.17 1,304 15 18쪽
119 119화. 혼원은하무량신공 대성 21.08.16 1,310 15 18쪽
118 118화. 피바다 거원해(巨怨解) 21.08.15 1,313 13 19쪽
117 117화. 야차족과 거인족의 혈투 21.08.14 1,323 13 18쪽
» 116화. 반인족 첩자(諜者) 사건 21.08.13 1,296 14 19쪽
115 115화. 어수족의 시조신(始祖神) 21.08.12 1,307 13 18쪽
114 114화. 어수족과 천망의 싸움 21.08.11 1,324 14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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