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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련하 님의 서재입니다.

삶의 위대함 - 한울 쥬맥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퓨전

완결

설련하
그림/삽화
설련하
작품등록일 :
2021.06.28 08:42
최근연재일 :
2022.10.17 08:20
연재수 :
290 회
조회수 :
379,322
추천수 :
7,321
글자수 :
2,467,752

작성
21.08.19 10:27
조회
1,303
추천
13
글자
19쪽

122화. 유계의 파천대(破天隊)

삶의 위대함 - 한울 쥬맥




DUMMY

십일성 마법인 현천의 불꽃으로 주변의 모든 영혼들이 소멸되어 버리자, 그 위에 떠서 아픈 얼굴로 아래를 내려다보던 선인이 혼자 중얼거렸다.


“죄인지도 모르고 짓는 죄가 더 무서운 법이다. 무엇이 죄인지도 모르고 산 그 생이 참으로 불쌍하구나!”


크게 한숨을 쉬더니 자신이 해 놓고도 마음이 아픈지 살래살래 고개를 저었다.


또 한참을 가는데, 붉은 풀이 갈대처럼 사람 키가 넘도록 무수히 자라 있었다.


그런데 그 수풀 속에 검은 옷을 입은 수백 명이 들키지 않으려고 납작 엎드려 있다. 눈이 마치 악마처럼 붉게 충혈된 무리인데······.


손에는 모두 날카로운 도검을 쥐고, 머리에는 검은 삿갓 같은 것을 깊숙이 눌러쓰고 있었다. 꼭 악마의 군졸 같은 모습으로!


피부조차 불에 태운 듯 시커먼데, 군데군데 하얀 백골이 드러난 것이 마치 불에 반쯤 태우다 건져 낸 모습들이다.


하나같이 끔찍한 모습에 선인도 질렸는지 고개를 살래살래 내저었다.


이들은 천사장이 주의하라는 무리들이었다. 지옥불에 던져져서 절반쯤 타다가, 지옥불을 지피다 도망간 악귀들 때문에(처음에 만난 무리) 그 틈을 노려서 집단으로 탈출한 무리인 것!


이 벌판에 숨어들어 조직을 만들고, 세를 불리고 있는 지옥의 역도들이다.


그중에 무리(武理)를 깨우친 자들이 많아서 탈출한 영혼들을 끌어모아 군대처럼 훈련을 시켰다고 한다.


그래서 지옥의 아수라(阿修羅)들도 우습게 보고 떼거리로 덤비는 자들이니 조심하라고 주의를 주었던 것!


하지만 태을 선인도 쥬맥이 건넨 셀렝게만년화리의 내단으로 경지가 올랐기 때문에 두려움을 느끼지 않았다.


육십 년분의 수행을 단숨에 쌓으며 법력과 영체가 성장하였고, 천지의 법칙을 더 깨달아서 천사장이 유계 수행을 했을 때보다 오히려 더 높은 경지에 이르렀으니 말이다.


선인이 그 악귀 같은 모습들을 가만히 노려보자 수백 명이 소리 없이 일어서더니, 진을 구축하며 조용히 둘레를 포위하는 것이 아닌가?


그런데 그 동작들이 매우 민첩하여 모두 초일류무사를 상회하는 재빠른 움직임이었다. 그리고 쥐고 있는 도검에서는 푸른빛의 진기가 안개처럼 흐르고 있었고. 그때···,


대장인 듯한 사내가 앞으로 나서더니 선인을 위아래로 사납게 훑어보았다.


“아니, 어디 이름 없는 별에서 온 선인 나부랭이 같은데···, 왜 가지 않고 이 나리의 신경이 쓰이게 하나?”


“그대들이 지옥불에서 탈출한 그 악명이 자자한 파천대(破天隊)인가? 지옥에서 탈출하여 하늘을 부수겠다?”


“죽고 싶어서 환장을 한 모양이지? 여기서 죽어 나간 선인(仙人)이 몇이나 되는 줄 아는가? 오늘 단단히 쓴맛을 봐야 정신을 차리겠군.”


“하하하! 길고 짧은 것은 대 봐야 알고, 쓴맛도 누가 볼지 모르지.”


“그래? 흐흐흐! 말은 청산유수처럼 잘하는데, 어디 배짱만큼 실력도 좋은지 우리 한번 오지게 붙어 보자고.”


말을 마치자 주변에 있는 수하들을 둘러보며 거만하게 지시를 내렸다.


“얘들아! 세상 물정은 모르고 배짱만 두둑해서 큰소리를 치고 있으니, 이 나리를 어서 최고로 대접해 드려라!”


“모두 파천대진을 펼쳐라!”


“파천대진! 파천세(破天勢)!”


검은 무사들이 주변의 붉은색과 어지럽게 뒤섞이며 마치 파도가 치듯이 움직이더니, 순식간에 선인을 다섯 겹으로 에워쌌다.


그리고 시작하자마자 각 원이 좌로 돌다가 우로 돌고 하면서 종잡을 수 없을 만큼 혼란을 일으키며 선인을 맴돌았다.


그러는 사이사이로 도강(刀罡)과 검강(劍罡)들이 사방으로 치고 들어오는데, 그 동작이 매우 빨라서 미처 눈으로는 쫓아가지 못할 지경이다.


선인은 몸에서 방패와 같은 하얀빛을 내뿜어 영체를 가리더니, 공격하는 무리를 한참 동안 지그시 바라보며 그 동태를 살피고 있었다.


공격은 모두 선인의 하얀 방패의 막을 뚫지 못했다. 그러나 공격이 격해지자 점점 그 막에 잔금이 가기 시작했는데······.


이러다가는 얼마 버티지 못할 것 같았다. 공격이 점점 더 수위를 높여 가며 거세어지고 있었으니 말이다. 쥬맥도 긴장하여 사태를 주시하는데, 그때 대장 같던 사내가 앞으로 나섰다.


그가 큰 청룡도 같은 장창을 끌고 달려오더니 하늘로 훌쩍 뛰어올랐다. 그리고 창에서 창강(槍罡)을 드러내어 후려치면서, 마치 천지를 두 쪽 낼 듯이 뒤에서부터 선인을 공격했다. 그러자 주변에는 거센 바람이 파도처럼 일었고.


“일창파천(一槍破天)!”


그 거센 힘에 순간적으로 공간이 휘고, 창날이 지나간 공간이 베어진 듯이 검은 궤적을 남겼다.


선인도 그 모습에 긴장하면서 순간적으로 몸을 움직이는데, 축지술을 쓰는 듯 몸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그러더니 기척도 없이 불쑥 적의 가슴 앞에 나타나서, 순식간에 무영창으로 마법을 시전했다. 찬란하게 금빛으로 빛나는 오른 손바닥으로 번개처럼 적의 가슴을 후려치는데······.


바로 십일성 마법인 ‘금룡계인(金龍契印)’을 시전한 것!


법술 신통은 시간이 걸리니 위급을 피하기 위해서 마법을 무영창으로 순식간에 펼친 것이다.


그러자 손바닥 장심에서 금빛 용이 빛살처럼 빠져나오더니 적의 가슴을 뚫고 뒤로 사라졌고, 가슴과 등에 금룡의 형상이 뚜렷하게 남았다.


이어서 그 금룡의 계인에서 앞뒤로 금빛 불길이 거세게 일면서 이글거리며 살이 통째로 타들어 가기 시작했다.


대장인 듯한 사내가 손으로 불길을 떨쳐 내려고 발버둥을 치지만, 떨어지지 않고 더욱 거세게 타들어 간다.


종국에는 몸통에 앞뒤로 금룡 형상의 큰 구멍이 뻥 뚫리고 말았다. 그에 따라 심장 부위도 모두 타서 흔적 없이 재가 되어 버렸고 말이다.


허망하게 자신의 뻥 뚫린 가슴을 지그시 바라보더니, 이번에는 하늘을 바라보는데 무언가가 무척 원망스러운 모양이었다.


“어떻게 이 마법의 비기가 또다시 나타났단 말인가? 흐으윽!”


원통하다는 듯이 거친 숨소리를 내뱉으며 서서히 뒤로 쓰러졌다. 그러면서 곧바로 한 줌의 먼지가 되어 허망하게 허공으로 흩날렸고······.


“으으으~”


금룡계인의 비기(秘技)를 목격한 파천대는 흠칫하더니, 신음만 흘리며 경계심을 가지고 공격을 삼가고 있었다.


그러자 태을 선인이 주변을 한 번 휙 하고 둘러보더니 손으로 수인(手印)을 맺으며 법술의 진언을 외웠다.


“태초의 혼돈이기로 그대들을 멸하노니 무에서 태어나 무로 돌아갈지어다. 혼돈이기탄(混沌二氣彈)!”


선인이 수인을 맺은 두 손을 주변의 파천대를 향하여 휘저었다.


그러자 두 손에서 검은 주술문자들과 검은 기운이 거세게 일어나며 뇌운처럼 앞으로 퍼져 나갔다.


그러면서 종횡무진(縱橫無盡)으로 파천대를 휩쓸어 쑥대밭으로 만들었다.


꽈아아앙~


거대한 폭음이 들리고···, 백여 명의 파천대원들이 먼지처럼 잘게 부서져서 허공으로 흩어지며 사라져 간다.


그야말로 순식간에 선인의 신통에 당하여 그 무섭다는 존재(存在)들이 우주에서 소멸해 버린 것이었으니!


그러자 아직도 남아 있는 이백여 명의 파천대가, 이제 도저히 자신들의 힘으로는 선인을 감당할 수 없음을 안 모양이다. 갑자기 등을 돌리고 사방으로 흩어져서 우르르 달아났다.


그들을 바라보다가 선인이 한심하다는 듯이 비웃는 어조로 말했다.


“이런 실력으로 어찌 팔천계를 뒤엎겠다고 파천대라는 이름을 쓴다는 말인가? 쯧쯧쯧!”


기가 차는지 선인이 혀를 찼다. 그리고 이번에도 법력의 소모가 많은지 또 잠시 자리에 앉아서 운기조식으로 기를 보한 다음, 일어서서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한참을 앞으로 나가니 이번에는 수백 장은 될 법한 넓은 호수가 나타났다.


그런데 그 넓은 호수의 물이 마치 핏물처럼 붉지 않은가?


그리고 그 물속에는 아귀처럼 날카로운 이빨을 가진 붉은색의 큰 물고기들이 수없이 헤엄쳐 다녔다. 마치 물에 들어오기만 하면 모두 잡아먹겠다는 듯이 흉악한 입을 쩍쩍 벌리면서.


오기 전에 들었던 혈해라는 지옥의 호수였다. 지옥에 떨어진 영혼들의 피로 이루어졌다는 바로 그 혈해(血海)!


커다란 굴대를 돌리면 연자방아처럼 데굴거리며 돌아가는데, 지옥에 떨어진 사람들의 영기를 짜내기 위해서 그 안에 영혼들을 던져 넣고 기름을 짜듯이 짓이긴다는 것이다.


마치 콩국을 만들기 위해서 맷돌로 콩을 갈 듯이······. 그리고 방앗간에서 참깨나 들깨를 볶아서 넣고 참기름과 들기름을 짜듯이 말이다.


그렇게 하여 가장 아래로 가라앉는 영기만 걸러 내고 남은 핏물은 모두 이곳에 버려서 생긴 호수라고 하니, 혈해라는 이름이 어울릴 법도 하였다.


붉은 핏빛이 끝없이 펼쳐져 있으니······.


선인이 가만히 호수를 바라보며 여러 가지 상념에 잠겨 있는데, 갑자기 호수 가운데에서 핏물이 치솟더니 거대한 핏빛 괴수(怪獸)가 한 마리 튀어나왔다.


전신이 어느 곳 할 것 없이 모두 붉은데, 쭉 찢어진 거대한 두 눈에는 붉은 광망이 어려 있었다. 그리고 전신에는 마치 뱀의 비늘 같은 것이 번쩍거리며 단단하게 덮여 있었고.


괴수가 긴 꼬리를 지지대 삼아 사람처럼 두 발로 일어서더니, 날카로운 발톱을 벌린 채 선인을 사납게 노려보았다. 마치 잡아먹을 것처럼······.


바로 이 혈해에 산다는, 악명(惡名)이 널리 퍼진 괴수 혈령(血靈)이었다.


그런데 배가 고픈지 갑자기 두 손을 혈해에 넣고 휘젓더니, 커다란 아귀 같은 물고기를 몇 마리 잡아서 산 채로 우두둑거리며 씹어 먹었다.


퍼덕거리는 아귀를 산 채로 게걸스럽게 씹어 먹는 모습이, 꼭 오래 굶주린 진짜 아귀(餓鬼)를 닮았다. 그런데···,


핏물을 줄줄 흘리며 몇 마리를 다 씹어 삼킨 괴수가, 이번에는 태을 선인을 노려보며 혈해 밖으로 걸어 나오기 시작했다.


깊은 곳에 있을 때보다 괴수의 키가 점점 커지는데, 팔만삼천 근이 나가는 인드리코룡보다 열 배쯤 커 보였다.


그런데 마치 전설에 나오는 고대의 공룡처럼 거대한 덩치에 시뻘겋게 찢어진 입을 쩍 벌리더니, 하늘을 향해서 거칠게 포효를 하는 것이 아닌가?


“크아아아아아아아~~~”


그 소리 때문에 일대에 지진이 일고 음파에 풀과 나무가 뽑혀져 날아갔다.


태을 선인도 주춤하며 뒤로 물러섰다. 그러자 무릎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선인을 가소롭다는 듯이 노려보더니 손을 휘둘러서 한 손에 낚아채려고 한다.


그런데 선인의 영체는 마치 바람결에 흔들리는 구름과 같고, 물결 따라 흐르는 돛단배 같았다.


괴수의 손이 다가오면 자연스레 뒤로 밀리고, 손을 거두면 또 다가서고······.


기가 서로 감응하여 마치 자석처럼 둘이 서로 함께 움직이는 듯했다.


손으로는 붙잡지 못한다고 생각한 괴수가 화가 머리끝까지 치솟자 숨을 깊게 들이마시더니, 선인을 향해서 거대한 핏물 줄기를 포탄처럼 쏘아 보냈다.


“푸아아아악~”


퍼버벙~ 후두두두둑!


뱃속에서 독과 섞인 것인지 핏물에서는 독하고 역한 냄새가 함께 풍겼다. 이에 선인이 영체 둘레에 하얀 광채로 방패막을 치고 하늘로 솟아올랐다.


그러자 괴물이 이때를 기다렸다는 듯이 입을 쩍 벌리고 덤벼들었는데······.


“후아아아아악~~~”


흉측하게 벌어진 입으로 검붉은 불길을 선인에게 토해 내며 거칠게 공격을 가했다.


“이놈이 이제 발악을 하는구나!”


선인이 두 손으로 수결을 맺고 법술의 진언을 외우며, 불길을 향해서 두 손바닥을 나란히 앞으로 밀어 냈다.


“빙해의 한염(寒炎)으로 뭉쳐진 빙혼이여! 지옥의 불길을 잠재우라! 빙해의 빙혼살(氷魂煞)!”


그러자 두 손에서 새하얀 한기(寒氣)가 바람처럼 뿜어져 나가더니 괴수가 뿜어낸 불길이 그대로 얼어붙었다.


그것이 유리처럼 바닥으로 떨어지더니 갈가리 파편으로 부서졌고······. 심지어 괴수 혈령의 전신도 표면이 투명한 얼음으로 얼어붙었다.


그런데 괴수가 한 번 거칠게 몸부림을 치자, 겉에 얼었던 얼음이 부서져서 조각조각 사방으로 튀어 나간다.


드디어 괴수의 눈에 두려움이 어렸다. 그러나 물러서지 않고 번개처럼 뛰어오며, 그 큰 덩치로 위에서 덮쳐 온몸으로 깔아뭉개려고 하였다.


그러자 선인의 몸은 바람에 밀려나듯 다시 자연스럽게 옆으로 밀려나왔다.


혈령이 몇 번이나 용을 써도 선인을 어찌하지 못하자 드디어 뒤돌아서 혈해 속으로 도망가기 시작했다.


“이놈! 올 때는 네 마음대로 왔지만 갈 때는 네 마음대로 갈 수 없다.”


선인이 그 모습을 보고 뒤쫓아가서 번개처럼 날아올라 괴수의 정수리에 내려앉더니 마법으로 공격했다.


순식간에 마도식을 끝내고 금빛으로 빛나는 오른 손바닥으로 잽싸게 머리를 위에서 아래를 향해 내리친다.


“금룡계인! (金龍契印)”


그러자 손바닥에서 금빛 용이 빠져나오더니 머리를 뚫고 아래로 사라지는데, 머리 위와 턱밑에 금룡의 큰 형상이 뚜렷하게 남았다.


그 금룡의 계인(契印)에서 앞뒤로 금빛 불길이 거세게 일면서 안으로 타들어 가기 시작했다. 그러자 혈령은 고통스러운지 발톱으로 머리를 쥐어뜯으며, 불길을 털어 내려고 안간힘을 쓰지만 결코 떨어지지 않았다.


오히려 더욱 거세게 타들어 가더니 종국에는 머리와 턱 사이에 큰 금룡(金龍)의 형상으로 구멍이 뻥 뚫려 버렸다. 속된 말로 바람구멍이 난 것!


이 금룡계인의 비기는 지난번에 쥬맥이 선물한 만년화리의 내단 덕이었다. 일시에 육십 년분의 법력(法力)을 쌓아서 유계 수행 전에 겨우 완성한 것이다.


머리에 큰 구멍이 뚫린 괴수는 서서히 혈해로 쓰러져 모습을 감추었고, 선인도 그 자리에 좌정하여 한동안 움직이지 않고 운기조식을 하였다.


운기조식을 마친 선인이 자리에서 일어서는데, 얼굴빛이 아직도 피곤해 보였다.


“이제 법력을 많이 소모했으니 오늘은 이만하고 지옥이나 한번 둘러보자. 나도 처음이라 무척 궁금하구나.”


마치 쥬맥의 의식이 들으라는 듯이 얘기를 하더니 옆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호수의 옆으로 이어진 길을 따라서 한참을 걸으니 그 폭과 깊이를 알 수 없는 거대한 절벽에 이르렀다.


그 절벽의 중간쯤에는 돌출된 큰 턱이 있고 드넓은 분지가 보이는데, 지옥의 벌을 받는 사람들이 자신의 차례가 오기를 기다리는 대기 장소였다.


앞은 낭떠러지에 그 아래는 지옥이요, 나머지 방향은 모두 수천 장의 높은 절벽으로 둘러싸였으니 어떻게 도망을 가겠는가? 그저 차례를 기다릴 뿐이지!


그곳에는 수많은 종족들과 셀 수 없이 많은 사람들이 뒤엉켜서 차례를 기다리는데······.


그 안에서도 서로 아귀다툼을 벌였다. 어떤 사람은 낭떠러지 아래의 지옥을 내려다보며 그 참혹(慘酷)한 모습에 치를 떨었고 말이다.


어떤 사람은 뒤쪽에 웅크리고 앉아서 무릎 사이에 얼굴을 파묻고 두 손으로는 귀를 틀어막고 있었다.


아래에서 들려오는 끔찍한 비명이 위에서 순서를 기다리는 자들에게는 더욱 고통스러운 것이 아니겠는가?


그때 갑자기 거대한 아수라들이 큰 삽을 들고 나타나더니, 군중들 사이에서 잡초를 뽑듯이 수천의 영혼들을 집어내어 그 삽에 담았다.


그리고 마치 흙덩이를 던지듯이 삽에 담긴 영혼들을 낭떠러지 아래로 집어 던졌다. 그러자 아래서 대기하고 있던 수많은 악귀들이 하나씩 집어 들어 목에 걸린 영패(靈牌)를 확인한다.


영혼별로 받을 벌에 대한 정보가 그 영패에 담겨 있는지, 그걸 확인한 다음 하나씩 해당하는 지옥으로 끌고 가서는 그 안으로 집어 던졌다. 그러면 그때마다 터져 나오는 처절한 비명 소리들!


“아아아아악! 살려 줘!”


어떤 지옥은 새파란 불꽃이 이글거리는 지옥불 위에 거대한 솥이 걸려 있고, 그 안에 영혼들을 던져 넣어서 요리를 하듯이 볶아 댔다. 그러면 온몸이 푸른 불길에 휩싸여서 죽겠다고 비명을 내지른다.


“끄아아아악!”


“크아악! 잘못했어요. 살려 주세요!”


뒤늦은 후회로 고통스러운 비명(悲鳴)들을 내지르며 아우성을 치건만······.


온몸이 새까맣게 타도록 볶더니 기름을 짜는 압착기 같은 것에 집어넣고 영기를 짜낸 뒤, 나머지 찌꺼기는 불쏘시개로 던져 버렸다.


또 한 곳은 붉은 불길이 일렁이는 용암인데, 그 속에 수많은 영혼을 던져 넣고 뼈만 남을 때까지 놔두었다. 그리고 끝까지 녹지 않은 뼈는 모두 건져 내어 다시 지옥불을 일구는 불쏘시개로 사용했다.


그 속에서도 서로 용암에 빠지지 않으려고 다른 사람을 밟고 기어오르니 아비규환(阿鼻叫喚)이 따로 없었다.


“한 번만 살려 주세요! 다시는 죄를 짓지 않겠습니다.”


“잘못했습니다! 제발 살려 주세요.”


그러나 그 소리를 귀담아듣는 악귀(惡鬼)는 하나도 없었다.


또 한 지옥은 거대한 뱀과 지네 같은 것들이 뒤엉켜서 득실대는데······.


그 안에 던져진 영혼들을 머리부터 오독오독 씹어 먹으면, 영기는 오줌처럼 줄줄 흘러서 큰 통에 고였다.


그리고 찌꺼기는 똥처럼 나와서 한곳에 쌓이는데, 그것을 지옥불에 던져서 태우고 있었다. 역시 지옥불을 일구는 불쏘시개가 된 것!


그래도 그중에 이곳이 좀 나은데 못 볼 것, 보지 말아야 할 것을 즐겨 본 사람들은 붉게 달군 쇠꼬챙이로 눈알을 수없이 찌른다.


가랑이 가운데를 잘못 놀려서 많은 사람들을 절망의 구렁텅이로 밀어 넣은 사람은, 붉게 달군 인두로 그곳이 없어질 때까지 문지르고 있었고.


그리고 악독한 마음으로 주변 사람들을 해한 사람도 붉게 달군 쇠꼬챙이로 심장을 수없이 찔러 대고 있었으니······.


“으아아아악! 내 눈! 내 눈!”


“잘못했으니 제발 내 거시기를 망가뜨리지 마시요!”


“눈에는 눈, 피에는 피로 대했을 뿐인데 왜 내 심장을 찌르느냐?”


온갖 고함과 비명이 난무하고 있었다.


어떤 곳은 거대한 굴레 밑에 수천의 영혼을 그대로 던져 넣어 기름을 짜듯이 피륙을 분리하는데······.


어떤 곳은 극한(極寒)의 얼음으로 얼려서 거대한 망치로 산산이 부수는 곳도 있었다.


얼릴 때는 조금씩 온도를 낮추어 가니 오랜 시간을 추위에 떨어야 했다. 얼어도 영혼이라 정신은 살아 있으니 그 얼마나 끔찍하겠는가?


그러니, 죄를 지은 뒤에 후회하지 말고 죄짓기 전에 다시 한 번 생각할 일이었다.


이 생계에서 살아가는 누구나 말이다.




감사합니다. - 설련하(偰輦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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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8 138화. 추풍낙엽 같은 생명들 21.09.04 1,268 11 19쪽
137 137화. 비겁하게 피해가지 않는다 21.09.03 1,276 11 18쪽
136 136화. 요계왕과의 결투 21.09.02 1,294 11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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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8 128화. 적의 생명도 중시한다 21.08.25 1,277 10 17쪽
127 127화. 우르강의 혈투(血鬪) 21.08.24 1,281 11 19쪽
126 126화. 반인족의 침략(侵略) 21.08.23 1,280 12 18쪽
125 125화. 아구산의 화산 폭발 21.08.22 1,308 13 18쪽
124 124화. 새로운 물결 21.08.21 1,327 12 18쪽
123 123화. 지옥의 심판(審判) 21.08.20 1,298 12 18쪽
» 122화. 유계의 파천대(破天隊) 21.08.19 1,304 13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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