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설련하 님의 서재입니다.

삶의 위대함 - 한울 쥬맥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퓨전

완결

설련하
그림/삽화
설련하
작품등록일 :
2021.06.28 08:42
최근연재일 :
2022.10.17 08:20
연재수 :
290 회
조회수 :
379,324
추천수 :
7,321
글자수 :
2,467,752

작성
21.08.25 10:29
조회
1,277
추천
10
글자
17쪽

128화. 적의 생명도 중시한다

삶의 위대함 - 한울 쥬맥




DUMMY

그렇게 한 시진 정도가 지나자 서 있는 반인족 전사는 한 명도 없었다······.


모두 죽어서 바닥에 쓰러졌거나 일부는 중상을 입어서 바닥을 기고 있었고.


동귀어진의 수법에 걸려서 천인족의 고위 무사들도 여섯 명이나 죽고 여덟 명이 부상을 당했다.


초일류고수가 일반 전사들에게 죽었으니, 그야말로 늑대가 양떼에게 물려 죽은 개죽음이라고나 할까?


멀쩡한 몇 명을 딸려서 부상자와 전사자를 축성지의 진지로 돌려보내고, 팔십여 명이 반인족 중에서 경상을 입은 세 명을 이끌고 전장으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그 나머지 죽은 시체와 중상자들은 밤이 되자 근처를 떼 지어 배회하던 들짐승들의 먹이가 되었다.


경상자 세 명을 본진으로 데려다주는 것은, 습격대가 전멸했음을 알고 빨리 왔던 곳으로 물러나라는 뜻이다.


이들이 돌아가야 텡베는 습격이 실패했음을 알고 어느 쪽으로든 결단을 내릴 것이 아니겠는가?



······그리고 흐르는 시간.


사흘 뒤.


천인족 추격대 팔십여 명과 반인족 생존자(生存者) 세 명이 다시 전장에 그 모습을 드러냈다.


그들은 반인족 부상자 세 명을 죽이지 않고 그대로 적진으로 돌려보냈다.


그동안 습격조의 소식을 기다리며 소극적으로 소규모 전투만 하면서 시간을 끌던 텡베 추장.


그 막사로 급히 참모가 들어섰다.


그 뒤에는 살아 돌아온 세 명의 전사가 절뚝거리거나 팔을 싸맨 채 초라한 몰골로 뒤따르고 있었고······.


“추장님! 긴급 보고입니다. 축성지 습격대가 실패를 했다고 합니다.”


“아니, 실패라니 어떻게 된 거야? 설마 연락이라도 온 건가?”


“이 세 명만 살아서 돌아왔습니다. 나머지는 모두 다 죽었답니다.”


“뭐야? 어떻게 그럴 수가? 그런데 어떻게 너희만 살아서 돌아왔느냐?”


그러자 그중에 선임이 나서서 말했다.


“친친두 대장과 전원이 죽음을 불사하고 싸웠으나 모두 죽었습니다. 저희도 이렇게 부상을 당했는데, 천인족 무사들이 여기까지 끌고 오더니 웬일인지 그냥 놓아주었습니다.”


“그래? 그런데 적이 얼마나 많기에 모두 전사를 했단 말이냐?”


“적은 백여 명밖에 안 되는 소수였으나 얼마나 날래고 강한지 많은 수로도 도저히 당할 재간이 없었습니다. 죽여 주십시오.”


“겨우 백여 명? 그럼 그 수에 우리 오천 명의 전사들이 모두 당했다는 말이냐?”


“그렇습니다.”


“그럼 적은 몇 명이나 죽였느냐?”


“여섯 명 정도를 죽이고, 여덟 명 정도는 부상을 입혔습니다.”


“오천 명이 다 죽으면서 겨우 여섯 명을 죽였다고? 도대체 그게 말이 되는 소리냐?”


“실제로 저희가 두 눈으로 보고 몸으로 겪은 일입니다. 믿어 주십시오. 정말입니다.”


“그래, 알았다. 너희는 이만 물러가서 치료를 받도록 해라.”


부상자 세 명이 절을 하고 물러갔다.


‘어떻게 이럴 수가?’


참모와 마주 앉은 텡베 추장 표정이 아주 심각(深刻)하다. 오천 명의 정예군 전사들을 보냈는데, 세상에 백 명에게 풍비박산으로 당하고 오다니!


“저들의 말이 정말로 들리나?”


“선발대나 이곳 전투에서 겪은 걸로 봐서는 사실일 겁니다. 우리가 여기서 대치하며 소규모로 시간을 끌기 위한 소모전(消耗戰)을 벌이는 동안, 저들은 가장 뛰어난 전사들만 뽑아서 습격대를 공격한 것이 틀림없습니다.”


“그럼 우리가 소극적으로 임한 것이 오히려 고수들을 빼돌리는 기회를 줬다는 말이군. 이제 다시 습격조를 보낼 수도 없고, 남은 병력도 채 이만이 되지 않는데 어떻게 하지? 난감하군.”


“일단 싸우지 말고 주변을 튼튼히 방어하면서, 울트 대추장님께 전서응을 보내서 지시를 받는 것이 좋겠습니다.

이 상태로 계속 싸우면 전멸을 당할 공산이 크고, 그렇다고 허락도 없이 물러날 수도 없지 않습니까?”


“우리가 가만히 있다고 저들이 우리를 공격하지 않을까?”


“그동안 천인족이 행한 전투 형태로 미루어 볼 때, 일부러 공격해서 죽이려고 들지는 않을 것입니다. 저들은 천신을 믿기 때문에 우리와 다르게 생명을 중시하는 경향이 있으니까요.”


“생명을 중시한다! 적이라도 생명을 중시한다니, 허 참! 내 꼴이 우습군.”


“그럼 제가 문서를 작성하여 대추장께 전서응으로 보내도록 하겠습니다.”


“지금은 달리 뾰족한 수가 없으니 일단 그렇게 하게.”


참모가 물러나고 난 다음에도 텡베는 혼자서 깊은 생각에 잠겨 있었다.


특히 ‘적의 생명이라도 중시한다’는 말을 곱씹어 보며 왜 반인족과 다른지, 천인족은 왜 그런 생각을 하는지···, 곰곰이 헤아려 보았다.


어느 것이 옳고 그른지를 따져 보는 것이다. 생각할수록 덥석 미끼를 물고 전쟁을 일으킨 것이 후회도 되고······.



그리고 사흘 뒤.


울트 대추장에게 보냈던 전서응이 답신을 가지고 돌아왔다.


급히 발목의 통신문을 꺼내어 읽어 보자 그러한 상황이면 비록 목적은 이루지 못했으나, 나름대로 천인족의 시선을 돌린 것이니 부하들을 데리고 돌아오라는 답신이었다.


문제는 후퇴를 할 때 천인족이 곱게 보내 줄 것이냐 하는 것인데······.


원래 나아가는 것보다 물러나기가 더 어려운 법이다. 잘못 물러서면 오히려 크게 당할 수도 있는 문제이니.


무언가 특단의 대책이 필요했다.


고민하던 텡베는 다음 날 천인족 말이 능숙한 부하를 데리고 천인족의 진지 근처로 접근했다.


“여기 이분은 이번 출정을 총괄하는 텡베 추장인데, 천인족 대장과 대화를 나누고 싶다 하십니당.”


그러자 천인족에서는 환시성의 수호 책임을 지고 있는 쥬맥이 나섰다.


“나는 천인족의 백호대장 쥬맥이다. 무슨 일로 찾아왔는가?”


“화산 폭발(火山爆發)로 식량이 없어서 어쩔 수 없이 이곳으로 왔으나, 더 이상의 싸움은 아무런 의미가 없으니 돌아가고자 한다고 하십니당.”


“그대들의 침략으로 우리도 많이 죽고 다쳤으며 축성(築城)에도 많은 문제가 생겼는데, 이제 와서 배상도 없이 그냥 돌아가겠다는 것인가?”


“대신에 식량으로 끌고 온 고대코뿔소 오백 마리와, 보급품 운반용으로 끌고 온 시리낙타 오백 마리를 화해의 조건으로 바치겠다고 합니당.”


“그 말을 어찌 믿으라는 말인가? 식량이 없어 침략했다면서 식량으로 끌고 온 가축을 내줄 수 있는가?”


“식량은 돌아가는 길에 사미르 사막에서 사냥을 하면 된다고 합니당. 그러니 이만 화해하고 돌아갈 수 있게 해 달라고 합니당.”


“좋다. 그럼 내일 중으로 약속한 가축들을 보내고, 3일 내로 철군하면 뒤를 공격(攻擊)하지 않겠다.”


“그렇게 하겠답니당. 가축은 내일 오후에 보내겠답니당.”


“알았다. 다시 침략하면 그때는 그 누구도 살아서 돌아가지 못할 것이다. 이만 물러가라.”



다음 날 오후.


고대코뿔소 오백 마리와 시리낙타 오백 마리를 보낸 반인족은 철군(撤軍)을 서두르기 시작했다.


하루라도 빨리 이 악몽 같은 격전지를 벗어나고 싶었다. 저들은 사람이 아니다. 모두 전쟁 귀신들이다.


괜히 울트의 꼬드김에 넘어가 새로운 땅은 개척도 하지 못하고 아까운 부하들만 한 많은 눈을 감았다.


텡베를 비롯한 지휘부(指揮部)부터 빠져나가 강을 건너더니, 사흘 뒤에는 모두 떠나고 전사자들을 묻어 둔 무덤만 덩그러니 남았다.


이렇게 돌아갈 것을 왜 침략을 하여서 반인족과 천인족의 수많은 생명을 앗아갔단 말인가? 참으로 그 이유를 모를 일이라, 텅 빈 적진을 바라보니 황당(荒唐)하기 그지없어라.



천인족과의 전투에서 쓰라린 패배를 당하고 돌아가는 텡베 추장은, 돌아가는 길도 그리 평탄치 않았다.


식량을 조달하기 위해서 사미르 사막의 서쪽을 지나며 공룡이나 파충류 등을 사냥했으나, 아구산의 화산 폭발로 먹이를 찾아서 탁녹대평원 쪽으로 이동하던 공룡(恐龍) 떼와 부딪쳤다.


비록 몇백 마리를 사냥하여 식량을 확보하기는 했으나, 사나운 공룡들의 기습에 또 수천 명이 목숨을 잃었다.


포유류가 늘어나면서 에피온개 등 포유류 수천 마리가 떼를 지어서 공룡을 먹이로 몰이 사냥을 했다.


그래서 지금 살아남은 공룡은 인드리코룡처럼 거대해서 건들지 못하거나, 빠르고 사나우면서 떼 지어 사는 공룡, 하늘을 나는 익룡류 등 극히 일부만 살아남았고, 대부분의 공룡은 포유류 떼의 먹이가 되어 사라졌기 때문이다.


이렇게 누군가의 꼬드김으로 시작된 전쟁은, 참혹한 상처만 남긴 채 아무런 의미(意味)도 없이 끝나고 말았다.


이번 전투로 천인족의 백호대와 천령대에서는 무사들 삼백여 명이 죽고 일천여 명이 부상을 당했다.


수만의 적을 죽이고 물리쳤으니 큰 대승이라 할 만했지만, 주거지로 돌아오는 쥬맥의 마음은 그리 밝지 못했다.


보이지 않는 전후 사정을 꿰뚫어 보면 뭔가 음모의 냄새가 났기 때문이다.


그리고 비록 적이라고는 하나 수많은 생명을 죽였는데 인간으로서 어찌 마음이 편하겠는가? 자신은 결코 살인귀가 아닌 것을!


죽은 자들에게는···, 그리고 또 그 가족들에게는 뭐라고 말하고?


그저 죄 없는 가슴만 답답할 뿐이니!



여기는 천인족의 본 주거지.


그런데 지금 한울과 천사장이 마주 앉아서 심각(深刻)한 얘기를 나누는 모양이다. 서로 머리를 맞대고 목소리를 낮추어 상의하고 있는데, 얼굴 표정이 어둡고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아니, 우리 천인족에서 반인족들과 내통(內通)하는 자들이 있다는 말이오? 도대체 그게 누구란 말입니까?”


“아무래도 확증은 없으나······. 보 대족장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보 대족장이요? 대족장씩이나 되는 사람이 뭐가 아쉬워서요?”


“한울께서 용퇴할 시기가 얼마 남지 않자 아무래도 그 자리를 두고 대족장들 사이에 알력이 생기는 모양입니다.”


“우리 종족이 아직도 멸족의 위기를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는데, 권력욕(權力慾)으로 적전 분열하면 우리는 모두 죽습니다. 그건 안 될 말이에요.”


“그래서 가능한 표면화시키지 않으려고 한울께만 말씀드리는 겁니다. 사실 전에 태을 선인으로부터 기밀로 이런 연락이 왔습니다. 한번 보시지요.”


품속에서 긴 서신을 한 장 꺼내어 내밀자 그것을 받아서 읽는 한울의 얼굴이 온통 붉으락푸르락하더니, 나중에는 침통하게 변했다. 그러더니 힘없이 서신을 내려놓고 입을 열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가 있단 말입니까? 우리 천인족의 씨를 도둑질하고, 그리고 또 그들을 이용하여 우리를 염탐하는 첩자로 쓰다니······.


하늘이 공노할 일입니다. 아무래도 이건 그냥 두어서는 안 되겠어요. 아리별에서처럼 정보를 파악하고 기강을 잡는 감찰대를 조직하든지 해야지.”


“그게 좋을 듯합니다. 수신호위를 맡고 있는 안율 호위대장 밑에 기찰단을 두고, 문제가 더 커지기 전에 정보를 장악해야 합니다.”


“알겠습니다. 내일 바로 천령대에서 실력 있고 믿을 만한 사람 백 명 정도를 추려서 기찰단을 만들고, 정보를 파악하도록 조치하겠습니다. 우선은 우리 둘만 아는 비밀로 진행하시지요.”


“잘 생각하셨습니다. 알겠습니다.”


이렇게 해서 비밀리에 한울 산하에 정보를 다루는 기찰단이 조직되었다.



반인족의 공격을 물리치고 돌아온 쥬맥은 밀린 업무로 정신이 없는데, 또 갑자기 사건이 생겼다.


아구산의 화산 폭발로 사미르사막 일부가 화산재로 뒤덮이자, 공룡(恐龍) 떼가 먹이를 찾아서 탁녹대평원으로 몰려든 것!


그중에 일부는 환시성을 축성하는 곳에까지 나타나서 공사를 위협하니, 토벌(討伐)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백호대 이천으로 오백 명씩 4개 조를 만들어 인근(隣近)으로 이동한 공룡들을 잡기 시작했다.


여러 악조건에서도 살아남은 공룡들을 잡는 것은 매우 위험했는데······.


그 덩치도 덩치지만 빠르고 사나워서 잘못하면 발톱이나 이빨에 큰 상처를 입기 쉬웠다.


힘들게 공룡 삼백여 마리를 잡고 나머지는 멀리 쫓아 보낸 뒤, 또 넘치는 고기를 배불리 나누어 먹으며 잔치를 벌였다.


그리고 부산물인 튼튼한 가죽과 발톱, 뼈 등은 여러 가지 용도로 쓰였다.


가볍고 튼튼한 가죽은 가능한 남겨서 백호대나 부족 무사들의 보호구를 만드는 데 사용하도록 했다.


금속으로 만들면 무겁고 딱딱하여 행동에 불편을 초래하기 때문이다.


요즘은 독화살이나 강력한 활로 공격을 하는 경우가 많아서, 아무리 고수라고 해도 눈먼 화살에 당할 수 있었다.


그래서 부하들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서 만일의 사태에 대비한 안전장치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여긴 것.


쥬맥이 급한 일을 처리하고 겨우 한숨을 돌리며 태을 선인을 찾아갔다.


“오랜만에 보는구나. 싸우러 다니느라 바빴지?”


“반인족에, 공룡에, 정신이 없었습니다. 잘 지내셨지요?”


“네 덕에 착실하게 내성을 잘 쌓아서 이제 내일 정도면 완공이 될 것 같구나. 힘든 일 하나는 끝낸 거지.”


“와! 내성의 외곽 축성에만 사 년이 넘게 걸렸네요. 축성식도 해야죠?”


“모레 하루는 쉬자구나. 월광등은 나중에 한 번에 설치하기로 했으니까 얹어 놓을 기석만 세워 두고, 내일 공사가 마무리되면 내성 출입을 통제할 계획이다. 이제 아무나 함부로 들어서지 못한다. 보안을 유지 해야지.”


“그럼 저도 미리서 구경이나 해 놓아야겠네요.”


“인석아! 너야 지원 책임자이니까 아무 때나 들랑거려도 된다.”


“그럼 모레 쉬는 날에는 부족민이랑 일한 인부들도 불러서 고기로 잔치를 벌이고 술도 한 잔씩 하게 하시죠?”


“그 많은 고기를 어디서 구하누? 남은 예산에서는 고기를 살 여유가 없구나. 좋은 방법이 없을까?”


“그건 걱정하지 마십시오. 이번에 잡은 싱싱한 공룡고기가 아직도 많이 남아 있으니까 그것으로 하면 됩니다. 술은 싼 술로 돌리죠 뭐. 자금(資金)이 부족하면 저도 좀 보태겠습니다. 돈 하면 또 이 쥬맥이 아닙니까?”


“그러자. 고생들 했는데······. 편하게 쉬면서 먹고 노는 날도 있어야지.”


“그런데 본 주거지에서는 아무도 안 오십니까? 초대를 할까요?”


“그쪽도 나름대로 바빠서 외성이 완공되면 한꺼번에 하자고 하는구나.”


“그러면 저희야 준비하느라 번잡하지 않으니까 더 좋죠 뭐. 손님처럼 왔다가 가면 그 뒤치다꺼리만 힘들죠. 그렇게 준비하겠습니다.”


“그래, 부탁하마.”


드디어 내성이 완공되고 자축연(自祝宴)을 벌이는 날이 되었다.


기밀을 요하는 곳에는 백호대가 지켜 서서 출입을 통제(統制)하였고, 일반인들의 출입이 가능한 장소는 전부 문을 활짝 열고 모두에게 공개되었다.


아침에 내성 앞에 있는 넓은 뜰에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앞에는 나지막하게 작은 단을 설치하고, 태을 선인이 올라가서 형식(形式)에 구애됨이 없이 편하게 말했다.


“여러분! 그동안 내성을 쌓느라고 수고가 많으셨습니다. 드디어 내성이 완공되어서 오늘 하루를 쉬고 내일부터는 외성 공사에 들어가겠습니다.


그 기념으로 오늘 내성을 공개하고, 이 뜰에서 우리의 든든한 보호자인 쥬맥 백호대장이 마련한 공룡고기에, 비록 싼 술이지만 술을 한 잔씩 대접할 예정이니 많이들 드시기 바랍니다.


자, 모두 내성 주변도 둘러보시고 안에도 들어가 보십시오. 감사합니다.”


짝짝짝짝!


“와~ 수고들 하셨습니다.”


“만세! 드디어 내성을 완공했다.”


모두 기대에 들떠서 웅성거리며 우르르 몰려가 내성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여보! 얘들아! 여기야 여기!”


쥬맥도 아내 미루와 아이들을 불러서 나란히 손을 잡고, 외부부터 구경해서 안으로 들어가기로 했다.


한참 호기심이 많은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내성에 있는 산 정상까지는 올라가 봐야 하지 않겠는가?


일반 부족민들도 모두에게 허락된 오늘이 아니면 언제 그 산에 올라가 볼지 모르니 너도 나도 욕심을 냈다.


내성의 외벽은 붉은 화강암으로 십칠 장(51m)을 쌓아 올린 뒤, 그 위에 지휘용 성루(城樓)까지 지어서 높이가 까마득하다. 밑에서는 고개를 들어도 끝이 잘 안 보일 지경이니······.


그 웅장하고 아름다운 모습에 모두 벌어진 입을 다물 줄 몰랐다.


높이도 높이지만 붉은 화강암으로 통일된 그 색채가 참으로 장관이었다.


“우와~ 감탄사밖에 안 나오네.”


“아빠! 정말로 아빠가 이 큰 성을 함께 쌓았어요?”


“그럼! 태을 선인님과 여러 사람이 함께 쌓았지. 아빠도 거들고······.”


“와아~ 정말 너무 대단해요. 우리 아빠가 자랑스러워요.”


쥬온이 성벽과 성루를 바라보며 연신 감탄을 하였고, 아내 미루도 그 거대한 성벽과 성루를 보며 연신 감탄사(感歎詞)를 터뜨렸다.


안으로 들어서니 직경이 일천 장(3km) 정도 되는 성안에 작은 산이 가운데 우뚝 솟아 있고, 여러 아름다운 건축들이 산 둘레로 수없이 들어서 있다.


산에는 여기저기에 땅속으로 들어가는 문들이 있는데, 모두 백호대가 지켜 서서 출입을 통제하였다.


내성만 해도 하도 넓어서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봐야 할지 모를 지경이었다.


그래도 다들 산에는 오르는 모양이다. 그곳에 오르면 내성 전체를 한눈에 볼 수 있으니까 말이다. 내성 밖까지도.

128화 반인족과의 격전지 지도.png

128화 반인족과의 전투 위치 지도




감사합니다. - 설련하(偰輦河)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삶의 위대함 - 한울 쥬맥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43 143화. 살모야차(殺母夜叉) 21.09.09 1,274 9 19쪽
142 142화. 대이주와 축제(祝祭) 21.09.08 1,270 10 19쪽
141 141화. 환시성의 완공(完工) 21.09.07 1,287 11 18쪽
140 140화. 인과응보(因果應報) 21.09.06 1,264 11 17쪽
139 139화. 사필귀정(事必歸正) 21.09.05 1,265 11 18쪽
138 138화. 추풍낙엽 같은 생명들 21.09.04 1,268 11 19쪽
137 137화. 비겁하게 피해가지 않는다 21.09.03 1,276 11 18쪽
136 136화. 요계왕과의 결투 21.09.02 1,294 11 19쪽
135 135화. 요계(妖界) 수행 21.09.01 1,289 11 18쪽
134 134화. 소원림의 복수전(復讐戰) 21.08.31 1,306 10 18쪽
133 133화. 새로운 한울 21.08.30 1,292 10 19쪽
132 132화. 헤어지기 싫은 친구들 21.08.29 1,296 11 19쪽
131 131화. 인수(人獸) 합격(合擊) 21.08.28 1,295 11 18쪽
130 130화. 요수 소탕작전 21.08.27 1,293 11 18쪽
129 129화. 환시성 내성 완공 21.08.26 1,298 11 19쪽
» 128화. 적의 생명도 중시한다 21.08.25 1,278 10 17쪽
127 127화. 우르강의 혈투(血鬪) 21.08.24 1,281 11 19쪽
126 126화. 반인족의 침략(侵略) 21.08.23 1,280 12 18쪽
125 125화. 아구산의 화산 폭발 21.08.22 1,308 13 18쪽
124 124화. 새로운 물결 21.08.21 1,327 12 18쪽
123 123화. 지옥의 심판(審判) 21.08.20 1,298 12 18쪽
122 122화. 유계의 파천대(破天隊) 21.08.19 1,304 13 19쪽
121 121화. 유계(幽界) 수행 21.08.18 1,342 13 18쪽
120 120화. 비승야차(飛昇夜叉) 출생 21.08.17 1,304 15 18쪽
119 119화. 혼원은하무량신공 대성 21.08.16 1,310 15 18쪽
118 118화. 피바다 거원해(巨怨解) 21.08.15 1,313 13 19쪽
117 117화. 야차족과 거인족의 혈투 21.08.14 1,323 13 18쪽
116 116화. 반인족 첩자(諜者) 사건 21.08.13 1,296 14 19쪽
115 115화. 어수족의 시조신(始祖神) 21.08.12 1,307 13 18쪽
114 114화. 어수족과 천망의 싸움 21.08.11 1,324 14 18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