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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련하 님의 서재입니다.

삶의 위대함 - 한울 쥬맥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퓨전

완결

설련하
그림/삽화
설련하
작품등록일 :
2021.06.28 08:42
최근연재일 :
2022.10.17 08:20
연재수 :
290 회
조회수 :
378,703
추천수 :
7,321
글자수 :
2,467,752

작성
22.02.03 08:35
조회
1,245
추천
33
글자
19쪽

174화. 스러지는 생명들

삶의 위대함 - 한울 쥬맥




DUMMY

샤리네가 후퇴를 명했지만 이미 도강을 하여 천인족과 전투를 벌이고 있는 거인들은 돌아갈 길이 없었다.

물로 뛰어들어도 죽고 어차피 건너갈 다리도 없으니, 결국은 이판사판이다!

그러니 천인족과 생사결을 하는 수밖에!

지원이 없으니 결국은 모두 죽겠지만 말이다. 그래도 이렇게 그냥 죽기에는 너무나 원통하다. 누군가를 죽여 저승길에 같이 갈 길동무를 삼아야지!

그러니 모두 두 눈에 푸른 불길이 인다. 쥐가 도망갈 구멍이 없으니, 돌아서서 고양이를 물기 위해 덤비는 것!

그것도 커다란 덩치의 거인 쥐가······.

그리되니 천인족도 피해가 늘기 시작했다. 아침해가 떠오를 때 시작된 전투가, 두 시진 반이 지나서야 겨우 끝이 났다.

도강한 거인들이 전멸하면서!

“하압!”

“으아아아악!”

마지막 거인이 비명에 쓰러지고, 그 자리에 풀썩 주저앉는 천인족 무사들!


결국 오늘 전투로 거인족 일만팔천여 명이 목숨을 잃었고, 천인족 무사들도 이만여 명이 한 많은 이승을 하직했다.

1차 대전에서 패배한 샤리네는 곧 후군이 도착하니, 다시 기회를 보기로 했다. 그래서 전군(全軍)을 뒤로 물리고, 소규모 전투를 이어갔다.

강둑에서 강물을 사이에 두고, 서로 장거리 무기나 쏘아 대며······,

그리고 다시 이틀이 지나자, 거인족 후군 일만오천이 많은 장비를 가지고 도착했다. 비슷한 시간에 천인족에도, 대부족(大部族) 무사대 오만과 세가나 표국 등에서 징집된 무사들 오만이 도착했고.

이렇게 서로 병력을 늘리고 기세를 올리니, 다시 큰 싸움이 일어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거인족 후군은 굵고 긴 동아줄과, 거인들 세 명 정도가 탈 수 있는 배를 수백 척 가지고 나타났다.

운반하기 좋게 바퀴가 달리고, 물에 잘 뜰 수 있도록 부레 역할을 하는 통들이 달린 배들을······.


그 장비를 보며 샤리네는 또, 이번에야말로 뜨거운 맛을 보여 주겠다고 의욕(意欲)을 불태웠다.

“기다려라 이놈들! 지금까지 당한 것을 몇 배로 갚아 줄 터이니.”

강을 건너지 못하니 거차를 포함한 덩치가 큰 무기들을 가지고 갈 수 없어서,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것이 너무 억울했다. 제대로 붙으면 이길 텐데.

이번에 강만 건너면 그 몇 배로 돌려주겠다고 다짐하지만, 세상만사 모든 일이 다 생각대로 되던가?

모두 전의를 불태우며 하룻밤을 푹 쉬더니, 날이 새기가 바쁘게 꾸역꾸역 모여들었다. 이번 전쟁의 마지막 전투가 펼쳐질지도 모르는 전장으로······.

거인족 진영에서 거대한 징소리가 ‘쿠앙~’ 하고 울려 퍼졌다. 그러자 수백 척의 배가 물 위에 떠서, 길고 튼튼한 동아줄의 한쪽 끝을 잡고 노를 저으며 빠르게 강을 건너기 시작했다.


그때 쥬맥의 휘파람 소리에 맞추어서, 전선 백 척이 나타나 공격을 가했다. 그러나 거인들은 긴 동아줄을 강물 속으로 늘어뜨리고, 접전(接戰)을 피하며 빠르게 도강을 시도했다.

전투보다는 우선 강을 건너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고 여긴 것!

그렇게 되자 절반 정도는 백호대 수군에 의해서 파괴가 되었지만, 절반이 빠르게 강을 건넜다. 그리고 강 양쪽에 큰 통나무 말뚝을 박고, 튼튼한 동아줄을 거기에 걸어서 팽팽하게 당기기 시작했다.

무엇으로 만든 동아줄인지 도검으로도 잘리지가 않았고······.

“밧줄을 지켜라!”

“와아아아아~~”

이렇게 양쪽으로 동아줄을 연결한 거인들은, 천인족이 밧줄을 자르지 못하게 그 앞을 지켜 섰다. 앞쪽은 방어를 하면서 말이다.

그러는 중에 빠른 속도로 거인들이 물속으로 뛰어들어서, 밧줄을 잡고 강을 건너기 시작했다. 그리고 일부는 다시 배를 왔던 곳으로 되돌려서 거인들을 실어 나르기 시작했고.

천인족이 천궁과 투석기를 쏘아서 많은 거인들을 죽였지만, 거인들은 공격보다는 방어에 치중하면서 우선은 도강에 전력을 다 쏟았다.

그런데 동아줄을 끊지 못하니 수군도 그 줄에 걸려서 접근이 어려워졌다. 천궁으로 공격하지만 도강하는 거인들을 다 죽일 수도 없었으니.


이렇게 거인들이 도르래 같은 것을 타고 줄줄이 강을 건너고 있을 때, 쥬맥이 다시 어풍비행으로 날아올랐다.

그리고 강의 중심에 이르더니, 검강이 일 장이 넘게 발현된 검으로 동아줄을 내리쳤다.

그러자 단번에 줄이 끊기면서 거센 강물에 휩쓸리는 거인족 전사들!

“우와~ 줄이 끊겼다!”

환호하는 천인족과 달리 거인족은 악을 쓰며 발악을 했다. 중간에 공격을 해 오는 거인도 있고, 강둑에서도 파천뢰로 공격을 가했다.

그렇지만 두터운 호신강기를 두른 쥬맥을 어찌할 수는 없었다.

그저 발을 동동 구르며 바라볼 수밖에!

결국 한 식경(食頃:30분) 정도가 지나자, 동아줄은 모두 가운데가 잘려서 힘없이 강 하류로 떠내려갔다.

그러자 줄을 잡고 건너던 거인들은, 줄이 매어진 강둑 쪽으로 점점 밀려가게 되었다. 한쪽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고, 한쪽은 좀 떨어진 하류 쪽으로 도강하여 위쪽의 전장을 향해서 달려온다.

그러다 보니 배로 실어 나른 인원까지 합하면, 도강(渡江)한 거인이 어느덧 오천 명을 넘어섰다.


쥬맥은 도강해서 방어에 집중하며 운집해 있는 거인들에게, 다시 다섯 번이나 검환으로 공격을 가했다.

그러자 졸지에 일천여 명이 검환에 죽고, 달리 방법이 없으니 산개(散開)하면서 천인족 무사들을 향해 달려든다. 한곳에 모여 있으면 검환 세례를 받으니 흩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그대로 운집해 있으면 쥬맥의 검환에 모두 피떡이 되어 날아갈 판이니······.

둥둥~ 두둥~ 둥둥~

“와~ 공격하라!”

천인족에서 전고가 울리며 다시 전차가 달려 나오고, 전번과 같은 전투가 치열하게 벌어지기 시작했다.

쥬맥은 지상 전투는 천인족 무사들에게 맡긴 채, 거인족의 배들을 검탄으로 공격하여 하나씩 파괴해 나갔다.

두 식경쯤 지나자 배들이 모두 박살이 나서, 파편만 둥둥 물 위를 떠돈다.

배를 타고 강을 건너던 거인들은 대부분 물고기 밥이 되고 말았다.


이 전쟁을 빨리 끝내려면 수괴(首魁)를 죽여야 한다고 생각한 쥬맥.

강 건너로 날아가서 수괴로 보이는 자들을, 닥치는 대로 검탄(劍彈)으로 공격하여 죽이기 시작했다.

이렇게 많은 전사자를 내면서, 양족(兩族)을 모두 전쟁의 수렁으로 몰아넣은 위정자는 악의 화신이다. 그리고 죽음에 걸신들린 마귀이다.

그러니 빨리 죽여 없애야, 그 고리를 끊을 수 있지 않겠는가?

그때 하늘의 뜻인지 강한 바람이 불어서, 흰 털과 붉은 갈기를 감추고 있던 샤리네의 큰 보자기를 날려 버렸다.

그것을 알아본 쥬맥이 샤리네를 향하여, 잽싸게 검환(劍丸)을 발현(發現)시켜 쏘아 보냈다. 기필코 저놈만은 꼭 죽이겠다는 의지를 담아서······.

달처럼 둥글고 밝은 물체가 터지면 어떻게 되는지 이미 보았던 샤리네.

그는 덜컥 겁을 집어먹고 모든 체면(體面)을 집어던진 채, 공격에서 벗어나기 위하여 번개처럼 내빼기 시작했다.

그러나 한쪽이 강이니, 도망을 가다가 길이 막혀서 망연자실하는데······.

콰아아아아앙!!

천지를 뒤흔드는 폭음과 함께 인근의 땅이 모두 뒤집어지고······.

샤리네는 그 안에 있던 수십 명의 거인들과 함께, 몸이 갈갈이 찢겨서 숨을 거두었다.


그 시신이 강물로 ‘풍덩’ 하고 떨어지더니, 거센 물살에 아래로 떠내려간다.

자신이 전쟁을 일으켜 수만의 동족들을 수장시킨 강에서, 자신도 결국은 똑같은 최후(最後)를 맞이한 것이다!

행복이란 것이 남의 손에 있던가?

행복이란 항상 자기 손에 있는 것인데, 그것에 만족하지 못하면 다른 사람의 손에 든 것이 더 커 보이는 법이다.

그래서 그것을 빼앗으려는 과욕 때문에, 자신과 주변의 불행(不幸)을 자초(自招)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그것이 불행의 시작임을 모르고······.

샤리네도 그 야욕 때문에 자신의 행복도 누리지 못하고, 다른 많은 사람의 행복까지도 짓밟고 말았다.

최고수장인 샤리네가 죽자 거인족 진지에서 바로 징이 울리기 시작했다.

쿠아아아앙~ 쿠아아아앙~

큰 징이 계속 울어 대자 도강했던 거인들이 급히 강 건너편을 쳐다보더니, 빠르게 뒤로 물러났다. 그러나 이미 강을 건널 수단이 없는지라, 강둑에 모여서 방어진을 구축한다.

쥬맥은 다시 천인족 진지로 돌아와서 전차와 무사들의 공격을 중단시키고, 수군도 뒤로 물러나게 했다.

“살길을 열어 주어라!”

이미 적의 수괴를 죽였으니, 더 이상의 살생을 하고 싶지 않았던 것!


물물 교역소에서 통역을 배운 사람을 찾아내어, 삼천여 명에게 살길을 열어 주었다. 샤리네가 이미 죽었으니, 지금 물러나면 더 이상 공격을 하지 않겠다고 약속하면서.

그제야 여유를 찾은 거인족 전사들이, 주변의 나무를 모아서 뗏목을 만들거나 통나무를 붙들고 강을 건너갔다.

거인족과 힘들게 치른 전투가, 마침내 이렇게 하여 그 끝을 맺었다. 최고수장인 샤리네의 목숨을 대가로 말이다.

살아남은 거인들은 자신들의 자이얀인 샤리네가 미운지, 시신도 찾지 않고 다음 날 바로 후퇴를 서둘렀다.

자신들을 죽음의 수렁으로 몰아넣은 수장을 스스로 용서치 못한 것이리라.

샤리네의 야욕으로 전장에 끌려온 거인족 오만 명 중에서, 삼만여 명이 목숨을 잃었다. 절반도 안 되는 이만여 명만 살아서 돌아간 것!

돌아갈 때 신나게 그 누군가를 욕하면서······.

그래도 천인족은 전선(戰船)과 전차(戰車) 덕분에, 이만오천 명으로 피해를 크게 줄일 수 있었다. 그러다 보니 오히려 거인족보다 피해가 적은 것이고.

양족(兩族)을 합하면 오만오천 명이 죄 없는 목숨을 잃은 것이니, 이 목숨값은 누가 지불한단 말인가?

샤리네가? 그러나 이미 죽은 샤리네는 대답이 없다. 저승길에 바쁘니······.

이렇게 많은 피가 흐르고 남은 사람들의 가슴에는 피멍이 들었건만, 하늘도 땅도 무심하게 말이 없으니!

오늘따라 서산으로 넘어가는 해가, 노을빛을 뿌리며 유난히 붉을 뿐이다.

그 노을을 허망한 눈으로 바라보던 쥬맥은 뒷수습을 수르에게 맡겼다.

#

쥬맥은 지난 전쟁 때 은혜를 입었던 용암 불새의 동굴을 향해서 날아올라 물속으로 들어갔다.

예전의 그 동굴이 쥬맥을 오랫동안 기다렸다는 듯이, 수중에서 커다란 고래의 입처럼 검은 목구멍을 드러낸다.

물의 흐름을 타고 안으로 들어가기 시작하는데······.

지난번에 들어갈 때는 정신이 없었지만 나올 때는 정신이 멀쩡했기 때문에, 그 용암 동굴을 찾아가기는 그리 어렵지 않았다.

“그래, 바로 여기야.”

다시 그 굴의 입구에 이르러서 안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이미 용암 불새는 떠났는지 보이지 않고, 한쪽에 큰 새 둥지 하나만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어? 저게 뭐지?'

그 새둥지 안에서 빨간 빛을 내는 아기 새 한 마리가, 애처롭게 울고 있지 않은가? 마치 어미를 찾는 것처럼.

크기가 한 자쯤 되는데, 알에서 깨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것처럼 피부에 털이 하나도 자라지 않은 맨살이었다.

어미가 근처에 있는지 살펴보아도 찾을 수 없었다. 그래서 이번엔 동굴 안으로 더 들어가 보니, 그곳에는 붉은 용암만이 뜨거운 불길을 토하며 들끓고 있다.


아마 어미가 잠깐 나간 사이에, 물이 차올라 다시 돌아오지 못한 모양이다.

약한 아기 새를 그냥 두고 가기도 딱하고, 그렇다고 데리고 가는 것이 맞는 것인지도 판단이 잘 서지 않았다.

“이것 참 난감하군. 어찌해야 하나?”

그러나 당장 배가 고파 죽을 듯이 울고 있는 아기 새가 애처로워서, 우선은 뭐라도 먹여야 했다. 그래서 다시 굴 입구로 나가 물고기를 잡기 시작했다.

물살에 떠밀려 들어오는 큰 물고기를 검으로 찍어서 끌어올리니, 그 크기가 제법 크다. 세 자가 넘는 월척이었다.

그것을 아기 새가 먹을 수 있도록 잘게 잘라서 벌린 입에 넣어 주자, 배가 너무 고팠는지 허겁지겁 받아먹는다.

어느 정도 배가 차자 그제야 쥬맥을 보며, 어미가 아닌 것을 아는지 고개를 갸웃거리며 이리저리 살피는데······.

그래도 쥬맥에게서 화정의 기운이 느껴지니, 별다른 경계심을 나타내지는 않았다. 손에 머리를 비비면서 먹이를 주었다고 제법 친한 척까지 한다.

쥬맥은 일단 오늘 밤을 이곳에서 보내며 어미 새를 기다려 보기로 했다.


“여기까지 왔는데 얼굴은 보고 가야지. 아기 새도 걱정이 되고······.”

아기 새를 혼자 놀게 두고 자신은 그 옆에 좌정하여, 운기조식으로 전신에 진기를 돌리며 피로한 몸을 풀었다.

그렇게 몇 시진을 운기조식(運氣調息)으로 시간을 보내고 나서, 천정을 향하여 벌렁 드러누었다.

‘어미 새가 빨리 와야 하는데······.’

말똥말똥한 눈으로 이 생각 저 생각에 동굴 천장을 바라보는데······.

어느 순간 동굴 천장에 이상한 것들이 눈에 띄었다. 안력을 돋워 바라보니, 마치 보석처럼 붉은 색을 가진 것들이 수십 개나 천장에 박혀 있다.

'저것이 무엇이지? 예쁜데? 보석일까?'

뭔지는 모르겠지만 '하나 따서 살펴보자' 하면서 허공답보(虛空踏步)로 걸어 오르니, 아기 새가 보고 놀란다.

아마 말은 하지 못해도 속으로 ‘아니 나처럼 날개도 없는데 어떻게 공중에 떠다니지?’ 했을 것이다.


하나를 따서 아래로 내려와 살펴보니, 그 광채가 너무도 아름다웠다. 아기 주먹만 한 크기에 스스로 희미한 붉은 빛을 뿜어, 어둠 속에서 보아도 너무 예쁘다 .

월광석처럼 밝은 빛을 내지는 못하지만, 충분히 보석(寶石) 이상의 가치를 지닌 듯하였다.

쥬맥은 여자들이 보석처럼 좋아할 것 같아서, 아내와 딸들 생각에 여덟 개를 따서 주머니에 넣었다. 보석상에 가서 한번 물어보면 되지 않겠는가? 아니어도 상관없고······.

그러다 보니 자신도 모르게 깊이 잠이 들었고, 깨어보니 벌써 아침이다. 작은 구멍들을 통하여 외부의 빛이 새어 들어와 안은 별로 어둡지 않았다.

아침이 되어도 어미 새가 돌아오지 않자, 아기 새는 배가 고픈지 또 먹이를 달라고 보챈다. 어미가 없으니 이제 쥬맥에게 의지하는 모양이었다.

그래서 어제 먹이고 남았던 물고기를 잘게 잘라서 먹이자, 맛있게 받아먹더니 잠이 들었다. 쥬맥도 배가 고파서 물고기의 살코기 부분을 떼어 내, 삼매진화(三昧眞火)로 익혀 요기를 했다.


······이렇게 부질없이 시간이 흐르고.

이제 가 봐야 할 시간인데···, 아직도 어미 새가 돌아오지 않으니 쥬맥은 어찌할 줄 몰라서 안절부절못했다.

한 시진쯤을 더 기다리다가 안 되겠다 싶어서 아기 새를 데리고 나오려는데, 굴 입구가 훤하게 밝아지더니 어미 새가 급하게 날아들었다.

그러더니 걱정이 되었는지 아기 새부터 찾았으나, 먹이를 먹고 편하게 잠을 자고 있으니 그제서야 주변을 살피고 쥬맥을 바라보았다.

물고기를 먹다가 남긴 것을 보더니 쥬맥이 보살핀지 알아차린 모양이다. 고맙다는 듯이 고개를 까딱거렸다.

말은 통하지 않지만 정중하게 말했다.

“지난번에 신세를 진 일이 있어서 인사를 하러 들렀습니다. 아기 새가 배가 무척 고픈 듯하여, 물고기를 잡아서 먹였으니 이해해 주십시오.”

그러자 알았다는 듯이 또 고개를 끄덕거린다. 이번에는 천정에서 땄던 보석을 주머니에서 꺼내 보이며 물었다.

“예쁜 보석 같아서 몇 개 땄는데 가져가도 괜찮겠습니까?”

그러자 용암불새가 천정으로 날아오르더니, 부리로 큰 것을 두 개 더 따서 쥬맥에게 건네 주었다.

아마 고맙다는 표시인 것 같았다.

“고맙습니다. 지금 다른 종족과 전쟁 중이라 바빠서 이만 가 봐야 합니다. 다음에 또 기회가 있으면 찾아뵙겠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윗사람에게 하듯이 예를 갖추어 정중(鄭重)하게 인사를 하자, 마치 알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날개를 살랑거렸다. 알았으니 어서 가라는 소리다.

쥬맥은 급한 마음에 바로 동굴을 나왔는데, 벌써 해가 중천(中天)에 떠 있어서 서둘러 진지로 돌아왔다.

#

“대족장님! 어디를 다녀오셨어요?”

모두 회군 준비를 하며 기다리고 있다가 쥬맥이 나타나자 반가워하는데, 친구인 수르가 뛰어오더니 투덜거린다.

“어디를 갔다가 이제야 오는 거야? 또 무슨 안 좋은 일이 생겼나 하고 모두 걱정했잖아? 괜찮은 거야?”

“아, 미안! 일이 좀 있어서 늦었어. 별일 없으니 바로 가자.”

“그런데 좀 전에 전서응이 왔는데, 반인족과의 전투가 장기전(長期戰)이 되면서 아직도 끝나지 않았대. 그냥 갈 수도 없고···, 어떻게 하지?”

“그래? 모른 척할 수도 없고, 그래도 가 봐야겠지? 전사자와 부상자 그리고 호위로 하급 무사 일만 명 정도만 딸려서 돌려보내고, 나머지는 가서 돕자.”

결국 전투가 가능한 일류 이상의 고수급 십만 명과, 전차 그리고 수군은 반인족과의 전장에 합류하기로 했다. 나머지는 모두 거주지로 돌려보내고.

전서응으로 먼저 알리고 나서, 전장에 다시 참전하는 무사들은 배와 전차, 경공술로 이동하는데······.

쥬맥은 본대를 수르에게 맡기고, 내공 삼 갑자 이상의 5단계 제신급(절정~초절정의 경지) 무사 백 명을 선발하여 먼저 출발했다.

#

쥬맥이 앞장서서 이끌며 경신술로 빠르게 이동하니 닷새 만에 전장에 도착하였다.

전장은 그때 천인족 무사들과 강을 건넌 반인족 전사들이 뒤엉켜서, 한창 치열하게 백병전(白兵戰)을 벌이고 있었다.

“일단 이곳에서 상황을 파악하자.”

쥬맥은 우선 전장이 내려다보이는 구릉(丘陵)에서 아래를 보며, 잠시 휴식(休息)을 취하게 하였다.

싸움도 싸울 힘이 있어야 싸우는 법!

지금까지 경신술을 펼치며 힘껏 달려온 무사들을, 바로 전장에 밀어 넣는 것은 죽으라는 소리나 같지 않은가?

휘파람으로 신호를 하면 바로 반인족 부대의 측면을 치기로 하고, 쥬맥은 즉시 어풍비행으로 날아올랐다.

반인족이 수많은 뗏목으로 계속 도강하여 전장에 합류(合流)하고 있기 때문에, 우선은 도강을 막기 위해서다.

반인족도 거인족의 패전 소식을 벌써 들었는지, 그동안 펼치던 장기전의 침묵을 깨고 결판을 내겠다는 자세로 덤비고 있었다. 그러니 천인족 무사들의 피해도 계속 늘어나는 상황이었고.

그래서 도강하는 반인족의 뗏목을, 검탄으로 공격하여 침몰시키기 시작했다.

천령대의 수군과 함께 눈에 보이는 족족 뗏목을 파괴시켜 버리자, 점차 도강하는 적의 뗏목이 줄어들었다.

‘이 정도면 됐어.’




감사합니다. - 설련하(偰輦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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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3 173화. 전쟁! 인간이 만든 악마 22.02.02 1,255 32 18쪽
172 172화. 소금동맹과의 전쟁 22.02.01 1,263 33 18쪽
171 171화. 어수족의 출현 22.01.31 1,258 32 19쪽
170 170화. 인구 증가와 식량 부족 22.01.30 1,266 33 19쪽
169 169화. 공간신통을 얻다 22.01.30 1,259 32 19쪽
168 168화. 전차(戰車)와 수군 22.01.30 1,270 33 19쪽
167 167화. 비룡(飛龍)의 습격 22.01.30 1,249 32 19쪽
166 166화. 다섯 마왕과의 결투 22.01.30 1,258 32 19쪽
165 165화. 마계(魔界) 수행 22.01.30 1,253 32 19쪽
164 164화. 전진기지를 건설하라 22.01.30 1,262 33 18쪽
163 163화. 삼족황과 공간신통 22.01.30 1,265 31 19쪽
162 162화. 또 다른 생사의 기로 22.01.30 1,271 30 19쪽
161 161화. 마수 토벌로 이어진 인연 21.09.27 1,264 11 19쪽
160 160화. 홀로 중계(中계) 수행 21.09.26 1,277 10 18쪽
159 159화. 인어족과 곤의 전쟁 21.09.25 1,259 10 20쪽
158 158화. 미라챠와의 재회 21.09.24 1,262 11 18쪽
157 157화. 비승야차와의 대결 21.09.23 1,247 11 19쪽
156 156화. 시신은 산을 이루고 21.09.22 1,250 12 20쪽
155 155화. 40만과 4만의 전투 21.09.21 1,253 11 18쪽
154 154화. 야습(夜襲) 21.09.20 1,261 11 20쪽
153 153화. 야차족과의 전쟁 21.09.19 1,266 11 19쪽
152 152화. 대신전(大神殿)의 완공 21.09.18 1,278 11 18쪽
151 151화. 쥬씨세가를 꿈꾸다 21.09.17 1,274 12 18쪽
150 150화. 인맥과 인운(人運)의 차이 21.09.16 1,272 12 18쪽
149 149화. 대족장 쥬맥 21.09.15 1,281 11 19쪽
148 148화. 용암불새와의 인연 21.09.14 1,259 12 19쪽
147 147화. 거인들과의 대전투 21.09.13 1,246 12 19쪽
146 146화. 선발대 간 치열한 전투 21.09.12 1,257 12 18쪽
145 145화. 남풍에 실린 전운(戰雲) 21.09.11 1,250 12 18쪽
144 144화. 소인족의 백년대계 21.09.10 1,279 12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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