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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련하 님의 서재입니다.

삶의 위대함 - 한울 쥬맥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퓨전

완결

설련하
그림/삽화
설련하
작품등록일 :
2021.06.28 08:42
최근연재일 :
2022.10.17 08:20
연재수 :
290 회
조회수 :
378,300
추천수 :
7,321
글자수 :
2,467,752

작성
21.09.19 10:20
조회
1,264
추천
11
글자
19쪽

153화. 야차족과의 전쟁

삶의 위대함 - 한울 쥬맥




DUMMY

그러자 측근인 적모야차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눈치를 보면서 대답을 했다.


“전에 미라챠께서 진신챠를 피해 달아나실 때 이용하신 길이 비얼산 뒤쪽의 계곡 속으로 이어져 있사옵니다.”


“그럼 되었다. 거인도 정복하지 못한 천인족을 나 수라챠가 쳐서 이긴다, 이거 그림이 괜찮지 않나? 몽땅 끌고 가서 쳐부수는 거지.”


“우선 미라챠께 말씀드리는 것이 좋을 듯하온데······.”


“그 문제는 내가 해결할 테니까 너희는 전쟁에나 신경을 써. 우리 전사들을 모두 동원하면 얼마나 되지? 한 천만 명쯤 되나?”


“실제 전투가 가능한 전사는 모두 해야 이백오십만 정도이오나, 여기에서 만약을 대비한 자치군을 빼면 동원이 가능한 것은 이백만 명 정도이옵니다.”


“그럼 이백만 명 전부를 출병 준비시켜. 한 방에 시원하게 끝내 버리게.”


“이백만 명이 출병하면 군수 물자가 어마어마하게 들어갈 터인데, 너무 무리가 아니겠사옵니까? 좀 줄이시는 것이 좋겠사옵니다.”


“그래도 내 체면이 있지. 이번에 모두 충성심을 시험할 거야. 모두 출병시켜. 야얼들이 직접 거느리고 모두 출병하라고 해.”


“알겠사옵니다. 그리 전하여 준비하겠사옵니다.”



이렇게 해서 야차족 이백만 명의 전사가 천인족의 영역을 침범하는 대전쟁이 발발(勃發)하게 되었다.


미라챠가 천인족과 싸우는 것은 위험하니 재고(再考)를 하라고 몇 번이나 권고를 했지만 결국은 전쟁으로······.


수라챠가 고집을 꺾지 않고 전쟁 준비에 광분하자, 미라챠도 어쩔 수 없이 수라챠를 지키기 위해서 전쟁에 참여(參與)하게 되었다.


미라챠는 이미 임맥과 독맥이 타통되어 대주천(大周天)을 이룬 지 오래라, 야차족에서는 대적할 전사가 없었다. 그러니 친자식같이 키워온 수라챠를 지키기 위해서 별수 없이 칼을 든 것!


그 뒤 전쟁 준비로 세 달.


마침내 준비가 끝나고 야차족 전사 이백만 명이, 천인족을 치기 위해서 출병(出兵)을 하게 되었다.


우선 본대에 앞서 십만 명의 선발대가 비얼산 뒤쪽의 계곡을 통해서 우르산맥을 넘었다.


천인족이 야차족의 침입을 알아차린 것은, 우르산맥을 넘어서 환인호로 흘러드는 넓다란 하천을 건널 때였으니.


비거로 순찰하는 정탐병에게 강을 건너는 무리가 포착되었기 때문이다.


이때만 해도 천인족은 야차족이 설마 이백만 명이나 되는 대군을 이끌고 침략해 오리라고는 감히 상상도 하지 못했다. 높은 우르산맥이 있었으니까.


야차족의 대군 이백만 명은 천인족에게는 커다란 위협이 아닐 수 없었다.


천인족은 보통 키가 칠 척 정도인데, 야차족은 더 커서 팔 척 정도였다. 이렇게 천인족보다 덩치가 훨씬 큰데다, 강력한 꼬리까지 가지고 토납술도 익혔으니······.


선발대 규모가 십만 명이라 최소한 오십만 명 이상이 침략할 것이라고 가정하고, 천인족은 이에 대응할 전략을 짜기에 골몰했다.


지금 적이 오는 속도로 봐서 환인호 북단 인근에서 맞아야 하는 상황이다. 그래서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 천인족 처음 주거지를 1차 거점으로 삼았다.


본 전장의 진지 구축은 환인호 북단에 하기로 하였고.


이에 대한 세부 협의(細部協議)가 지금 한창 진행 중인 대회의장이다.


한울 주재하에 구자룬 총대장이 나서서 설명을 이어 나갔다.


“거인족보다는 덩치가 작지만 야차족이 우리보다 덩치가 더 크니 아무래도 저급 무사들에게는 큰 부담입니다.


이미 협의한 대로 이들의 전진을 환인호 북단에서 저지하기 위해서는 우리도 빨리 선발대가 출발하여 먼저 그곳에 도착해야 가능합니다.”


구자룬 총대장의 말은, 이번에도 은근히 무력이 강한 백호대가 선발대로 나서 주기를 바라며 한 말이다. 그러자 쥬맥 대족장이 나서더니 주변 상황을 물었다.


“지금 첫 주거지 근처에 상주하고 있는 천령대가 얼마나 됩니까?”


“전에 이만 명이었는데 최근 그곳도 부족민이 많이 늘어서 지금은 오만 명이 상주하고 있습니다.”


“그러면 이렇게 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오만 명 중에서 일만 명은 주거지 안에 1차 거점을 위한 준비를 하게 하고, 사만 명은 바로 빼내어 본 전장으로 이동시켜서 진지(陣地)를 구축하게 하는 것입니다.


그래야 적보다 우리 천인족이 먼저 도착하여 전진을 막을 수 있을 것입니다. 제가 백호대 중에서 초일류급 이상 뛰어난 무사만 삼천 명을 추려서, 바로 달려가 지원하겠습니다.


그리고 나머지 백호대는 본대와 함께 와도 큰 문제가 안 될 것입니다.”


그러자 총대장도 상황상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쥬맥의 의견에 동의했다.


“그렇게 합시다. 그럼 쥬 대족장이 전투 경험이 많으니 천령대를 포함한 선발대 전원의 지휘를 맡아 주세요.


선발대는 일만 명 정도를 오늘 즉시 출발시키고 삼만 명은 내일 출발하도록 하겠습니다.”


“저와 백호대 선발대는 내일 아침에 일찍 출발하도록 하겠습니다.”


회의 진행 중에 선발대가 결정되자 쥬맥은 잠시 나가 즉시 명령을 내렸다.


연락병을 불러 내일 아침에 일찍 출발할 것이니 초일류급 이상 무사 삼천을 차출해 놓으라고 수르 참모장에게 전하면서, 전군 출전 준비도 지시했다.


그리고 속개되는 회의.


“지금 적 선발대가 십만 명이면 최소한 본대가 오십만 명 이상일 테니, 우리 천인족은 만약을 위하여 삼십만 명 정도는 출전을 해야 할 듯싶습니다.


천령대에서 이십만 명을 출전시킬 것이니, 각 대부족 단위로 이만 명을 지원해 주시기 바랍니다. 혹시 적이 더 늘어날 수도 있으니 보급이나 의료 지원은 별도로 운영토록 하겠습니다.”


“좋습니다. 그렇게 합시다.”


······중략······


모두 이구동성으로 찬성한 가운데, 그 외에도 선인들이 미리 선발대에 참여하여 진지 주변에 진법을 설치하는 것과, 의료진 구성, 보급, 전략과 전술에 대한 협의가 오랜 시간 이어졌다.


그 와중에 천령대 일만이 전 주거지에서 먼저 전장으로 출발하였고······.


밤늦게 대족장 집무실로 돌아온 쥬맥은, 야수르 참모장을 불러서 일의 진척을 물어보았다. 그리고 자신은 내일 아침에 바로 삼천 명을 이끌고 먼저 출발하니, 백호대중에서 고수급으로 일만칠천 명을 준비하여 본대(本隊)와 함께 오도록 했다. 그러자···,


수르가 이번에도 지난번에 거인족과 싸울 때처럼 혹시라도 쥬맥이 잘못될까 봐 걱정이 되는 모양이다.


“너도 이번에는 제발 몸조심 좀 해라. 전처럼 설치다가는 제 명에 못 죽는다. 이제는 제발 처자식 생각도 좀 해 가면서 싸워라.”


마음 같아서는 따라가고 싶은 마음이 꿀떡 같지만, 같이 못 가니 안심이 안 된다는 표정(表情)이다.


“걱정하지 마라. 거인족도 아닌데 설마 야차족한테 죽을 일이 있겠어.”


“비승야차라고 십칠 척이 넘는 거구에 날개까지 달린 험악한 놈이 야차족 두목이라더라. 야신이라나 뭐라나. 힘도 세고 싸움도 당할 자가 없다고 하니까 혹시 만나거든 조심해라.”


“나도 모르는 얘기를 너는 어디서 들은 거야? 확실한 정보야?”


“요즘은 정보가 상단들이 더 빨라. 몰래 이종족들과 상거래를 하는 녀석들이 있잖아? 그것들이 소식은 더 빠르고 정확하다니까.


비승야찬가 하는 놈이 이름은 수라챠라는데, 그 대모가 미라챠라나 뭐라나. 그런데 그 여자가 토납술(吐納術)을 어디서 익혔는지 제일 잘 싸운대.”


미라챠 얘기가 나오자 쥬맥은 깜짝 놀랐다. 비록 세월이 많이 흘렀지만 어찌 그 이름을 잊을 수 있을까?


대협곡에서 혼자 살 때 미라챠의 어머니인 마린챠 때문에 풍토병(風土病)이 말끔히 나았는데······.


적으로 만나지 않기를 그렇게 고대했건만···, 결국 전장에서 은혜를 입은 친구와 이제는 적이 되어 서로에게 도검을 겨누게 되다니!


참으로 현실(現實)이 안타깝기 그지없었다. 그렇다고 피해 갈 수도 없는 상황이 아닌가?


그렇다고 종족과 동료를 배신할 수도 없고······.


미라챠도 이제 나이가 많이 들었을 텐데 어떻게 변했을까? 서로 알아볼 수는 있을까? 전장에서 만나면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이런저런 생각에 잠을 못 이루고 뒤척이다가, 새벽녘에야 잠깐 눈을 붙였다. 그리고 일어나자마자 백호대 선발 무사들 삼천을 이끌고 전장으로 향했다.


* * *


쥬맥과 백호대 선발대는 힘을 비축하기 위해서, 전원이 시원마를 타고 환시성을 출발했다. 그러자 나흘 만에 만에 야차족과의 전장으로 설정한 장소에 도착했다.


적의 선발대는 아직 도착하지 않았고, 천령대 사만이 이미 도착(到着)하여 진지를 구축 중이었다.


같이 온 선인들은 부지런히 진지 주변에 진법을 설치하느라, 구슬 같은 땀방울을 흘리고 있었고.


그중에 몇 사람이 쥬맥을 알아보고 반갑게 인사를 했다. 태을 선인 때문에 선인들의 주거지에 자주 드나들다 보니, 알게 되는 선인들이 늘어난 탓이다.


쥬맥도 반갑게 인사를 하고 태을 선인(太乙仙人)의 안부를 물은 뒤, 진지 둘레를 두루 살펴보았다.


전장은 굉장히 넓은 벌판인데 약간 경사가 져서, 천인족의 진지 쪽이 조금 더 지대(地帶)가 높았다.


그런데 야차족은 전에도 독으로 다른 종족을 공격한 적이 많기 때문에, 이번에는 출발할 때 미리 해약들을 가지고 왔다.


그렇지만 대단위 전투에서는 주변의 환경도 매우 중요하다.


바람의 방향, 주변의 풀, 지대의 고저나 나무숲 등등.


그래서 주변 환경을 세심히 살펴보고 전투에 미칠 영향을 분석하였다.


“그래, 위치는 여기가 최적이군.”


전장을 둘러본 쥬맥은 그동안의 경과를 듣고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서, 즉시 천령대 대장들을 모두 불러 회의를 시작했다. 선발대를 자신이 맡았으니까.


“지금 야차족 선발대는 어디까지 왔는가? 도착할 때가 된 것 같은데······. 아직도 보이지 않는 것을 보니 무슨 변수가 생긴 것인가?”


그러자 천령대 대장들 중에 선임인 유인수 대장이 나서서 답변했다.


“계곡을 통해서 이동했다고 하지만 아무래도 지대가 높고 험한 우르산맥을 지나면서 많이 지친 모양입니다.


지금 이곳에 1차 거점을 마련했고, 큰 하천을 건너서 전진하다가 쉬고 있습니다. 지금 거리로 보면 모레 점심 무렵쯤에 도착할 것으로 보여집니다.”


커다란 전략 지도를 짚어 가면서 설명을 하니 위치가 한눈에 들어온다.


“그러면 우리측의 진지 구축은 언제쯤이나 마무리가 되는 거지? 물론 술법을 가미함 진법까지 포함해서 말이야. 곧 본대가 도착할 것 아닌가?”


“내일 저녁 안으로 적이 오기 전에는 마무리가 가능합니다.”


“그래? 그럼 천령대가 가지고 온 무기들은 얼마나 되나?”


“천궁 오백 기에 투석기 오백 대만 우선 끌고 왔고, 궁수들은······.” (중략)


쥬맥은 세세한 사항까지 모두 듣고 필요한 부분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업무 지시(業務指示)를 내렸다.


그리고 백호대 고수들을 진지 주변에 배치하여 만약의 사태에 대비했다. 모두 내공(內功)이 일 갑자 이상인 초일류급이고, 그중에는 삼 갑자가 넘는 절정급 이상이 백 명 정도나 되니.


천령대에는 진지 주변과 전장의 덤불 숲을 최대한 제거하여, 적이 화공에 독을 섞어 공격하지 못하도록 했다.


그런 다음 적이 오고 있는 쪽을 향해 어풍비행으로 날아올랐다. 직접 눈으로 확인해 보고 적의 진군로와 진지의 구축 위치가 맞는지도 봐야 하며, 주변의 지형도 파악하기 위해서다.


한 시진쯤 날아가자 멀리에 야차족 선발대가 느릿느릿 걸어오고 있는데 무척이나 지친 모습이었다.


천인족과 같은 아열대 지역에 살고 있지만, 우르산맥 너머 서쪽은 바로 바다와 인접해 있어서 비교적 시원하고 살기가 좋은 곳이다.


그에 반하여 이쪽은 무덥고 비가 자주 내려 습한 편이니 지치기 쉬운 것.

그 수를 대충 헤아리니 칠만여 명으로 보이는데, 아마 1차 거점에 전사들을 남겨 두고 왔을 것이다.


야차족이 온 방향으로 더 거슬러 올라가자 큰 하천 건너편에 거점(據點)을 설치한 곳이 보였다.


대략 삼만여 명의 전사들이 나름 여러 가지 작업을 하고 있는데, 쥬맥이 보고자 하는 것은 그 규모였다. 그 규모를 보면 대략 본대의 크기를 예측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생각보다 규모가 꽤 컸다. 저 규모라면 일백만이 넘어가고, 수가 많아서 전, 중, 후군으로 나누어 온다면? 아마 그보다 더 수가 늘어날 것이다.


쥬맥은 이 상황을 빨리 본대에 알려야겠다고 생각하여 급히 진지 구축장으로 돌아왔다.



진지로 돌아온 쥬맥은 현재의 종합 상황을 다시 한번 파악했다. 야차족의 거동, 예측되는 본대 병력수 등등.


그리고 현재의 상황에 대해서 종합 정리하여 전서응을 통해 본대에 정보를 보냈다. 물론 본대 삼십만이면 적의 규모가 커도 천인족이 질 가능성은 없지만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함이다.


그런데 아직 적의 본대가 전혀 그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상황.


그러다 보니 천인족 본부에서는 단순한 예측으로 판단하여 병력을 추가하지 않기로 했다. 결국 야차족 이백만 명에 천인족 무사 삼십만 명이 맞서 싸우게 되는 상황이 벌어졌다.


그나마 야차족이 우르산맥을 넘어서 오기 때문에, 전쟁에 필요한 중장비들은 많이 동원하지 못할 것으로 보여 불행 중 다행(多幸)이었다.


그냥 백병전(白兵戰)이라면 천인족이 무공을 익혀서 훨씬 유리할 테니까.


그리고 마침내 이틀이 지나고······.


저 멀리 아득한 들판 끝에 작은 개미떼처럼 야차족 무리가 그 모습을 드러냈다. 이제부터는 유인 작전.


“적이 온다! 작전을 시작하라!”


적이 더 이상 전진을 하지 못하게 천인족 진지에서 작전이 시작됐다. 적들을 원하는 전장으로 끌어들여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유리한 고지를 먼저 선점한 것이 아니겠는가?


“전고를 울려라!”


둥둥둥~ 둥둥둥~ 둥둥둥~


힘차게 전고 소리가 벌판으로 퍼져 나가자 야차족이 제자리에 멈춰 섰다.


그때 좌우에서 번개처럼 기마대가 나타나 몰이를 하듯이 적들을 유인한다.


“모두 힘차게 함성을 질러라!”


“우와~ 야차족을 무찌르자!”


야차족도 나름대로 첨병과 정찰대를 운영했지만, 근처에 다다른 조는 모두 천인족 무사들에게 제거되었다. 그러니 이제야 적이 전장(戰場)을 택하여 먼저 와서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을 것이다.


더 이상은 전진이 어려우니 천인족의 맞은편 오 리쯤 떨어진 곳에 적당한 자리를 찾아서 진지를 구축하는데······.


칠만여 명 중에서 사만 명은 앞쪽으로 전진 배치하여 만약의 공격에 대비하고, 삼만 명을 움직여 진지를 만든다.


그런데 규모를 보니 중간 거점의 크기보다 훨씬 컸다. 거의 이백만 명이 들어갈 크기라 쥬맥도 당황했고.


물론 숫자가 많다고 겁나는 것은 아니지만, 적의 규모가 커지면 아군의 전략과 전술을 바꿔야 한다.


그러나 출전하는 무사(武士)의 수를 추가하기에는 이미 한발 늦은 상황!


더구나 야차족은 어두운 밤에도 눈이 밝아서 활동을 잘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니, 야습도 조심해야 하는 상황이다.


마치 고양이 같은 종족이다.


긴장이 깔리는 전장에 서서히 저녁이 다가오고 있었다. 피를 예고하는 양 서쪽 하늘을 온통 붉게 물들이며······.


들판과 전장에 선 무사들의 눈빛까지 노을빛이 번지는 가운데, 태양은 마치 게가 눈을 감추듯이 지평선으로 천천히 그 모습을 감춘다.


이제 양쪽 선발대가 도착한 전장은 피 흘리는 내일을 예고라도 하듯이 점점 더 팽팽한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었다.


벌써 전장의 분위기를 읽은 것일까?


수많은 독수리와 갈가마귀 떼들이 상공을 배회하며, 어서 싸움이 벌어지기를 고대하는지 목청껏 울어 댄다.


“끼욱! 끼욱!”


“까악! 깍!”


그들이 맘껏 배를 채울 수 있는 축제.


그것은 바로 인간들이 벌이는 전쟁이다!


그것을 알면서도 지옥문을 열려는 인간들은 무엇인가?


이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벌어질 것을 기다리는 듯, 땅 위에서도 수많은 짐승 떼가 전장 밖에서 군침을 흘리며 어슬렁거리고 있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두 종족의 많은 전사들은, 목숨을 걸고 싸워야 하는 전장(戰場)으로 꾸역꾸역 몰려오고 있을 것이다.


누구를 위한, 무엇을 위한 싸움인지도 모른 채, 그저 살아남아야 한다는 막연한 심정으로 수많은 사람들 틈에 끼어서 말이다.


또다시 이렇게 아무런 의미도 없는 전쟁이 수많은 목숨들을 제물 삼아 이 벌판에서 벌어지려 하고 있었으니!


이제 으스름하게 보이던 것마저 어둠에 묻히고 아직 달이 뜨지 않은 들판은, 캄캄한 어둠 속에 하늘에는 별빛만 밀가루를 뿌린 듯이 온통 하얗다.


그래도 별이라고 제각기 반짝거리는 하늘 아래, 일단의 천인족이 소리 없이 움직이고 있는데······.


모두 눈에 띄지 않게 위장을 하였고 마치 주변에 동화된 듯한 그 모습이 희미해서 제대로 보이지도 않았다.


빠르게 움직이고 있는데도 바닥에 떨어진 나뭇잎을 밟는 소리 하나 들리지 않는 것을 보니, 모두 극도로 경신술(輕身術)을 펼치고 있는 것!


얼굴을 모두 검게 칠한 듯 두 눈만 가끔 보일 뿐, 모두 어둠 속에 동화되었다. 아마 오행의 기운으로 은신술까지 펼치는 모양이다.


[모두 이쪽으로!]


이끄는 대로 바람처럼 움직이다.


쥬맥은 야차족이 어두운 밤에 습격할 가능성이 높으니 진지 주변에 일만의 천령대를 잠복시켰다.


기감이 예민한 백호대 고수 수십 명을 주변 숲과 나무 위에 배치했고.


이렇게 경계를 강화한 뒤에 내공 삼 갑자 이상의 백 명을 데리고, 적의 능력(能力)을 알아보기 위해서 몰래 적 진지로 접근하고 있는 것이다.


적의 능력을 알아야 결전에 대비하여 제대로 된 작전을 세우지 않겠는가?


만약 예상치 못한 변수가 발견된다면 지금이라도 작전을 바꿔야 한다. 그것이 부하들의 목숨을 하나라도 더 건지는 지름길이니······.


모두 마수와 만년화리의 가죽 등 여러 가지 가볍고 강하면서도 질긴 방어구를 착용했다. 그리고 주 무기 외에도 허리에는 만년화리의 이빨로 만든 날카로운 비수들을 차고 있었다.


보이지 않는 어둠 속에서 적을 소리 없이 죽이기에는 이 비수만 한 무기도 찾기 힘들다. 가늘면서도 철보다 강하고 그 끝은 바늘처럼 예리하니까.

153화 천인족과 야차족의 전장 위치 지도.png

153화. 천인족과 야차족의 전장 위치 지도




감사합니다. - 설련하(偰輦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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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3 173화. 전쟁! 인간이 만든 악마 22.02.02 1,253 32 18쪽
172 172화. 소금동맹과의 전쟁 22.02.01 1,262 33 18쪽
171 171화. 어수족의 출현 22.01.31 1,257 32 19쪽
170 170화. 인구 증가와 식량 부족 22.01.30 1,265 33 19쪽
169 169화. 공간신통을 얻다 22.01.30 1,258 32 19쪽
168 168화. 전차(戰車)와 수군 22.01.30 1,269 33 19쪽
167 167화. 비룡(飛龍)의 습격 22.01.30 1,248 32 19쪽
166 166화. 다섯 마왕과의 결투 22.01.30 1,257 32 19쪽
165 165화. 마계(魔界) 수행 22.01.30 1,252 32 19쪽
164 164화. 전진기지를 건설하라 22.01.30 1,261 33 18쪽
163 163화. 삼족황과 공간신통 22.01.30 1,264 31 19쪽
162 162화. 또 다른 생사의 기로 22.01.30 1,269 30 19쪽
161 161화. 마수 토벌로 이어진 인연 21.09.27 1,263 11 19쪽
160 160화. 홀로 중계(中계) 수행 21.09.26 1,276 10 18쪽
159 159화. 인어족과 곤의 전쟁 21.09.25 1,258 10 20쪽
158 158화. 미라챠와의 재회 21.09.24 1,261 11 18쪽
157 157화. 비승야차와의 대결 21.09.23 1,246 11 19쪽
156 156화. 시신은 산을 이루고 21.09.22 1,249 12 20쪽
155 155화. 40만과 4만의 전투 21.09.21 1,252 11 18쪽
154 154화. 야습(夜襲) 21.09.20 1,260 11 20쪽
» 153화. 야차족과의 전쟁 21.09.19 1,265 11 19쪽
152 152화. 대신전(大神殿)의 완공 21.09.18 1,277 11 18쪽
151 151화. 쥬씨세가를 꿈꾸다 21.09.17 1,273 12 18쪽
150 150화. 인맥과 인운(人運)의 차이 21.09.16 1,271 12 18쪽
149 149화. 대족장 쥬맥 21.09.15 1,280 11 19쪽
148 148화. 용암불새와의 인연 21.09.14 1,258 12 19쪽
147 147화. 거인들과의 대전투 21.09.13 1,245 12 19쪽
146 146화. 선발대 간 치열한 전투 21.09.12 1,256 12 18쪽
145 145화. 남풍에 실린 전운(戰雲) 21.09.11 1,247 12 18쪽
144 144화. 소인족의 백년대계 21.09.10 1,278 12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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