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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련하 님의 서재입니다.

삶의 위대함 - 한울 쥬맥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퓨전

완결

설련하
그림/삽화
설련하
작품등록일 :
2021.06.28 08:42
최근연재일 :
2022.10.17 08:20
연재수 :
290 회
조회수 :
378,287
추천수 :
7,321
글자수 :
2,467,752

작성
21.09.24 10:19
조회
1,260
추천
11
글자
18쪽

158화. 미라챠와의 재회

삶의 위대함 - 한울 쥬맥




DUMMY

쥬맥이 이리저리 피하면서 미라챠의 싸우는 모습을 살피는 것이, 공격할 생각이 전혀 없는 모양이었다.


미라챠는 오랜 세월 쥬맥에게 배운 토납술(吐納術)을 익히고, 임독양맥이 타통되어 대주천을 이루었다. 그래서 어떤 전투에서도 자신이 있었는데······.


그런데 지금 하늘에서 떨어져 내린 천인족과 겨뤄 보니, 자신보다 일 척 정도나 작은 천인족 무사를 아무리 공격해도 어찌할 수가 없었다. 그러니 자신의 실력에 갑자기 회의가 찾아온다.


쉬쉭! 쉬쉬쉭!


공격이 효과가 없자 이제는 공격을 포기하고, 비승야차의 앞을 가로막으며 칼만 겨누고 씩씩대고 있었다.


그러자 주변에 있던 야신의 호위들 수천 명이 쥬맥을 둥글게 에워싼다. 그러나 감히 공격을 하지는 못했다.


쥬맥이 그런 미라챠의 모습을 보면서 파안대소(破顔大笑)를 터뜨렸다.


“하하하하! 미라챠! 긴 세월이 흘렀다고 이제는 옛 친구를 잊었구나!”


그제야 미라챠는 상대의 얼굴을 자세히 살피기 시작했다.


그러나 일곱 살 때 만나고, 그 뒤로는 한 번도 보지 못했다. 그러니 오십육 년이 흐른 지금에 와서, 세월의 흔적으로 얼룩진 얼굴을 어찌 기억할 수 있겠는가?


단지 천인족에 있는 친구라면 쥬맥밖에 없는지라, 두근거리는 가슴을 억누르며 조심스럽게 물어보았다.


“혹시 네가 옛날에 대협곡에서 만났던 그 쥬맥이니?”


“그래, 내가 쥬맥이야. 어떻게 변했는지 꼭 한번 보고 싶었는데······. 이제야 보는구나 미라챠!


그동안 잘 지냈어? 마린챠도 건강하시고? 전장에서 만나지 않기를 바랬는데 결국 이리 되었구나. 왜 우리가 서로 목숨을 걸고 싸워야 하는 거야?”


미라챠도 감회가 새로웠다. 상대가 친구 쥬맥이라는 것을 알았으니 한편으로는 안심도 되었고.


“세월이 흐르니 정말 많이 변했구나. 엄마도 잘 지내셔. 나도 싸우기 싫지만 수라챠가 싸우기를 원하니 어쩔 수가 없었어.”


두 사람이 대화를 하는 동안 비승야차는, 그 큰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미라챠의 뒤로 숨었다. 그리고 그 주변을 야신의 호위대 수천 명이 물샐틈없이 포위를 했다. 만약을 위해서 말이다.


그러나 쥬맥은 태연하게 그들을 빙 둘러보며 야차족 말로 이야기했다.


“미라챠! 이들 수천 명이 있어도 나로부터 비승야차를 지킬 수 없다. 조금 전에도 비승야차가 미라챠의 양아들이라는 것을 사전에 들었기 때문에 일부러 죽이지 않고 살려 준 거야.


이만 전쟁을 끝내고 돌아가라 미라챠. 친구로서의 부탁이다. 왜 저 죄 없는 수많은 전사들을 다 죽일려고 그래?”


“그래, 알았어. 야신은 수라챠니까 설득을 해 볼 테니 잠시만 기다려 줘.”


그러더니 미라챠가 비승야차를 끌고 뒤로 물러나서, 둘이 귓속말을 나누기 시작했다.


두 사람은 귓속말이지만 화경에 이른 쥬맥에게는, 들으려고 하지 않아도 마치 옆에서 하는 말처럼 크게 들린다.


“수라챠! 안 되겠다. 이만 돌아가자. 이건 이길 수 없는 싸움이다.”


“무슨 말씀이에요? 아직도 전사들이 백이십만이나 남아 있고, 야제 혈제차가 지금 천인족 수뇌부들을 죽이려고 주술로 저주를 걸고 있어요.


그러니 곧 이길 수 있는 싸움인데, 왜 여기서 그만두라는 말씀이세요? 그러기에는 이제 너무 늦었어요.”


“너는 이제 다쳐서 날지도 못하잖아. 그것도 저 사람이 이 대모의 옛날 친구라서 너를 죽이지 않고 살려 준 것이래. 그러다가는 너 정말 죽어!”


“그럼 대모님이 저 사람을 설득해서 여기에 붙잡아 두면 안 됩니까?”


“저 사람이 내 말을 듣겠니? 아니면 자기네 종족을 살리려고 하겠니?”


“아~ 참! 여기서 물러나면 안 되는데···, 고지가 바로 코앞인데.”


“이미 저쪽의 전군도 패해서 모두 흩어지고, 거점도 파괴되어 식량 공급도 안 된다고 하는구나. 부하들이 모두 죽고 나면 너 혼자 뭘 할 수 있겠니?”


“알았어요 알았어. 끝내면 되죠 뭐. 그만 끝내요 그럼.”


“네가 지금 나가서 수하들에게 그렇게 지시 하렴. 그래야 말을 듣지.”


얘기가 다 끝났는지 미라챠와 수라챠가 앞으로 나왔다. 그리고 미라챠가 쥬맥에게 다가와서 그 결과를 말한다. 물론 쥬맥은 이미 들어서 다 알고 있는 내용이지만.


“친구야! 수라챠가 전쟁을 끝내기로 했어. 이렇게 만나서 정말 유감이네.”


“그래? 정말 다행이다. 우리 이제 헤어지면 언제 다시 만날 날이 있을지 모르겠다. 이왕 끝내기로 했으니 빨리 전투부터 중지시키고 조심히 돌아가. 다음에는 서로 좋은 모습으로 만났으면 좋겠구나. 어머니께도 안부 전하고.”


“그래, 고맙다. 너도 항상 건강해라.”


쥬맥이 어풍비행으로 날아오르니 모두 놀라는 가운데, 미라챠는 아련한 눈빛으로 쥬맥의 모습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바라보았다.



수라챠가 명령을 내렸는지 전령이 달려가더니 뿔고동이 울린다.


뿌우뿌우우우~ 뿌우뿌우우우~


그러자 전투를 하고 있던 야차족 전사들이 천천히 뒤로 물러서며, 천인족과 거리를 벌렸다. 그러더니 자신들의 진지를 향해서 후퇴하기 시작한다.


천인족도 뒤쫓지 않고 뒤로 물러서는데, 쥬맥이 돌아와서 지휘 본부로 들어갔다.


그러자 야차족이 갑자기 전투를 멈춘 것에 대해, 모두 궁금해했다.


“제가 야차족 수뇌부와 얘기를 해서 전쟁을 멈추고 돌아가게 했습니다. 아마 야차족은 뒷정리를 한 뒤에 곧 회군할 것입니다.”


“아니, 그렇다면 정말 잘된 일이군. 어디 그 자초지종을 얘기해 보게.”


한울이 밝은 표정으로 웃으며 어떻게 된 사연인지 물으니, 쥬맥이 어릴 때 대협곡에 살면서 미라챠와 맺은 인연에 대해서 설명했다.


그 엄마 마린챠가 풍토병을 낫게 해 준 일, 지금 야신이 된 비승야차가 실은 미라챠의 양아들이라 찾아가서 설득한 것 등등.


다만 오해의 소지가 있어서 비승야차를 일부러 죽이지 않은 것은 말하지 않았다.


그리고 야차족이 천인족 수뇌부에, 주술로 저주를 걸고 있었다는 것을 말하자 모두 깜짝 놀랐고.


그러자 천사장이 급히 이를 막을 수 있는 부적을 몇 장 그리더니, 혹시 모르니 소지를 하도록 나누어 주었다.


이렇게 해서 야차족의 침략에 따른 전쟁은 끝이 났다.


야차족은 이백만 명이 침략해서 전군에서 삼십오만, 중군과 후군에서 사십일만, 총 칠십육만 명이 죽었다. 살아서 돌아간 것이 백이십사만 명.


천인족은 야차족 전군(前軍)과의 전투에서 이만천, 중군 후군과의 전투에서 칠만의 무사가 죽어 총 구만천 명이 전사하였다.


천인족이 지구에 온 뒤로 거인족과의 전투에서 칠만 명이 죽었는데, 그보다 더 큰 참사(慘事)였다.


이 싸움에서 승자는 아무도 없었다.


모두가 패자일 뿐! 전쟁의 결과가 남겨준 것은, 참혹(慘酷)한 전장의 모습과 스러져 간 생명들뿐이니.


야차족은 전투가 끝나자 전사자들을 모두 끌어다가, 여러 군데에 큰 구덩이를 파고 합장하였다.


천인족은 첫 주거지 인근의 공동묘지로 운구하여, 한 번에 공동으로 장례식을 치렀고.


야차족이 떠난 자리에는, 갑자기 커다란 묘가 수백 개나 그 모습을 드러냈다.


원래 야차족은 아직 문명이 성숙하지 않아서, 전투가 끝나면 시신을 벌판에 모두 버리고 떠났었다.


그런데 천인족과의 전투를 겪으면서, 천인족이 죽은 동료들의 시신을 함부로 버리지 않고 모두 거두는 모습을 보았다.


그들도 보고 느끼는 바가 있어서, 거두어 묻어 주게 된 것이다.


갑자기 수백 기의 커다란 무덤이 생겨났다. 그러자 나중에 이곳은 묘들이 꽃 모양으로 펼쳐진 평원이라는 뜻으로, 묘화원(墓花原) 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되었다.



야차족과의 전쟁은 끝이 났지만 너무 많은 전사자가 발생했다. 그래서 천인족은 한 달 동안의 금주 기간(禁酒期間)을 가지고, 자숙하며 침울한 시간을 보내야 했다.


야차족도 칠십육만 명이라는 전사를 잃고 힘이 쇠진했다. 그러니 원기를 되찾을 때까지, 한동안 이종족과의 전쟁은 어려운 상황이 되었고.


이제는 침략이 아니라 이웃의 다른 종족이 혹시 쳐들어오지 않을까 전전긍긍해야 하는 상황. 거인족이나 비월족이 말이다.


이런 와중에, 천인족에 나름 반가운 소식도 퍼져 나갔다. 전 한울의 증손자이며 쥬맥의 친구인 유리의 큰아들이 장성하여 대학자가 되었다.


월광석을 탐냈던 아이 그 수한이가!


학문적으로도 무예 측면에서도 큰 성취를 이루었다. 그중에서도 그가 천인족의 전투를 돕기 위하여 여러 가지 진법을 개발했는데······.


검법이나 도법을 심층 연구하여 저급 무사들이라 해도 속성으로 익혀서, 이종족과의 전투에 사용하면 큰 위력을 나타낼 수 있도록 했다. 진법 이론을 체계적으로 재정립(再定立)한 것!


물론 무공이 뛰어난 고수들에게는 별로 와닿지 않는 얘기였다. 하지만 전투에서 대부분의 희생자를 차지하는 중저급 무사들에게는, 마치 단비와 같은 얘기라 모두 좋아하였다.


그리고 아직 무공의 성취가 낮은 상태에서도 이런 성과를 냈으니, 경지가 더 높아지면 훨씬 더 상승의 진법들이 창안될 것은 자명한 일일 터.


* * *


천인족이 야차족으로 몸살을 앓고 있을 때, 멀리 떨어진 천성해의 바다 속에서도 인어족이 또 다른 이유로 몸살을 앓고 있었다.


여기는 천성해에 있는 천수도 인근의 인어족 수도 림프닐.


지금 최고수장인 어황 아놀라와 어감(제사장) 수밀라, 어령(기술총괄) 다얀라가 참석한 가운데, 어칸(대추장 격)들이 심각한 표정으로 회의 중이다.


산호초로 지은 백색의 궁전. 바닥과 벽은 모두 하얀 진주로 장식을 하였고, 곳곳엔 아름답게 하늘거리는 수초들이다.


그러나 회의 분위기는 이 아름다운 궁전과 어울리지 않게 음울했다.


인어족의 특성상 모두 여자들인데, 어황 아놀라는 백스무 살에 가까운 노년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긴 백발에 아름다운 외모를 가지고 있었다.


팔 척에 가까운 몸에 미끈한 하반신에는, 지느러미가 물결에 살랑거린다.


분홍빛 눈자위에 보라색 눈동자를 굴리며 몽환적인 눈으로 주변을 둘러보던 아놀라가, 어칸들을 바라보며 뇌파(腦波)로 분노가 섞인 말을 쏟아냈다.


[아니, 그래서 모두 이렇게 손을 놓고 있자는 것인가요? 무슨 대책을 내놔야 할 것 아니에요 대책을!]


그러자 어칸 중에서 가장 나이가 많은 고참인 천일라가 나서서 허리를 굽실거리며 사죄를 하듯이 고한다.


[죄송하옵니다. 그 곤의 무리가 너무 덩치가 크고 한두 마리가 아니라 떼로 몰려와서, 용두족의 지원을 받아도 우리 인어족으로는 당최 싸움 상대가 되지 않사옵니다. 계속 피해만 더 늘어갈 뿐이옵니다.]


[크다 크다 하는데 도대체 그 곤이라는 것의 덩치가 얼마나 큰가요?]


[재 보기까지는 못 했지만 대략 몸통 굵기는 오십 장에 길이는 백오십 장쯤 되옵니다. 게다가 입이 크고 날카로운 이빨을 가진 것이 얼마나 빠르고 흉악한지, 접근도 하기가 어렵사옵니다.]


[그럼 근처에 있는 물고기들의 씨가 마르고, 심지어 우리 종족을 산 채로 집어삼키고 있는 그 흉악한 것들을 그냥 보고만 있겠다는 말인가요?]


[그게 아니오라 아직 마땅한 방법을 찾지 못하여······.]


[북명해에 살던 곤의 무리가 여기까지 내려온 것은 뭔가 이유가 있을 텐데, 그것은 알아보았나요?]


[아무래도 북명해에는 곤만 아니라 천망이라든지 대붕들까지 물고기를 잡아먹으니, 먹이가 부족하여 내려온 듯하옵니다.]


[굶어 죽으나 먹혀 죽으나 죽는 것은 어차피 마찬가지예요. 우리 종족의 병사들 중에 동원할 수 있는 병력이 총 얼마나 되나요?]


[전투가 가능한 병사들만 모으면 총 이백만 명은 될 것이옵니다.]


[전부 비상을 걸어서 완전 무장하고 대기시키세요. 그리고 용두족에 부탁해서 끝에 갈고리가 달린 대형 포획망을 몇백 개 더 만드세요.


곤을 완전히 덮어씌우지는 못해도 머리에서 아가미까지는 덮어씌울 정도가 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배를 부술 때 사용하는 파선추와 산호초로 만든 대형 활인 해궁도 각각 삼 천 개 이상을 준비하세요.]


[시간이 꽤 걸릴 듯한데 기한은 언제까지이옵니까?]


[밤을 지새우더라도 닷새 내에 모두 준비하세요. 내가 직접 같이 갈 테니 어칸급 이상은 모두 나서세요. 이제 죽느냐 사느냐 둘 중의 하나입니다.]


[알겠사옵니다. 시급히 준비하겠사옵니다.]


이외에도 몇 가지 세부 작전이 협의되며 회의가 끝났다.



마침내 준비 기간 닷새가 지나고 곤의 무리와 결전을 하는 날.


어황 아놀라는 직접 무장을 하고 전투에 나섰는데, 머리에는 커다란 진주를 박은 단단한 산호초 투구를 썼다.


손에는 삼지창을 들었는데 삼지창 곳곳에 아름다운 색색의 보석들이 박혀 있어서, 물결에 여러 가지 광채를 내뿜는 모습이 아주 환상적이다.


어수족은 인어족이나 용두족 모두 물속에서는 뇌파로 대화하고 모든 지시도 뇌파로 이루어졌다. 그러니 겉으로는 아무런 소리가 없는 가운데 일이 진행된다.


어황 아놀라가 많은 호위를 거느리고 백색의 산호초 궁전을 나서서, 인어족 병사들이 집결한 장소에 이르렀다.


끝없이 펼쳐진 드넓은 바다. 거기에 모두 꼬리지느러미를 하늘거리며 떠 있는 이백만에 가까운 병사들. 그런데 그들은 하나같이 모두 여자들이다.


인어족은 남자가 여자보다 몸이 왜소 하여 주로 가정일과 식량 조달을 하는 반면에, 바깥일과 전쟁은 모두 여자들이 나서서 치르기 때문이었다. 모계 사회라 결혼하면 남자가 여자 집에 들어와서 살았고.


미인일수록 인기가 있어서 많은 남자를 거느릴 수 있었다. 특히 흰 피부에 하얀 머리를 가진 미인은······.


그래서 하얀 머리를 가진 여자 치고, 거느리는 남자가 일곱을 밑도는 여자가 별로 없었다.



대를 이루어 정렬해 있는 병사들.


그런데 그 모습은 지상의 종족과 달랐다. 약간씩 간격을 두고 오 층으로 층을 이루어 늘어선 대형. 영역은 줄어들고 밀집도는 훨씬 높아 보인다.


그 맨 좌측에는 여러 명의 병사들이 파선추를 들고 줄지어 서 있었다.


다음은 넷이서 해궁을 든 병사들, 다음은 해마들이 이끄는 전차(戰車)를 탄 병사들, 다음은 삼지창이나 작살 등으로 무장하고 수십 명이 함께 포획망을 든 일반 병사들 등등······.


마지막은 의료나 첩보 활동을 하는 병사들이 늘어서 있었다.


앞에서 바라보니 푸른 바닷속을 온통 인어족(人魚族) 병사들이 가득 메우고 있는 듯한 광경인데······.


어황이 앞으로 나서더니 전체를 바라보고 뇌파로 일장 연설(一場演說)을 시작했다. 그런데 그 뜻이 수많은 병사들의 머리에 빠짐없이 전달되니 참으로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장중하게 머릿속으로 울려오는 말.


[친애하는 우리 인어족 병사 여러분! 우리가 모두 죽느냐 사느냐 하는 기로에 서서, 오늘 이 어황이 직접 여러분과 같이 전장에 서게 되었습니다.


여러분도 모두 알다시피 곤 무리가 북명해에서 남하하여 우리의 식량인 어족 자원을 바닥내고 있고, 심지어는 우리 종족들까지 눈에 보이는 대로 잡아먹고 있는 참담한 실정입니다.


이제 우리는 굶어 죽으나 곤에게 먹혀 죽으나, 엎치나 메치나 똑같은 상황에 처해 있다 이겁니다.


그럴 바에야 우리의 운명을 걸고 곤 무리와 생사 대전을 벌여서 이 잔혹한 운명과 싸워 이깁시다 여러분!


우리가 모두 한마음 한뜻으로 뭉친다면 우리는 분명히 이길 수 있습니다. 모두 이 어황을 따라서 곤 무리와 용감하게 싸웁시다. 싸웁시다!]


[와~ 싸웁시다. 어황님을 따릅시다!]


모두 어황의 일장 연설에 환호를 보내며 싸울 의지를 곧추세웠다.


[출전하라!! 모두 나를 따르라!]


어황 아놀라가 삼지창을 높이 들고 과감하게 앞장서서 나가자, 그 주위를 수많은 호위가 둘러싸고 부대별로 출진하여 그 뒤를 따르기 시작했다.


지금 인어족 이백만 대군이, 곤의 무리가 설치고 있다는 바닷속 화양계곡이라는 곳을 향해서 가고 있는 것.


그곳은 수많은 산호초가 마치 꽃처럼 피어 있어서 화양계곡이라고 부르는데, 인어족이 식량으로 삼는 어종의 대부분이 이곳에 살고 있었다.


그런데 곤 무리가 이곳을 차지하고 주저앉아서 배를 불리고 있는 것이다.


마침내 화양계곡이 내려다보이는 높은 해구에 다다라 아래를 내려다보니, 꽃밭처럼 아름다운 산호초 계곡에 흉악한 곤들이 잔뜩 몰려 있다.


한입에 수십 마리씩 물고기를 집어삼키며, 즐기듯이 먹이 사냥을 하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전원 전투 준비!]


아놀라가 곤의 무리를 내려다보며 창을 높이 들고 외쳤다.


[모두 공격하라! 곤의 입에 포획망을 씌워라!]


[공격하라! 포획망을 씌워라!]


모두 함께 외치면서 마침내 곤들과 인어들의 전쟁이 시작되었다.


곤 무리도 이백만이나 되는 인어들이 한꺼번에 공격해 오자 움찔했지만, 곧 그 포악한 흉성을 드러내며 공격해 오기 시작했다.


인어족의 병사들 수백 명이 조를 이루어서 거대한 포획망을 펼치고, 그것을 곤의 입에 씌우려고 하였다. 그러나 곤이 사납게 머리와 꼬리를 휘저으며 공격을 해 오니, 쉽지 않은 일이었다.


반대로 인어족 병사들이 사나운 입에 물려서 먹이처럼 삼켜지고, 날카로운 이빨에 몸이 두 동강이 나거나 전신이 찢어져서 피가 낭자하게 흐르니······.


어느새 바닷속이 핏물로 붉게 물든다!


[파선추와 작살, 전차로 총공격하라!]


[총공격하라! 곤을 죽여라!]


[파선추와 작살, 전차 앞으로!]


“와아아아~~~”


이번에는 이백만의 병사들이 앞뒤 가리지 않고 모두 벌떼같이 덤벼들었다.

158화 묘화원 위치 지도.png

158화. 묘화원 위치 지도




감사합니다. - 설련하(偰輦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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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3 173화. 전쟁! 인간이 만든 악마 22.02.02 1,252 32 18쪽
172 172화. 소금동맹과의 전쟁 22.02.01 1,262 33 18쪽
171 171화. 어수족의 출현 22.01.31 1,257 32 19쪽
170 170화. 인구 증가와 식량 부족 22.01.30 1,265 33 19쪽
169 169화. 공간신통을 얻다 22.01.30 1,258 32 19쪽
168 168화. 전차(戰車)와 수군 22.01.30 1,269 33 19쪽
167 167화. 비룡(飛龍)의 습격 22.01.30 1,248 32 19쪽
166 166화. 다섯 마왕과의 결투 22.01.30 1,257 32 19쪽
165 165화. 마계(魔界) 수행 22.01.30 1,252 32 19쪽
164 164화. 전진기지를 건설하라 22.01.30 1,261 33 18쪽
163 163화. 삼족황과 공간신통 22.01.30 1,264 31 19쪽
162 162화. 또 다른 생사의 기로 22.01.30 1,269 30 19쪽
161 161화. 마수 토벌로 이어진 인연 21.09.27 1,263 11 19쪽
160 160화. 홀로 중계(中계) 수행 21.09.26 1,276 10 18쪽
159 159화. 인어족과 곤의 전쟁 21.09.25 1,258 10 20쪽
» 158화. 미라챠와의 재회 21.09.24 1,261 11 18쪽
157 157화. 비승야차와의 대결 21.09.23 1,246 11 19쪽
156 156화. 시신은 산을 이루고 21.09.22 1,249 12 20쪽
155 155화. 40만과 4만의 전투 21.09.21 1,252 11 18쪽
154 154화. 야습(夜襲) 21.09.20 1,260 11 20쪽
153 153화. 야차족과의 전쟁 21.09.19 1,264 11 19쪽
152 152화. 대신전(大神殿)의 완공 21.09.18 1,277 11 18쪽
151 151화. 쥬씨세가를 꿈꾸다 21.09.17 1,273 12 18쪽
150 150화. 인맥과 인운(人運)의 차이 21.09.16 1,271 12 18쪽
149 149화. 대족장 쥬맥 21.09.15 1,280 11 19쪽
148 148화. 용암불새와의 인연 21.09.14 1,258 12 19쪽
147 147화. 거인들과의 대전투 21.09.13 1,245 12 19쪽
146 146화. 선발대 간 치열한 전투 21.09.12 1,256 12 18쪽
145 145화. 남풍에 실린 전운(戰雲) 21.09.11 1,247 12 18쪽
144 144화. 소인족의 백년대계 21.09.10 1,278 12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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