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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은아들의 헛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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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은아들
작품등록일 :
2015.09.12 00:03
최근연재일 :
2016.01.09 16:51
연재수 :
9 회
조회수 :
4,775
추천수 :
39
글자수 :
33,955

작성
15.09.13 14:18
조회
489
추천
7
글자
8쪽

붉은 길

DUMMY

금순이가 궁녀로 황궁으로 보내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얼마 되지도 않는 하사금을 거절한 금순의 아버지는 마을에서 자취를 감췄다. 그래도 그가 마을에 있을 때는 조금이나마 미안한 기색을 보이던 마을 사람들도, 그가 완전히 자취를 감춰버리자 조금씩 말이 변하기 시작하더니


“말이야 바른 말이지, 그래도 금순이 고것이 이제는 밥 굶을 일은 없잖아? 멀리 떠나긴 했어도 다 잘된 일인거야.”


라는 말이 나오고 사람들의 동조를 얻는데 오래 걸리지 않았다. 그리고 그 말을 듣게 된 우진은 그 말을 자신에게 한, 평소 자신과 금순을 괴롭히는데 앞장 선 아이에게 덤벼들었지만, 오히려 마을 아이들에게 집단으로 두들겨 맞아야만 했다.


“병신아, 이제 그 애는 평생 못 본다고. 알아? 궁녀라잖아, 궁녀. 사내는 평생이 가도 볼 수 없다고.”


마치 사나운 짐승처럼 울부짖고 달려드는 우진을 여러 명의 소년들이 뭉개버리자, 주동자인 소년은 득의양양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아냐, 대장. 남자도 그걸 때버리면, 궁으로 들어갈 수 있데.”


“어, 어. 나도, 나도 들었어, 대장.”


주동자인 소년은 아예 다른 소년들에게 대장 취급을 받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대장으로 불린 소년의 마음에 들기 위해, 자신들이 어디선가 주워들은 이야기들을 되는대로 지껄여댔다.


그러다가 대장이란 소년은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갑자기 우진의 바지를 벗기게 했다. 아이들은 무슨 이유인지 알 수 없었지만, 그의 명령이기에 거의 주저하지 않고 우진의 바지를 벗겼다.


“야, 그렇게 그 애가 보고 싶으면, 내가 만나러 가게 해줄까? 응? 이거만 때버리면 만날 수 있다면서? 응? 잘라줘”


“대장, 재밌겠다. 잘라, 잘라버려.”


소년들은 단순히 장난이었다. 우진이 겁을 내며 두려움에 벌벌 떨거나, 울며 반항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 야, 누가 집에 가서 이거 자를 것 좀 가져와. 아니다. 그냥 개한테 물게 하자. 개가 물었다고 하면 나중에 우리가 혼날 일도 없을 거 아냐?”


우진의 마을과 그 주변으론 주인 없이 떠돌아다니는 들개가 제법 있었고, 이따금 어른들이나 아이들이 들개에게 물리는 사고가 일어나고는 했다. 그리고 대장이란 소년의 말이 조금씩 구체화되기 시작하자 그의 편을 들던 소년들도 자신이 우진이 아님에도 조금씩 겁을 내기 시작했다. 방금 전까지는 정말 우진을 놀리고 괴롭히는, 자기들에겐 놀이에 불과했다고 말을 할 수도 있었지만, 일부러 개에게 물리게 하는 것은 다른 이야기였다. 그리고 다른 소년들이 겁을 내며 빠지려고 하자, 대장이란 소년도 흥이 식은 듯, 우진을 내버려두고 소년들을 이끌고 다른 곳으로 놀러가버렸다.


그러나 자신을 괴롭히던 소년들이 떠나갔지만, 자리에서 일어나 바지를 다시 입고 바닥에 주저앉아 있던 우진의 눈은 기이한 열망에 사로잡혀있었다.


“개한테 물리면…….”


그리고 자리에서 일어난 우진은 곧바로 집으로 돌아가 부엌에서 약간의 음식을 몰래 꺼내들고 나와, 개들을 찾아다니기 시작했다. 평소라면 개가 짖는 소리만 들려도 피해다녔을 우진이지만, 오늘은 달랐다.


개에게 물렸을 때의 고통과, 그로 인한 공포, 신체의 일부, 그것도 정말 중요한 부분을 잃어야 한다는 사실도 우진은 생각하지 않았다. 우진이 생각하는 것은 오직 한 가지.


금순이를 다시 볼 수 있다는 것.


그런 생각에 사로잡혀, 아무것도 모르는 소년만이 가질 수 있는 열망과 광기에 휩싸여, 우진은 개를 찾아 다녔다.


“찾았다.”


그리고 우진은 오래 걸리지 않아서, 개 한 마리를 찾아냈다. 그러나 우진이 원한 개와 달리 덩치가 상당히 작은 개였다. 그런 개에게 물려봤자, 잘려나갈 것 같지 않았다. 그러나 우진은 실망하지 않았다. 주위를 더 살펴본 우진은 약간 떨어진 곳에서 다른 개를 찾았다. 방금 전에 찾았던 개보다는 훨씬 덩치가 큰 개였다. 마을 어른들도 조심하는 개로, 성질이 사납기로 유명한 녀석이었다. 그렇다고 사람에게 다짜고짜 달려들지 않았기 때문에, 아직까지 잡아먹히지 않고 마을 근방에서 살고 있는 녀석이었다.


우진은 우선 바지를 내리고 바닥에 앉았다. 그리고 자신이 집에서 가져온 음식을 자신의 하복부에, 소년들이 말했던, 잘려야 한다는 부분에 덕지덕지 발랐다. 음식을 다 바른 우진은 바닥에 누워 눈을 질끈 감았다.


그리고 우진이 하는 것을 지켜보고 있던 것인지, 아니면 단순히 음식 냄새에 이끌린 것인지, 우진이 바닥에 대자로 눕자, 개가 천천히 다가오기 시작했다. 개는 쉽게 다가오지 않았다. 천천히 주변을 살피고, 냄새를 맡고, 다시 우진을 보고, 냄새를 맡고.


그러나 우진이 바른 음식은 개에겐 정말 거부할 수 없는 유혹이었다. 잔뜩 긴장한 우진은 조금씩 커지는 개의 숨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그리고 우진은 마침내 개가 자신을 정확히는 음식을 핥아 먹는 것을 느꼈다. 우진은 이를 악 물었다.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그러나 우직의 각오가 무색하게 음식을 다 핥아 먹기 시작한 개는, 음식을 다 먹어치우자 그대로 사라져버렸다. 개가 어서 물어주기만 기다리던 우진은 시원한 느낌에 작게 실눈을 떠보니 개가 사라지고 없자, 허망한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개가 사라졌다는 사실에 안도감이 들며 긴장이 풀리고 눈물이 나왔다. 개조차도 자신을 도와주지 않았다.


비록 실패로 끝나긴 했지만, 우진은 금순과의 만남을 포기 하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헤어지던 금순의 눈은 자신에게 도와 달라 말하고 있었다. 아니 우진의 상상 속에서 무시무시한 괴물에게 잡혀가던 금순은 자신에게 살려달라고 말하고 있었다.


금순이가 자신을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가야한다.


그 후에도 우진은 몇 번이나 음식을 가지고 개들을 유혹해보았지만, 개들은 음식만 먹고 사라지고, 우진이 원하는 것을 이뤄주지 않았다. 소년들의 괴롭힘은 계속 되고, 실패의 나날도 계속되었다.


그리고 계속해서 집안의 음식이 조금씩 사라지자, 그것을 이상하게 여기던 우진의 계모는 곧 그 범인이 우진이었음을 알아챘다. 그녀에게 들어 사실을 알게 된 우진의 아버지는 대체 무슨 이유로 우진이 그러는지 물어보았지만, 우진을 단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결국 묻다 지쳐 짜증이 난 우진의 아버지는 우진에게 마음대로 하라며 우진을 집에서 쫓아내 버렸다. 적어도 그는 우진이 곧 잘못했다고 사과를 하면서 돌아올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면 다시 우진을 잘 타일러볼 생각이었다. 적어도 그의 생각은 그랬다.


집에서 나온 우진은 갈 곳이 없었다. 음식이 없으니 개들을 찾을 수도 없고, 마을에서 혼자 다니다가 다른 소년들을 만나봐야 괴롭힘만 당할 뿐이었다. 그렇다고 집으로 다시 갈 수도 없었다. 자신이 무슨 일을 하려는지 아버지에게 사실대로 말하면 되기는 했지만, 우진은 왠지 그래서는 안 될 것 같았다. 그냥 느낌이 그랬다.


“금순아…….”


이리 저리 정처 없이 돌아다니던 우진은 마을 근방에 있는 강에 도착했다. 금순이가 끌려가던 그날, 생각조차 하기 싫은 그날, 금순이와 함께 오려고 했던 강이었다. 그 생각이 떠오르자 다시 금순이가 보고 싶었다. 정말로 보고 싶었다. 그렇지만……. 그렇지만…….


애꿎은 강변의 돌들을 차던 우진은 갑자기 단단했던 나무열매의 껍질을 돌로 내리쳐 껍질을 부수고 그 속을 꺼내 먹었던 것이 생각났다. 그래, 그 방법이 있었다.


더는 참을 수가 없었다. 우진은 급히 돌을 찾았다. 어차피 강변에는 돌이 넘쳐났다. 한 번에 끝내기 위한, 자신이 들 수 있는 가장 커다란 돌을 찾아 들었다.


“금순아, 기다려. 오빠가 금방 갈게.”


바닥에 앉아 눈을 질끈 감은 우진은 들고 있던 돌을 그대로 내리쳤다. 그리고 엄청난 고통과 함께 그래도 정신을 잃어버렸다. 돌 밑으로 타고 흐르는 피만이 우진이 그토록 원하던 일이 성공했음을 보여주고 있었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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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붉은 길 +1 15.09.13 490 7 8쪽
2 두 아이 15.09.12 691 8 10쪽
1 서장 +3 15.09.12 723 8 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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