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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은아들
작품등록일 :
2015.09.12 00:03
최근연재일 :
2016.01.09 16:51
연재수 :
9 회
조회수 :
4,274
추천수 :
39
글자수 :
33,955

작성
16.01.02 2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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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재생원(3)

DUMMY

입원식을 치르고 순식간에 일주일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그리고 그 일주일동안 꽤나 많은 것을 알 수 있었다. 우선 재생원의 살림이 전적으로 부을평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재생원 출신이니 우진들과 비슷한 처지였을 것인데, 어째서 그가 환관이 되지 않은 것인지, 장질이 그를 볼 때마다 화를 내면서도 한편으론 안쓰럽게 쳐다보는 것인지 알 수는 없었지만, 확실한 것은 돈을 벌어오는 것은 부을평이라는 사실이었다. 그리고 그가 무슨 수로 돈을 벌어오는 지는 가도근을 살짝 구슬리는 것으로도 쉽게 알 수 있었다.


“헤헤, 을평이가 그림을 잘 그리거든. 나, 나는 멍청해서 잘 모르겠는데, 남들은 다들 을평이 그림이 좋대. 그래서 을평이한테 그림을 그려달라고 한 다음에 쌀도 주고, 고기도 주고, 헤헤, 돈도 주고.”


장질은 아이들에게 부을평에게선 배울 것이 아무것도 없으니 절대 닮지 말라고 말을 했지만, 아니었던 모양이다. 아이들로서는 부을평의 실력이나 그의 명성이 어느 정도인지 알 수는 없지만, 재생원의 건물들이 허름하고 낡기는 했어도, 그곳에서 지내면서 돈에 쪼들리는 느낌은 없었다. 오히려 정말 찢어지게 가난하게 살아온 우진에게 재생원에서의 생활은 여태껏 경험해보지 못한 풍족한 삶이었고, 그것은 다른 아이들도 크게 다르지 않았기에 세 아이는 부을평에게 고마운 마음을 품었다.


“을평이형, 다녀오셨어요.”


“아, 씨. 깜짝이야. 간 떨어질 뻔했네. 뭐야, 형은 어디가고 우진이 네가 마당을 쓸고 있냐?”


그 날도 밤에 몰래 재생원을 나갔다가 들어오던 부을평은 마당을 쓸고 있던 우진이 말을 걸자 살짝 놀라더니 이내 주변에 장질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는 편하게 말을 걸었다.


“아, 도근이형은 형 올 때 되었다고, 아침 준비하신다고 제가 대신 한다고 했어요.”


“그래? 원주님은?”


“원주님께서는 어제 나가셔서 아직 안 들어오셨어요.”


“아직도?”


“네. 오늘 늦게 오시거나 아니면 내일 아침에 오신다고 하셨어요.”


“진짜? 에이, 그럼 괜히 일찍 들어왔네. 그런데 다른 애들은 어디가고 너 혼자 그러고 있냐?”


“금석이라 오두는 아직 자고 있어서요.”


“깨워서 같이 하지. 왜 혼자 하고 있냐?”


“헤헤, 게네들은 아직 어리잖아요.”


“어리긴, 너랑 몇 살이나 차이난다고. 자꾸 그렇게 봐주다가는 나중에 머리 꼭대기 까지 기어오른다?”


“에헤, 그럴 애들은 아닐 거예요. 얼마나 착하고 순한 애들인데요.”


“허이고, 벌써부터 제 동기라고 편들기는. 옜다, 이거나 먹으면서 해라.”


부을평이 우진에게 건넨 것은 달콤한 향기가 나는 제법 커다란 당과였다. 우진에겐 일 년에 한번 맛이나 볼까말까 했던 귀한 음식이었다.


“왜? 당과 싫어해? 다른 걸로 사다줄까?”


“아뇨, 아뇨. 그런 게 아니라, 제가 이거 받아도 되나 해서요. 당과 무지 비쌀 텐데…….”


“비싸긴 인마. 나이도 어린 녀석이 어디서 어른 흉내야. 이럴 땐 그냥 ‘고맙습니다.’나 ‘잘 먹겠습니다.’라고 하면서 받으면 되. 알았냐? 뭐라고 한다고?”


“고맙습니다. 잘 먹겠습니다.”


“그렇지. 그럼 나는 가서 좀 쉬고 있을 테니까, 도근이 형이 준비 다 하면 와서 불러라.”


“네, 그렇게 할게요. 푹 쉬세요.”


피곤한 부을평은 자신의 방으로 들어가 쉬고, 우진이 당과를 아껴먹으며 마당을 다 쓸었을 때 쯤, 가도근이 아침 준비를 모두 마치고 아이들을 불렀고, 우진도 잠이 들었던 부을평을 불렀다.


“으, 을평아. 어, 언제 왔어?”


“아까 와서 쉬고 있었어. 근데 형이랑 애들만 내버려두고 원주님은 어디 가신거야?”


“어디더라? 아, 배, 백원각. 백원각에 가셨어.”


“이, 거기? 그렇구나. 까맣게 잊고 있었네. 식겠다. 얼른 먹자.”


장질이 어디에 갔는지 들은 부을평은 이내 관심을 잃고, 식사를 시작했다. 그리고 부을평이 식사를 시작하자, 음식들을 보며 침만 삼키고 있던 아이들도 급히 배를 채우기 시작했다. 험상궂은 외모와 다르게 가도근의 요리 실력은 괜찮은 편이었고, 비싼 재료를 쓰지는 않았지만, 언제나 식탁은 풍성한 편이었다.


“헤헤, 처, 천천히 먹어. 체, 체한다.”


가도근은 자기가 먹을 음식들까지 아이들에게 양보하며 밥을 먹는 아이들을 정말 행복한 미소로 바라보았다.


“형도 좀 먹어.”


“그, 그럴까? 헤헤, 그래.”


결국 보다 못한 부을평에게 한 마디 듣고 나서야 가도근도 음식을 먹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먹는 중간 중간 아이들을 보며 얼굴 가득 미소를 지었다.


식사가 끝나고 피곤했던 부을평은 다시 쉬러 가고, 아이들은 가도근을 도와 식탁을 정리하고 재생원을 청소하기 시작했다. 아이들이 큰 도움이 된 것은 아니었지만, 그럼에도 가도근은 전혀 힘들지 않았다. 결국 가볍게 시작한 청소는 미뤄두었던 대청소가 되었고, 아이들은 녹초가 되어 저녁도 먹는 둥, 마는 둥 하고는 잠에 들었다.


그리고 아이들이 잠이 들고 마당에 홀로 앉아 장질을 기다리던 가도근이 꾸벅꾸벅 졸기 시작할 때쯤에야, 장질이 재생원으로 돌아왔다.


“워, 원주님 오셨어요?”


“쯧쯧, 들어가서 잘 것이지, 밖에서 뭐하고 있는 것이냐?”


“에헤헤, 원주님 기다리고 있었어요.”


가도근은 장질의 핀잔에도 장원을 비웠던 그가 돌아오자 반가운 것처럼 얼굴에서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사실 그를 따라가고 싶었지만, 아이들을 돌보아야 했기에 남았던 것이다. 장질도 그런 그의 마음을 아는 것인지, 핀잔을 하기는 했지만, 애틋한 눈길로 그를 바라보았다.


“아이들은?”


“다, 다들 자고 있어요. 깨울까요?”


“아니다. 자는 아이들을 깨울 것까지야 없지. 별 일 없었고?”


“아무 일도, 아! 아이들이 청소도 도와줬어요. 에헤헤. 그래서 대청소도 했어요. 깨끗해졌죠?”


“그래. 너희들이 고생이 많구나. 을평이는 들어왔느냐?”


“예, 예. 으, 을평이도 들어와서 지금 자고 있어요. 일찍 들어왔으니까 호, 혼내지 마세요.”


“잘못한 게 없다면 내가 왜 혼을 내겠느냐? 그러지 않을 것이니, 너도 너무 걱정하지 말거라.”


장질의 말에 가도근은 도을평의 이름이 나오자 굳었던 얼굴을 풀었다. 그의 표정이 변하는 것을 지켜본 장질도 실없는 웃음소리가 흘러나왔다.


“후우, 피곤하구나. 나는 이만 들어가서 쉴 테니, 너도 가서 쉬어라. 그리고 내일 아침에 백원각에서 물건이 올 것이니, 혹여 내가 없어도 안에 들여놓고, 혹시라도 아이들이 손대지 못하게 하여라.”


“예, 원주님.”


늙은 몸으로 많은 곳을 돌아다녀야 했던 장질은 몹시도 피곤했고, 가도근에게 말을 전하고 안으로 들어가 금방 잠이 들었다. 그리고 가도근도 밖에서 가만히 서 있다가, 방에서 장질이 코고는 소리를 확인하고 나서야 자신의 방으로 돌아가 잠에 들었다.


다음 날 아침, 아직 해도 완전히 뜨지 않았을 무렵, 재생원의 사람들 대부분이 아직 이불 속에 있고, 오직 가도근만이 먼저 일어나 졸린 눈을 비비며 마당을 빗자루 질을 하고 있을 때, 전날 밤에 장질이 일러둔 대로 재생원으로 사람이 찾아왔다.


재생원을 찾은 사람은 이전부터 가도근을 알고 있었는지 그의 험상궂은 얼굴에도 별로 놀라는 기색도 없이 주문받은 물건이라며 작은 나무 상자 세 개를 건넸다. 내용물이 궁금한 것처럼 이리저리 둘러보던 가도근은 장질의 말이 떠올라, 상자를 장질의 방문 옆에 쌓아두고 아침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조금 더 시간이 지나자 장질도 잠에서 깨어나 밖으로 나오다가 자신의 방문 옆에 있는 상자를 발견했다. 조심스럽게 상자를 자신의 방 안으로 옮긴 장질은 아직도 깨어날 생각을 하지 않는 아이들을 깨웠다.


“어허, 언제까지 잘 생각이냐? 어서들 일어나야지.”


처음에는 장질의 소리에도 일어나지 않던 아이들은, 장질이 몇 번이고 다시 부르자 가장 어린 오두가 가장 먼저 눈을 뜨고는, 장질을 보고 깜짝 놀라 서둘러 우진과 우금석을 깨웠다.


“형, 형. 원주님, 원주님!”


처음엔 오두가 깨우는 소리에 귀찮아하던 두 아이는 장질이 왔다는 소리에 깜짝 놀라 자리에서 일어났다.


“워, 원주님 오셨어요.”


“그래, 잘들 잤느냐?”


“에, 예. 원주님도 안녕히 주무셨어요?”


“오냐, 오냐. 이제 그만 일어나야지. 오늘은 해야 할 일이 조금 많구나. 얼른 준비들 하고 나오너라.”


장질이 그렇게 말하고 나가자, 세 아이는 서둘러서 이부자리를 정리하고 밖으로 나갔다. 기다리고 있던 장질은 아이들에게 씻고 오라고 시켰고, 그의 말에 따라 아이들이 씻고 왔을 때는, 가도근이 아침을 차리고 난 뒤였고, 부을평까지 일어나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제들 오느냐. 어서 먹자꾸나. 도근이는 밥을 다 먹고 나서 아이들을 좀 씻겨주고. 을평이 너는 나와 함께 갈 곳이 있다.”


“백원각에서 물건이 왔습니까?”


“그래, 새벽에 도착한 모양이더구나. 조금 더 시간이 걸릴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일찍 왔어.”


“그럼……. 점박이 아저씨네 가는 거죠? 그냥 제가 혼자서 갔다가 올게요. 미리 말 해 두셨죠?”


“아니다. 너만 혼자 보낸다고 될 일이 아니지. 그것 말고도 준비 할 것들이 몇 가지 더 있고.”


그리고 아침식사가 끝나고 장질은 부을평과 나서기 전에 아이들을 불렀다.


“오늘은 너희들에게 중요한 날이니, 몸을 정갈히 하고 있어야 한다. 절대 재생원 밖으로 나가서는 안 되고, 될 수 있으면 너희들의 방에서도 나오지 말거라. 알겠느냐?”


하루 종일 방에서 나오지 말라는 장질의 말에 아이들은 잠시 곤란한 표정을 지었지만, 그렇다고 그에게 싫다는 말을 할 수는 없었다. 그리고 그쯤 되자 가도근도 장질이 무슨 일을 하려는지 눈치 챌 수 있었다.


“아, 워, 원주님. 오늘 그, 그걸 하시게요?”


“도근이 너도 알겠느냐?”


“예, 예. 그, 그럼 아이들은 제가 지, 지켜보고 있을 테니깐 얼른 다녀오세요.”


“그래, 혹여 누군가 찾아오더라도 안으로 들이지는 말고.”


“예, 예.”


장질과 부을평이 문밖으로 나가자 가도근은 장원의 문을 굳게 닫아걸었다. 진지한 어른들의 모습에 아이들은 궁금한 것이 있었지만, 일단은 가만히 어른들이 시키는 대로 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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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황도로 15.09.18 578 5 11쪽
3 붉은 길 +1 15.09.13 431 7 8쪽
2 두 아이 15.09.12 620 8 10쪽
1 서장 +3 15.09.12 641 8 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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