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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은아들
작품등록일 :
2015.09.12 00:03
최근연재일 :
2016.01.09 16:51
연재수 :
9 회
조회수 :
4,278
추천수 :
39
글자수 :
33,955

작성
15.09.25 23:15
조회
490
추천
4
글자
8쪽

재생원

DUMMY

“모두 내려라.”


우진과 아이들을 마차에 태우고 쉬지 않고 달리던 마차는 마침내 커다란 장원에 도착했다. 장원의 이름은 이생원. 환관만을 전문적으로 길러내는 곳이었지만 아이들이 그것을 알리가 없었다. 그저 오랜 시간 마차를 타고 온 피로로 마차에서 내리자마자 바닥에 주저앉아 휴식을 취하기 바빴다. 어떤 아이들은 상처가 아파왔는지 상처에 약을 바르기도 했다.


“왔는가?”


“네, 원주님. 잘 지내셨습니까?”


“나야 항상 잘 지내지. 어디보자, 여기 있는 이 아이들이 전부 인가?”


“네, 원주님.”


“지난번보다 수가 적은 것 같은데?”


“예, 그렇습니다. 그래도 다들 건강합니다.”


이생원까지 아이들을 데리고 온 사내는 하얀 비단옷에 염소수염을 달고 창백하고 깡마른 원주라는 노인에게 연신 굽실거리며 자신이 데려온 아이들을 한 명씩 짚어가며 노인에게 설명해주었다. 원주라는 노인은 사내의 설명을 듣는 듯, 마는 듯 매서운 눈길로 아이들을 살펴보았다. 그리고 노인이 뒤를 보며 손짓을 할 때마다, 기다리고 있던 사람들이 노인의 선택을 받은 아이들을 하나, 둘씩 장원의 안으로 데리고 들어갔다. 그리고 아이들도 자신들이 선택을 받기 시작하자 잔뜩 긴장을 하기 시작했다.


“더 볼 만한 아이가 없군.”


우진은 다른 아이들처럼 긴장을 하는 한 편으론 기대를 하고 있었지만 노인의 선택을 받지 못했다. 노인의 바짓가랑이라도 잡고 빌어보려고 했지만, 노인은 금세 장원으로 들어가 문을 닫아버렸다.


당황한 것은 우진만이 아니었다. 우진과 함께 온 아이들도 자신들이 어떤 상황인지 알고 있었고, 노인이 누군지는 몰라도 노인의 선택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눈치를 챈 상태였다.


“저, 저희들은 이제 어떻게 되나요?”


“응? 무슨 소리냐?”


우진은 급히 자신들을 이곳으로 데리고 온 사내를 붙잡고 말을 걸어보았다. 사실 주변에 어떻게 된 상황인지 말해줄 사람은 그 사내 뿐이었다.


“저희들은 선택 받지 못한 건가요? 그럼 다시 집으로 돌아가야 하나요? 다른 기회는 없는 건가요?”


“응? 아아, 내 정신 좀 보게나. 여태 아무 말도 안 해줬구나.”


시일을 맞출 생각에 급해 정작 아이들에겐 소홀했더니, 평소라면 말해줬을 사실들도 알려주지 않은 것이다. 평소보다 아이들의 수가 적다보니 이런 일이 발생한 것이다.


“일단 너희들도 다시 마차에 타라. 가면서 이야기 해 주마.”


아이들은 사내의 말에 주저하면서도 결국 마차에 타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살던 고향을 떠나 온 길이다. 멀고 먼 이곳에서 그나마 함께한 아이들과 사내 말고는 아는 사람도 없었다.


아이들이 전부 마차에 타자 사내는 천천히 마차를 몰며 아이들에게 이야기를 시작했다. 지금 아이들이 있는 곳은 황도 근처고, 황도 근처에는 아이들을 대려다가 환관으로 키우는 곳이 조금 전에 이생원말고도 몇 군데 더 있다고 알려줬다. 물론 그 중에서 가장 좋은 곳이 이생원이었지만, 아이들은 아직 기회가 남아있다는 사실에 희망을 품었다.


그리고 그렇게 다시 돌고 돌아 마지막으로 우진이 도착한 곳은 무척이나 오래되어 보이는 장원이었다. 그러나 오래되어 고풍스러워 보이는 장원이 아니라 낡은 곳을 제대로 보수하지 못해 오래되어 무척이나 허름해 보이는 장원이었다.


“오, 왔는가? 잘 지냈고? 상단주도 별 탈 없으시고?”


여태까지 지나온 장원들의 원주들이 보통 사내에게 고자세를 유지했다면 이번 장원의 원주는 다른 원주들보다도 나이가 많아 보임에도 사내를 무척 반갑게 맞이해주었다.


“예, 예. 원주님도 잘 지내셨죠?”


“하하, 나야 항상 잘 지내지.”


“잘 지내셨다니 다행입니다. 자, 어서들 내려라.”


사내의 말에 그제야 아이들이 마차에서 내리기 시작했다. 그래봐야 우진을 포함해서 고작 셋. 아이들을 본 노인은 처음에는 실망한 기색을 비췄지만 이내 미소를 지으며 아이들을 맞아주었다.


“하하, 잘 왔다, 잘 왔어.”


노인이 이리저리 우진과 아이들을 살펴보는 동안 사내는 여태껏 그랬던 것처럼 아이들에 대해서 노인에게 이야기를 시작했다. 나이가 몇이고 태어난 곳은 어디며, 무슨 이유로 이곳까지 왔는지, 부모의 직업은 무엇이었는지 등등, 할 이야기를 다 마친 사내는 곧바로 마차에 다시 올랐다.


“벌써 가려고? 시간도 늦었는데 밥이라도 먹고 가게나.”


“아닙니다. 마음만 감사하게 받겠습니다. 나중에 기회가 되거든 그때 먹고 가지요.”


“그럴 텐가? 이거 아쉽구먼. 상단주에게도 안부전해 주시게나.”


“예, 예. 그리하겠습니다.”


노인과 인사를 마친 사내는 아이들을 휙 둘러보고 마차를 출발시켰다. 며칠을 함께 보내긴 했지만, 딱히 정을 붙이거나 한 사이도 아니기에 사내에게선 어떤 미련이나 아쉬움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러나 그런 사내와 달리 아이들은 무언가 다른 느낌을 받았다. 딱히 사내가 그리웠다기보다는 이제 정말로 되돌아 갈 수 없다는 느낌. 그런 느낌이었다.


“자, 자. 어서들 들어오너라. 재생원에 잘 왔단다. 내가 이 재생원의 원주이니, 너희들은 나를 ‘원주님’이라고 부르면 된단다.”


아직까지 잔뜩 굳어 있는 아이들을, 재생원주는 따뜻한 미소로 풀어주었다. 재생원의 내부는 밖에서 본 것과는 달리 제법 정리가 잘 되어있었다. 낡고 허름한 것은 어쩔 수 없었지만 그래도 지저분하거나 더러운 느낌은 들지 않았다. 그러나 그것보다 아이들을 자극한 것은 아이들의 코를 간질이는 구수한 냄새였다.


“꼬르륵”


누구의 배에서 난 소리인지는 알 수 없었다. 그러나 아이들의 배에서 난 소리인 것은 확실했다.


“이런, 배가 많이들 고픈가 보구나. 을평아, 을평아!”


재생원주가 부르자 건물들의 뒤편에서 얼굴을 가로지르는 큰 상처 때문에 정말로 험상궂게 생긴 사내가 도끼를 들고 나타났다. 그런 사내의 모습에 우진과 두 아이는 겁을 집어먹고 재생원주의 뒤에 숨었다.


“엥? 을평이놈은 어디가고 네가 오는 게야?”


재생원주의 말에 사내는 무언가 말을 하려고 입술을 달싹거렸지만, 더듬거리기만 하다가 이내 손짓발짓을 하며 무언가를 전하려고 했다. 어찌보면 우스꽝스런 그의 모습에 잔뜩 겁을 먹었던 아이 중에는 작게 키득거리기까지 하는 아이도 있었다.


“으휴, 됐다, 됐어. 인사들 해라. 이 아이들은 오늘 새로 들어온 아이들이고, 저 녀석은 재생원에서 일하는 도근이란다. 겉으로 보기엔 험악해 보여도 착하고 순한 녀석이니 너무 겁낼 필요 없고.”


재생원주의 말대로 도근이란 사내는 재생원주의 말을 듣자,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방긋방긋 미소를 지으며 아이들에게 손을 흔들어 주었다.


“그리고 아이들 목욕보다 밥부터 먹여야겠구나. 물을 데우는 것은 조금 이따가 하고, 밥부터 준비해야겠다.”


도근은 크게 고개를 끄덕이고 곧바로 부엌으로 보이는 곳으로 향했다.


“인석아! 도끼는 놓고 가야지!”


도근은 재생원주의 말을 듣고서 자신의 머리를 긁적거린 뒤, 도끼를 한 옆에 놓아두고는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그 모습에 재생원주는 한숨을 푹푹 쉬었고, 아이들은 긴장을 풀 수 있었다.


그리고 도근은 오래지 않아서 김이 모락모락 나는 상을 들고 왔다. 오래 걸리지 않은 것으로 보아 미리부터 준비를 해 놓은 것 같았다. 거의 하루 종일 굶고 있던 아이들은 게 눈 감추듯 음식을 먹어댔고, 재생원주와 도근은 그런 아이들을 흐뭇하게 바라보면서 자기 몫의 음식까지 아이들에게 양보해줬다.


식사를 마치고 배가 부른 아이들은 긴장이 풀린 것인지 꾸벅꾸벅 졸기 시작했다. 그런 아이들을 잠자리에 들도록 한 재생원주는 아이들 곁에서 알짱거리는 도근의 귀를 붙잡고 밖으로 끌고 나왔다.


재생원에서의 첫날이 그렇게 저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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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생원 15.09.25 491 4 8쪽
4 황도로 15.09.18 579 5 11쪽
3 붉은 길 +1 15.09.13 431 7 8쪽
2 두 아이 15.09.12 620 8 10쪽
1 서장 +3 15.09.12 641 8 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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